0157 ----------------------------------------------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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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어택!”
순식간에 수십 번의 기술이 시전되었다. 내리치는 것은 한번이지만, 그 한 번에 담겨있는 기술의 묘리는 수십 가지. 중첩된 기술의 위력은 단 일격에 크로울리의 항력을 날려버리고 두개골에 타격을 입혔다.
콰앙!
쿠르르! 쾅!
반파되었던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그 안에 크로울리의 몸이 파묻혔다. 준은 손에 들고 있던 니들리스 스패너를 가볍게 쥐었다 폈다.
“쓸만하군.”
매크로어택의 위력은 단순히 단일 기술을 수십개 연달아 사용한 것 이상의 위력을 내고 있었다. 2번 기술인 매크로 샤워처럼 각 기술이 따로 발동되어 나가는 것과 달리. 단일 지점에 집중된 힘은 그 파괴력부터가 남달랐다.
꿈틀.
“이크.”
준은 크로울리의 몸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새 충격을 회복한 녀석이 건물을 헤치며 몸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크윽. 이런 힘이라니... 대체... 어떻게 알카트뢰즈에 이런 녀석이 있을 수 있지?”
“그거 칭찬인가? 고맙군.”
후웅!
크로울리의 주먹이 준을 스치고 지나갔다. 민첩성 면에서는 크로울리가 준을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눈에 보이는 뻔한 공격으로 그를 맞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크아악! 젠장! 이 쥐새끼 같은 녀석!”
쿵! 쿠웅!
크로울리는 소리를 지르며 준이 있는 곳을 향해 사정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덩치차이가 큰 데다가 민첩성도 준이 훨씬 높다보니 그의 공격은 번번이 땅을 내리칠 뿐이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이게 다인 건가? 슬로암은 그래도 제법 상대할 만했는데, 이거 실망이로군.”
“슬로암? 설마 데드맨시티를 박살냈다는 녀석이 너인거냐?”
“소문이 꽤나 늦군. 벌써 한 달도 더 전의 일인데. 하긴 날 본 녀석들은 전부 죽였으니 알려질리가 없으려나.”
“그, 그럴리가 없어! 슬로암이 단 한명에게 질리가 없다고!”
“시끄럽군. 더 이상 보여줄게 없다면 여기서 끝을내지.”
타타탓!
준은 니들리스 스패너를 곧추 세우고는 크로울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뻔히 눈에 보이는 일직선의 도약을, 크로울리는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섣불리 공격했다가는 다시 눈앞에서 사라져 옆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리고 준은 그대로 달려와 크로울리의 정강이를 후려쳤다.
후웅!
황급히 한 발을 빼면서 물러서자, 준은 그대로 다시 니들리스를 휘둘렀다. 덩치 워낙 크다보니 한발 물러설때마다 준의 공격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준은 우직하게 전진하며 크로울리를 향해 다가섰다.
쿵!
뒤로 물러서던 그의 등을 무언가가 가로막았다. 커다란 2층 목조건물이었다. 그의 힘이면 얼마든지 부수고 지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뒤로 물러서는 상황에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젠장!”
“다 도망쳤냐!”
준은 그대로 크로울리의 정강이를 향해 니들리스를 휘둘렀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크로울리도 준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그 어떤 기술도 없이 오로지 육체의 힘만으로 모든 적을 압도했던 크로울리의 주먹과, 매크로 어택의 기술융합이 실린 니들리스 스패너가 맞부딪혔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두 사람의 엑조틱 에너지가 폭발하며 사방으로 가공할 충격파를 퍼뜨렸다. 그 난리에 멀리서 2대1의 싸움을 하고 있던 늑대인간 세마리가 후폭풍에 휘말리며 날아갔다. 근처에 있던 밴디트는 물론 인근의 목조 건물들 까지 폭삭 주저앉을 정도의 충격파였다.
충격파가 사라지고 먼지가 가라앉자, 장내에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거대한 육채의 늑대인간 크로울리가 내뻗은 주먹이 준이 휘두른 니들리스 스패너와 맞닿아 있었다. 충격의 극점에서 맞부딪힌 두 사람의 공격은, 곧 한 사람의 우위가 드러나며 싸움의 종말을 고했다.
뚜두두두둑!
크로울리의 주먹에서 부터 엄청난 소리가 연이어 터지더니 그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 뒤로 어깨, 목, 반대편 팔, 그리고 허리와 다리까지 전신의 뼈가 부러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거대한 육체를 지탱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크윽...”
“생각보다 싱겁군. 연습도 되지 못했어.”
준은 쯧, 하고 혀를 차고는 쓰러진 채 눈알만 굴리고 있는 크로울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런 그의 머리속으로 시스템메시지가 계속해서 울려퍼졌다.
-마나의 잔량이 10퍼센트 미만입니다. 급격한 소모로 인해 회복속도가 늦어집니다.
-체력의 잔량이 30퍼센트 미만입니다. 치명적인 일격으로 인해 회복속도가 늦어집니다.
연달아 매크로 어택을 사용함으로서 준의 마나량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사용 마나의 20퍼센트를 돌려받는 재활용 스킬이 없었다면 마나소모량을 버티지 못하고 준이 먼저 쓰러졌을 수도 있었다.
거기다가 방금의 충격으로 인해 체력역시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크로울리가 받은 충격만큼은 아니었지만 준도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준도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쿨럭!”
크로울리가 격한 기침과 함께 피를 한사발이나 토해내었다. 덩치가 큰 만큼 토해낸 피의 양도 많아 바닥에 작은 시내를 이룰 정도로 흐르고 있었다.
“크크크크.”
갑자가 크로울리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온몸의 뼈가 아작난 상태에서 웃다보니 고통이 느껴지는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왜 웃지?”
“크크.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안하는데?”
“큭. 나 하나 쓰러뜨렸다고 기고만장하지마라. 나정도는 상대도 안되는 녀석들이 도시 바깥에는 널려있으니까.”
“나참. 곧 죽을 녀석이 도발하기는. 내가 그걸 모를거라고 생각하냐? 슬로암을 죽였을때 그게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어.”
“크크. 그래봐야 이제 겨우 두번째이지. 하지만 아직 나보다 강한자는 수없이 많이 있다. 과연 네가 그들 모두를 상대할 수 있을까?”
“흠... 글쎄. 사실 그게 고민이긴 한데...”
준이 생각해도 밴디트들의 숫자는 너무 많았다. 최소 1만, 그중에서도 던전핵을 먹은 놈들은 백단위에 달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그들을 일일이 찾아가는 것조차도 일이었다. 물론 준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할 생각이었다. 퀘스트를 통해 받을 수 있는 보상도 상당했고, 겸사겸사 밴디트들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줄 수도 있다.”
“뭐지 이건? 거래를 하자는 건가? 널 살려주는 대가로?”
“그래. 나를 살려주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넘기겠다. 그들이 특성이나 힘 까지도 내가 알고 있는 것 전부를 넘겨주지.”
크로울리는 몸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오로지 힘만으로 적을 상대하는 그의 속성은 겉보기와 달리 ‘회복’이었다. 때문에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순식간에 치유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때문에 준이 정보를 모두 캐낸 후에 죽이려 들어도 상관없었다. 그 사이에 그는 완전히 회복되어 있을 것이고, 보기에는 저래도 속으로는 타격을 입었을 것이 분명한 준을 죽일 수 있을것이었다.
“싫은데.”
“먼저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어때. 듣다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잖아.”
“아아. 내가 바보도 아니고. 너 정도가 생각할 수 있는 걸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냐?”
“무슨 말인지...”
“긴 말 필요없고 잘가라. 쓰레기 같은 인생, 분리수거정도는 해주지.”
준이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크로울리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대로라면 회복이고 뭐고 머리가 터져서 죽게 될 것이었다.
“마, 말이라도 들어보라고! 엄청난 정보라니까!”
“닥치세요. 밴디트의 말을 믿을까보냐.”
준은 녀석의 머리를 내려다보며 니들리스 스패너를 들었다. 크로울리의 눈동자에 공포가 어렸다.
쾅!
“거참. 두개골도 단단하군. 그냥 내려쳤더니 금도 안가잖아?”
“이씨발새끼야! 말이라도 좀 들어보라고!”
크로울리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목을 움직였다.
“어느새 거기까지 회복한건가? 거참 회복력 하나는 대단하군!”
“이런 젠장!”
결국 자신의 노림수를 전부 들키게 된 크로울리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움직여서 준의 공격을 피하려고 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으면 몸을 일으켜서 준을 떨어뜨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머리만 움직여서는 소용이 없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이마를 향해 떨어지는 니들리스 스패너를 보며 소리를 지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콰앙!
퍼석!
“윽.”
크로울리의 뇌수가 터지면서 사방으로 회색의 액체가 흘렀다. 준은 얼굴에 묻은 끈적끈적한 액체를 닦아내고는,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세 마리의 늑대인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구경났냐? 싸워라.”
크로울리를 자동분류하자, 녀석의 거대한 육체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바닥에 검은 던전핵 하나만 남아 칙칙한 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확실히 슬로암의 그것에 비하면 덜 기분나쁜 모습이었다. 준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손에 들었다. 그대로 부술수도 있었지만, 어디까지 자신이 저항할 수 있는지 궁금한 때문이었다.
-외부에서 사용자의 신경을 통해 이상신호를 송신합니다. 분석결과 신체에 이상을 일으킬 확률 99.99퍼센트로 확인됩니다. 사용자의 판단과 관계없이 차단합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알아서 던전핵의 침투를 막아버렸다. 어차피 의미있는 실험은 아니었기에 딱히 아쉬울 것은 없었다.
쾅!
준은 던전핵을 바닥에 내려놓고 강하게 내리쳤다. 그러자 쩡, 하는 소리와 함께 던전핵이 파괴되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던전핵을 파괴하라(1/1)을 달성하셨습니다. 추가경험치는 퀘스트를 완료한 이후에 얻을 수 있습니다.
“메인 퀘스트나 하러가야겠군. 아, 그전에.”
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에서는 아직도 멍청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밴디트들이 몇몇 있었다. 상당수는 이미 준이 크로울리를 죽이는 것을 보고 도망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단 이곳에 온 이상, 준은 그들을 단 한명도 살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대흉근!”
쿵!
“1,2,3호 등장!”
쿵. 쿵. 쿵.
준은 대흉근과 골렘 삼형제를 모두 풀어 도망치는 밴디트들을 잡도록 했다. 포로는 필요없었으니 척살명령이나 다름없었다. 골렘이 민첩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크기가 있다보니 전력으로 달렸을 때의 속도는 어지간한 헌터들 못지 않았다. 게다가 녀석들은 지치지도 않았으니 놈들이 도망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었다.
“크아아악!”
“아악!”
그리고 검둥이가 마침 두마리의 외도를 마저 처리했다. 크로울리의 죽음으로 사기가 떨어진데다가 준이 골렘까지 꺼내드니 사기가 완전히 떨어져버린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검둥이의 공격을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헥. 헥.”
검둥이는 놈들을 죽이자 마자 다시 작아져서 원래의 개 형태도 되돌아 갔다. 그만큼 힘든 전투인 모양이었다.
-형님. 저 잘했으면 칭찬좀.
-그래. 수고했다.
준은 그렇게 말하며 결정체를 세 개 던져 주었다.
-오오. 형님 왠일로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주시나요?
-체력회복용이야. 가서 도망치는 놈들 잡아.
-으아. 방금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하고 온 동생에게 이래도 되는 겁니까?
-네가 후각이 좋잖냐. 네 능력이 정말로 필요하기 때문에 부탁하는 거야.
-뭐,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제가 능력을 발휘할수밖에 없겠군요. 후후후.
검둥이는 결정체 세개를 낼름 삼키고는 도망치는 밴디트 들의 뒤를 쫓았다.
-화이팅.
준은 사라지는 검둥이를 보며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준이 검둥이를 마구 굴리는 편이긴 하지만, 방금까지 전투를 벌인 녀석을 보내자니 미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도망치는 밴디트를 잡기 위해서는 녀석의 힘이 필요한 것도 엄연히 사실이었다.
-하하. 형님 저만 믿으십시오.
-그래 고맙다.
어쨌든 외도치곤 성격이 나쁘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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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