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55화 (155/540)

0155 ----------------------------------------------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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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건강상태를 보아하니 제대로 걸을수나 있을까 의문이었다.

“닫아.”

“네?”

“문 닫으라고.”

준의 명령에 밴디트들이 재빨리 문을 닫았다. 준은 그 두 사람을 데리고 창고를 빠져나왔다. 그들은 여전히 준의 눈치를 살피며 어떻게든 도망칠 궁리만 하고 있었다.

-형님. 어쩌실 작정입니까?

-저들을 데리고 도망치는 건 불가능해.

-제가 봐도 그렇던데요.

-그럼 방법은 하나지.

-쩝. 그럴 것 같았습니다.

검둥이는 고개를 저었다. 전투를 벌이기 전에 신경쓰이는 포로들을 먼저 풀어주려고 했는데 이래허야 짐만 될 뿐이었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먼저 이놈들을 전부 없애버리고 나중에 포로들을 이곳에서 회복시키는 것이 나았다.

준은 앞선 두 사람의 밴디트들에게 입을 열었다.

“내가 풀어준다고 약속했던가?”

“네. 네. 그러셨습니다.”

“여기까지 들어오면 반드시 풀어주겠다고 약속하셨지요.”

두 사람은 황급히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준은 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만 더 들어주면 풀어주도록 하지.”

“크그..... 역시 술이 최고군.”

벨벳시티의 지도자인 크로울리 젠킨스가 붉은 색의 액체를 들이키며 입을 열었다. 판테라의 가죽을 대충 걸친 그는 털이 수북하게 돋아난 맨몸을 반쯤 드러내고는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두 사람의 부하와 함께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까지 이곳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거지?”

크로울리가 입가에 묻은 붉은 액체를 훔치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지금도 부족한 것도 없잖아.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쳇. 이 도시의 주인은 나야. 내가 대체 왜 남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거야?”

“그 덕에 군인들을 처리할 수 있었잖아. 그리고 입 조심하라고. 네가 아무리 벨벳시티의 서열1위라고 해도 그 녀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쳇. 지금은 그렇지. 하지만 앞으로는 더 강해질거다.”

입을 여는 크로울리의 두꺼운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는 빈 잔에 나무통에 담긴 붉은 액체를 반쯤 따르고는 그 위에 럼을 부었다. 은은한 피비린내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본래 별볼일없는 도망자 출신 중 하나에 불과했다. 벨벳시티도 열댓 명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 불과했고, 지금처럼 이런 규모로 커질 거라는 기대를 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던전핵을 손에 넣은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비록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게되었지만, 그 대가로 얻은 것은 더 이상 인간이라는 것이 집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거대한 힘이었다.

크로울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무한한 힘에 그는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슬쩍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인간이 아님을 증거하고 있었다.

보통 던전핵을 먹은 인간은 외도화가 된 이후에도 인간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일정이상 엑조틱 에너지를 개방했을 경우에만 그동안 유지하고 있던 인간의 탈을 벗어던지고 힘의 본질을 가장 끌어낼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크로울리의 경우는 거대한 늑대로 그 형태를 변화시키는데, 소위 말하는 늑대인간과 유사한 형태였다. 물론 민담이나 설화에 나오는 것과 같이 은제 무기 같은 것에 타격을 입거나 보름달이 있어야지만 변신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술잔을 탁, 소리가 나게 탁자위에 내려놓은 크로울리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슬로암 쪽은 어떻게 된거야? 아예 연락조차 안되던데. 저번 작전때도 완전히 배제되었고.”

“완전히 폐허가 됐다더군. 살아남은 이들도 뿔뿔이 흩어져서 다들 어디있는지도 모른다던데.”

“군대가 움직인건가?”

“글쎄. 한 명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하하. 슬로암이 있는 데드맨시티를 한 명이 쳐들어갔다고? 농담이 과하군.”

크로울리는 큰 소리로 웃었다. 슬로암은 거의 초록색 외도로 진화를 앞둔 상태였다. 완전히 힘을 발휘하는 슬로암은, 크로울리 자신이 전력을 다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던전핵의 입수시기도 자신보다 빨랐고, 흡수한 인간의 수도 훨씬 많았다. 그런 녀석이 다스리는 도시를 지우기 위해서는 상급헌터 몇 명이 나타나더라도 어려운 일이었다.

“소문이니까. 하지만 마냥 흘려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야. 특히 최근에 심상찮은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어. 그중에서도 펠로우쉽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더군.”

크로울리의 부하중 하나인 루벤이 품에서 델타폰을 꺼내더니 가볍게 흔들었다. 크로울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델타폰은 최근 밴디트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였다. 정상적으로 물품을 구입할 수 없는 그들에게 그것은 거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그리고 델타폰에서 접속할 수 있는 델타포럼은 그들에게도 온갖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그걸 믿는 건가? 그렇게 쉽게 강해질 수 있을리가 없잖아.”

“거짓말 같지는 않던데. 실제로 사진과 영상도 엄청나게 올라오고 있어.”

“뭐, 믿는 건 자유겠지.”

크로울리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술잔을 들었다. 펠로우쉽은 일견 그럴듯해 보였지만, 실상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었다.

어차피 할일이 그다지 없는 곳이다 보니 그 역시 델타포럼에 상주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굳이 밴디트라는 티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이 델타포럼의 주인이 밴디트로 보이는 글이 올라오면 가차없이 차단을 먹이고 영정을 먹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준이 마음만 먹었다면 도시바깥의 델타폰 IP를 차단하는 것으로 아예 그들이 델타폰을 사용할 수 없게 할 수 있었다. 단지 밴디트들의 결정체를 회수하려는 목적에서 열어둔 것이었다.

“아니. 단순히 생각해봐도, 이런 물건을 만든 녀석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루벤이 입을 열었다. 크로울리는 불쾌한 듯 입술을 이죽거렸다.

“그래서. 그 펠로우쉽인가 뭔가 하는 놈들을 두려워 해야한다는 건가?”

“조심해서 나쁠건 없다는 이야기지. 만약 소문대로라면 엄청난 능력의 상승을 보일 수 있으니, 하급헌터들이 중급으로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야. 그렇게 되면 녀석들의 전투력 자체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고. 하급헌터 백 명과, 중급헌터 백 명의 힘은 단순 비교로도 몇배 이상의 차이가 나니까.”

“그래봤자 먹이가 될 뿐 이지.”

크로울리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외도화 된 이후 인간의 피를 흡수하면 힘이 강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마나를 다룰 줄 아는 헌터의 피를 섭취할 경우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나하라를 습격해서 놈들을 좀 잡아들이는 건 어때?”

“굳이 그런 위험한 일을 해야할까? 게다가 나하라는 털린지 얼마되지 않아서 지금 잔뜩 가시를 세우고 있다고.”

“겁쟁이 같으니. 내가 앞장서면 그런 놈들 몇백명이 있어도 상관없어.”

“하긴 그렇긴 하지만.”

루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크로울리의 비밀을 알고 있는 몇안되는 이들 중 하나였다. 아무리 밴디트라도 외도화 된 이들에 대한 거부감은 있기 마련이고, 적당히 은폐를 함으로서 통치력을 유지해야했다. 애초에 외도는 인간을 먹이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크로울리의 핵심적인 심복이라 할 수 있었다.

탕탕탕!

"뭐야? 누가 이시간에.“

그때 그들이 있는 방의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이가 있었다. 크로울리는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다.

루벤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가 문고리를 잡는 순간 쾅! 하고 문짝이 떨어져 나가며 루벤의 몸을 덮쳤다.

“커헉!”

“응? 문앞에 누가 있었네? 미안. 하도 안열어줘서 그냥 내가 열어버렸어.”

빛을 등지고 나타난 인물은 다름아닌 준이었다. 그는 등뒤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두명의 밴디트와 함께 벨벳시티의 수장이 있는 건물까지 다이렉트로 온 것이다. 물론 중간에 가로막는 밴디트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비명조차도 지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누구냐!”

크로울리는 고리눈을 뜨며 갑자기 등장한 불청객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건물 전체가 뒤흔들린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고함이었다.

“윽. 귀청 떨어지겠네. 무슨 놈의 사람 목소리가 그렇게 커? 아. 사람이 아닌건가?”

“뿌득.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죽고 싶은건가?”

크로울리가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그가 보기에 불청객은 그다지 대단할 것도 없어 보이는 자였다. 얼핏보면 왜소한 체격에 힘이라고는 쓰지도 못할 것 같은 가녀린 선을 지닌 동양인 이었다. 자신이 입김을 훅 불기만 해도 날아갈 것 같았다.

“아아. 아직 죽을 때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만 살고 싶은 건가? 자살방법 치곤 특이하군.”

크로울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풀었다. 어차피 흥은 깨졌다. 이렇게 된 이상 저 어린 불청객의 심장을 꺼내는 것으로 유흥의 마지막을 장식할 생각이었다.

그때 문에 깔리면서 바닥에 쓰러져 있던 루벤이 슬금슬금 일어나더니 준에게 접근했다. 그는 루벤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오직 크로울리에게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죽이기 전에 이름 정도는 물어도 되겠지?”

“준. 준 알스버그. 보아하니 네가 크로울리 젠킨스인 모양이군. 덩치도 크고, 털복숭이에 엄청 못생겼다던데 딱 맞구만.”

“뭐, 뭐라고...?”

뿌드득!

크로울리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 자신의 본거지에 예고도 없이 들어온 것만으로도 이미 죽을 죄를 지은 상황이었다. 헌데 그것도 모자라 감히 자신을 조롱하다니. 그것도 못생겼다니. 그는 도저히 준을 용서할 수 없었다.

“네놈. 편하게 죽지는 못할것이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

슉!

그때 준에게 접근한 루벤이 그를 향해 단검을 꺼내어 휘둘렀다. 완전히 사각에서 들어간 공격이었다. 크로울리는 저 애송이 녀석이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눈을 의심해야 했다.

왕!

덥썩!

갑자기 준의 뒤에서 검은색의 개가 튀어나오더니 루벤의 목덜미를 물어버린 것이다.

“크악!”

콰직!

그리고 그 한번의 공격에 루벤의 목이 절반이상 뜯겨나가면서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헉?”

루벤과 함께 크로울리의 두 심복 중 하나인 존슨이 깜짝 놀라며 숨을 들이켰다.

“잘했어. 입에있는거 뱉고.”

끼잉. 낑.

준이 입을 열자 검둥이가 입에 물고 있던 살점을 뱉었다. 크로울리는 녀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테이머인가? 꽤나 자신이 있을 만 하군.”

“테이머라... 뭐,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그쪽 마음이지.”

크로울리는 목을 뚜둑 소리가 나게 움직이고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루벤을 바라보았다. 경동맥이고 뭐고 죄다 뜯겨나간 상황에서 피가 폭포수 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장난치지 말고 그만 일어나. 더 이상 피를 흘렸다가는 아무리 너라도 금방 죽는다.”

“...쳇. 알았어.”

그러나 죽은 줄만 알았던 루벤이 몸을 꿈틀거리더니 서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방심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방심하고 있던 건 나였나.”

킬킬 거리며 웃는 루벤의 목에서 서서히 살점이 재생되며 피가 멈추고 있었다. 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한 놈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 퀘스트 창에서는 분명 하나라고 했는데.”

“오호라. 무섭지 않은 건가? 방금 죽었던 사람이 일어났는데?”

루벤이 방긋 웃으며 준을 향해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휙 던졌다.

쐐액!

가볍게 던진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엄청난 힘을 담은채 순식간의 준의 미간에 도달했다.

팅.

하지만 순간적으로 단검이 방향을 180도로 바꾸더니 다시 루벤을 향해 날아갔다. 루벤의 입가에 어려있던 미소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읏?”

============================ 작품 후기 ============================

아이고 겨우 한편 올립니다. 별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컨디션 난조네요.

내일은 두편 올리도록 할게요 ㅠㅠ

좋은 하루 되세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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