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2 ----------------------------------------------
클라이드 버냉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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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지?”
준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룰라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좀 맞고나서 이야기 하자.”
“뭣?”
쩌엉!
준은 그대로 룰라의 얼굴을 들이받고.
오른손 훅을 관자놀이에 꽂았다.
빡!
시원한 소리와 함께 몸이 홱 기울자, 준은 그대로 녀석의 옆구리를 강하게 걷어찼다.
퍼어억!
“커헉!”
룰라의 몸이 1미터 가량 떠올랐다가 바닥과 충돌했다.
쿠웅!
“쿨럭...! 꺼억!”
피투성이가 된 룰라는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피와 함께 부러진 이를 토했다. 피구덩이 사이 내장조각이 섞여있는 듯 했지만, 그래도 죽지 않을 정도로 힘 조절을 한 덕인지 의식은 잃지 않았다.
탁탁.
준이 손을 털며 쓰러져 있는 룰라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일부러 힘 조절 까지 했으니, 몇 대 쯤 더 때려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타타탕!
무언가 몸을 두드리는 듯한 느낌에 준은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군인이 이쪽을 향해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이 놈의 동네는 툭하면 총을 쏴대는 군. 사람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준이 멀쩡한 얼굴로 입을 열자, 소총을 발사한 군인들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
공포에 질려 아무렇게나 쏘아대는 것 같았지만 워낙 근거리 이다 보니 대부분의 총탄이 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철컥. 철컥.
초당 10발을 토해내는 ASPA-11 소총의 탄창을 다 비운 그들은 멀쩡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준을 향해 비명 같은 외침을 터뜨렸다.
“왜 안죽는거야!”
“씨발. 괴물새끼!”
그들은 황급히 탄창을 갈아끼우려 했지만 손이 떨리는 때문인지 자꾸만 탄창의 위치가 엇나가며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서로 귀찮은 일 만들지 말자고.”
준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어 군인들을 가리켰다. 그들과 준의 거리는 10미터 이내. 돌연 그들이 쥐고 있던 소총이 허공으로 휙 떠올랐다.
“어엇?”
“앗? 대체 무슨?”
갑작스런 상황에 그들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하고 멍하니 자신의 손에서 총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준은 그대로 소총들을 인벤토리에 넣어버렸다. 갑자기 허공에서 총기가 사라지자 총을 빼앗긴 군인들은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 어디로 간거지? 좀 찾아봐!”
“그, 그게 저 녀석이 없앤거 아니야?”
“그럼 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지? 마법인건가?”
“마법사가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총을 빼앗고 저렇게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어!”
“총기를 막은 것도 그런 거겠지.”
“그래. 하지만 보통의 마법사는 근접공격이 약하니까 접근해서 싸우면 제압할 수 있을거야.”
인벤토리를 모르는 그들이 보기에 준이 한 행동은 마법에 가까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일단 준이 마법사라는 생각이 들자, 그들은 준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 그들이 완벽하게 잊고 있던 사실은, 방금 전에 준이 맨손으로 룰라를 제압했다는 것이었다.
“가급적이면 도망가는 걸 추천하지.”
준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들은 대답대신 허리에 차고 있던 군용단도를 뽑아들었다.
“역시...”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염동력을 이용해 두 사람의 손에서 칼을 낚아채었다.
휙! 휙!
“어?”
“젠장!”
그들은 또다시 무기를 잃고는 허무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당황하는 것도 잠시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준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달려드는 모습을 심드렁한 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죽어!”
퍼억!
“하앗!”
쿵!
하나는 미들킥을 날렸고, 다른 한 사람은 어깨로 들이받았다. 둘 중에 그나마 나은 것은 전자였다.
뿌드득!
“헉?”
킥을 날린 이는 다리에서 느껴지는 반발력에 마치 뼈가 부러지는 듯한 둔통을 느꼈다. 다행히 실제로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두 다리로 설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고통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비교적 나은 상황이었다.
“크아악! 어, 어깨가!”
어깨로 준을 들이받은 자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바닥을 굴렀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서 태클을 걸었던 것이 문제였다. EX필드의 무서움은 다름아닌 힘의 작용방향을 비틀어 버린다는 것이다. 마나가 실리지 않은 순수한 물리력은 힘을 가한 방향 그대로 99퍼센트 이상 되돌아갔고, 9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백인 사내의 숄더차지는 그 무시무시한 위력만큼이나 자기자신에게 엄청난 데미지로 돌아왔다.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몸을 돌려 룰라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바닥의 돌을 집어들고는 준의 머리를 내리치려는 자세를 한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아...”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번득 차리고 준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녀석의 몸을 염동력을 이용해 들어올렸다. 녀석이 쥐고 있던 돌은 준에게 닿지도 못하고 허공을 스쳐지나갔다.
“어어...?”
룰라는 당황하며 두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그의 키는 거의 185에 달했고, 몸무게는 80킬로그램이 넘었다. 덩치로만 따지면 준의 두 배에 달할 정도였는데도 너무나도 쉽게, 마치 깃털이라도 되는 듯 가볍게 떠오른 것이다.
“아직 덜 맞았나 보군.”
“퉤!”
룰라는 준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었다.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맞아줄 그가 아니었다. 준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던 피가 섞인 가래침이 준의 얼굴 앞에서 갑자기 방향을 휙 바꾸더니 다시 룰라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중력의 방향을 바꾸는 관성제어였다.
“어?”
철퍽.
끈적끈적한 가래침이 자신의 얼굴로 되돌아오자 룰라는 얼굴을 확 찌푸렸다. 물리력으로 상대가 안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자존심이라도 세워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무참히 꺾여버린 것이다.
“끝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놈이군.”
꾸욱.
“커헉!”
준이 슬쩍 손을 움직이자, 룰라는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그제서야 룰라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목이 죄여오는 와중에 혼신의 힘을 다해 목소리를 짜내었다.
“사, 살려줘...”
“걱정마. 살려줄게.”
“큿.”
시원시원한 준의 말에도 룰라는 어쩐지 안심이 되지 않았다. 일단 온몸이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준의 말에 뭔가 다른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머리에 총을 쏜 대가는 치뤄야지. 나는 그쪽과 달리 아무나 죽이는 성격은 아니지만 총을 맞고도 화를 내지 않을 만큼 성인군자도 아니거든.”
“아아...”
‘그건 네놈이 갑자기 움직여서 그런거잖아!’
룰라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목도 죄는데다가 결정적으로 그 말을 꺼냈을때의 후폭풍이 두려워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자신과 함께 온 병사들은 이미 준의 뒤에서 전투력을 상실한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어깨가 부서진놈, 손아귀가 찢어진 채 양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놈. 다리를 쩔뚝이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은 놈.
어찌되었든 전부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녀석들은 싸울 생각도 없이 자리에 서서 멍하니 자신과 준을 쳐다보고 있기만 했다.
‘대체 뭘 하는 거야?’
당장 자신조차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마음속으로 외쳐봐야 소용없는 이야기였다. 그는 그나마 준이 자신을 죽이지 않겠다는 말에 희망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 미안하다.”
“뭐라고?”
“미안하다. 내가 사람을 잘못본거 같다.”
룰라는 죄여오던 목이 약간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끼며 목소리를 키웠다. 눈앞의 어린녀석은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도채체 왜 이 녀석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거야?’
정확히 말하면 있었다. 물론 시어도어 대령이 있었을 때의 이야기였지만.
“설마 사과 한 번에 사람을 죽이려 했던 짓을 용서받으려는 건 아니겠지? 살인미수는 최소 징역 3년에 해당하는 중범죄라고.”
“미안. 미안하다.”
룰라는 거듭 사과했다. 어쨌든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혼신의 힘을 다해 용서를 비는 것이었다. 하지만 준은 거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사과는 나중에 받지. 일단 좀 더 맞자.”
“아, 안 돼.”
“돼.”
빡!
준은 녀석의 뚫린 입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 한방에 룰라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준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씁. 너무 세게 쳤나.”
투투투투-
헬기는 여전히 로터를 돌리고 있었다.
-검둥아. 가서 저것 좀 꺼달라고 해.
-넵. 형님.
험비에서 검은 색 물체가 빠르게 튀어나가더니 순식간의 헬기의 조종석으로 뛰어들었다.
히이익!
멀리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쪽에서 보기엔 마치 괴물이 자신을 잡아먹으려 드는 것 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죽이지는 마라.
-네. 좋게 말로 타일렀습니다.
-말이 통하긴 하냐?
-몸의 대화는 만국공통입니다. 형님.
-네가 말하니까 뭔가 이상하게 들리는 군. 덮치지만 마라.
-남자를 덮치는 취미은 없습니다. 아. 헬멧을 벗기니 꽤나 귀여운 얼굴이네요. 제 취향은 아닙니다만 피부가 상당히 하얗습니다. 목덜미를 한 번 핥아보겠습니다.
-중계하지마. 이 자식아! 핥지도 말고!
-넵.
검둥이는 그제서야 헬기에서 빠져나왔다. 헬기의 로터는 서서히 그 속도를 늦추었고 이내 완전히 정지했다.
짝.
준은 가볍게 손을 마주치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룰라는 이미 얼굴이 떡이 된 채로 쓰러져 있었고, 나머지 세 명은 바닥을 뒹굴면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간혹 헛것을 보는 듯 허공에 대고 살려달라고 비는 모양새가 아주 가관이었다.
“이런 것도 할 수 있었군.”
“헤헤. 칭찬 해줘요.”
시미가 입을 열었다. 세 명의 군인들을 저렇게 만든 것은 그녀의 작품이었다. 정신교란을 이용해 그들을 환상 속에 빠뜨린 것이었다. 각기 자신들이 겪었던 가장 괴로운 경험을 반복재생하고 있을 것이다.
스윽스윽.
“잘했어. 헌데 언제 풀리는거야?”
“음...”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1분?”
“아니요. 1년이요.”
“헉? 그러다 쟤네들 다 정신이상 되겠다. 그냥 1분 뒤에 풀어줘. 그 정도면 정신 좀 차리겠지.”
“음... 싫은데요.”
“왜?”
준은 약간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준의 명령을 거부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준을 아프게 했으니까요. 다 죽일래요.”
“자, 잠깐.”
준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함부로 죽이면 안 돼.”
“왜요?”
그녀의 반문에 준은 돌연 말문이 막혔다. 딱히 해줄말이 떠오르지 않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외도였고, 외도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음... 그래야 하니까.”
결국 준은 그렇게 얼버무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대답에도 시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알아들은거야?”
“네. 준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런거에요.”
시미는 한없이 신뢰가 가득한 눈으로 준을 올려다 보았다. 준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끌어안을 뻔 했다.
“으으...”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의외로 룰라였다. 녀석은 생각보다 맷집이 좋은지 그렇게 얻어맞고도 순식간에 의식를 회복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일어났어?”
“으앗!”
룰라는 화들짝 놀라며 상체를 일으켰다가, 곧바로 이어지는 동통에 얼굴을 확 찌푸렸다.
“끄으으...”
“그러게 갑자기 움직이고 그러면 안 되지. 맞은 부분이 아직 부어오르지도 않았는데.”
“크윽...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룰라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 꼴이 우습게 되긴 했지만 어쨌든 명령은 이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기는. 대화가 끝났으면 서로 갈길 가는거지.”
“부... 탁이다. 같이 가주면 안되겠나?”
“됐고. 가서 전해. 날 만나고 싶으면 직접 오던지. 아니면 그냥 포기하라고. 이런 곳에 덩그러니 던져놓을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오라가라야.”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룰라가 일어났으니 더 이상 이런 곳에서 시간을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등뒤에서 룰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관리소장이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내 생각이 맞다면 말이지...”
준은 고개를 들어 하늘에 떠있는 플랫폼을 바라보았다.
“급한 건 그쪽이야. 그것도 아주 기분나쁜 쪽으로.”
============================ 작품 후기 ============================
아이고 많이 늦었습니다. 제가 주말에 일이 좀 겹쳐서 정신없이 바쁘네요.
오늘은 일단 이거 한편 뿐이구요. 죄송하게도 내일은 또 하루 쉬어야 할 듯 합니다.
대신 월요일 부터 다시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