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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드 버냉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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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불릿타임은 정부조직이 아니라 하나의 사기업이었다. 전투에서의 연이은 패배는 기업의 존망을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차피 그들에게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나마 말이 통한다고 생각했던 시어도어 대령까지 사망했으니 군대에 대한 준의 영향력도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볼칸 대위를 움직이는 정도로는 사단급의 병력운용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었다.
준은 원정을 위한 준비를 위해 부족한 물품들을 채워넣었다. 식료품은 델타스토어를 통해 구할 수 있었기에 따로 챙기지 않았지만 물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커다란 통에 잔뜩 담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 외에도 각종 생존도구들과, 응급처치를 위한 의료품, 의복 등도 잊지 않고 챙겼다.
혹시라도 잊은 물건이 있다면 나중에 밥에게 전송을 부탁하면 될 일이었기 때문에 일단 생각나는대로만 챙겨 레이크시티를 떠났다.
구궁-
험비를 움직이며 맵에 뜬 델타폰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것을 루나가 전송해준 알카트뢰즈 전체지도와 합치니 대충 녀석들의 도시가 어디쯤에 위치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많기도 하군. 대체 몇군데야?”
일단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만 해도 거의 서른 곳 가까이 되었다. 처음 확인했을 때보다 그 수가 확연히 늘어나 있었다. 생각보다 밴디트들의 숫자가 훨씬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준은 한숨을 쉬었다.
밴디트가 된다는 것은 일상으로 두번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뜻한다. 특히나 알카트뢰즈에서는 다른 행성으로 도망치거나 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에 더더욱 가혹한 환경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디트의 숫자가 저렇게 많다는 것은 그만큼 관리를 엉망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긴 나도 처음 왔을 때 황당했으니까.’
무턱대고 황량한 도시에 떨어뜨려 놓고는 알아서 살아남으라니.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감옥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숙식제공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정부에서 수형자들을 위한 지원금이 없을리 없었다. 감옥이라고는 하지만 알카트뢰즈에서 매년 생산되는 결정체의 양도 적지 않았고 가격도 저렴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나는 이득도 상당했다. 그러다 보니 수형자들을 위한 예산은 비교적 넉넉하게 배분되고 있었는데 그 돈이 다 어디로 샌 것인지 수형자들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결국 중간에서 누군가가 그 돈을 가로채고 있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았다. 준을 나하라까지 안내했던 자가 땅 속에 굴을 파고 자라는, 다시 생각해보아도 기가 찰 소리를 당연하다는 듯이 할 정도였으니 그 부패의 뿌리가 얼마나 깊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타타타타-
“음?”
하늘에서 로터음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작은 소리였기 때문에 인근을 정찰하는 군용헬기인가 싶었지만 점점 그 소리가 커져가자 준은 고개를 내밀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헬기는 분명히 준이 타고 있는 험비를 향해 곧장 날아오고 있었다. 잠시 후, 험비를 지나친 헬기는 천천히 아래로 하강하더니 준이 달리던 길목의 한가운데로 내려앉았다.
준은 천천히 속력을 줄이고는 차량을 세웠다.
투투투투-
헬기가 여전히 로터를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흙먼지가 사방으로 날렸다. 일부러 멀찍이서 차량을 세운 준을 향해 두 명의 군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왔다.
준은 차량에 탄 채로 자신을 향해 다가온 군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뭐지?”
“준 알스버그 맞습니까?”
햇빛에 그을린 듯한 갈색 피부를 지닌 사내가 입을 열었다. 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어 들어보였다. 모든 서류작업이 전산화 된지 100년이 넘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종이가 사용되고 있었다. 그만큼 싸고 편리한 도구가 없기 때문이었다.
“소환장입니다. 동행 해 주셔야겠습니다.”
젊은 장교가 꺼내든 서류에는 클라이드 관리소장의 이름으로 사인이 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니 일전에 관리소장이 자신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긴했다.
대령의 말에 따르면 그리 급한 건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이렇게 헬기까지 띄워서 자신을 찾으러 온 것을 보니 무언가 상황이 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불편한 느낌이 심장아래를 간질거렸다. 따라가면 괜히 골치아픈 일에 휘말릴 것 같다는 예감이 번득 들었다.
준은 뺨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지금은 곤란한데. 나도 일이 있어서 나온 참이라.”
“협조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소장님의 특별지시사항입니다.”
“대체 갑자기 왜 날 찾는거지?”
궁금한 것은 물으면 된다. 준의 질문에 사내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수형자 주제에 장교에게 반말을 찍찍하는 것도 모자라 동행에 불응할 태세조차 보이자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준은 느긋한 태도로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해드리겠습니다. 일단은 헬기에 타시죠.”
“안타겠다면?”
“불응시에는 강제연행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룰라 중위는 눈앞의 애송이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형자 하나를 데리러 가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날아왔는데, 웬 고등학생 같은 녀석이 건방지게도 민수용 험비를 끌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군인인 자신에게 대놓고 하대를 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멱살을 쥐고 끌고나와야 할 판이었지만, 위에서 특별히 신경써서 대우하라는 명령에 억지로 참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조금 만 더 개겨라. 그러면 그 건방진 얼굴을 바닥에다가 짓눌러 줄테니까.’
표정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는 속으로 준이 계속 소환에 불응하기를 바랐다. 아니나 다를까, 준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됐고.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나중에 찾아간다고 해.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인데 한가하게 관리소장이나 만나고 다닐 시간 없어.”
“불응입니까?”
룰라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올라갔다. 준은 그의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았지만, 초감각 스킬 덕에 현재 그의 표정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준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렇다면?”
“강제 연행 조치하겠습니다. 나와 이 새끼야!”
벌컥!
룰라가 험비의 운전석 문을 벌컥 열어제꼈다. 그리고는 준의 팔과 어깨를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아예 바닥에 내던져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끄응.”
부들부들.
룰라는 온힘을 다해서 준을 잡아당겼다. 헌데 자신의 어깨까지 밖에 오지 않을 것 같은 작은 체구의 동양인이 어찌나 무거운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준은 끙끙대며 자신을 잡아당기고 있는 룰라를 향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현재 준은 관성제어를 이용해 자신의 몸무게를 몇배로 늘린 상태였다. 현재 준의 몸무게는 거의 200킬로그램을 넘은 상태였다. 그러니 룰라가 아무리 잡아당긴다고 해도 꿈쩍할리 없었다.
“옷 찢어진다. 배상이라도 해줄거 아니면 적당히 해.”
“끄응. 이 자식이!”
철컥.
결국 준을 힘으로 꺼내는 것을 포기한 룰라는 그를 향해 권총을 들이 대었다.
“당장 나와라. 셋 셀때까지 나오지 않으면 방아쇠를 당기겠다.”
“관리소장이 찾았다면서. 네 멋대로 그런 짓을 해도 되는 건가?”
이쯤되자 준도 슬슬 화가나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자초한 감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람의 이마에 권총을 들이대는 녀석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리도 없는 것이다.
“별볼일 없는 수형자 하나정도 묻어버리면 아무도 몰라. 건방진 원숭이 주제에 대체 뭘믿고 이렇게 나대는거야?”
“아. 매번 듣는 말이지만 그 원숭이라는 단어 꽤 기분 나쁘단 말이야.”
준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좌석시트에서 몸을 일으켰다. 순간적으로 룰라가 움찔하며 다시 방아쉬를 고쳐쥐었지만 준은 아랑곳 하지 않고 차에서 내려 룰라에게 다가갔다.
“뭐, 뭐야?”
스윽.
준은 룰라가 겨누고 있던 권총에 이마를 가져대 대었다. 권총의 총구는 뜨거운 햇빛에 충분히 달구어져 준의 이마를 화끈하게 덥히고 있었다.
“쏴.”
“뭐라고?”
“아무래도 내가 기분이 나빠서 말야. 이대로 그냥 갈 수는 없겠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널 패면 내가 나중에 곤란해지잖아?”
“그, 그래서?”
“일단 네가 총을 쏘면, 내가 널 죽여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겠어?”
“이 미친...”
룰라는 준의 눈빛이 광기로 번들거리는 것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준이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겁먹은 건가? 그럴거면 애초에 시비를 걸지나 말던가.”
“이 자식이!”
퍼억!
준의 뒤쪽에 있던 다른 군인 하나가 가지고 있던 소총의 개머리 판으로 준의 뒷덜미를 내리쳤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오히려 자신의 손에서 느껴지는 둔중한 통증이었다.
“으앗!”
“아. 미안. 미리 말이라도 하고 때리지 그랬어?”
준의 몸에는 EX필드장이 항상 펼쳐져 있는 상태였다. 물리적인 공격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그 힘은, 사실상 외도의 항력과 다를바 없는 힘이었다. 그것이 준의 목덜미를 내려치는 개머리판의 운동에너지를 그대로 군인에게 돌려보낸 것이다.
거의 두 배의 힘으로 튕겨나간 소총을 놓친 그자의 손아귀는 이미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으흑...”
그자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두 손을 감싸쥔 채 의료진을 불렀다. 헬기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 챈 군인 두 명이 응급처치 박스를 손에 들고 준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군인을 상처입히다니!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룰라는 거의 발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이런 전개는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적당히 분이 풀릴 때까지 손을 봐주고 고분고분하게 만든 다음 관리소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헌데 상황이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더니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렇다고 그를 죽일 수도 없었다. 한껏 허세를 부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윗선에서의 명령은 그를 안전하게 데리고 오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총을 사용해서 그를 죽이기라도 한다면 그 후폭풍은 전부 자신이 떠안게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물론 시어도어 대령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테지만, 하필이면 그가 부재한 상황에서 준을 데리러 오다보니 그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것이 룰라의 불운이었다.
“꼼짝마!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발포하겠다!”
헬기에서 추가로 내린 두 명의 군인이 준을 향해 소총을 겨누며 천천히 접근했다. 두 사람 중 하나가 치료를 위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군인을 부축하더니 준에게서 멀어졌다.
헬기에서 추가로 내린 두 명의 군인이 준을 향해 소총을 겨누며 천천히 접근했다. 두 사람 중 하나가 치료를 위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군인을 부축하더니 준에게서 멀어졌다.
“하아. 지겹군.”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룰라가 쥐고 있는 권총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갑작스런 준의 행동에 놀란 룰라가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아앗?”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직업 군인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코앞에서 사람을 쏜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사람에게 총을 쏘았다는 죄책감보다 먼저 명령불이행으로 인한 좌천이라는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이렇게 된 이상 출세는 물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눈앞에서 자신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젠장. 그러니까 왜 갑자기... 응? 왜 멀쩡하지?”
룰라는 진심으로 의아해 하며 눈앞의 준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분명히 녀석의 이마에다가 총알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이마에는 조그만 상처하나도 없었다.
============================ 작품 후기 ============================
추천 해주신 분들 감사해요!!!
힘이 들때마다 님들 댓글 보면서 힘냅니다. 그럼 스승의 은혜를 생각하는 하루 되시길 바라면서 전 이만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