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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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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준이 레이크 시티로 돌아와서 가장 처음 한 일은 다름아닌 펠로우쉽의 기술들을 배우는 일이었다. 펠로우쉽이 준에게 가져다 주는 가장 큰 강점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나는대로 배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하라에서는 할 일이 많아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었고,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거기에 생각이 미친것이다.
-펠로우쉽 스킬 목록 좀 열어줘.
-네.
시스템의 대답과 동시에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텍스트들이 떠올랐다. 준은 일단 패시브 기술만을 따로 띄웠다. 이런 식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일일이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많아진 상태였다.
기술
이두박근 : 타고난 신체는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삽니다. 숨만 쉬어도 근육이 붙습니다. 힘이 2상승합니다.
무산소등정(초급) : 산을 오르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도 평소처럼 활동할 수 있습니다. 힘, 민첩성, 정신력이 1상승합니다.(숙련도 0%)
영재 : 타고난 두뇌는 노력을 능가합니다. 지능이 2 상승합니다.
초감각 : 환경의 변화에 민감합니다. 민첩성이 2 상승합니다.
미래예지 : 육감이 발달합니다. 정신력이 2 상승합니다.
속독(초급) : 텍스트를 빠른 속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능이 1 상승합니다.(숙련도 0%)
통찰력(초급) :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지능과 정신력이 1씩 상승합니다.(숙련도 0%)
피트니스(초급) : 육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체를 단련합니다. 지능과 힘이 1씩 상승합니다.(숙련도 0%)
철인(초급) : 체력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의 증거입니다. 체력이 10퍼센트 상승합니다.(숙련도 0%)
마라토너(초급) : 먼거리를 달릴 수 있습니다. 체력이 10퍼센트 상승합니다.(숙련도 0%)
명상(초급) : 의식을 집중하여 정신적 고양감을 얻습니다. 마나회복 속도가 10퍼센트 빨라집니다.(숙련도 0%)
자연체 : 마나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집니다. 마나량이 50퍼센트 늘어납니다.
마도학(초급) : 마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마나량이 5퍼센트 늘어납니다.(숙련도 0%)
재활용 : 사용한 마나의 일부를 돌려받습니다. 20퍼센트의 마나를 재사용 가능합니다.
패시브 기술에는 등급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었다. 등급이 있는 것은 숙련도에 따라 다음 단계로 레벨업 할 수 있는 기술들이고 없는 것들은 고정된 능력만을 제공하는 패시브였다. 대체로 재능에 의지하는 것들은 고정이었고, 노력에 의해 얻게 된 기술들은 등급제였다.
단순히 생각하면 등급제 기술이 좋은 것 같아 보인다. 실제로도 등급제 기술들이 중급부터는 비슷한 능력을 상급으로 가면 고정 패시브보다는 나은 능력을 보인다.
기술 하나하나가 중요한 헌터들에게는 결국 등급패시브가 더 낫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 하지만 준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이, 등급을 올려야 하는 기술들이 너무 많다보니 대부분의 기술들이 초급에서 머물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보니 차라리 초반부터 높은 능력치를 제공하는 고정패시브들이 훨씬 나은 것이었다.
‘그래봐야 어차피 전부 익힐 거니까 뭐가 되든 상관없지.’
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패시브 목록에 있는 스킬들을 전부 익혔다.
능력치
EX필드 1/1
체력 12981/12981 마나 3100/3100(*20%)
경험치 1,007,515 잔여 스탯 25
힘 16(+16) 민첩성 23(+14) 지능 21(+16) 정신력 29(+15)
그러자 능력치와 함께 체력과 마나가 순식간에 상승했다. 준은 늘어난 능력치들을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20퍼센트 체력 상승 보너스 덕에 체력도 일만이 넘었고 마나도 3천을 넘긴 것이다.
‘재활용 스킬 까지 포함하면 마나는 3700을 넘는다고 보면 되겠군.’
뒤이어 공격스킬을 훑어보던 준은 그 엄청난 양에 얼른 목록을 내렸다. 헌터들 답게 각 헌터들이 최소 하나씩은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중에 중복되는 것들이 상당했기에 총 공격기술의 숫자는 300개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들을 일일이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간을 소모해야 했기에 가장 뒤로 미루기로 한 것이다.
제작기술은 공격기술에 비해 지나치게 단촐했다. 모두 합해 딱 열개의 제작스킬이 있었던 것이다. 열개 중에서도 다섯 개는 ‘요리’스킬이었다. 물론 같은 요리 스킬이라고 해도 스킬안에 포함되어있는 레시피의 종류는 서로 달랐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은 의외로 목공예였는데, 알카트뢰즈에서 시간이 남는 이들이 취미로 목공예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었다.
‘요리는 레시피 추가 정도만 하면 될 것 같고... 목공예는 일단 필요없으니 두자. 오. 이건 좋은거 같은데.’
제작스킬을 살피던 준은 눈에 띄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술
프로그래밍(초급) : 단순한 목적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숙련도 0%)
일단 프로그래밍을 익히자, 기술목록에 추가되었다. 프로그래밍은 제작기술 처럼 몇가지의 카테고리가 나뉘어져 있었다.
게임, 유틸, 그리고 보안이었다. 준은 첫번째 카테고리를 열어 게임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몇가지 예시된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중 하나를 돌려보니 검은 배경에 하얀 점 하나가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쪽에는 하얀 판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고, 가운데는 화면을 둘로 가른 하얀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 하얀선을 가로질러 하얀 점이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아주 단순화 시킨 테니스 코트 같은 느낌이었다.
“설마... 이거 퐁인가?”
준은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는 이름을 떠올렸다.
PONG.
약 200년 전, 최초의 아케이드 게임이라고 알려진 녀석이었다.
“와. 이건 좀 너무했다. 이런 걸 누가 한다는 거야?”
준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며 화면을 조작했다. HMD와 체감형 파츠를 이용해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현대의 게임에 비하면 이건 애들 장난만도 못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준의 입가에 걸려있던 웃음은 곧 사라졌다.
“흠...”
뿅뿅뿅.
마치 준을 놀리는 듯한 미디음이 그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10:9로 AI에게 패배한 것이다. 거의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준이지만, 그의 민첩성을 생각하면 컴퓨터에게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네가 조작한거냐?
준은 시스템에 메시지를 넣었다. 그러자 곧 대답이 돌아왔다.
-아닙니다. 사용자의 실력이 부족할 뿐입니다.
“끙.”
아무리 게임을 해본적이 없다고 해도 이런 단순한 게임에서 지니 울컥하고 무언가 끓어올랐다. 준은 그 자리에서 선 채로 게임에 집중했다. 거의 삼십분동안 하얀 점에 집중한 끝에 준은 결국 컴퓨터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다.
“아싸!”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두 팔을 뻗으며 만세를 외치는 준을 멀리서 검둥이와 시미가 바라보고 있었다.
-왜 저래요?
-형님이 드디어 미친 듯함. 누님을 못봐서 그런가.
그렇게 프로그래밍을 익힌 준은 내친 김에 나머지 제작기술들도 모두 익히려고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시스템 메시지에 준은 더 이상의 제작기술을 익히는 것은 포기해야했다.
-주 제작기술은 두 개 까지만 배울 수 있습니다. 보조 제작기술은 세 개 까지입니다.
-두 개의 차이가 뭔데.
-확장성의 차이입니다. 더 자세히 설명을 드리자면...
시스템의 설명을 가만히 듣던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약하자면 좋은 기술이니까 많이 배울 수 없다는 거군.
-사용자의 지능을 의심케 하는 요약입니다.
-...놀리냐?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시스템에 탑재된 AI는 놀린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됐고. 그럼 요리는 보조제작기술에 들어가는 거네?
-그렇습니다. 그외에도 낚시와 응급처치 등의 기술이 있습니다.
-둘 다 제작이 아니잖아.
-편의상의 분류입니다. 생활기술로 바꿔불러도 무방합니다.
-그런가. 어쨌든 그러면 앞으로도 주 제작기술은 두개까지 밖에 배우지 못하는 건가?
-15레벨에 하나가 더 추가됩니다.
-그렇군.
언제 도달할까 싶었던 15레벨이지만 어느덧 한 계단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14레벨가지 달려오면서 새롭게 오픈된 기술들이 몇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꽤나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단 15레벨을 찍게 되면 델타의 통신범위가 수라드 행성까지 닿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호랑이 길드와의 연락도 회복될 것이고 그 녀석들의 안부도 오랜만에 알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어차피 앞으로 100만이나 되는 경험치를 더 얻어야 했기에 급하게 생각할 것은 없었다. 준은 일단 프로그래밍 스킬의 게임 파트에서 그럭저럭 할만한 게임 몇 개를 뽑아서 스토어에 올렸다.
그러자 또 다시 무섭게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게임? 주인장 어디서 이런 걸 구함?
-야동도 구하는데 게임도 못구할까. 놀거리 하나 늘었으니 심심하지는 않겠네.
-요즘 한가한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밴디트가 언제 쳐들어 올지도 모르는데 게임할 시간이 잇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긴장빨다가 지치는 것보다야 낫지 않냐?
-그런데 게임이 너무 옛날거임. 재미 존나없음.
-너도 여기서 한 1년만 있으면 땅따먹기도 재미있을 거야.
게임 자체가 워낙 오래 된 것들이다 보니 반응이 미묘했지만 대체로는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나마 고전 RPG쪽은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들이라 할만하다는 반응이 꽤나 있었기에 준은 그걸로 만족했다.
어차피 개당 1~5EP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었다. 현재 델타폰을 사용하는 이들 전부가 산다고 해도 별 돈이 되지 않았으니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이라기 보다는 놀거리 하나를 던져준 느낌이었다.
매크로 어택의 완성 이후, 준은 며칠간 레이크시티에서 발전기를 더 만들어 재고를 채웠다. 마스터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이들은 모두 집에 돌아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밥에게 재고를 처리하도록 맡겨놓을 수 있었다.
상점에 들어가자 준은 퀭한 얼굴로 자신을 맞이하는 밥을 만날 수 있었다.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
“요즘 택배 주문이 너무 밀려서 밤새도록 전송하느라 잠을 못잤어.”
밥의 원거리택배 기술은 그가 직접 손을 대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마도 주문자들 중 상당수는 밴디트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그 녀석들의 계정을 끊어버릴 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봐야 놈들이 더 미쳐 날뛰기만 할 뿐이었다.
“그쪽에서는 별다른 연락없어?”
밥이 입을 열었다. 그가 말하는 그쪽이란 다름아닌 시어도어 대령이었다. 그 역시 일전의 작전실패에 대한 내용을 궁금해 하고 있었다.
“응. 볼칸의 말로는 시어도어 대령이 작전중에 사망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
“안됐군. 헌데 그러면 일이 꽤 커진거 아닌가?”
“이미 작전실패를 한 시점에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사건이야. 관리소장도 막막할 걸. 보통 이런 사건이 터지면 진급이 안되니까 말이야.”
“하긴. 다른 곳도 아니고 결정체를 생산하는 거점 중에 한 곳인 알카트뢰즈에서 군인들이 대거 죽었으니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지.”
“볼칸의 말로는 위에서도 빨리 놈들을 처리하고 싶은 눈치인 모양이더라고. 이번에는 남은 병력을 한데 모아서 움직일 생각인 거 같은데... 문제는 서로 몸을 사리느라고 움직임이 둔하다는 거야.”
시어도어 대령이 입안한 전격작전의 패배 이후 불릿타임에서는 신중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너무 신중해서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일 정도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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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별게 없네요. 과연 한 편 더 올릴 수 있을지.
지구인들아! 나에게 너의 추천을 나눠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