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8 ----------------------------------------------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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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라에서 시작된 펠로우쉽 광풍은 나하라를 넘어 스토크와 카랑카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펠로우쉽이 1000명이 넘어갔을 때, 준은 시스템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펠로우쉽의 계약자가 1000명이 넘었습니다. 펠로우쉽 설정창이 생성됩니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펠로우쉽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 방침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음?”
준은 재빨리 설정창을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펠로우쉽을 관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목록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공격불가 - 펠로우쉽에 속한 자는 서로에게 최대체력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의 데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현재 0%)
인벤토리 - 펠로우쉽의 인벤토리 공간을 일괄 설정합니다. 최대 공유 큐브의 수는 10칸입니다.(현재 0칸)
십일조 - 펠로우쉽의 생성경험치 중 일부를 사용자에게 전송합니다. 최대 10퍼센트 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0%)
인원제한 - 펠로우쉽의 숫자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현재 델타가 통제할 수 있는 펠로우쉽의 숫자는 총 10만입니다. (현재 100,000)
파티시스템 - 펠로우쉽 간의 파티 시스템을 활성화 합니다. 최대 인원수는 10명입니다. 인원수에 따라 어그로시스템이 적용됩니다.(on/off)
원거리통신 - 펠로우쉽 사이에 통신을 가능하게 합니다.(on/off)
설정창을 읽어 내려가던 준은 ‘십일조’ 부분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펠로우쉽 대상자들이 얻는 경험치 중 일부를 준에게 가져올 수 있는 모양이었다.
‘흠... 이건 일종의 세금같은 건가? 10퍼센트라면 부가가치세 정도로군.’
준은 주저없이 십일조의 수치를 최대인 10퍼센트까지 올렸다. 그러자 꾸준히 늘어나고 있던 준의 경험치 증가속도가 무섭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는 펠로우쉽에 가입하기 위해서 자기들 끼리 결정체를 모아 최대한 빠르게 5렙을 찍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한번에 600이 넘는 경험치를 받다보니 거기에서 끌어오는 경험치의 양이 상당했던 것이다.
‘엄청나군...’
그 짧은 사이 경험치가 1000가까이 늘었다. 물론 그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델타폰의 사용자들 중에서 당장 결정체를 모아서 올 수 있는 이들은 거의 다 왔다고 보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건드린 것은 파티 시스템이었다. 기본 off로 되어있는 설정을 on으로 바꾸니 튜토리얼에 파티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추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티시스템은 간단히 말해 펠로우쉽의 강화판이라고 보면 되었다. 경험치과 결정체의 분배율을 조정하여 각 파티원에게 배분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고, 서로의 체력을 언제든지 확인 가능했다. 거기에다 준이 사용하는 자동분류가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었다. 여러모로 전투를 보조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인원제한은 현재로서는 건드릴 필요가 없었다. 굳이 순조롭게 늘어나고 있는 펠로우쉽의 수를 줄일 필요는 없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무한정 늘어날 거라고 생각했던 펠로우쉽의 숫자가 제한되어 있다는 정도였다.
그것도 레벨업이 될수록 늘어날 거라는 생각에 일단은 아쉬움을 털어내었다. 게다가 10만이라는 수는 아쉬워하기에는 충분히 많은 수치였다.
‘이건 패스하고.’
공격불가 옵션과 인벤토리는 현 상태에서 건드리지 않았다. 공격불가 옵션은 그렇다 치고 인벤토리 옵션은 건드릴 수가 없는 것이, 일괄설정이라는 부분 때문이었다.
현재 준은 자신이 직접 펠로우쉽을 맺은 몇몇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인벤토리를 공유해준 상태였다. 하지만 현재 펠로우쉽의 숫자는 모두 1000명. 이들에게 일괄적으로 인벤토리를 공유한다면 단 1칸의 큐브라 할지라도 1000개의 큐브가 필요하게 된다. 현재 준이 가진 경험치를 쏟아부으면 하지 못할 것도 아니지만, 문제는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인벤토리는 봉인을 해두는 편이 낫겠지.’
앞으로 펠로우쉽의 숫자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을 생각해보면 무리하게 일괄공유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지금처럼 아는 사람 몇 명에게만 개별적으로 열어주면 될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원거리 통신이었다. 준이 펠로우쉽들과 텍스트 형식으로 주고받는 메시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 기능도 기본적으로 꺼져 있었기 때문에 그것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준은 일부를 제외하고 펠로우쉽 전원에게 이 설정들을 적용시켰다.
“내 말을 듣고 있는 건가?”
그때 준의 상념을 깨우는 목소리가 있었다. 볼칸 탁시노스였다.
“아. 미안 잠시 생각할게 있어서. 그래서 어디까지 이야기 했지?”
“밴디트 말살 작전이 곧 시작될 것이고, 거기에 네가 끼어들 부분은 없다는 것 까지.”
“이유를 물어도 될까?”
“이 작전은 어디까지나 군내부의 기밀이다. 수형자인 네 신분으로는 끼어들 이유가 없지.”
“내가 꽤나 도움을 줄 수 있을텐데?”
“외도를 상대할 때라면 모를까, 헌터를 상대로 하는 전투에는 너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아. 그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뭔가 모르고 있는 건 그쪽 아니야? 최근 알카트뢰즈에 던전 생성이 많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게 무슨 관계가 있는거지?”
“바보가 아니라면 생각을 좀 하라고. 밴디트들 중에서 던전핵을 먹은 놈들이 있을거라는 생각정도는 하는게 정상이잖아.”
“그에 대한 대비는 이미 하고 있다.”
“니들건으로 말이지?”
“그래. 네가 만든 그 무기라면 외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밴디트라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것은 군사 작전이고 수형자가 끼어들 부분은 없다.”
“끙. 말이 안통하는군. 그 놈들이 얼마나 강한지 상대를 안해봐서 그래.”
준은 한숨을 푹 쉬었다. 데드맨시티에서 마주쳤던 슬로암이라는 자는 몸 전체를 모래화 하면서 바람까지 다루는 강력한 외도였다. 완벽한 초록색 외도는 아니었지만, 그가 보였던 힘은 초록색 외도에 버금갈 정도였다.
일반적인 외도와 달리 지능이 높고, 각 속성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녀석들의 존재는 아무리 니들 건을 가진 군인이라고 해도 상대하기 버거웠다.
“녀석들은 강해. 그런 녀석들에게는 다수보다는 강한 힘을 가진 소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싸워본 적이 있나보지?”
볼칸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노란색 정예외도였어. 겨우겨우 잡을 수는 있었지만, 만약 그런 녀석이 하나만 더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없었을거야.”
“밴디트들 중에 그런 자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근거가 있나?”
“그놈을 만난 곳이 밴디트들의 마을이었으니까.”
“헌데 왜 신고를 안했지?”
“다 죽였거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생기면 꼭 연락을 하도록 해. 우리도 허수아비는 아니니까.”
볼칸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그쪽 작전에 내가 참여하기는 어렵다면,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관계없겠지?”
“불가. 괜히 놈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어. 이번 작전은 한 번에 녀석들의 근거지를 동시타격해서 놈들을 일망타진하려는 계획이다. 거기에 네가 끼어들면 일이 틀어질 수가 있어.”
“젠장. 나보고 그러면 지켜보기만 하라는 건가?”
“그래. 물론 네가 강하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네 신분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너는 군인도, 헌터도 아니다. 그저 죄값을 치루기 위해 이곳에서 복역하고 있는 수형자일 뿐이야.”
볼칸의 말에 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 고지식한 인간을 설득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를 통할 이유도 없었다. 다이렉트로 연락할 수 있는 군 고위관계자를 알고 있었으니까.
“젠장!”
퍽!
준은 들고 있던 델타폰을 침대에 던졌다. 시어도어 대령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답변은 이러했다.
‘군의 일에 민간인은 끼어들지 말것.’
아무래도 밴디트들이 군인을 습격했다는 것에 대해서 자존심이 상해있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집요하게 자신의 도움을 거절할리 없는 것이다.
준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려 인벤토리에서 얼음물을 꺼내어 들이켰다.
“하. 이렇게 된 이상 혼자서라도 싸우러 간다.”
“어디 가는데요?”
창가에 놓인 꽃병 속에서 시미가 고개를 내밀었다. 방금 전까지 흙속에 파묻혀 있었던 모양인지 온몸에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너 왜 거기 들어가 있는거냐?”
“성장촉진을 위해서요. 식물을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좋은 흙과 햇빛이 있어야 한다고 책에 써있었어요.”
“흠. 그 말이 틀린 건 아닌데. 애초에 넌 40년 동안 흙속에 있었잖아. 이제와서 더 빨리 자랄리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그런... 그럴리 없어요? 준이 준 책에 써있었어요?”
“시끄럽고. 그보다 왜 빨리 자라려는 거야?”
“섹시해 지고 싶어요.”
“푸흡.”
쿨럭. 쿨럭.
준은 오랜만에 마시던 물을 뿜으며 연신 기침을 해대었다.
“너 대체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책에 써 있었어요.”
“대체 무슨 책에 그런 이야기가. 난 그런 책 보여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핫. 검둥이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시미는 그렇게 말하고는 입을 꼭 다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검둥이를 향해 메시지를 날렸다.
-컴온.
-넵.
후다닥.
쉘터의 지붕위에서 자고 있던 검둥이가 재빨리 내려와 준의 앞에 머리를 박았다. 여기서 변명을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애초에 변명이랄 것도 없었다. 그가 델타패드를 통해서 다운 받은 책이 야한 잡지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일단 준은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작전일정이 짜여져 있다면 준 혼자서 날뛰어 봐야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몇 군데 밴디트들의 마을을 박살낸다고 하더라도, 남은 곳은 훨씬 많았고 그곳으로 소문이라도 난다면 시어도어 대령의 작전은 무산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자명한 일이었다.
그저 준은 기다리며 별일없이 밴디트 제거 작전이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준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도처에서 패전의 소식이 들려왔다.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나하라에서 대기하고 있던 준은 볼칸을 통해 그 소식을 받고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레이크시티에서 있었던 습격사건으로 인해 요양이라도 할 겸, 나하라 복구 팀으로 배정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전투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지만, 그런 말을 본인앞에서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피해는 어떻게 돼?”
준이 입을 열자, 볼칸이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4천 명이 투입되어서 천명만 간신히 돌아왔다더군.”
“나머지는...?”
준의 말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돌아오지 않는 이들이 전부 사망자는 아닐 것이다. 후퇴하는 와중에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겠지. 하지만 이런 황폐한 땅에서 일단 길을 잃으면 제대로 도시로 돌아오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체 어쩌다가 그렇게 박살난거야?”
사실 어느정도 피해는 있을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토록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을 거라는 생각은 준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외도화된 밴디트가 있다 하더라도 그런 녀석의 수는 소수일 것이고, 이쪽은 전차와 전투헬기, 그리고 온갖 화기와 파워슈트로 무장하고 있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퇴각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너무 무리하게 병력을 나누었던 것이 패착이었던 것 같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아침 열시에 올라갈겁니당.
치킨 먹으러 가야겠다. 촵촵.
주황색 -> 노란색 수정했슴딩. 제보 감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