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7 ----------------------------------------------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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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나하라로.
-가자. 나하라로.
-가자. 나하라로.
댓글들의 내용은 모두 동일했다. 당장 나하라로 가서 펠로우쉽 대상자들에게서 계약을 맺어야 겠다는 내용들이었다. 5레벨이 되어야 펠로우쉽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공지했건만 이미 눈이 멀어버린 그들에게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5레벨이면 대충 결정체가 몇 개 필요한거야?
-나도 모르겠는데. 일단 다섯명이서 모아서 가면 얼추 되지 않을까?
-펠로우쉽 5인팟 모집합니다. 최소 결정체 10개 이상씩 여유분 있는 사람들로 모이세요.
-줄 서봅니다. 창고에 결정체 스무개 정도 있음요.
-난 서른개 있어.
-재벌들이 왜이렇게 많아? 결정체 하나도 없는 놈은 서러워서 살겠나.
-야. 이거 그런데 금전거래 하면 짤린다고 하지 않았음?
-그러네.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딱 5레벨만 만들어서 주자는 건데 괜찮지 않을까?
-주인장에게 물어봐. 누가 아는 사람 없냐?
-내가 물어보고 온다.
수형자들이 나하라로 올 것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오히려 준이 그것을 조장한 면도 있었다. 현재 나하라는 피해복구가 시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오게 되면 싫든 좋든 피해복구에 참여를 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하라의 상황도 빠르게 안정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오는 이유가 문제였다.
‘5레벨을 만들어 주는 대가로 펠로우쉽 계약을 맺는다. 그리 불합리한 것도 아니긴 한데... 어쨌든 금전거래가 있는 셈이니까 그냥 허용하기도 애매하고...’
똑똑.
그때 준은 쉘터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댓글들 중에 자신을 찾아온다는 이가 있었기에 그가 누구인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아. 잠시만 나갈테니까 기다려.”
집안에는 검둥이와 시미가 자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바깥으로 나온 준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바스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
“펠로우쉽 때문에 온거지?”
“게시판을 보고 있었던 건가?”
“그래. 그건 때문에 물어볼게 있다.”
“펠로우쉽 대상자들에게 결정체를 주고 5레벨을 만든 이후에 계약을 맺는 방법에 대해서 상의하러 온 거겠지?”
“개인적으로는 꽤나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생각해 보는게 어떻겠나?”
“그런 식으로 계약을 맺은 녀석들이 또 같은 방법으로 계약을 맺겠지. 그렇게 되면 결국 돈을 주고 사게 되는 거잖아.”
“5레벨을 올리는데 들어가는 경험치가 얼마나 되지?”
“글쎄... 한 600가량 될걸?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그러면 다섯명이서 10크리스탈 씩만 모아도 되는 금액이다.”
“그래서?”
“니들 건 하나 가격보다도 싼 가격으로 거래하는 거라면 차라리 그쪽이 낫지 않은가? 만약 억지로 금전거래를 막는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편법으로 경험치를 몰아줄 수 있다.”
“그것도 일리가 있는 소리이긴 하군.”
단순 금전거래가 불가능하다면 레이드 팀을 꾸려서 거기에서 나온 결정체를 모두 넘겨주는 방식으로 레벨업을 시켜줄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딱히 금전거래라고 할 수 도 없었기 때문에 명분도 부족했다. 그뿐만 아니라 계약해지를 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금전거래를 하려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위험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에 해당하는 금액도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억지로 누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가이드라인을 정해놓으면 거기에 맞춰서 알아서 움직이게 될 테니까 그 정도는 용인하는 쪽이 낫지 않나?”
바스라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현재 펠로우쉽에 대해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그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늘고 있었다. 그런 것을 억지로 누르려 하면 누를수록 그 반발도 심할 수밖에 없었다.
“흠... 뭔가 자꾸 이것저것 늘어나는 느낌인데.”
“원래 사업이라는게 커지면 손댈 곳이 많아지는 법이다.”“사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긍정적으로 고려해보지. 그건 그렇고 너도 관심이 많나보지?”
“중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니까. 헌터라면 누구라도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거다.”
바스라가 돌아간 이후 준은 그 방식을 인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준이 생각해도 그렇게 까지 불합리한 방법은 아니었다. 약간의 금전이 오고가긴 하지만 그 액수가 말도안되는 액수도 아니었고, 어차피 나중에 펠로우쉽의 숫자가 늘어나게 되면 그 액수조차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다음날 준은 나하라에 빼곡히 들어찬 헌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가까운 카랑카와 스토크에서 온 헌터들이었다. 이곳 나하라에서도 펠로우쉽에 가입을 하려는 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이들의 숫자만 해도 거의 천여명에 가까울 정도였다.
-시스템. 지금 상황이 어때?
-큰 문제는 없습니다. 가이드라인 이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자는 아직 없습니다.
아직까진 로그분석이 시스템에 큰 부하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어차피 준도 계속 이런 식으로 감시를 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뭐든지 시작이 중요한 법이라 초반에는 어느정도 질서를 잡아줄 필요는 있었다.
부상자 구출과 잔해 제거는 오늘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펠로우쉽 계약이 이어지고 있었고, 그 와중에 기다리는 이들이 한손씩 거들다 보니 작업은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준도 모든 작업을 오늘 끝낼 생각에 대흉근과 형제들 까지 불러내어 작업에 투입 시켰다.
쿵. 쿵.
“어이! 이쪽에 놓으라고! 거기말고!”
“이거 들어서 저쪽으로 치워!”
처음 골렘을 보고 놀라며 무기를 뽑아들었던 헌터들도 나중에는 금세 어울려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중장비가 없는 이곳에서 녀석들의 힘은 큰 도움이 되었고, 사람의 말까지 알아들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와중에 준은 삽과 도끼 각각 스무 개씩을 꺼내어 작업을 시작했다. 그 이상은 작업중에 서로 부딪히거나 해서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더 작업하니 나하라의 불탄 집들은 전부 제거가 되었고 부상자들의 구출도 완료되었다. 그 와중에 사망자의 숫자는 더 늘어났지만 사람들은 죽은자들 보다도 살아남은 자들을 보며 더욱 기뻐할 수 있었다.
만약 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했지만, 고친 외양간이 최첨단의 기술력을 동원한 외양간이다 보니 사람들의 표정에 하나둘씩 웃음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하루, 펠로우쉽의 계약자는 400명으로 늘었다.
다음날 부터는 나하라 재건에 인력들이 투입되었다. 이미 계약을 한 자들도 남아 손을 거들자 나하라는 순식간에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늦게 나하라에 도착한 의료진과 군인들이 그 모습을 보며 민망한 듯 입맛을 다셨다.
“이거 너무 늦게 온 모양이군.”
“늦어도 많이 늦었지. 그런데 또 하필 너냐? 부대에 사람이 그렇게 없는 건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여는 볼칸을 보며 준이 입을 열었다.
“이쪽 구역이 내 담당이라 그런거지. 어쨌든 이건 네 작품이겠지?”
“절반쯤은. 나머지는 자발적으로 이곳에 온 사람들의 능력이지.”
“그럴리가. 나도 눈이 있거든.”
볼칸은 델타폰을 꺼내들고는 좌우로 흔들었다. 녀석도 준이 올린 펠로우쉽에 대한 글을 읽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너는 아직 5레벨을 못 찍었네? 그동안 뭐한거야?”
“게으름뱅이를 보는 듯한 시선은 거두어 주었으면 좋겠군. 군인이 월급을 많이 받는 직업도 아니고, 5레벨을 찍기 위한 결정체가 몇 개나 필요한지는 너도 잘 알잖아.”
“쯧. 가난뱅이로군. 여기 사람들은 벌써 5레벨 찍은 이들이 100명이 넘어가는데.”
“그 정도로 결정체가 많은 건가?”
“어느정도 실력있는 레이드 팀들이라 그런지 쌓아 둔 결정체가 꽤 있나보더라고.”
“관리소에서 말이 나오지 않을까? 이정도로 결정체를 흡수해버리면 앞으로 수입이 꽤나 줄어들텐데.”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을 걸. 이 녀석들이 성장하고 나면 외도를 잡는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날테니까.”
설령 줄어들더라도 초반 잠깐일 거라고 생각했다. 알카트뢰즈에서 결정체를 사용할 곳은 델타폰을 제외하면 상점과 펍 뿐이었고, 델타폰의 상품들은 대체로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일반상점 역시 장사는 잘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일단 왔으니 임시 진료소라도 세우라고. 봐줄 부상자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건물을 올리는 건 그쪽 공병대 전문이잖아.”
볼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할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단 며칠동안 나하라는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건물을 올리는 작업은 계속되었다. 기존에 있던 이들에다가 새로이 나하라로 이주한 이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야. 그 촌구석인 나하라가 이렇게 사람이 많아질 줄이야.”
펍에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며 밥이 입을 열었다. 그 역시 이번 나하라 습격으로 인해 손해를 본 사람중 하나였다. 나하라 지점에 있던 물건들이 죄다 털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피해액은 한없이 작은 금액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괘념치 않고 있었다. 그것은 마스터도 마찬가지였지만 약간 이유가 달랐다. 애초에 돈을 벌기 위해 알카트뢰즈에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다지 아쉬울 것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마스터에게 펍을 넘겨받아 운영하던 험상궂은 알바생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것이 다소 안타깝다면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 녀석 나름 귀여웠는데.”
“인상이 더러운 것 치곤 애교가 넘쳤지.”
“좋은 녀석이었다.
세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술잔을 부딪혔다.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꽤나 슬픈일이었다.
“이제 어쩔 셈이지?”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나하라로 오면서 펠로우쉽의 숫자를 엄청나게 늘린 준이었다. 마스터가 생각하기에 준이 아무 생각없이 그런 일을 저질렀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글쎄... 아무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아. 이대로 아무일이 없었던 것 처럼 다시 레이크시티로 돌아가서 유유자적하며 살기엔, 죽은 사람이 너무 많지.”
“설마. 밴디트들과 싸우겠다는 거야?”
밥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하라도 이제 어느정도 복구가 되었잖아. 네 덕에 오히려 더 큰 도시가 되었다고. 그정도면 네가 도의상 할일은 다 한 것 같은데.”
“그 녀석들은 니들건을 가지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내가 싸울 이유로는 충분해.”
자신이 만든 물건으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무리들을 생각하면 잠을 설칠 정도였다. 준은 그 녀석들을 전부 제거하지 않는 이상 잠을 잘 수 없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군인들이 움직이고 있다. 굳이 네가 나설 필요가 있을까?”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하지만, 내 문제를 남에게 떠맡기는 기분이라서 말이지. 그쪽은 그쪽대로 두고, 나는 나대로 움직일 생각이야.”
“그럴거면 차라리 군인들과 공조를 하는게 어떤가. 서로 따로 움직이게 되면 오히려 네가 군인들의 작전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
마스터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은 아직 인생경험이 짧다. 게다가 철이 들고 나서는 거의 우주선 안에서만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에 대한 판단은 마스터같이 사회경험이 많은 이의 조언을 듣는 편이 나았다.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여... 급격히 졸려서 전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