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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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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것도 그렇겠네요. 어설프게 몇 명씩 데리고 있는 것보다 수백 수천명이 펠로우쉽에 가입되어 있다면 관리소나 연합정부에서도 쉽게 준을 건드리지는 못할거에요.
-나도 일단은 거기에 기대를 걸고 있긴 한데...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 수틀리면 무슨짓을 할지 모르는 놈들이니까.
-최대한 저도 도울게요.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시험적으로 어그로발생기를 만들어봤는데 생각보다 실험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기대중이에요.
-벌써 결과물이 나온거야? 대단한데.
-기본 개요는 이미 레이크시티에 있을때부터 완성해 둔 상태였어요. 장비가 없어서 만들지 못했던 것뿐이에요. 단지 결정체가 좀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기는 한데 효율은 점차 나아지겠죠.
-특허는 꼭 신청해 놓으라고. 무턱대고 논문공개를 했다가 기술을 빼앗기면 골치아프니까 말이야.
-네. 그래도 일단 학술지에 올려서 검증을 받아야 할 것 같긴 해요. 특허신청도 동시 진행하기는 하겠지만 억셉트를 받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새로운 개념도 좀 들어있고. 그래서 일단 학술지에 논문을 실은 다음이 될 것 같아요.
-하긴. 어그로발생기라는 건 개념자체가 없던 거니까.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특정한 신호를 이용해 외도의 시선을 끈다는 것부터 생소한 개념이었다. 게다가 이해하기 쉬운 전파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엑조틱 에너지를 입자형태로 방사하는 것인 만큼 보수적인 특허청에서는 통과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빠르게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학술지에 논문을 실어버리는 쪽이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특허청도 그 두 학술지의 권위를 빌리면 통과시켜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일이 진행되는 대로 또 연락 드릴게요. 바쁠텐데 그만 쉬어요.
-응. 그래... 그리고 굳이 일이 있을때가 아니라도 언제든지 연락해도 돼. 항상 바쁜 것도 아니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메시지를 보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생각해주는 건 고맙지만 저도 바쁜 여자에요. 항상 준만 생각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요.
-끙. 괜한 소리였나.
-후후후. 그래도 제법 귀여운 배려였어요. 준을 넘어뜨린 보람이 있네요.
돌아오는 루나의 메시지에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잊었나본데, 넘어뜨린 건 내쪽이야.
-네. 그러기 까지 한 달이나 걸렸죠.
-흠흠. 그럼 이만.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저도 사실 더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일이 좀 많아요. 그럼 또 연락할게요~
그녀와의 통신을 끊내고서도 준의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 모든 것이 서툴지만,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나하라에서 생긴 비극 때문에 무거웠던 마음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정도였다.
“표정관리 잘 해야겠다.”
아무리 기분이 좋다고 해도, 지금의 나하라에서 실실 웃고 다니다가는 무슨소리를 들을지 몰랐다. 많은 사람들의 죽음에는 그만한 조의가 필요한 법이었다.
고로롱-
조용한 쉘터 안에 검둥이가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검둥이와 시미는 피로한지 이미 잠들어 있었다.
‘다들 힘들었겠지.’
오늘의 생존자 구출에 있어서 둘의 활약도 상당했다. 별다른 투영장비가 없는 상태에서 검둥이의 후각은 부상자를 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를 따라서 다니던 시미도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정신교란을 이용해 마취를 걸며 사람들을 도왔다.
“경과보고 정도는 해야겠지?”
준은 아카샤 넷을 열어 델타포럼에 접속했다. 현재까지 나하라의 상황을 전하고 이번사태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비록 정신없이 나하라로 달려와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근본적인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이야기 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나하라를 습격하는 것으로 제법 재미를 본 녀석들이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또 이런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나하라를 제외한 곳에서는 아직도 준의 니들건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준은 아예 니들건의 판매가를 일시적으로 반값할인을 하기로 했다. 먼저 산 이들에게서 엄청난 항의가 들어오겠지만, 당장 니들건을 더 많이 보급하지 않으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밴디트들의 습격에 효율적으로 방비를 할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준의 글이 올라가자마자 환호와 비난의 댓글이 봇물터지듯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환호하는 자들은 아직 니들건을 구입하지 못한 이들이었고, 비난하는 이들은 니들건을 구입한지 얼마되지 않는 이들이었다. 일찍부터 구입한 이들은 벌써 본전은 뽑고도 남았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딱히 비난할 이유가 없었다.
-반값 할인이면 대박인데? 이번 기회에 다들 하나씩 장만합시다. 밴디트 놈들이 다음에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데 자기 몸 지키려면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죠.
-야. 이번 사건 때문에 주인장만 돈 엄청 버는구만. 반값이라고 해도 마진은 꽤 되는 거 아닌가?
-이 자식은 싸게 준다는 데도 시비네. 그럼 공짜로 풀기라도 해야된다는 소리냐?
-그렇게라도 해야지. 최소한의 양심이 있으면.
-지금도 할인한다고 난리치는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공짜로 푸는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냐? 그냥 싸게 팔 때 아닥하고 사라.
-그래. 주인장 성격 쪼잔한거 모르냐? 반대 덧글 다는 놈들만 골라서 할인 안해줄 수도 있다.
누군가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준을 욕하는 이들의 댓글이 확 줄어들었다.
“끙. 내가 그렇게 쪼잔해 보이나.”
그렇게 말하고 가만히 지난 과거를 생각해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다른 글들은 알아서 내버려 두지만 준 자신과 관계있는 일에는 꼭 끼어들어서 키배를 벌이다가 반대쪽 논리를 전개하는 이들은 전부 차단먹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뒤늦게 후회하고 곧 풀어주기는 했지만 그런 점들 때문에 웹상에서의 준의 이미지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준은 델타포럼을 살펴보다가 루나가 말한 펠로우쉽 관련 글을 찾아 들어갔다. 워낙 추천수가 높아서 그런지 이미 첫페이지에 올라가 있어서 찾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댓글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믿기 힘들다는 눈치였지만, 글쓴이가 추가로 사진인증을 하자 점점 믿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상태였다. 관통상을 입어 썩어 들어가던 상처가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는 모습을 순차적으로 찍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뭐냐. 펠로우쉽이라는 거에 들어가기만 하면 죽다가도 살아난다 그거지?
-솔직히 이건 대박이다. 주인장 그냥 의료사업으로 나가면 세계적인 재벌 되겠는데.
-야. 주인장 사진 좀 올려봐. 면상 좀 보자.
-ㄴㄴ올리면 바로 차단먹음. 이름만 말해도 차단먹으니까 조심들하셈.
-하루종일 게시판만 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게 가능함?
-나도 모름. 귀신같이 눈치채고 순식간에 삭제함. 스파이프로그램 같은 거라도 쓰는 듯.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름아닌 시스템 덕분이었다. 준의 이름과 사진을 올리면 차단당하게 설정을 해놓으니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다. 자연어 처리 덕분인지 교묘하게 이름을 틀거나 조합하면 알아볼 수 있게끔 만드는 것도 모조리 적발해서 차단해 버리니 사정을 아는 이들은 절대로 준의 정체에 대해서 밝히지 않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저 위에 써있는 말이 사실이면, 결정체를 흡수해서 레벨업을 할 수 있다 그건가? 그렇게 되면 쉽게 강해지는 거고?
-ㅇㅇ그런 듯. 결정체만 있으면 순식간에 레벨업을 할 수 있다더라. 나하라에 지금 펠로우쉽 인원이 70명 쯤 되는데 그중에서 몇 명이 시험해 봤대. 레벨업하면 능력치 같은 걸 올릴 수 있는데 그러면 해당 능력이 순식간에 강해진다던데.
-그러면 하급헌터에서 중급헌터로 금방 올라갈 수도 있겠는데?“
-그렇지 않을까?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진짜 장난 아니라던데.
-시바. 당장 내일 나하라로 간다. 지금 주인장 나하라에 있지? 나도 펠로우쉽인지 뭔지 가입해달라고 할거임.
-다친사람만 해준다는데.
-대충 몇군데 부러뜨리면 되지 않을까?
-나도나도. 같이 서로 한군데씩 쑤시자. 죽어간다는데 설마 외면하겠어?
댓글을 살펴보던 준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준이 걱정하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펠로우쉽 자체가 가지는 메리트가 워낙 크다보니 자해를 해서라도 끼어들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보다못한 준이 댓글을 남겼다. 그냥 내버려뒀다가는 정말로 일을 저지를 기세였다.
=지금 펠로우쉽 자리 꽉 찼음. 니들이 배를 찌르던 허파를 찌르던 상관없는데 이제와서 그래봐야 펠로우쉽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개죽음만 당할거다.
-주인장. 사람 차별하지 말고 우리도 좀 가입시켜주쇼.
-그러니까. 돈 받고 팔면 되잖아? 나 결정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내가 나중에 관련 자료 올릴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쓸데없는 짓 하는 놈들 있으면 죄다 차단먹이고 죽던지 말던지 신경안쓸테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고 새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일단 일을 저질렀으니 책임을 져야했다. 펠로우쉽은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려고 드는 헌터들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천천히 수를 늘려나가려는 생각이었다. 지금처럼 갑자기 숫자가 확 불어나게 되면 누군가는 불만을 가지고,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깔끔하게 정리를 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준은 펠로우쉽의 기능과 가입절차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하고는 글을 올리기 전에 시스템을 불렀다.
-펠로우쉽에 가입된 이들의 로그를 전부 분석할 수 있어?
-가능합니다. 다만 그 수가 1000명이 넘을 경우 과도한 정보량으로 분석이 불가능해집니다.
준이 말하는 로그라는 것은 결국 펠로우쉽 내에 속한 이들의 모든 정보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하는 행동, 말 등등의 기록들을 분석하면 어느정도 그들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펠로우쉽이라는 키워드로 제한한다면? 그것도 펠로우쉽을 맺을 수 있는 여유분이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해서.
-가능합니다. 대략 10만 명가량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펠로우쉽 계약을 조건으로 대가를 바라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이들을 걸러낼 수 있겠어?
-대상 가능 인원이 1천 명으로 줄어듭니다.
-좋아. 그거면 됐어. 전수조사를 할 필요는 없고, 주기적으로 대상을 바꿔가면서 분석을 진행해. 재수없으면 걸리는 거고 운이 좋으면 안걸리겠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준이 제일 경계하는 것 중에 하나는 펠로우쉽을 미끼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었다.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누기 보다는 자신이 끌어안고 있으려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그것이 끌어안고 있어봐야 쓸모가 없는 것이라면 가능한 한 비싸게 팔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준은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시스템에 감시프로그램을 시행하도록 한 준은 미리 준비한 펠로우쉽 설명문과 함께 한줄의 경고문을 추가했다.
-만약 펠로우쉽 계약을 미끼로 금전적인 대가를 주고받거나,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요구한다면 곧바로 펠로우쉽 계약을 해지하겠음,
준이 펠로우쉽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자 댓글들이 우수수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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