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44화 (144/540)

0144 ----------------------------------------------

조짐

*

*

*

현재 델타포럼에서는 이 일로 인해 엄청난 소요가 일고 있었다. 실제로 그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올린 사진과 영상으로 인해 헌터들의 관심이 쏠린 때문이었다.

사진은 그야말로 참혹한 현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최근 헌터들의 유입으로 인해 나하라는 준이 처음왔을때보다 그 규모가 상당히 커진 상태였다. 단순히 건물 숫자만으로도 거의 두 배로 많아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북적하던 나하라의 현재 상태는 불타고 남은 시커먼 잔해들로 가득차 있었다.

사망자 37명. 실종자 28명. 부상자 61명.

그것이 공식적인 나하라 사건의 피해결과였다. 하지만 병원까지 철저하게 파괴된 때문에 부상자들 중 상당수가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결과였다.

사람들의 충격은 상당했다. 나하라는 작은 도시였지만, 그렇다고 밴디트들이 함부로 습격할 만한 곳은 아니었다. 최소 마을 안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중급헌터들도 섞여 있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밴디트들이 마음먹고 덤빈다고 해도 싸움을 장기전을 끌고 갈 수 있었고, 그 사이 합류하는 다른 헌터들에게 밀려 녀석들도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다른 주민들이 합류하기도 전에 끝날 정도로 속전속결로 끝난 싸움이었다.

사람들은 가장 큰 원인을 니들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하라에서 니들건을 지닌 이들이 대부분 사냥을 나간 반면, 밴디트들은 전원이 니들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연사가 가능하고 화력이 뛰어난 니들건을 다소 보유한 집단과 싸우기에 나하라의 헌터들은 지나치게 무력했다.

그것이 서른명에 불과했던 밴디트가 100여명이 넘는 나하라의 헌터들과 싸워 압도적으로 승리한 이유였다.

구구구궁--

준은 험비를 몰고 나하라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차량에는 마스터와 밥, 검둥이와 시미가 탑승해 있었고, 그 뒤를 따라 붉은 색으로 칠한 험비 세 대가 따르고 있었다.

하나는 막스가 타고 있는 차량이었고, 나머지 둘은 레이크 시티에 있던 다른 헌터들이었다. 준이 급히 험비를 만들어 그들도 함께 나하라로 데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준은 운전하는 내내 무거운 표정이었다. 결국 이번일은 자신이 스토어에 니들건을 올리면서 벌어진 것이다. 단지 좀 더 수월하게 사냥을 할 수 있게 하려고 만든 무기가 밴디트의 손에 들어가 다른 수형자들을 죽음으로 내몰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젠장!”

퍽. 퍽.

준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며 핸들을 내리쳤다. 준의 힘을 생각하면 핸들이 부서질 염려도 있었기에 곁에 앉아 있던 마스터가 조용히 준의 어깨를 잡았다.

“진정해. 네 잘못은 아니잖아.”

“나도 알아. 물건은 물건일 뿐이고, 그걸 사용하는 사람이 잘못된 거라는 것 정도. 하지만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끓어오르는 이 기분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내가 그걸 올리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손도 못써보고 죽지는 않았을거야. 계속해서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데... 그리고... 사실은 그걸 몰랐던 것도 아니라는 게, 알면서도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기 전까지 방관하고 있었다는 게 더 지랄맞다고.”

“아니.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것은 누구도 몰랐던 일이다. 나도, 너도, 그리고 그 시어도어 대령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마스터의 차분한 말투은 준의 죄책감과 자기혐오로 끓고 있는 마음을 약간이나마 가라앉혀 주었다.

“그렇다고 해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어.”

“그렇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책임감을 떠안는 것도 옳은 방식은 아니다.”

“그런가...”

준은 긴 한숨을 쉬었다.

스윽. 스윽.

어느새 준의 어깨위로 올라선 시미가 그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 그녀가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행동이 준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그 스스로 조차 놀랄 정도였다.

“고맙다.”

준은 가볍게 입을 열고는 마음속의 혼란을 털어내었다. 어쨌든 당장 중요한 것은 죄책감에 자신을 학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 상황을 어떤 식으로든 타개하고, 부상자들을 구하는 것이었다.

의료진들이 나하라에 긴급히 파견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리 없다. 그렇다면 결국 부상자들의 목숨은 준에게 달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준은 무리해서라도 아랍형제와 배정현의 레벨을 5까지 끌어올렸다. 아직 기술을 개방하기 전이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펠로우쉽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레벨까지 만드는 것이었다.

준에게 남은 11자리, 그리고 마스터와 밥이 계약을 맺을 수 있는 10명. 막스일행에게 남은 자리 17명. 그렇게 해서 총 38명의 펠로우쉽 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준은 레이크시티에 있던 8명의 헌터들을 모두 펠로우쉽을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해서 생기게 된 펠로우쉽의 빈자리는 총 70개. 그거라면 부상자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숫자였다.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야 겠군.”

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죽은 자들은 어쩔 수 없었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최대한 구하고 싶었다.

나하라에 도착하자 준은 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습격소식을 듣고 사냥을 멈추고 돌아온 헌터들이었다. 그들은 준의 험비를 보고는 약간 경계하며 니들건을 겨누었다.

예전이라면 이런 차량은 아무제지도 없이 무사통과였지만, 밴디트들이 군용트럭을 타고 왔다는 소식 때문에 차량도 일일이 검문을 하고 있었다.

준은 창문을 내리고 자신의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를 알아본 헌터 하나가 굳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자넨가.”

“아아. 바스라로군.”

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는 그랑튀르 뒤부어 사건때 그다지 좋지 않은 일로 얼굴을 붉힌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별다른 트러블 없이 지내오고 있었다.

바스라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사건에서 피해를 본 자들은 결국 이곳 나하라에 둥지를 틀고 있는 수형자들이다. 집을 비롯한 그 모든 것이 무참하게 쓸려나갔다.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준을 그다지 좋게 볼 수 없었다.

“여긴 무슨 일이지?”

“부상자들이 많다고 들었어. 그들을 보여줄 수 있겠나?”

“의사가 있는 건가?”

하지만 이어지는 준의 말에 그의 표정은 급격히 달라졌다. 그렇지 않아도 벌써 부상자 중 다섯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남은 부상자들 중에서도 중상자가 많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관리소에서 파견한다는 의료진은 아직 어디까지 왔는지 소식조차 알 수 없었다.

“그래. 당장이라도 봤으면 좋겠는데.”

“따라오게. 헌데 뒤 쪽의 차량들은 네 일행인가?”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바스라가 손짓을 하며 뒤 쪽의 차량들을 통과시켰다. 바스라를 차에 태운 준은 조심스럽게 사람들을 피해 부상자가 있는 곳으로 차량을 몰았다.

거의 대부분의 집들이 불타버렸지만 그 와중에도 멀쩡히 남아있는 건물 몇동이 있었다. 부상자들은 그곳에 분산되어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물도 부족하고 의약품은 더욱 부족했다. 의도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필이면 병원으로 쓰이는 건물에서 결정체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때문이었다.

차량에서 내린 준은 험비를 인벤토리에 넣고 일행들과 함께 부상자들을 살펴보았다. 현재 남아있는 부상자는 모두 81명. 준이 델타포럼에서 확인한 것 보다 훨씬 많은 숫자였다.

“...생각보다 많군. 델타포럼에 올라온 이야기로는 이보다 훨씬 적다고 들었는데.”

“무너진 건물에서 발견된 이들이 있었다. 아직 더 추가 될 가능성도 있어.”

“그런가...”

준은 무거운 표정으로 신음하고 있는 부상자들을 바라보았다.

“헌데 의사는 어디에 있지?”

“의사는 없어.”

“뭐라고? 그럼 대체 왜 여기에 온 건가?”

“의사는 없지만, 대신 그들을 구할 방법은 있어. 일단 상태가 중한 이들부터 먼저 만나봤으면 좋겠는데.”

“중환자들은 이쪽에 있네.”

바스라는 준의 행동이 의심스러웠지만 지금으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게다가 그들은 대부분 준이 델타폰의 주인이라는 사실도, 그가 자신들이 상상하기 힘든 특이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혹시 이 녀석이라면 뭔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에 부상자들을 간호하던 사람들도 모두 준을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중환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간 준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죽음 직전의 모습으로 신음하며 누워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중 상당수는 이미 의식을 잃을 상태였다. 펠로우쉽 계약은 일단 받아들이는 쪽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의식이 있다면 수월하겠지만, 의식이 없는 자들까지 모두 성공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무의식중에서도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준은 일단 중환자들 중 가장 의식이 또렷한 자에게 먼저 펠로우쉽을 시도했다. 준에게 남은 자리는 많지 않아, 그와 함께 따라온 막스 일행에게 계약을 진행하도록 했다.

“이름은?”

“그, 그라트.”

계약 대상자가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중환자실에서 유일하게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있는 환자였다. 하지만 이미 팔다리가 썩어들어가기 시작한 상태로 절단수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얼마가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래. 그라트. 지금부터 널 치료할 거야. 메시지가 보이면 무조건 수락해.”

준의 말이 끝나자 마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그라트는 놀라며 입을 열었다.

“으...이건 뭐요?”

“일일이 설명할 시간 없어. 살고 싶으면 받아들여.”

준의 말에 그는 잠시 갈등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런 상황에서 따지고자시고 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라트가 펠로우쉽을 받아들이자, 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 가장 중요했다. 만약에 낯선 것에 대한 저항으로 그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음 사람부터는 펠로우쉽 계약이 몇 배는 더 힘들어 질 수도 있었다.

“어...?”

펠로우쉽을 받아들인 그라트는 멍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계약이후 진행되는 여러가지 정보들이 그의 눈앞에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절차가 끝나자 그는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 만져보더니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헉?”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바스라와 간병인들이 깜짝 놀라며 헛바람들 삼켰다. 방금전까지 고통을 호소하며 죽을 것 처럼 굴던 그라트가 마치 꾀병이라도 부렸다는 것 처럼 몸을 일으킨 것이다.

“다음.”

하지만 준의 이어지는 말에 그들은 정신을 수습할 사이도 없이 다른 환자를 안내했다. 중환자실에 있는 자들은 주변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지만, 이정도쯤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를 수가 없을 정도였다.

펠로우쉽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거의 죽어가던 환자들이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모습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다가 눈물을 흘리며 준을 향해 절을 하기 시작했다.

“가, 감사합니다.”

“성자다! 성자가 온거야!”

살아남은 자들은 살아났다는 사실에, 그리고 일부는 대체 펠로우쉽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준은 그런 이들의 궁금증에 일일이 답할 시간이 없었다.

“막스는 새로 온 이들과 함께 다른 환자들을 보러 가. 이쪽은 내가 맡을테니까.”

막스는 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새로 펠로우쉽에 가입한 8명의 헌터들을 데리고 다른 건물로 향했다.

눈앞에서 펠로우쉽의 기적같은 효능을 확인한 바스라가 간병인을 그들에게 하나 붙여서 일의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의식이 없는 환자들이었다.

============================ 작품 후기 ============================

SKT가 우승 못해서 슬프네요. 폰 너무 사기.

다음편은 다섯시에 올립니다. 써논게 없어서 시간이 걸려요 흑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