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42화 (14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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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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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디트들은 일반 수형자들에 비해 생필품이나 도구의 구입이 어려운 편이었다. 결정체를 아무리 쌓아두어도 쓸 곳이 없다면 소용없었다. 그들 중 일부가 개척도시에서 물건을 일정분량 떼오고 있기는 했지만 그 양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가격도 엄청나게 비싼 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준의 델타폰은 그들에게 있어 결정체를 소비할 주요 루트로 떠오르고 있었다.

실제로 델타폰에는 무기 외에도 각종 공구들도 팔고 있었다. 거기다가 마스터에 의해 식료품이, 밥에 의해 일반 소비재가 스토어에서 판매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밴디트들에게 있어 델타폰은 말그대로 생활필수품 그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었다.

“흠. 의외의 놈들이 혜택을 보는 군. 기분이 묘해.”

준은 밴디트들에게 그다지 좋은 감정이 없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같은 인간으로 생각하기도 싫은 녀석들이었다. 자기들 사이에서는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체제에 반항하여 자신들 만의 사회를 건설한다느니 하는 거창한 대의명분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결국 녀석들은 반사회적 기질을 지닌 테러리스트들의 집합에 불과했다.

기존의 사회체계에 불만을 가진 것 까지는 좋다. 준도 연합의 비민주적인 정치체계나, 고리타분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경제정책에는 불만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누구보다도 고생한 인물이 또한 바로 그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불만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출하는 식으로 해소하는 녀석들은 인간이하의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왕 목숨을 걸고 싸울거라면 힘없는 서민이 아니라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싸우라고.’

만약 그랬다면 준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들을 도와줄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혀 있다면 애초에 밴디트가 될 일도 없었다. 녀석들은 생각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하게 행동할 뿐이다. 행동양태가 동물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녀석들인 것이다. 그런 녀석들이 자신이 만든 델타폰으로 생존을 이어간다는 생각을 하자 불쾌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당분간 업데이트를 미룰까...”

“무슨 소리지?”

준의 혼잣말에 시어도어 대령이 반문했다.

“아아. 그렇지 않아도 델타폰에 상품이 부족한 것 같아서 새로운 물품들을 올릴 예정이었거든. 헌데 아무래도 일반인들 보다는 밴디트들이 더 이득을 볼 것 같아서 뭔가 찝찝해서.”

“호오. 새로운 물건이라. 더 강한 무기라도 나오는 건가?”

“누가 군인아니랄까봐 무기부터 찾는 군. 무기가 아니라, 식료품과 일반상품들을 올릴 예정이야. 델타폰만 있으면 상점에서 구할 수 있는 물품들은 거의 다 구입할 수 있지. 아. 미리 말해두지만 가격은 일반 상점보다 훨씬 비쌀테니까 기존 상점들의 상권을 침해할 일은 그다지 없을거야. 어디까지나 급하게 물건이 필요할 때를 대비한 거니까.”

밥의 원거리택배를 이용하면, 사용자가 물건을 주문하고 그것을 그대로 보내줄 수 있었다. 일일이 밥이 물품을 지정해서 기술을 써야하기 때문에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지만, 어차피 레이크 시티에서의 밥은 한가한 편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 일처리는 너끈히 가능했다.

“흠. 음식과 일반상품이라. 확실히 밴디트들에게 필요한 것들이로군.”

“그래서 고민중이야.”

어차피 밥과 마스터가 파는 물건이니 만큼 준의 주머니로 곧바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델타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물품들의 일정 수익은 준에게로 들어온다. 그 비율을 직접 조정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최저 비율인 10퍼센트로 할까 생각 해둔 상태였다. 너무 많은 비율을 먹게 되면 오히려 가격이 높아져 새로운 상품들의 보급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은 좀 다르군. 차라리 그렇게 살길을 열어두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너무 구석으로 몰지는 말자는 이야기인가?”

준은 시어도어 대령이 하는 말의 뜻을 바로 파악했다. 밴디트들은 항상 극한의 상황에 맞닥뜨려 있다. 식량과 생필품, 그리고 의약품의 부족 때문에 늘 죽음의 공포에 시달린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 지독하게 다른 헌터를 사냥하고 죽인다.

하지만 만약 델타폰의 보급으로 그들에게 살길을 열어준다면 좀 더 수월하게 그들을 컨트롤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녀석들이 더 힘을 기를 수도 있어. 그런 위험은 생각해 보지 않은건가?”

밴디트들은 제대로 된 보급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힘을 키우기에도 어렵다. 일정 수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그만큼 보급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델타폰의 보급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녀석들은 고도로 조직화 될 우려가 있었다.

“차라리 그쪽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아아... 흩어져 있는 것 보다는 뭉쳐 있는 쪽이 상대하기 쉽다는 거군.”

역시 군인으로 오랫동안 녀석들을 상대한 경험이 있다보니 이런 쪽에서는 준보다 생각하는 방식이 달랐다.

밴디트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것은 그들이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소수로만 행동한다는 점에 있었다. 게릴라처럼 활동하며 치안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서 자꾸만 문제를 일으키니 시어도어 대령 입장에서는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해 대군을 파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도 없는 골치아픈 입장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놈들이 조직화 되고 수를 불리게 되면 한꺼번에 일망타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어차피 알카트뢰즈는 닫힌 세계다. 외부에서 새로운 인원이 주기적으로 들어오기는 하지만 그들이 전부 밴디트가 되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밴디트로 빠지는 숫자가 그리 많지도 않았다.

“그러면 업데이트는 예정대로 진행하도록 하지. 나중에 내 탓이나 하지 말라고.”

“걱정마라. 녀석들이 얼마가 모이든 중화기로 무장한 군인들을 상대할 수는 없을테니까.”

현재 알카트뢰즈에 있는 모든 군인들의 숫자를 합하면 대략 1만 명 가량. 인구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정도 크기의 행성을 관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병력이었다.

어쨌든 밴디트의 숫자가 많아봐야 1만이 넘지 않을 거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비등한 수의 군인이라면 충분히 녀석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준이 생각해도 전차와 전투헬기를 동반한 대규모 지상군들을 상대할 방법이 딱히 없었다. 헌터들의 신체가 아무리 일반인에 비해 강력하다고 해도 결국은 인간일 뿐이고 수천년에 걸쳐 발달되어온 무기체계를 상대할 방법은 없었다.

‘열 배 수라도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데 비슷한 수라면 더 답이 없지.’

결정체 폭탄과 니들건의 존재가 소수로 활동하는 녀석들의 테러활동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대규모 전면전에는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한다. 니들건 자체의 화력은 일반 소총보다 뛰어나지만 사거리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현재 불릿타임에서 보급하는 콜레트럴 사의 ASPA-11 소총의 유효사거리가 1킬로미터가 넘는다. 그에 비하면 니들건의 유효사거리는 기껏해야 50미터 정도에 불과하니 무기로서의 신뢰성이나 효용성에서는 비교를 불허했다.

결정체 폭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화력 자체는 군인들이 사용하는 플라스마 폭탄에 비해 강했지만, 가격대 성능비에서 엄청난 차이가 존재했다. 밴디트들이 결정체 하나를 터뜨리는 돈이면 이쪽에서는 플라스마 폭탄 스무개는 터뜨릴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군인들과의 전면전은 밴디트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그 외에도 시어도어 대령과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눈 준은 군인들을 위한 무기제작을 돕기로 결정했다. 어쨌든 밴디트들과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니 만큼 조금이라도 희생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군인들을 돕는 건 그리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밴디트 보다는 낫겠지.’

준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럴 때 도움을 주면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돌아오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럼 또 다음에 보도록 하지.”

“다음부터는 연락을 하고 오라고.”

“그러지.”

그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부하들과 함께 사라졌다.

우우웅-

바깥으로 나가보니 10인승 수송기가 하늘로 사라지고 있었다. 반중력장을 이용하는 최신예의 수송기로 일반 프로펠러 수송기나 로켓엔진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탑승감이 뛰어나고 연료의 효율이 높아 작전반경도 상당히 넓은 물건이었다.

다만 반중력장 생성기에 들어가는 엑조틱 에너지의 소모비용과 장비 자체의 어마어마한 가격 때문에 소수만이 생산되어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대당 가격이 조 단위를 넘어선다고 들었는데, 준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연대장 주제에 저런 물건을 자가용처럼 사용하는 건가?”

준은 가볍게 혀를 내둘렀다.

막스와 일행들이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간 이후, 준은 막스와 마스터에게 부탁해서 곧바로 요리코너와 생필품 코너를 오픈했다. 역시나 반응이 뜨거웠다. 가격이 각 도시의 상점에 파는 것보다 몇 배는 비싼데도 호기심에 구입해 보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던 것이다.

“허허...”

순식간에 거의 100EP를 벌어들인 마스터는 약간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저 요리를 완성해서 스토어에 등록한 것 뿐인데 순식간에 경험치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한번 올리기만 하면 그 이후로 그가 따로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플랫폼을 장악한 다는 게 이런 거로군.”

스토어에 상품을 올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메리트였다.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었다. 그는 조금씩 준이 가진 권한의 힘을 체감하고 있었다.

만약 준이 마음만 먹는 다면 펠로우쉽을 팍팍 늘려서 스토어에 물품을 올릴 수 있는 권한을 팔아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 않고 있는 것뿐이었다.

“지금은 처음이라서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사보는 거니까, 앞으로 더 많이 팔려면 요리 자체가 비싼 값을 할 정도로 괜찮아야 할 거야. 사실 외도요리가 돈은 될 것 같은데, 그건 아직 안되는 거지?”

준의 말에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외도요리가 기술로서 존재하는 이상, 언젠가는 그것을 스토어에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마스터의 레벨이 낮아 안되는 모양이었다.

“그쪽은 어때?”

준은 옆에서 허공에다 대고 한참동안 무언가를 조작하고 있는 밥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어... 잠시만. 됐어. 휴. 생각보다 올리자마자 반응이 좋아서 당황스러울 정도야. 물건들을 올리자 마자 엄청나게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헌데 왜 이렇게 비싼 물건들이 팔리는 거지?”

밥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같은 물건을 각 도시의 상점에서도 팔고 있었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같은 불건을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살수 있는데 굳이 델타폰을 거쳐서 비싸게 주고 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대령하고 이야기 하는 거 못들었어? 그거 전부 밴디트들이 사는 거야.”

“뭐라고?”

순간적으로 밥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 그가 아무리 상인이라지만 한때는 헌터였다. 헌터생활을 하다보면 최소 한번 이상은 만나게 되는 것이 녀석들이다 보니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신경 쓸 필요없어. 놈들의 손에 있는 결정체를 가지고 온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결정체를 이용해서 폭탄을 만들 줄 아는 녀석들이니까, 오히려 잘하는 짓이라고.”

“그, 그렇게 생각하면 나쁘진 않지만. 영 기분이 이상하군.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나도 그렇긴 한데. 필요한 일이니까.”

============================ 작품 후기 ============================

다음 편은 3시쯤 올라갑니다.

좋은 밤 되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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