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39화 (13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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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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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에게 책을 읽히게 하고서 준은 상점에 들렀다. 일단 지난 한달 간 재고는 넉넉하게 쌓아둔 상태였기 때문에 당분간은 제작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응? 아무도 없나?”

상점이 텅 비어있는 것을 확인한 준이 펍으로 향했다. 아직 레이크 시티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헌터들이 사냥을 나가는 낮시간에는 밥도 펍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한달간 레이크 시티에도 몇몇 헌터들이 자리를 잡았다.

가장 먼저 이주한 것은 역시 막스 일행이었고, 그를 따라 온 헌터를 제외하고도 이곳의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소수의 헌터들이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전체 인구가 스물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마을에 불과했다. 애초에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준이었기에 딱히 사람을 더 유치할 생각은 없었다. 펍과 상점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람만 존재하면 되었기에 준은 레이크시티의 인구를 백 명 이하로 유지할 생각이었다.

상점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펍에 들어가보니 마스터와 밥, 그리고 막스 일행이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다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준이 입을 열자 막스가 자리를 하나 내어주었다.

“5레벨 축하파티.”

“벌써 그렇게 된거야?”

준은 축하한 다는 듯 막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막스 일행은 레이크 시티에 오자마자 니들건으로 무장하고 사냥에 나섰다. 네 명이서 이루어진 단촐한 파티였지만 전원 니들건으로 무장하고 나니 하루에 벌어들이는 결정체의 수가 가뿐하게 10개를 넘어섰다. 그 정도 숫자라면 1주일이면 가능했을테지만, 철저하게 인원수대로 분배를 하다보니 거의 3주가 걸려서 5레벨에 도달한 것이었다.

“그래. 그래서 오늘 우리 애들도 전부 펠로우쉽에 가입시켰지.”

“동료가 셋이나 더 는 셈이군.”

준은 무스타파와 마흐무드, 그리고 배정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다소 준을 어려워 하고 있었다. 그나마 처음부터 준을 알고 있던 아랍형제는 사정이 나았지만 배정현 같은 경우는 이미 준이 어느정도 성장한 이후에 만난 때문인지 자기보다 윗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배정현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준은 손을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배정현만 해도 준보다 서너살은 윗줄이었다. 그런 인사는 오히려 불편할 뿐이었다.

“인사는 됐고. 막스, 선물이야.”

준은 그렇게 말하며 막스에게 10칸짜리 인벤토리를 공유 시켜주었다.

“오. 그렇지 않아도 부탁할까 싶었는데.”

막스는 인벤토리가 공유되었다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인벤토리 공유는 일차적으로 준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했기 때문에 막스로서는 염치가 없더라도 부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중에 또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면 올려줄테니까 잊지 말고 말해둬.”

“고맙군. 선물인거지?”

“이정도는 동료에 대한 마음이라고 해두지. 말해두지만 인벤토리 10칸이면 경험치가 1000이나 필요하다고.”

“허. 그 정도면 레벨업도 가능한 수치로군. 그런 걸 공짜로 주다니 역시 준은 통이 크단 말이야.”

이미 5레벨을 찍기 위해서 거의 600이 넘는 경험치를 소모한 막스였기 때문에 그 수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상한 물건 넣고 다니지마. 공유 인벤토리는 내가 언제든지 확인 가능하니까.”

“흠. 이상한 물건이래봐야. 속옷 정도겠지. 어쨌든 덕분에 사냥을 할 때 한결 편해지겠군.”

막스는 정말로 기쁜 모양인지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준이 인벤토리를 사용할때마다 늘 부러워 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델타폰에서 EP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레벨업에만 치중했던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마스터와 밥도 5레벨을 찍어두는게 좋겠지?”

이미 두 사람은 기술을 하나씩 개방한 상태였다. 마스터는 ‘요리’, 그리고 밥은 ‘상행’기술이었다. 요리스킬이야 이미 익숙한 것이었고, 상행기술은 밥이 물건을 운송할 때 많은 도움을 주는 기술이었다.

일반적인 물건을 수송할 때 일정크기의 박스를 생성하여 그 안에 더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얼핏보면 인벤토리와 비슷한 개념 같지만 반드시 봉인을 해야하고, 중간에 물건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컸다.

“레벨업을 하기 위해서는 결정체가 필요한 것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막스에게 부탁해서 함께 사냥을 해볼까 생각중이었는데.”

마스터도 밥도, 처음과 달리 5레벨에 대한 욕심이 어느정도 있는 상태였다. 레벨의 상승이 능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막스를 통해서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가까스로 중급헌터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던 막스의 실력이 어느새 붉은색 특이외도를 상대로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두 사람은 사냥할 시간이 없으니까 내가 경험치를 좀 나눠줄게.”

“와. 사람 차별하는 건가? 누구는 뼈빠지게 고생해가면서 레벨업을 했는데.”

막스가 투덜거리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두 사람은 전투원이 아니잖아. 그 정도는 이해해.”

“뭐, 그건 그렇지. 그냥 해본 소리야.”

막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약간 서운할 수도 있는 문제였기에 준은 그를 위해 한 가지 선물을 더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이곳으로 막스가 오기로 했을 때 해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동안은 정신이 없어 미루어 두었지만 5레벨이 된 축하선물로는 부족함이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 필요하지?”

“응? 필요하긴 하지만. 그건 왜?”

“왜 물어봤겠어?”

“하하. 내가 아무리 염치가 없기로서니 그런 물건을 달라고는 안하거든?”

“염치가 없는 게 막스의 장점 아니었어?”

“이 자식이 꼭 말을 해도...”

막스도 준이 경험치를 쓸어담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건 자신의 것이 아니라 준의 것이다. 막스가 염치가 없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작은 물건일 경우다. 차량 급으로 넘어가면 그건 정말로 한두푼이 아닌 물건이었고, 그런 걸 선물로 달라고 할 정도로 양심이 없지는 않았다.

“어차피 여기 올때부터 주려고 마음먹었던 거니까 좀 늦게 받았다고 생각해. 차량은 조금 있다가 준비 해 둘 테니까 찾아가고.”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막스는 어쩔 줄 몰라하며 한숨을 쉬었다. 주겠다는 물건이니 안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냥 받기에 차량은 너무나도 비싼 물건이었다.

“형님. 그냥 받으세요. 공짜 아닙니까?”

배정현이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예전에 델타폰을 받을 때 공짜로 주는 걸 거부했다는 이유로 막스에게 한 소리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넌 다 좋은데 눈치가 참 없단 말이야.”

막스는 배정현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막스는 차량을 받기로 했다. 대신 장기할부로 차량의 대금을 조금씩 갚아나가는 것으로 어느정도 타협을 보았다. 준의 입장에서 그 정도 경험치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막스의 입장에서는 또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선물인데 그냥 받지.”

“그런 걸 공짜로 받아버릇하면 안 돼. 게을러진다고. 다음에는 또 뭘 받아낼까 하고 나도 모르게 머리를 굴리게 된단 말이다. 이 애송이 녀석아.”

“그렇군. 좋은 걸 알려줬어. 그런 의미에서 마스터와 밥도 사냥으로 5레벨을 찍는 게 나을까?”

“아니. 이 양반들은 원래 게을러서 안 돼.”

막스의 농담에 약간 무거워진 분위기가 다시 풀렸다.

준은 결정체를 이용해 마스터와 밥의 레벨을 5레벨까지 끌어올렸다. 그래봤자 경험치가 대략 1200정도밖에 들지 않았다. 사실 준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경험치였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돈으로 따지면 1억이 넘는 금액이었기에 공짜로 받기에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준의 도움이 없으면 사실상 5레벨을 찍는것이 불가능했기에 그들은 별말없이 그 호의를 받아들였다.

“이제 영락없이 코가 꿰인 셈이로군.”

“어차피 한배를 탄 입장이니까요. 이럴 땐 돈많은 사장님 덕을 좀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거죠.”

마스터의 말에 밥이 입을 열었다. 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두 사람은 한동안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이런 작은 것이 일일이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었다. 그점은 막스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막스의 힘은 준이 데리고 다니는 골렘 한 마리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단 펠로우쉽에 가입시킨 이상 그 역시 준의 장래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된 이상 호랑이길드와 함께 산하의 레이드 팀으로서 실력을 쌓아주지 않으면 안된다.

준은 이미 향후의 계획을 어느정도 생각해 놓고 있었다. 현재 새크리파이스를 포함한 연합의 기업들은 헌터들에게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결정체를 사들이고 있었다. 사실상 결정체는 가공을 거치고 나면 개당 500만원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그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결정체 값은 지나치게 낮았다. 그 때문에 헌터들은 가진바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임금을 받고 있었고, 그로 인해 생기는 폐해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실제로 헌터들의 숫자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었다. 물론 헌터를 지망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았다. 하지만 지망한다고 해서 모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사냥중에 죽어나가는 헌터의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그 때문에 헌터들은 대부분 본인의 실력보다 낮은 단계에서 사냥을 하는 것을 선호했고, 그들의 실력도 점차로 하향평준화 되기 시작했다.

절대적인 헌터 숫자의 감소와, 평균적인 능력의 감소추세는 꽤나 오래된 이슈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합측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만약 헌터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대우가 선행된다면 이런 문제들은 해결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기업에서도 먼저 나서서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고 들지 않았다. 지금의 이익률을 감소시킬 만한 짓을 하기에는 이미 그들간의 카르텔이 너무나도 공고했다.

당장 모든 것을 바꾸기에는 준이 가진 힘이 너무나도 미약했지만, 일단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볼 생각이었다. 그 첫걸음은 결정체 가격의 정상화였다.

‘헌터들이 돈을 벌게 되면 더 좋은 장비를 구할 수 있을테고, 그렇게 되면 헌터들의 실력향상에도 도움이 되겠지.’

전체적인 헌터들의 실력상승은 그대로 결정체 생산에 반영된다. 게다가 강력한 외도들에 의해 경제성이 있는 행성을 발견하고도 손놓고 구경만 해야하는 경우가 많음을 생각해 봤을 때, 그로 인해 더 많은 행성을 개척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은 인류전체의 이득으로 치환될 수 있었다.

준은 5레벨을 찍은 밥과 막스의 프로필을 살펴보았다.

사용자 ; 아이작 패튼

레벨   ; 5

클래스 ; 요리사

칭호   ; 펠로우쉽의 대상자(모든 능력치 +1)

능력치

체력 645/645 마나 521/521 경험치 0 잔여 스탯 0

힘 20(+1)  민첩성 18(+1)  지능 28(+1)  정신력 21(+1)

기술

요리(초급) : 마나를 소모하여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10%)

외도요리(초급) : 경험치를 소모하여 외도를 재료로 하는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숙련도 0%)

보조기술

배달요리 : 델타OS와 연동하여 요리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사용자 ; 밥 샤벗

레벨   ; 5

클래스 ; 상인

칭호   ; 펠로우쉽의 대상자(모든 능력치 +1)

능력치

체력 945/945 마나 721/721 경험치 0 잔여 스탯 0

힘 21(+1)  민첩성 17(+1)  지능 30(+1)  정신력 11(+1)

기술

행상(초급) : 물건운송시 부피와 무게를 30퍼센트 줄입니다. 크기에 따라 마나의 소모량이 다르며, 일반 봉인된 물건을 한 번 열면 재봉인은 불가능합니다.(숙련도 71%)

보조기술

원거리택배 : 델타OS와 연동, 경험치를 소모해 물건을 전송합니다. 엑조틱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은 일반물건만 가능합니다. 사용자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 작품 후기 ============================

최근 업로드가 좀 늦습니다. 컨디션 조절 차원이니 이해부탁드려요 ㅠㅠ

빨리 회복해서 다시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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