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5 ----------------------------------------------
확장
*
*
*
부패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클라이드의 기술은 월별 생산량 전체 평균에서 증가한 부분만을 일정량 빼돌리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그 양이 월별 평균 2천개에서 3천개 정도였다. 그 정도만 되어도 대략 30~40십억은 나온다. 비록 시골구석에 인구도 10만이 조금 넘는 작은 행성이지만 인구 전원이 헌터라는 점 때문에 수입은 어지간한 행성과 맞먹을 정도는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행성하나를 관할하는 자리라는 것이 쉽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클라이드는 거기서 나오는 비자금을 거의 대부분 윗사람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쏟아붓고 있었다. 그동안 그 노력이 통했는지 위에서는 클라이드의 평판이 좋은 상태였다. 일이 잘 풀리다보니 우연히 줄이 닿은 한 장관으로부터 1~2년만 더 고생하면 야누아리우스 행성의 관리자로 꽂아주겠다는 구두약속까지 받아낸 상태였다.
옥토퍼스 항성계에 위치한 4번째 행성 야누아리우스는 물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건한데다가 외도가 거의 출몰하지 않는 곳이라 외우주개척 초창기부터 휴양지로서 떠오른 곳이었다. 한때 특이외도가 인류의 거점을 휩쓸었을때에도 야누아리우스 만큼은 거의 피해를 받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각 국의 권력자들은 반드시 그 행성에 별장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정도였고, 비상시를 대비한 온갖 재화가 잠자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각종 첨단기술과, 역사시대를 전체를 거친 명화와 명품들의 전시장이기도 했다. 때문에 야누아리우스 행성은 거대한 휴양지이자, 박물관이자, 명품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현대의 유토피아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러한 곳의 관리소장 자리를 맡게 된다면 당연하지만 수없이 많은 권력자들과 연관을 맺게 된다. 가외수입도 많은 편이라 비자금의 규모도 알카트뢰즈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였다. 때문에 그곳은 더 높은 자리를 원하는 이들이 거쳐가는 중요한 행성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순조롭게만 풀린다면 언젠가 연합의회의 한자리가 자신의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클라이드는 보고서를 마저 읽고 제임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추가 생산분의 전부를 따로 빼놓도록. 윗선으로 올리는 보고에는 이전달과 비슷한 정도로만 기재하도록 하고.”
“네. 알겠습니다.”
“내가 너무 욕심이 많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하지만 이해하지는 못하겠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제임스는 이미 상당히 오랜기간 클라이드의 횡령에 동참해 왔다. 이제와서 돈을 얼마를 더 빼돌리든 그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걱정되는 것은 그가 만약 부정에 연루되어 사법심판을 받게 되면 그 영향이 자신에게까지 오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 위험할 수도 있어.”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까지는 월별 생산량 증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만 빼돌린 거야. 하지만 지금처럼 100퍼센트가 넘는 초과 생산분이 나온다면 윗선의 시선이 이쪽으로 몰릴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횡령을 저지른 것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 차라리 눈에 띄지 않는 수치로 조절을 해야 하는 쪽이 낫지.”
“하지만 너무 많지 않습니까? 이정도 규모의 횡령은 언제든지 꼬리가 밟힐 수 있습니다.”
15만개의 결정체다. 개당 백만원으로 잡는다 하더라도 1500억원에 달하는 금액. 단일규모 횡령사건으로는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것이 이번 달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게 된다면 그 금액이 조단위로 접어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하하. 그런 것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자네는 너무 걱정이 많아. 젊어서 그런거겠지만.”
“방법이라 하심은?”
“너무 많은 걸 궁금해 하지 않는 게 좋지 않겠나?”
“네. 주제넘은 질문이었습니다.”
제임스는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이 알 수도, 알아서도 안되는 일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델타폰이라는 것을 만든 제작자를 좀 만나볼 수 있을까?”
“관심이 가십니까?”
“일반인도 외도를 사냥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물건이라 하니, 꽤나 팔릴 것 같지 않은가?”
“아직 그의 정체가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애써서 찾지 않은 것뿐이겠지. 조만간 얼굴을 볼 수 있게 되면 좋겠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클라이드의 사무실에서 나온 제임스는 스마트패널을 이용해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전화를 받은 이는 다름아닌 시어도어 대령이었다.
“비서실장인가.”
“네. 대령님. 소장님께서 그 자를 만나려고 하십니다.”
“갑자기? 하긴, 이번 달은 좀 심하긴 했지.”
시어도어 대령이 혀를 차며 대답했다. 그 역시 니들건을 이용해 쏠쏠히 재미를 보는 중이었다. 그는 애초에 발전기가 필요없었기에 대량으로 구매해서 결정체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동안 벌어들인 결정체만 해도 수천 개가 넘어갔다.
하지만 아직 니들건을 구매하는데 들어간 돈을 전부 메꾸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클라이드가 훼방을 놓게 되면 시어도어 대령은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전에 망해버리고 말 것이었다.
“그리 불쾌한 기색은 아니셨습니다. 아마 그저 호기심일거라 생각됩니다.”
“돈 냄새를 맡은 거겠지. 니들건이라는 물건을 손에 넣게 되면 어마어마한 이윤을 볼 수 있을테니까.”
“그래서 확인차 전화 드린 겁니다. 그 자를 만나보셨다고 했지요?”
“그랬지.”
“회유가능한 자입니까?”
알카트뢰즈 내부의 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클라이드와 달리 제임스는 철저하게 업무에 매진하는 타입이었다. 그는 군인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는데, 같은 갤럭시 인더스트리 산하에 있다고 해도 ‘불릿타임’과 관리공단은 엄연히 다른 조직이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이곳에서 일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군인들과의 협조가 필수적이었고, 그 덕에 시어도어 대령과도 애저녁에 밀월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니들건에 대한 보고를 하면서도 준에 대한 보고는 누락시킨 것도 시어도어 대령의 부탁때문이었다.
“힘들지 않을까 하는데.”
“돈으로도 회유가 불가능합니까?”
“어지간한 돈으로는 힘들테지. 니들건 판매대금이 다 어디로 간다고 생각하나?”
“다른 방법은요?”
제임스의 ‘다른방법’이란 무력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시어도어 대령은 단번에 속뜻을 알아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안 되는 거군요.”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군. 어쩌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지.”
시어도어 대령은 자존심이 강한 사내다. 그런 그가 겨우 스무살 즈음의 새파란 수형자를 그냥 놓아주었다는 것에서부터 무력으로는 그자를 상대할 방법이 없다고 보아야 했다. 물론 이런 세세한 디테일 까지 모두 제임스가 알고 있지는 못했지만, 그는 어느정도 대강의 상황을 추측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형기간으로 협상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내가 걸어 놓은 딜이 있어서 힘들텐데.”
“그건 공식적인 사안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내 얼굴에 똥칠을 하겠다는 건가? 수형자 한 명 가석방 시켜준다고 해서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지 않은가.”
“소장님이 관심을 보인 자라면 다르지요.”
“클라이드 소장에게도 전해. 그 녀석은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서로 골치만 아파질 뿐이야.”
“그정도로 위험한 자입니까?”
“이번달 결정체 생산량만 봐도 그녀석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지 않겠나?”
농담조로 말을 하는 시어도어 대령의 목소리에는 그러나 전혀 웃음기가 없었다.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단 한명의 인간이 10만 수형자가 사는 알카트뢰즈의 생산력을 두 배나 끌어올렸다. 물론 니들건의 보급률이 아직 10퍼센트를 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만약, 알카트뢰즈의 헌터 전원이 니들건을 가지게 되면 무슨일이 벌어지게 될지 시어도어 대령은 두렵기까지 했다.
‘혼자힘으로 전 세계 결정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겠군.’
이건 시작일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시어도어 대령은 목이 서늘해오는 것을 느꼈다.
‘설마 그 녀석, 복수하려고 덤벼드는 것은 아니겠지?’
준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 떠올랐다. 만약 그 자가 나중에 거물이 되어 다시 나타난다면 그때 시어도어 대령의 목은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아니, 기왕이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게 좋겠군.’
잠시지만 다시한번 군대를 끌어모아서 녀석을 죽이는 것은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나도 컸다.
미래연구소의 기밀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는 시어도어 대령으로서는 단신으로 그곳에 들어가 외도화된 칼 레이건을 죽이고 나온 준 알스버그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무리해서까지 준을 죽이려고 했던 것인데, 화기가 통하지 않아버리니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일단은 정중하게 모셔오는 수밖에는 없겠군요.”
“내가 직접 그를 만나도록 하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괜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 보다는 낫겠지.”
시어도어 대령이 직접 움직여 준다면 안심이 된다. 어쨌거나 그는 유일하게 준 알스버그와 접점이 있는 사람이니 그에 대한 대처법도 숙지하고 있을 것이었다.
제임스는 아직 루나 미스틸테인과 볼칸 탁시노스가 준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루나가 아쉽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한달이라는 시간은 총알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초반의 일주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루나가 준과 함께 사냥을 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델타폰과 발전기의 제작에 신경을 쓰다보니 시간이 거의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준을 재촉하지 않았고, 준도 미안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짬을 내어서 함께 사냥을 했다.
결정체 폭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아무리 보아도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보니, 던전핵의 보유자에 의해 일어난 범죄라는 것이 연구소 내부의 잠정적인 결론인 모양이었다.
“아아. 그렇군.”준은 한껏 가벼운 옷차림을 한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딱히 별다른 의미가 있는 대답은 아니었다.
“헌데 어떻게 돌아가려는 거지?”
레이크 시티에서 연구소까지는 적게 잡아도 10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였다. 차량을 타고 간다면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거리였다.
루나는 하늘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무인기 하나를 빌렸어요. 돈은 좀 들지만 그쪽이 편하니까요.”
“얼마야?”
“네?”
“저거 한 번 타는데 얼마냐고.”
“내주시게요?”
“동료인데 그정도 대금 정도는 내줄 수 있어.”
“정말인가요?”
루나는 정말로 기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신세지고 싶지는 않아요.”
“그 정도 여유는 있어. 부담가지지 않아도 돼. 게다가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했고.”
“준에게 받은 것은 이거 하나면 돼요.”
루나는 인벤토리에서 델타폰을 꺼내들었다. S급으로 강화되어 들어간 경험치만 200이 넘는 물건이었다.
“정말 괜찮겠어?”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몸을 숙여 검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말 잘듣고 기다리고 있어. 곧 다시 볼테니까.”
-네. 누님. 누님의 품이 그리울거에요.
루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검둥이를 안아주었다. 녀석은 개의 특권을 한껏 발휘해 루나의 뺨과 입술을 마구 핥았다. 기분 나쁠 법한데도 그녀는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때리는 것으로 작별인사를 마쳤다.
“또 와요?”
“응. 조만간 올게.”
“오면 또 그거 할 거에요?”
“으흠으흠! 크흠흠!”
준이 갑자기 격렬하게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돌연 루나의 얼굴도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루 전의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한편밖에 못올리네요. ㅠㅠ
좋은 하루 되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