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33화 (13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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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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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기는 인프라야. 일단 깔아놓으면 나중에 전기를 사용하는 다른 제품들도 많이 팔수 있단 말이야. 이건 너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지금 좀 힘들더라도 참고 열심히 일하라고.”

밥의 말에 준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준이 자초한 일이었다. 게다가 물건이 잘팔린다는 게 싫지도 않았다. 잠시 몸이 고생하겠지만 하루나 이틀 정도 고생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물량이었다. 개인용 물품인 델타폰과는 달리 발전기는 하나만 있어도 몇 사람이 사용할 수 있으니 계속해서 주문이 들어올 일도 없었다.

“당분간은 제작에만 몰두해야겠군.”

델타폰도 하루에 두 시간씩 꾸준히 생산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발전기의 수요가 늘어나니 그만큼 제작에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니 문제는 루나였다. 그녀는 애초에 델타의 어그로시스템을 분석하기 위한 자료수집을 목적으로 준의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작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쏟다보면 자료수집을 할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집에 돌아와보니 루나는 데이터 분석에 한창 빠져있었다. 3차원 홀로그램이 가능한 최신형 스마트 패널을 책상위에 펼쳐놓고 가상 시뮬레이션 엔진을 띄워놓으니 마치 집안이 천체투영관이 된 것 같았다.

준은 그녀에게 당분간 사냥을 나가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루나는 그다지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하루이틀 늦는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닌걸요. 게다가 저는 어디까지나 부탁하는 입장이니까요. 준이 시간 나는대로 도와주시면 돼요.”

“그러면 내가 미안하지. 검둥이라도 데리고 가서 사냥을 해보는 건 어때? 어차피 둘다 펠로우쉽 소속이니까 굳이 내가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건 이미 이곳에 온 첫날에 시험해 봤어요.”

“그래? 결론은?”

“안돼요. 델타가 있어야 제대로 기능하는 것 같아요.”

“그런가. 확실히 펠로우쉽은 델타에 비해서 여러 기능이 부족하긴 하지.”

펠로우쉽은 델타의 다운그레이드 형 복제품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기능들이 빠져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어그로시스템인 모양이었다.

“헌데 델타의 보조가 없는 상태에서 어그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꽤나 어려운 작업이라는 뜻인거 아닐까? 만들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쩌면 반대일 수도 있죠.”

“아아. 그렇군.”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하려는 말의 뜻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델타는 펠로우쉽과 함께 있을 때 사냥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 외도를 끌어들인다.

헌데 펠로우쉽이 무한으로 확장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기능이 그대로 작동된다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될 수도 있었다.

열 명, 백 명까지야 괜찮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한 자리에 펠로우쉽에 가입된 자들이 수만명 단위로 모여있다면 어그로시스템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신호를 사방으로 쏘아보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행성안의 모든 외도들이 한 자리로 몰려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그곳은 말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이 될 수도 있었다. 개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발생하게 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펠로우쉽에는 어그로 기능이 삭제되어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준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하지?”

“아마 어떻게든 해결 해주지 않을까요? 델타에는 AI가 있으니까요.”

“펠로우쉽에는 없는건가?”

“네. 아주 초보적인 해결은 해주지만 준처럼 능동형 AI는 없어요. 질문을 주고받거나 하는 것도 불가능하죠.”

“그렇군. 생각해보면 AI라는 것도 프로그램의 집합이니 복제하는게 어렵지는 않았을텐데.”

“차이를 두려는 것이겠죠. 델타가 가지는 파급력을 생각해보면 하나로도 많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떤 거요?”

“델타 자체가 복제할 수 없을 만큼 독자적인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던가.”

“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네요. 단순히 기계라고 하기에 델타가 가진 능력이 너무 대단한 건 사실이니까요. 사실 이런 물건이 복제되어서 수백, 수천개가 풀린다고 생각하면 그건 다른 의미로 재앙처럼 느껴지거든요.”

“뭐가 되었든 지금 우리로서는 파악할 수 없다는 거겠지.”

준은 소파에 앉아 몸을 뒤로 뉘었다. 델타에 대해서 생각할때는 항상 어디에선가부터 생각이 막힌다. 결국 알고있는 지식을 넘어서는 시점에서부터는 추측과 상상의 영역일 뿐이었다.

“으아아악! 젠장할!”

준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점의 뒤쪽에 간이로 만들어 놓은 공터에는 발전기 수백대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종일 제작에만 투자한 결과였다.

“이거 대체 언제까지 해야하는거야?”

며칠 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발전기 제작이 벌써 일주일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밥의 상점을 거쳐서 빠져나간 발전기만해도 거의 천대가 넘었다. 사이즈가 크다보니 밥은 열대에 가까운 트럭을 구해 운송에 사용하고 있었는데 주문량을 충당하기에는 턱없는 숫자였다. 이미 운송대기하고 있는 발전기는 창고에 가득차 있었고, 결국 공간이 모자라 임시로 대흉근에게 시켜 공터를 하나 만들고 그곳에다가 발전기를 내어놓고 있었다.

“오늘까지만 힘내. 이제 슬슬 주문량이 떨어져가고 있으니까.”

스마트패널을 들고 수량을 확인하고 있던 밥이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일주일 동안 델타폰과 발전기 제작에만 몰두하고 있던 준이 불쌍했던지, 밥의 목소리에는 약간 미안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후. 이렇게 단기간에 팔려나갈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그래도 덕분에 니들건의 판매가 순조롭잖아.”

준은 일주일 사이에 얻은 경험치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준의 레벨은 13이었다. 12레벨을 달성했을 때만 해도 순식간에 10만이 넘는 경험치가 들어왔다며 엄청나게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기조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지속되자 준은 놀람을 넘어서 경악으로, 그리고 어느순간 무감각해지기에 이르렀다.

결국 일주일 동안 얻은 경험치는 모두 합해 50만.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숫자였다.

‘50만이라... 하하...’

결정체의 가격은 순전히 결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시세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결정도 10짜리의 경우 100만원의 가치가 있었다.

준이 일주일간 얻은 50만의 경험치는 즉, 500억의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이쯤되면 재벌이라는 말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었다. 1억에 매여 노예생활을 했던 과거가 정말 있었던 일일까 하고 의심할 정도로, 지금의 준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경험치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상점들에 피해를 주는 상황도 아니었다. 알카트뢰즈 관리공단으로 들어가는 결정체의 숫자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늘어난 상태였다. 그만큼 니들건을 통한 사냥의 효율이 좋다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말이지. 앞으로는 더 바빠질 것 같은데.”

발전기의 주문 수량은 줄어들겠지만 반대로 델타폰의 주문 수량은 점점 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준이 수제작해야 하는 물품들의 수도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었다. 이전까지 델타폰은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물건이었다. 알카트뢰즈 전체 인구의 숫자를 생각해봐도 3000명이라는 숫자는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니들건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하자 동시에 델타폰의 보급률도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단 일주일만에 아카샤넷에 등록된 사용자의 숫자는 5000을 넘어 6000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속도라면 한달안에 1만 명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준은 제작에 더욱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흠. 사실이 그렇긴 한데. 정 힘들면 적당히 쉬면서 해. 사실 급할 것도 없고.”

“그래도 팔수 있을 때 팔아야지.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문득 준은 자신이 델타폰을 이렇게 팔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최초에 제작품을 만들고 델타폰을 만들때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한가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만약 준이 이곳을 나가게 되면 델타폰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준은 시스템에게 메시지를 날렸다.

-질문 하나. 만약 내가 알카트뢰즈를 떠나게 되면 델타폰은 어떻게 되는거지?

-위치를 확정해주십시오.

-수라드 행성으로 갔다치고.

-현재 기준으로 판단해 볼 때, 90.56퍼센트의 확률로 기능이 정지됩니다.

시스템의 답변은 어느정도 준이 예상한 대로였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대답이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준이 알카트뢰즈를 나가는 순간 그동안 준이 팔아먹었던 델타폰은 벽돌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영상물도 델타폰에 저장하는 형태가 아니라 스트리밍을 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고, 아카샤 넷도 마찬가지였다. 무기종류는 여전히 사용할 수 있겠지만, 탄환을 필요로 하는 니들건은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건 사기꾼이지.’

하지만 시스템의 대답이 ‘현재로서는’이라는 점에 준은 주목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나중에는’ 된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레벨업을 하게 되면 내가 이곳에 없어도 델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건가?

-레벨업 시 마다 가능범위가 넓어지게 됩니다.

-현재는 어느정도인 거야?

-대략 20광년 정도입니다.

호랑이 길드가 있는 수라드 행성과 알카트뢰즈 사이의 거리는 대략 60광년 정도. 시스템의 설명대로라면 수라드 행성으로 가게 될 경우 델타폰은 거의 확실하게 정지된다고 보면 되었다.

-60광년 까지 범위를 넓히려면 몇 레벨이 되어야 하는거야?

-15레벨입니다.

-그렇군. 대답해줘서 고마워.

시스템의 존재를 깨닫고 나자 여러모로 편한 점이 많았다. 어지간한 문제들은 시스템에 질문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델타의 원리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다고만 하고 있어서, 그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일종의 보안 정책인 모양이었다. 만약 시스템이 그 부분까지 가르쳐 준다면 루나가 저렇게 혼자서 삽질을 하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열심히 팔아야 하는 거로군.”

“갑자기 왠 혼잣말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얼른 확인하고 들어가. 네가 있으면 집중이 안되니까.”

“다 끝났어. 그럼 수고하라고.”

“참. 그리고 조금있다가 펍으로 와. 저녁먹고나서 할말이 있으니까.”

“그러지. 좋은 소식인건가?”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지.”

준의 말에 밥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씨익 웃었다.

“드디어 그렇고 그렇게 된 건가?”

“무슨 소리야?”

영문을 알 수 없는 밥의 질문에 준이 어리둥절하지 밥이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미스틸테인 양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하단 말이야. 여자라고는 눈씻고 찾아도 없는 알카트뢰즈에서 여자친구를 만들다니. 될 놈은 어디서든 된다는 건가?”

“뭔 개소리야. 그런 거 아니라고.”

준의 시큰둥한 대답에 밥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설마 아직 키스도 못해본 거냐?”

“그건... 한 번 하긴 했지만.”

준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자 밥이 피식,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서 아무 관계가 아니라는 거야? 애송이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플레이보이였던 건가?”

“막스처럼 말하지 말아줄래?”

“막스가 와도 똑같이 말할 걸?”

“하여튼. 우리는 그런 사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라고.”

“어떻게 오해를 안하겠냐? 지금 둘이서 같은 집에 사는 거 아니야?”

“그건... 남는 집이 없으니까 임시로.”

준의 궁색한 변명에 밥이 혀를 찼다.

“펍에 남는 방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몰랐어.”

준은 정말로 몰랐다. 아니, 몰랐다기 보다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말이 맞았다.

============================ 작품 후기 ============================

이제부터 다음편 쓰러 갑니다. 토요일 좋은 밤 되세요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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