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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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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은 넉넉하게 챙겨왔기에 며칠 정도는 충분히 버틸 만한 양이 있었다. 거기다가 실러스토도 신선한 상태 그대로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스무명이 일주일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준은 몇 가지 채소와 고기로 죽을 끓였다. 배가 찰 정도는 아니겠지만 무리해서 먹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나았다.
그렇게 병사들을 먹이고 미리 설치해 둔 쉘터로 들어서자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하루종일 병사들의 수발을 들었던 루나는 벌써 피로에 지쳐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후. 이제야 좀 쉬겠군.”
루나 혼자서는 병사들을 관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준도 열심히 뛰어다녀야 했다. 시미나 검둥이에게 시킬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준은 거의 죽은 듯이 자고 있는 루나에게 담요를 제대로 덮어주고는 소파에 앉아 아카샤넷에 접속했다. 이틀 간 정신없이 움직이느라 하지 못한 니들건의 광고 영상을 업로드 하기 위해서였다.
‘편집은 대충 하고...’
하지만 여러각도에서 찍은 것들이 많다보니 은근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일이 작업하려니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라 준은 시스템에 말을 걸었다.
-혹시 영상편집도 가능해?
-레퍼런스가 있다면 가능합니다.
델타의 AI는 자아가 없는 형태였다. 그러하다 보니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스스로 어떤 것을 만들어 내거나 할 수는 없었다. 편집 역시 창조의 영역에 속해있는 것이다보니, 참조할만한 어떤 영상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영상들 전부를 레퍼런스로 삼아서 작업해 봐.
-알겠습니다. 그럼 영상편집을 시작합니다. 진행률 1퍼센트...
준은 시스템이 영상을 읽어들이고 있는 동안 델타포럼의 글들을 천천히 읽었다. 포럼은 평소와 같이 인증글, 자랑글, 분탕글들이 뒤섞여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
델타폰의 사용자가 급격히 늘다보니 새로 가입한 신입들이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추천, 반대 시스템을 정비해 둔 탓에 준이 관리하지 않아도 어느정도는 자정작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직접 손대지 않다 보면 몇몇 이상한 글들이 베스트에 올라가 전쟁터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개중 가장 문제는 자극적인 사진들을 올리는 녀석들이었다. 외도를 난도질한 사진이라던가, 잔혹하게 죽은 인간의 사진을 올리는 녀석들은 준의 눈에 띄는 대로 커트 당하고 있었다.
‘이런 녀석들은 아예 영구정지를 시켜야 되는데.’
헌터들이 죽음에 익숙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시체를 보며 좋아하는 정신병자들은 아니다. 그들도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는 문명인이었고, 전투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에서는 시신 사진을 보며 충분히 역겨운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들이 고의로 추천수를 올려 그런 것들을 베스트에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진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는 준의 머릿속에 시스템메시지가 울려퍼졌다.
-영상편집을 마쳤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응.
준이 대답하자, 그의 눈앞에 시스템이 편집한 루나의 광고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뭔가 이상했다.
어두운 화면에 난데없이 FBI의 경고문이 떠올랐다. 저게 대체 왜 저기 있는 것인지를 고민하기도 전에 다음 장면이 바로 이어졌다. 루나가 정면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자세로 하면 되나요?
-아아. 그래. 그렇게.
철컥. 철컥. 철컥.
-거기가 아니야.
-여, 여긴가요?
철컥. 철컥. 철컥.
-으흥.
철컥. 철컥. 철컥.
-하아. 하아.
철컥, 철컥, 철컥...
-아앗! 안돼!
푸슈슈슈슛!!
꽤애애앢!
-저 잘했어요?
“...이게 뭐야.”
분명히 사격자세를 하고 외도를 향해 니들건을 쏘고 있는 영상이었다. 분명히 영상은 그랬다. 헌데 뭔가 이상해도 한참이나 이상했다.
‘이거 어쩐지 야동같은 느낌인데...’
거기다가 중간중간에 계속해서 탄창을 끼웠다 뺐다 하는 장면이 삽입되어 있었다. 전혀 필요없는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그리고 리드미컬하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준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시스템을 호출했다.
-대체 뭘 보고 편집한거야?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장 많이 반복된 영상을 베이스로 작업했습니다. 제1레퍼런스를 보여드릴까요?
-아니. 됐어. 뭔지 알거 같으니까.
준은 긴 한숨을 쉬었다. 가장 많이 재생된 영상이 뭘지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야동을 표본삼아 영상을 만든 것이다.
준은 새삼 편집의 위대함을 느꼈다.
-19금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건 제외하고 다시 작업해.
-알겠습니다.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약 30분 정도를 기다리고 나니, 겨우 두 번째 영상이 나왔다.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첫 번째 것에 비하면 그럭저럭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준 자신이 작업한다고 해도 그 이상의 퀄리티는 나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대로 델타포럼에 올렸다.
그러자 예상대로 반응이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반응이 준이 바라던 반응이 아니라는데 있었다.
-이 여자 누구야? 대체 어디서 이런 모델을 구한거지?
-옷을 보니까 어디 의사나 연구원 같은데?
-저렇게 예쁜 의사봤냐? 저거 틀림없이 전문 모델이라고.
-허벅지만 봐도 걸레임. 내가 암.
-암같은 소리하네. 저 여자 내가 봤는데 주인장 여친임.
-진짜임? 알카트뢰즈에서 여자를 사귄거임? 이거 해명 좀.
-구라치지마. 저렇게 예쁜데 당연히 남자겠지.
-시바. 남자라도 좋다. 난 오늘 이걸로 간다.
준은 차례로 달리는 댓글을 보면서 참지못하고 댓글을 써갈겼다.
-이것들아 모델만 보지말고 니들건을 보라고.
-그건 됐고. 저 여자 얼마임?
-꺼져. 내가 살거야.
-니들 다 차단.
부들부들.
“감히 이것들이 누구한테.”
준은 분노에 차 저질댓글을 다는 녀석들을 일일이 차단을 먹였다. 그러자 댓글이 달리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의 백 명에 가까운 이용자들을 차단해놓은 상태였다.
‘너무 흥분했나.’
그렇다고 이제와서 차단한 녀석들을 다시 풀어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뭐, 내일 풀어주면 되겠지.’
바깥에서 사이트 운영을 이런식으로 하면 난리가 날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아카샤넷의 주인은 준이었다. 이정도 횡포를 부린다고 해서 그들이 갑자기 다른 사이트로 옮겨갈리도 없었다. 애초에 이만한 기능을 가진 홈페이지를 준 외에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주인장 화났음. 다들 입조심 해.
-니들건 이야기나 하자. 더러워서 못살겠네.
-니들이 써서 니들건.
-개소리 꺼지시고. 어쨌든 저거 실기영상은 많이 나돌지 않았음?
-그런데 저렇게 여러마리를 한꺼번에 사냥하는 장면은 없었던 거 같은데. 그리고 설명에 따르면 마나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저정도 화력을 내는 모양이야.
-보니까 탄창하나를 깨끗이 비워서 붉은색 특이외도를 잡는다고 하는데.
-저정도면 사기급 무기 아닌가?
-에이. 편집보정이 있겠지. 실제로는 한 천발쯤 먹여야 된다거나 할 걸.
-그래도 남는 장사 아니야?
-그건 그럼.
-저거 쓰려면 발전기 있어야 된다. 무턱대고 사지마라.
그제서야 조금 생산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준은 나름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당장은 발전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많이 팔릴 물건은 아니었지만, 니들건의 화력을 생각하면 앞으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었다.
-성장에 필요한 경험치를 충족하셨습니다. 경험치를 소모하여 레벨을 올리시겠습니까?(네/아니오)
‘음? 레벨업?’
준은 돌연 들리는 시스템 메시지에 어리둥절했다. 영상편집을 하다가 어딘가 오류가 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경험치를 확인해 보니 어느새 20만을 돌파하고 있었다.
“이게 뭐야?”
준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내어 입을 열었다.
“먹지마...”
그의 목소리에 살짝 잠이 깬 건지 물위에 둥둥 떠있던 시미가 실눈을 뜨더니 중얼거렸다. 꿈이라도 꾼 모양이었다. 준이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녀석은 다시 잠이 들었다.
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프로필을 확인해 보았다.
‘벌써 20만이라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히 얼마전 쉘터를 만들면서 바닥을 쳤던 경험치였다. 그때 50까지 떨어져 있는 것을 두눈으로 확인까지 했었다. 물론 슬로암을 죽이고 얻은 8만의 경험치과 던전을 클리어하고 얻은 약 1만 정도의 경험치가 있긴 했지만 그 이후에 잡은 녀석이라고는 실러스토가 전부였다. 이것저것 다 합쳐서 기껏해야 10만이 넘을까 말까한 경험치였는데 갑자기 정신을 차려보니 20만을 넘기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이정도로 경험치가 들어오려면 무기 종류가 많이 팔리는 것 밖에는 없는데...’
동영상 시청으로는 충분히 많은 액수가 들어오지는 않는다. 대략 엔터테인먼트 쪽 사업을 통해서 들어오는 EP는 최근들어 하루에 약 2천에서 3천. 평균적으로 1인당 1EP가 들어온다고 보면 되었다.
때문에 갑자기 무슨 이슈라도 생기지 않는 한 그쪽에서 많은 경험치가 들어올 일은 없었다.
‘니들리스가 갑자기 많이 팔릴 이유는 없지.’
지금까지 열심히 팔아치워왔고, 지금도 꾸준히 하루에 몇 개씩 팔리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이슈가 될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니들건인가? 하지만 광고영상을 올린지 한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니들건을 제외하면 다른 가능성이 없었다.
‘시어도어 대령인가?’
군대에서 한꺼번에 대량으로 주문을 했다면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약 1천 정 정도만 해도 준에게 떨어지는 경험치가 14만 정도 되니 그리 말도 안 되는 수치는 아니었다.
“폭발물을 가지고 있었다고?”
준이 입을 열었다. 어느정도 체력이 회복된 볼칸은 펍에 준과 마주앉아 사건의 경과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에게 걸려있었던 펠로우쉽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었다. 루나가 말한 지인 중 한 명이 바로 볼칸이었던 것이다.
다른 녀석이라면 모르지만 볼칸이라면 준도 어느정도는 납득할 수 있었다.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의 책임정신은 준도 감탄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루나가 펠로우쉽에 있는 이상, 그녀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을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래.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가 당할 이유가 없었지.”
밴디트들이 얼마나 습격을 하던지간에, 숨을 곳이 없는 이런 황무지에서 총을 든 군인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설령 녀석들 중 중급헌터가 섞여있다고 해도 분당 300발을 쏘아대는 자동소총을 상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군부대에서 유출된건가?”
“아니. 군인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아니야.”
볼칸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준은 그의 대답에서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군부대에서 나온게 아니라면, 대체 어디서 나온거지?”
“문제는 그건데 말이지.”
볼칸은 주머니에서 결정체 하나를 꺼내들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물건이었다.
“이게 뭘로 보여?”
“결정체?”
“이게 폭발한다면 믿겠어?”
“그럴리가.”
볼칸의 말은 그런 가능성을 생각지도 않고 있던 준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결정체 자체로는 상당히 안정적인 물건이었다. 대기중에 두면 자연스럽게 엑조틱에너지를 방사하기는 하지만, 그시간은 수개월에 걸쳐 느리게 이루어진다.
게다가 물이나 산소에도 잘 반응하지 않고, 온갖 촉매를 동원해도 반응속도는 거의 일정했다. 산이나 염기성 물질에서는 오히려 엑조틱 에너지의 분출이 늦어지기까지 했다.
반응속도를 통제하는 방법으로는 반입자와 반응시키는 경우밖에 없는데, 그러한 반입자들은 강력한 자기장에서만 보관할 수 있기에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거의 사용할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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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구요. 내일은 개인 사정으로 오후 늦게 올라갑니다. 비축분없이 쓰다보니 개인사정이 있는 날에는 업로드 시간에 변동이 많은데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