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29화 (12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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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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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 슬로암과 플라나타러스를 상대하는 동안 실러스토를 잡기 위한 그물이 완성되었다. 결론부터 말해 준은 그것을 이용해 녀석을 건져 올리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골렘 두 마리가 호수 반대쪽으로 실러스토와 전투를 벌이며 녀석을 몰면, 나머지 두 마리가 그물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가 녀석이 오는 것을 보고 그물을 던지는 간단한 작전이었다.

사실 그물같은 걸로 될까 하고 의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헌데 생각보다 쉽게 잡혀서 약간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며칠동안 녀석의 힘을 빼둔 것이 주효했던 것 같았다.

퍼드득! 퍼드득!

“윽. 물튀는 것 좀 봐.”

준은 물방울이 튈때마다 체력이 10씩 빠지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녀석은 나름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미 물위로 끌어올려진 이상 물고기의 운명은 다한 것이었다.

“흉근아!”

쿵!

준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대흉근이 실러스토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녀석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더니 바둥거리는 것을 멈추고 축 늘어졌다.

뻐끔. 뻐끔.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숨은 쉬려고 하는 모양인지 입을 뻐끔거리는 모습이 참 애잔했다.

“불쌍하네요. 저 녀석도 살고 싶은 것 같은데.”

루나가 그런 실러스토를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죽고 싶은 녀석이 누가있겠어. 외도도 일종의 생명체인데.”

“살려주는 건 안되겠죠?”

“안되겠지. 어디 풀어놓을데도 없고, 만약 있다고 해도 녀석이 사람을 공격하지 않을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준도 사실은 약간 찜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애시당초 이 호수만을 거점으로 삼는 녀석이었고 어찌보면 침입자들을 물리치려는 것 뿐이었다. 처음부터 자신들을 죽이려고 덤벼든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물을 뿌리는 정도로, 가벼운 경고만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 곳에 자리잡기로 마음을 먹은 준으로선 녀석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외도를 상대로 동정심을 느끼는 제가 이상한거겠죠?”

루나의 말에 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녀석들을 여섯이나 데리고 다니는 나도 있잖아. 사실 우리쪽에서 먼저 공격을 한 거다 보니 나 역시 찜찜한 건 마찬가지야.”

하지만 그렇다고 살려둘 수는 없었다. 마음같아선 그냥 풀어주고 싶기도 했지만 외도는 언젠가 인간을 공격하게 되어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그 피해를 입은 자는 준 때문에 피해를 입게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을 뻔히 알면서 통제도 하지 못할 녀석을 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시미처럼 작아서 데리고 다니거나 관상용 금붕어처럼 집에 둘 수 있는 녀석도 아니었다.

“결국 죽이는 수밖에 없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나마 고통없이 보내주는 거겠지.”

준은 대흉근에게 니들리스 스피어를 쥐어주었다.

“가능한 한 한방에 죽여. 여기를 찌르면 될 거야.”

거의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물고기를 보며 준은 마스터가 알려준 위치를 가리켰다. 머리와 아가미 안쪽에 세로로 주름이 있는 부분이었는데 작지만 그곳을 관통하면 그대로 녀석의 뇌를 찌를 수 있게 된다. 대형 외도인 만큼 보통의 물고기와는 다르겠지만 그나마 그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대흉근은 한손으로 실러스토의 아가미를 벌리고 그곳으로 강하게 창을 찔러넣었다.

푸욱!

부르르-

창이 아가미사이로 머리를 관통하자, 실러스토가 몸을 강하게 떨었다. 이내 녀석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하나 툭, 하고 떨어지더니 그대로 고개를 툭 내려놓았다.

“시미 슬퍼요.”

준의 앞주머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시미가 입을 열었다. 녀석을 보니 눈을 비비며 눈물을 닦고 있었다.

“아아. 원래 알고 있던 녀석이었던거야?”

시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아뇨. 엄마가 저 녀석에게 잡아먹혔어요.”

“...그럼 왜 우는 거야? 아니, 그전에 엄마가 대체 누구야? 세상에 땅속에 있는 만드라고라를 물고기가 잡아먹을 수 있는거야?”

“아니에요. 엄마는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었어요. 심심 할 때마다 내 머리위에 앉아서 이야기도 많이 해줬었어요.”

“그거 요정아니냐?”

“엄마에요.”

“뭐, 어쨌든. 이런 척박한 동네에 한때라지만 요정이 살았다는 건가...? 참 신기한 일이로군.”

“요정이라는 건 어디든 숲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루나가 입을 열었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럼 이 녀석 순수한 만드라고라는 아닌거로군.”

요정과 함께 지냈다면 요정의 정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일반적으로 요정의 가루에는 엄청난 생명령이 깃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었고, 시미가 그 요정의 보살핌을 받았다면 그로 인해 이성을 지니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리 여성체 만드라고라가 귀하다고 해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아마 그 영향 때문인 모양이었다.

따지고 보면 저 실러스토도 지나치게 지능이 높았다. 거의 인간에 필적하는 지능을 지니고 있었는데 요정을 잡아먹었다고 생각하면 어느정도 납득이 되었다.

“저 녀석 배를 갈라보면 요정이 나올지도...”

“그... 이미 다 소화가 되었을 것 같은데요. 설령 뭐가 나온다 하더라도 안보는게 나을거에요.”

루나가 질색하며 준을 말렸다. 잠시 녀석의 배를 갈라보려던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동분류를 통해 녀석의 몸속에 있는 결정체만을 따로 챙겼다.

실러스토의 고기는 그대로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다. 마스터에게 맡기면 꽤나 괜찮은 요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쿨...”

“그새 자는거냐.”

준은 실컷 울고는 잠에 빠져든 시미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비록 인간과는 달랐지만 이 아이에게 있어 슬픔이란 감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시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일차 작업은 끝났으니까, 이제 그쪽이 나설 차례야.”

준은 루나의 곁에서 잔뜩 무게를 잡고 있던 볼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미 호수까지 오는 길은 일차로 대흉근에 의해 길이 만들어 진 상태였다. 그 뒤로 2.5톤 트럭 다섯 대가 줄지어 자재를 싣고 서 있었다.

“후... 일단 이쪽에 집을 지으면 되는 건가?”

“화려할 필요는 없고 그냥 목재가옥이면 돼. 그정도는 할 수 있잖아?”

“이 걸로 빚은 없는 거다.”

“사람 목숨을 빚져놓고 이정도로 퉁치겠다는 거야?”

준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한 태도로 입을 열자 볼칸도지지 않고 입을열었다.

“소대단위의 공병대를 사적인 이유로 쓰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그건 내 알바 아니고. 거기다가 좋은 정보 하나 알려줬잖아.”

그렇지 않아도 준은 볼칸에게 데드맨시티의 위치를 알려준 상황이었다. 이미 그곳은 폐허밖에 남아 있지 않았지만 멀리갔다가 돌아오는 밴디트들을 사로잡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아아. 그거라면 그다지 소득이 없어. 지금까지 다섯 명 정도 체포한게 전부야.”

“다섯 명이 적은건 아니지. 적어도 녀석들의 소굴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사고과에 반영될텐데?”

“끙. 네말대로긴 하지.”

“승진하면 또 빚이 생기는 거로군.”

“그래도 이런 식으로 도움을 주는 건 이게 마지막이다. 편의를 봐줄 수는 있지만 군대를 움직이는데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는건가?”

“그래서 그게 얼만데?”

준은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오히려 말문이 막히는 건 볼칸이었다. 사실 그도 정확한 액수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어 볼칸에게 넘겨주었다. 볼칸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준을 쳐다보았다.

“이게뭐지?”

“수고비. 부하들을 저렇게 고생시키는데 밥은 잘 먹여야지. 알아서 사용하라고.”

“후... 역시 맘에 안드는 녀석이야.”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소리하지마.”

볼칸은 주머니 안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그대로 품에 넣었다.

“얼마인지 확인도 안해보는 건가?”

“확인해야 하는 건가? 많으면 좋고, 적다면 아쉽겠지. 어느쪽이 되었든 그런 내 얼굴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다.”

“재미없기는.”

준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공사는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자재와 장비가 충분하다보니 숙련된 공병들의 집짓는 속도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해가 머리위에 있을 때 시작된 공사가 반나절이 채 되지 않아서 끝날 정도였다.

“이렇게 빨리 지어도 되는 건가...?”

준은 약간 어이가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공사현장을 바라보았다. 몇 시간만에 집 한 채가 뚝딱 지어진 것이다.

“오히려 오래 걸린 거다. 땅을 다지는 작업 때문에 시간이 걸린거지.”

사실상 나무로 뚝딱뚝딱 지은 집이라 마감처리가 제대로 되어있을리 만무했지만, 이런 곳에 살면서 그런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사실 모듈화가 되어있는 조립식주택을 건조한다면 한 시간이면 끝날 작업이었지만 그건 꽤나 고가의 제품이라 이런 곳에서 사용하기에는 사치였다.

“상하수도 작업은?”

“그건 공사가 전부 끝나야 가능하지.”

“그럼 한 며칠 걸리는 건가?”

“우리가 그렇게 할 일이 없어보이나? 내일까지 끝내고 철수 할 생각이다.”

볼칸은 그렇게 말했고, 실제로 그 말대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준은 이틀에 걸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부르릉-

2.5톤 트럭 다섯 대가 배기음을 내며 멀리 떠났다. 준은 고개를 돌려 그들이 이틀만에 만들어버린 새 마을을 보았다.

총 네 채의 집이 호수 근처에 그럴듯하게 지어져 있었다. 상수도는 호수의 물을 전기로 끌어올려 각 가정에 보급하는 형식이었다. 전력은 준이 준비한 태양광발전기를 사용했고, 하수도는 숲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간헐천으로 연결시켜 두었다. 땅을 파는데 골렘들의 도움이 좀 필요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정말로 이틀 만에 그 말도안되는 짓을 해내고 돌아간 것이었다.

“역시 군인은 대단한 것 같아...”

“상급헌터 서른명이 모인다고 해도 이렇게 하지는 못했을 거에요.”

루나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 그동안 내가 너무 델타에만 의지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굳이 그런게 없어도 저렇게 할 수 있는데.”

“갑자기 반성하는 건가요?”

“확실히 좀 게을러 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어쨌건 새 마을이 생겼으니 이름을 붙여야겠지?”

“아. 그러네요. 미리 생각을 해두면 좋았을 걸.”

“원래 이곳에는 이름이 없는 건가?”

“네. 전 지형에 이름을 붙이는 건 낭비니까요. 새롭게 개척한 마을이나, 눈에 띄는 지형정도에만 이름을 붙이고 있어요.”

“원래 이곳도 개발예정지 였잖아. 거기서 부르는 이름은 없었던건가?”

“있기야 있죠. 하지만 말그대로 서류에만 있는 이름이라서요. 그것도 알파벳과 숫자로 이루어져 있구요.”

루나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이름을 지어도 기존의 이름과 혼동되는 경우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럼 내가 지어도 되겠구나.”

“뭐라고 할 건데요?”

“레이크시티.”

“퓨...”

준은 이상한 소리를 내는 루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루나가 깜짝 놀라며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드, 들렸나요?”

“역시 좀 유치한가?”

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루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호수가 있는 마을이니까. 낭만적이고 좋네요.”

루나는 숲속에 반쯤 가려진 집들을 돌아보았다. 호수면에 반짝이는 빛들이 아름답게 사방을 비추고 있었다.

쾅!

그때 멀리서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 뭐죠?"

한창 감상에 빠져있던 루나가 깜짝 놀라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준도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저곳은...?'

폭발 방향을 바라보던 준은 그곳이 볼칸의 부대원들이 사라진 방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 정도 폭발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화기나 혹은 폭발할 만한 위험물질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이 근처에서 저런 폭발을 낼 수 있는 것은 볼칸 일행이 타고 왔던 트럭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볼칸이 공격당한 것 같아."

준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다음 이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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