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8 ----------------------------------------------
니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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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덩이가 된 플라나타러스의 몸에서 던전핵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준은 하얗게 빛나는 던전핵을 손에 쥐었다. 역시 이번에도 던전핵은 준의 정신을 침범하려 하였다. 하지만 칼레이건이나 슬로암의 핵과는 달리 하얀색 던전 핵의 침식은 델타에서 손쉽게 차단할 수 있었다.
쿵! 파지직!
준은 그것을 바닥에 놓고 니들리스 해머를 내리쳤다. 밝게 터지는 빛과 함께 준은 퀘스트완료 메시지를 확인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 분석중... 70퍼센트의 기여도를 획득하셨습니다. 경험치가 8629가 주어집니다.
-추가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경험치 2300이 주어집니다.
“흠. 많긴 한데...”
한 달 전만해도 이정도 경험치를 얻었다면 입을 쩍 벌리면서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한번에 10만 가까이 되는 경험치를 얻다보니 그리 눈에 차지 않는 양이었다. 하지만 애당초 이번에는 준 자신보다 루나의 레벨업이 목적이었다. 거기다가 전투중에 새로운 기술을 얻기도 했으니 그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휘잉-
던전에서 빠져나온 준은 메마른 바람을 느끼며 루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나?”
그녀는 준의 부름에 번득 정신을 차리더니 입을 열었다.
“아... 자, 잠시만요. 이것 좀 처리하고요.”
최근 준 때문에 어리숙한 모습을 자주보이는 그녀였지만 기본적으로 그녀의 성격은 상당히 차분한 편이다. 그런 그녀가 저토록 당황할 정도면 이번 전투로 얻은 경험치가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었다.
‘어디한번 볼까?’
준은 펠로우쉽 창을 열어 루나의 프로필을 확인해 보았다.
사용자 ; 루나 미스틸테인
레벨 ; 5
클래스 ; 과학자
칭호 ; 펠로우쉽의 대상자(모든 능력치 +1)
능력치
체력 445/445 마나 421/421 경험치 98 잔여 스탯 0
힘 6(+1) 민첩성 9(+1) 지능 43(+1) 정신력 15(+1)
기술
시뮬레이션(초급) : 과학자는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결과를 유추합니다. 조건을 취합하여 앞으로 일어날 일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91%)
이론정립(초급) : 과학자는 독자적인 과학이론을 정립할 수 있습니다. 논리구성이 치밀할수록 성공률이 높아지며 완성된 이론은 기술로 등록하여 사용가능합니다. 상위의 개념에 논파되지 않는 한, 1미터 안의 범위에서 그 이론은 현실로 구현됩니다.(숙련도 0%)
멀티태스킹(초급) : 동시에 여러 개의 작업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0%)
보조기술
인벤토리 : 델타의 사용자 허락 하에 인벤토리 공간을 일부 공유할 수 있습니다. 공유할수 있는 최대 용량은 1*1*1m크기의 큐브 10칸입니다.
펠로우쉽 : 타인과 펠로우쉽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계약시에 경험치 10이 소모됩니다. 펠로우쉽의 해제는 델타의 사용자만이 가능하며, 서로 적대행위가 불가능합니다. (0/5)
“이건...”
프로필을 살펴보던 준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그의 생각보다 5레벨 특전이 어마어마하게 좋았던 것이다.
특히 준을 놀라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펠로우쉽의 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준은 그것이 오직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파티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최대한 레벨을 올려서 숫자를 늘려봐야 100명을 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펠로우쉽 대상자가 또다시 펠로우쉽을 맺을 수 있게 된다면 그 숫자는 무한히 증식할 수 있었다.
“이건 좀 무서운데...”
이렇게 되면 델타를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펠로우쉽 형태가 완성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의 파급력이 얼마나 될지 준은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최소한 5레벨은 되어야 펠로우쉽을 맺을 수 있으니 그렇게 까지 말도 안되게 확장되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펠로우쉽 자체가 늘어가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델타는 일반인도 헌터로 만들 정도로 강력한 육성프로그램이다. 그 대상이 일반인이든 헌터든 아주 짧은 시간에 그들의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었다.
단순히 결정체를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인류가 외도에 대항하는 힘 자체가 강력해진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펠로우쉽끼리는 서로 적대행동이 불가능하니, 그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준에게도 좋은 일이다. 펠로우쉽이 델타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는 이상, 그들은 준을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펠로우쉽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준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참. 그러고보니 5레벨이 된거 축하해.”
준은 루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루나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벤토리는 10개 전부 공유해 둘게. 어지간하면 이상한 물건은 넣어두지마, 공유개념이니 만큼 내가 그 안을 들여다 볼 수도 있으니까.”
“염치없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고맙게 사용할게요.”
루나는 잠시 주저하다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인벤토리 기능은 펠로우쉽 대상자가 자체적으로 열수는 없었고, 오직 준의 권한으로 일정공간을 ‘공유’하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었다.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만약 루나가 감추고 싶은 물건 같은 걸 넣어둔다고 해도 그 내용물을 준은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준은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너와 내가 거리가 멀어지게 되면 인벤토리 사용은 어떻게 되는 거지?”
“글쎄요...? 아마 제가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거 아닐까요? 어디까지나 인벤토리는 델타의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래서야 인벤토리 사용의 의미가 없잖아. 내가 곁에 없다고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을 왜 굳이 부여하겠어?”
“그러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인벤토리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않을까? 헌데 그렇게 되면...”
준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도 안되는 기능이었다. 펠로우쉽과 인벤토리 공유는 일종의 ‘공간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생명체는 인벤토리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대흉근 같은 골렘은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었다.
“델타가 서로 연결되는 지점에 있다면 중계무역만으로도 떼돈을 벌 수 있겠군.”
“그렇긴 하지만 그건 불법이에요.”
“안들키면 괜찮잖아. 루나도 불법으로 나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것 아니었어?”
“그건 당신을 위해서 하는 거니까 괜찮아요.”
“...”
준은 루나의 도발적인 대답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와. 이건 완전히 한방 먹었네요. 형님.
-시끄러. 임마.
준이 검둥이를 노려보자 녀석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루나는 귀까지 붉어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기가 말하고 자기가 부끄러워하면 어쩌자는 거야.’
준은 화제를 돌려야 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과학자 클래스를 얻은 것 같던데.”
“아. 네. 여러개의 시뮬레이션을 동시에 돌릴 수 있고요, 이론정립이라는 기술을 얻었어요.”
“헌데 그거 설명만으로는 대체 뭔지 잘 모르겠던데. 그러니까 기술을 새로 만드는 건가?”
“러프하게 생각하면 그렇죠. 기본적으로는 이능에 속하는 힘을 수학을 통해서 만들어 내는 거에요. 일단 수식이 완성만 되면 그에 따라서 각각의 힘이 재배열 되는 거죠.”
“역시 기본은 수학인건가?”
“네. 그래도 그렇게 까지 어려운 건 아니에요. 어차피 물리학자들의 수학이라는 게 수학자의 그것에 비하면 한없이 난이도가 낮은 편이기도 하고.”
“물리학자가 아닌 사람 입장에선 어렵지.”
“준도 금방 배울 수 있을걸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한데.”
애초에 준은 기관을 다루는 엔지니어였고, 수학에 관해서는 그다지 조예가 깊지 않았다. 석사과정에 필요한 수학은 익혔지만, 워낙 어린나이에 대학을 떠나 현장에서 구르다보니 기껏 배웠던 것도 상당수 잊어버린 상태였다.
물론 다시 배우라고 하면 금방 익힐 자신은 있었다. 어쨌거나 현재의 준은 자그마치 지능이 30을 넘고 있었으니, 박사과정의 수학이라고 할지라도 2년 안으로 마스터 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긴 준이 굳이 이제와서 그럴 필요는 없죠. 나중에 제가 기술을 완성하면 그것만 따로 익히면 될거에요.”
“뭐, 안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어차피 이론정립을 통해 만든 기술은 정식기술로 등록이 된다. 마치 준의 ‘정면내려치기’와 같은 개념인 것이다. 준은 나중에 그녀가 만든 기술만 따로 배워서 사용하면 될 일이었다.
“그럼 많이 만들길 바랄게.”
“새 이론 하나 만드는 게 쉬울 거 같아요?”
“루나라면 할 수 있을거야. 파이팅.”
준은 그녀를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반쯤은 농담이었지만, 나머지 반은 진심이었다. 그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준의 능력이 더욱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참. 그리고 펠로우쉽 말인데.”
“네. 저도 사실 그게 고민이에요.”
준도 그것 때문에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 지금까지 펠로우쉽에 속할 수 있었던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처음 준과 함께 사냥을 했던 호랑이 길드원과, 지금 눈앞에 있는 루나까지 합해 겨우 네명이었다. 그외에 나머지는 모두 외도들로만 채워져 있는 상태였다.
당시에는 펠로우쉽에 들일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 일거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한 제한을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펠로우쉽 대상자도 5레벨이 되면 자신의 뜻대로 펠로우쉽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준은 이것을 좀 더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펠로우쉽의 숫자는 늘면 늘수록 좋기 때문이었다.
준은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네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아. 네 뜻대로 결정해서 펠로우쉽 계약을 체결했다면 나는 거기에 관여하지 않을게.”
“정말인가요? 그래도 되겠어요?”
“아아. 가능하면 정부나 대기업들 쪽 인사는 피해줬으면 하지만, 그것에 네 판단에 맡길게.”
“연구원인 동료 몇이 있어요. 믿을 만한 사람들이니까 괜찮을 것 같긴해요.”
“이왕이면 가족이 낫지 않아?”
“가족은 없어요.”
“아아. 미안해. 쓸데없는 소리를 했어.”
“괜찮아요. 친구는 많으니까요.”
루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준은 자신이 좀 더 태연하게 받아주었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다. 여기서 괜히 의기소침하거나 더 미안한 티를 내면 그녀가 불편해 할 것이라고 생각한 준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부모님이 없어.”
"..."
갑작스런 준의 선언에 루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뭐, 뭐야? 대체 왜 웃는거지?”
“아니. 방금 그거 너무 어색해서... 큭큭. 그런 말을 그렇게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준은 배를 잡고 웃음을 참으려 애쓰는 루나를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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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두편까지는 올리겠습니다. 다음편은 아마 한 10시~11시 사이에 올라갈거에요. 이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게 아니라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