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7 ----------------------------------------------
니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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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대답을 했다고? 설마 AI가 탑재되어 있었다는 건가?’
준은 머리를 때리는 깨달음에 잠시 혼란에 빠졌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델타는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려 준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그를 이끌어왔고 이는 그저 데이터의 집합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즉, 델타의 내부에는 자체적으로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준이 그것을 깨닫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까지는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결과만을 준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했던 것뿐이다. 설마 사용자와 소통이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내, 내가 그쪽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보통의 AI는 각자 가진 이름이 있었다. 유명한 AI시스템으로는 시리와 코타나 시리즈가 있었다.
-저는 통합정보시스템입니다. 자아가 없기에 이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그렇군. 그럼 시스템이라고 부르지. 헌데 왜 이제야 존재를 알린거지?
-저는 델타가 활동하는 시점부터 존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대한 정보는 튜토리얼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통합정보시스템에 대한 튜토리얼은 이미 읽었다. 거기에는 물론, 이런 기능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는 없었는데. 튜토리얼은 내가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자연어 처리는 10레벨에 추가된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준이 다시한번 살펴보니, 통합정보시스템에 대한 설명 중에 딱 한 줄이 추가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용자는 델타에게 자연어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라니... 설명 참 불친절하군.’
설령 제때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 보고서는 기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지.
약간 늦긴 했지만 그 정도면 그리 큰 손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아니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을 얻었으니까.
-헌데 정신력으로 신체에 침투하는 적을 막아낼 수 있는건가?
-정신력이 40에 도달함으로써 델타를 통해 나노로봇을 사용가능합니다. 나노로봇을 이용해 신체에 침투한 적 생명체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스탯에 그런 능력이 있는 건가?
-각 스탯마다 그에 해당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설명은 나중에 부탁하지. 일단은 이쪽이 급하니까.
시스템과 대화를 하는 사이 포자의 침식률이 20퍼센트를 달리고 있었다.
‘남은 잔여 스탯이 15이고, 현재 정신력 스탯이 35니까...’
준은 재빨리 정신력에 스탯을 다섯 개 투자했다.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가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종을 초월한 정신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한계를 넘어선 정신은 육체를 벗어나 외부세계에 힘을 투사할 수 있게 됩니다. 기술 ‘염동력’을 획득하셨습니다.
‘염동력?’
준은 나오라는 나노로봇은 나오지 않고 갑자기 다른 기술이 나오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을 읽고나자 준은 염동력의 사용법을 알 수 있었다.
기술, 염동력(초급)
사용자의 정신력이 최대한으로 고양되어 나노로봇을 조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나노로봇은 뇌파로만 작동 가능하며 사용자의 신체를 포함 반경 10여미터에 한해 어떤 물건이든 조작할 수 있습니다. 초급에서는 100kg의 중량을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숙련도 0%)
‘즉, 나노로봇을 뇌파로 조종하여 포자를 제거할 수 있다는 거겠군.’
염동력의 발동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이미 뇌파를 이용하여 델타를 조작하는 일에는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나노로봇에서 느껴지는 생소한 감각이 잠시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긴 했다.
‘마치 팔 하나가 더 달린 것 같군.’
현재로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정도만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헌데 어떻게 이 능력으로 몸속의 포자를 제거할 수 있다는 거지?
-신체의 스캔과 연산은 델타에게 맡기고, 그저 몸안의 이물질을 제거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준은 시스템의 인도에 따라 눈을 감고 자신의 몸안을 가만히 지켜본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준의 눈앞에 자신의 몸 전체가 들어왔다. 피부를 뚫고 내려간 시야는 근육과 뼈, 그리고 각 혈관과 신경까지 그 시야를 좁혀 나갔다.
‘으으...’
이건 제정신으로 볼만한 광경은 아니었다. 자신의 육체를 세포단위부터 본다는 것은 그 그로테스크함에서부터 이미 어지간한 정신력으로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저것들인가...’
자신의 육체를 살피던 준이 드디어 몸속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포자들을 찾을 수 있었다. 현미경으로 확대한 듯한 그 모습은 마치 커다란 공에 날카로운 낫들을 잔뜩 붙여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저것들이 내 몸속에서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는 거지?’
포자들은 근육 자체에 손상을 줄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대신 근육을 움직이게 만들어주는 신경을 건드려 제대로 된 신호를 전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것이 심각해지면 각종 장기로 전해지는 신호를 끊어버릴 위험이 있었다. 더 이상 포자들이 육체를 장악하기 전에 이 녀석들을 제거해야했다.
‘저 놈들을 없애줘.’
준이 일일이 포자들을 제거할 방법은 없었다.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개체가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준이 그렇게 의지를 발현하자, 델타에서 명령을 받아 포자로 여겨지는 외부생명체를 하나하나 제거하기 시작했다.
-포자에 의한 침식률 19퍼센트.
-포자에 의한 침식률 18퍼센트.
-포자에 의한...
준이 일괄 명령을 내리자 침식률이 빠른 속도로 저하되기 시작했다. 나노로봇은 시스템의 설명처럼 포자를 제거하기 시작했고, 준은 서서히 자신의 몸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휴. 일단 이걸로 포자들에게서는 해방된건가?”
준은 멀리서 자신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루나와 일행들을 향해 괜찮다는 손짓을 보내고서는 고개를 들어 거대한 플라나타러스를 바라보았다.
-염동력으로 나노로봇을 직접 적의 몸에 투사할 수는 없나?
-불가합니다.
-이유는?
-나노로봇이 상대의 엑조틱에너지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신체에 침입하기도 전에 파괴될 확률이 99.99퍼센트입니다.
-어쩔 수 없나.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나노로봇을 이용해 염동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준에게는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개량형 6연발 가스토치, 식스팩을 다섯 개 더 꺼내었다. 더 만들어서 돌릴 수도 있었지만 지금으로선 그 정도를 컨트롤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 어디 새 기술을 사용해볼까?”
준이 이미 가지고 있던 식스팩 하나와 새로 꺼낸 것 다섯 개, 총 여섯 개의 식스팩을 허공으로 띄워 올렸다.
둥둥-
아직 제대로 컨트롤 하기는 어려워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이러저리 방황하는 식스팩들을 보며 준은 조금 더 정신을 집중했다.
‘내가 일일이 전부 컨트롤 할필요는 없잖아.’
포자를 제거하듯이 하나의 명령을 동시수행하도록 명령을 내리면 될 일이었다. 준은 단 하나의 식스팩만을 자신이 조종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여섯 개의 식스팩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 지금 내가 보고 있는게 뭐죠?
갑자기 허공으로 떠오르는 식스팩을 본 루나가 메시지를 보냈다. 실제로 헌터들 중에서 염동력을 사용하는 이들도 있긴 했지만, 준은 본래 초능력자가 아니었다.
-새 기술. 나중에 설명해줄게.
준은 그렇게 말하고 여섯 개의 식스팩을 플라나타러스를 향해 정조준 했다. 준이 조작한 것은 단 하나의 식스팩이었지만 그것의 움직임을 따라 나머지 다섯 개의 식스팩도 동시에 플라나타러스를 향해 총구를 돌렸다.
처처척!
“조금 시끄럽겠군.”
준은 정신을 집중해 식스팩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동시에 여섯 개의 식스팩이 불길을 뿜어내었다.
콰콰콰쾅!
“읏!”
멀리 있던 루나가 귀를 막을 정도로 엄청난 굉음이 울려퍼졌다. 동시에 플라나타러스의 가지부분에서 수액과 포자가 뒤섞여서 분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한두 발의 공격은 막을 수 있어도 여섯 개의 식스팩이 뿜어내는 화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탄창을 모두 비워내고 나자, 플라나타러스의 가지는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
낮고 느리게 깔리는 소음. 그것이 눈앞에 있는 거대한 나무의 비명이라는 것을 깨달은 준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덕분에 좋은 기술 하나 얻었군. 고맙다고 해야하나?”
철컥. 철컥.
준은 인벤토리에서 여섯발들이 가스팩을 꺼내어 염동력을 이용해 탄창을 갈았다. 그러자 나머지 다섯 개의 식스팩도 동시에 움직였다.
그야말로 일인 부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화력을 뿜어내는 준에게 더 이상 플라나타러스는 위협적인 적이아니었다. 준이 탄창을 가는 동안 또다시 포자가 준의 몸을 뒤덮었지만 더 이상 그것들은 준의 몸에 침입할 수 없었다.
들어오는 족족 나노로봇에 의해 제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우---
“잘 타는 군.”
준은 대형 캠프파이어를 보는 심정으로 불타오르는 플라나타러스를 지켜보았다. 워낙 거대한 나무이다 보니 타는 시간도 오래걸렸고, 그러다보니 주변의 나무에 불이 옮겨붙기 시작했다. 그래서 준은 골렘들에게 아예 탈만한 나무들을 전부 제거하도록 시켰다. 하지만 빠르게 옮겨붙는 불을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준은 자신들이 있는 쪽의 나무만 제거하도록 명령을 바꾸었다. 숲의 규모가 어마어마 하게 넓긴 했지만 결국 던전핵만 부수면 사라지기 때문에 이 숲에서 산소가 부족해 사망할이유는 없었다.
“이래도 되나 모르겠네요.”
루나는 엄청난 기세로 타들어가는 숲을 보며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엄청난 행성을 발견하고, 또 그만큼의 식생을 발견하는 현대에서도 숲에 불을 지르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었다. 물론 이곳이 던전안이라는 점에서 방화행위가 발각되거나 설령 발각된다고 할지라도 처벌 받을 위험은 없지만 그렇다 해도 찜찜한 것은 사실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숲안에 살고 있을 많은 동식물들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녀가 환경론자가 아니더라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저 녀석을 내버려 두는 것도 위험하고, 저 포자가 이 숲 전체를 감염시키고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차라리 불태워 버리는게 나을 수도 있어.”
“확실히 그건 그렇네요. 그러고보니 미리 채취를 해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생물학에도 관심있어?”
준의 물음에 루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하지만 그쪽에 아는 친구가 몇 있어요. 포자단위의 생명체가 외도화 된 경우는 발견된적이 없으니 가져다 주면 꽤나 좋아했을 것 같아요. 이제와서는 다 타버렸지만요.”
“만약 잘못해서 번식이라도 하면 위험하니 차라리 이쪽이 나은건지도 몰라. 게다가 플라나타러스가 죽은 이상, 엑조틱에너지를 받을 기생체가 사라지면 그 힘을 유지하지 못하고 잃어버리니까, 아마 실험실에서도 별다른 걸 건지지는 못했을거야.”
“그렇겠네요.”
루나는 여전히 아쉬운 눈치였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준의 말이 맞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략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자 거대한 플라나타러스가 새카맣게 숯이 되어버린 모습을 드러내었다. 더 이상 탈 것이 없어서 불도 완전히 진화된 상태였지만, 그 속에서는 아직도 강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흉근아. 저 녀석 해체 좀 부탁해.”
-알았어.
준이 명령을 내리자 대흉근이 골렘형제들과 함께 플라나타러스를 부수기 시작했다. 나무기둥을 후려치자 그 안에서 아직 살아있던 불길이 혀를 내밀었다. 바깥의 산소가 유입되며 아직 다 타지 못한 수액의 찌꺼기에 불이 붙은 것이다.
쿠왕! 쿠적! 꽈지직!
하지만 열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골렘형제들이 불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나무를 부수자, 결국 거대한 플라나타러스의 몸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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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감기 걸리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