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6 ----------------------------------------------
니들 건
*
*
*
쏴아아!
그러자 플라나타러스의 몸체가 거세게 흔들렸다. 마치 거센 바람을 맞아 떨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녀석의 온몸에서 노란색의 뿌연 연기 같은 것들이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서!”
준은 루나를 향해 소리쳤다. 연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당장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공격성을 띄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준과 루나, 그리고 검둥이가 거리를 벌린 사이 그 노란 연기는 골렘들의 온몸을 뒤덮었다. 자세히 보니 노란 연기는 일종의 포자같은 것으로 순식간의 골렘의 몸위에서 이상한 촉수같은 것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윽. 저거 굉장히 기분나쁘게 생겼네요.”
“그나마 골렘이라 다행인건가?”
화르륵!
대흉근은 다시한번 온몸에 불을 질렀다. 그러자 녀석의 몸을 뒤덮고 있던 포자들이 순식간에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머지 골렘삼형제의 몸은 점점 더 노란 포자와 그 위에서 자라는 작은 촉수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괜찮냐?
-문제없다.
준이 골렘 1호에게 묻자 녀석이 곧바로 대답했다. 다행이 포자는 무생물체인 골렘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하는 듯 했다. 체력의 감소도 없는 만큼, 준은 안심하며 원거리에서 식스팩을 조준했다.
“저도 공격해도 될까요?”
루나의 질문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포자의 범위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거리를 잡고 있으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콰앙! 푸슈슛!
식스팩과 니들건이 화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대흉근이 앞에서 불을 뿜으며 포자들을 태우고, 뒤에서 준과 루나가 지원을 하니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플라나타러스의 실드를 깎아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녀석이 식물형 외도라는 점에서 상성상 이쪽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타닥. 탁.
제 아무리 커다란 나무라고 할지라도 일단 불이 붙어버리면 소용이 없었다. 대흉근과 준의 실드를 무시하는 화염공격에 플라나타러스의 밑둥에서부터 불이 붙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그러자 플라나타러스의 온몸에서 일제히 노란색 포자가 폭발하듯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나름 안전거리랍시고 상당히 떨어져 있었지만 포자는 이미 준 일행의 머리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준은 자신들의 머리를 덮는 그 엄청난 양의 포자에 당황하며 식스팩을 난사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머리위로 떨어져 내리는 엄청난 범위의 포자를 모두 막아낼 수는 없었다.
“읏!”
준은 억지로 신음을 삼키는 루나의 모습을 보며 개조전의 불스원샷을 꺼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식스팩보다는 방사형으로 뿜어져나가는 불스원샷이 더 유용했다.
“엎드려!”
준은 루나를 향해 외치며 그녀의 머리위로 조준한 후 방아쇠를 당겼다.
콰아아!
엄청난 화력과 함께 루나의 머리위를 덮치던 포자는 일단 모두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준의 머리위로 포자들이 덮쳤다.
투툭. 툭.
준의 피부위로 떨어지자마자 포자들이 준의 신체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준 뿐만 아니라 검둥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포자에 직접 닿지 않은 시미는 괜찮은 듯 보였지만 이대로라면 그녀도 곧 포자의 공격을 받을 수 있었다.
뿌직. 뿌직.
“크윽. 이거 기분 더럽네.”
피부를 파고 들어가는 포자의 뿌리 때문에 온몸이 가려웠다. 그렇다고 몸을 긁었다가는 무슨 사단이 날지 몰랐기 때문에 준은 가려움을 참으며 루나에게 다가가는 포자를 향해 불스원샷을 다시한번 쏘았다.
“준...”
그녀는 어쩔줄 몰라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을 위해 받지 않아도 될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난 걱정하지마. 이정도 공격이야 얼마든지 버틸 수 있으니까.”
실제로 준의 체력은 크게 소모된 편은 아니었다. 포자는 빠르게 준을 침범하려 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준의 몸속에 자리잡고 있는 엑조틱 에너지의 양이 방대했기에 몸 전체를 파고들 수는 없었다.
“끼이잉! 끄앙!”
하지만 검둥이는 그렇지 않은지 바닥을 뒹굴며 온몸을 긁어대고 있었다. 플라나타러스의 포자 공격은 실제적인 데미지 보다는 공격을 당한 자에게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며 스스로 몸에 상처를 입히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야. 미안하지만 좀 참아라.
준은 그렇게 말하며 검둥이를 향해 불스원샷을 날렸다.
콰아아!
“캐앵!”
포자를 완전히 태우기 위해서 어느정도 마나를 실어서 쏘았더니 순식간에 검둥이의 체력이 400가량 날아갔다. 녀석의 체력에 비하면 한줌도 되지 않는 양이지만 불로 지지는 고통마저 적은 것은 아니었다.
-혀, 형님. 절 구워드시려는 작정...
-너 같은거 먹어서 뭐하냐. 일단 뒤로 물러서. 거기에 있다가 포자에 더 먹히기 전에.
준은 자신의 코를 막기 시작하는 포자와 촉수를 한 번 훔쳐내고는 불스원샷으로 사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포자는 불에 닿는 즉시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플라나타러스는 계속해서 포자를 방출했고, 이대로는 불스원샷으로 정리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루나와 검둥이가 확실히 뒤로 빠진 것을 확인한 준은 루나를 향해 불스원샷을 던졌다.
“그걸로 날 공격해!”
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선뜻 공격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내 루나는 입술을 깨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콰아아!
준은 온몸을 지지는 화끈한 고통에 입술을 깨물었다.
“으앗?”
화염공격 때문에 순식간에 옷이 타들어가자, 준은 순식간에 알몸이 되었다. 그 모습에 루나가 깜짝 놀라며 눈을 가렸다.
“계속 쏴! 일단 포자를 전부 제거해야해!”
“아, 알겠습니다. 제가 보고 싶어서 보는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세요.”
루나는 눈을 부릅뜨고 준을 향해 공격을 재개했다. 하지만 준이 몸을 돌려서 정면을 바라보자 결국 다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으아앙... 시미가 말라가요.”
“시끄러워. 넌 검둥이에게 가있어. 조금있다가 물에 넣어줄게.”
옷자락이 다 타버리자 갈곳이 없어진 시미를 손에 쥔 준은 녀석을 검둥이를 향해 던졌다. 검둥이가 가볍게 시미를 입에 물고는 바닥에 내려놓았다. 다행히 녀석은 포자에 당하지 않은 듯 별다른 이상은 없었지만 뜨거운 열기 때문에 피부가 약간 쪼글쪼글해진 것 같았다.
“됐어. 이제 그만.”
준은 온몸이 시커멓게 그을린 채 입을 열었다. 루나는 그제서야 불스원샷의 방아쇠에서 손을 내리고는 살짝 실눈을 떴다.
“으앗.”
그리고는 재빨리 다시 눈을 감았다. 여전히 준이 알몸인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옷을 갈아입을 상황은 아니었다.
준도 민망하긴 했지만 일단 빠르게 속옷만 하나 인벤토리에서 꺼내서 걸쳐입고는 루나가 있는 곳으로 향해 달렸다.
비틀.
“음...?”
준은 순간적으로 바닥에 고꾸러질뻔한 자신을 추스르며 조심스럽게 다리를 움직여 보았다. 다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걷는 것 정도는 문제가 없었지만 뛰기에는 힘들 것 같았다.
“이런 젠장. 피부 안까지 포자가 침투한건가?”
금방 포자를 태워버린 검둥이에 비해 자신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포자를 덮어쓰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포자가 자신의 신체 안쪽에까지 침투해 근육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젠장...”
34에 달하는 민첩성도 이런 상황에서는 별 쓸모가 없었다.
쿠웅!
촤악!
대흉근과 골렘들이 플라나타러스를 후려팰때마다 엄청난 양의 포자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루나와 검둥이, 시미는 완전히 포자의 범위에서 멀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쪽으로 올 생각하지마.
준은 당장이라도 자신을 향해 달려올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루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조금 번거롭기는 하겠지만 큰 문제는 없어. 문제는 너야. 나는 버틸 수 있지만 네가 돌발행동을 하면 그것까지 막을 수는 없어.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의 자신이 준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은 잘알고 있었다. 때문에 이럴때는 어쩔 수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것과, 그 사실을 깨닫는 것의 차이는 컸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그를 곤란하게 할 뿐이었다.
준은 일단 불스원샷을 새로 하나 꺼내들었다. 준은 언제든지 꺼내서 사용할 수 있게끔 제작무기들을 몇 개씩 인벤토리에 넣어두고 있었다. 어차피 공간은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었고,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는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었다.
콰아아!
불스원샷 한 발을 사용할 때마다 준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리는 포자를 당분간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곧 한계가 찾아왔다. 바닥에 떨어진 포자들이 차츰 번식을 하며 준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가가 있었던 것이다.
“아. 이것들 정말 징하구만.”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뿐이지, 방아쇠 정도를 당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준의 몸은 하나였고 포자는 사방에서 그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이런식이면 결국은 포자에 온몸을 잠식당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준은 하는 수 없이 대흉근을 불러 인근의 포자들을 모두 정리했다. 대흉근이 한 번 지나가면 그 자리에 있던 포자들은 순식간에 타들어가며 그 형체를 잃었다.
준은 대흉근의 뒤에서 엄청난 열기를 느끼며 플라나타러스를 올려다보았다.
‘엄청나게 까다로운 녀석이군...’
강한 녀석은 아니다. 딱 주황색 외도급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 하지만 공격능력이 전혀 없다보니 죽이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불에는 약한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현재도 껍질부분에 조금씩 불이 붙고 있었다. 시간이 지난다면 결국에는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위쪽은 어떨까?”
쾅!
준은 식스팩을 나뭇가지쪽을 향해 쏘아보냈다. 그러자 다시한번 쏴아아!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엄청난 포자덩어리가 튀어나와선 불덩이를 집어삼켰다.
화르륵!
포자덩어리 자체는 금세 불타올랐지만, 덕분에 식스팩의 화력이 죽어버리는 바람에 별다른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멀리 퍼져가던 포자의 양이 확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제공격이 답이라는 말이군.’
준은 식스팩을 들고 나뭇가지를 향해 연속으로 발사했다. 쾅, 하는 소리가 연이어 울려퍼졌고 플라나타러스는 더욱 격렬하게 몸을 뒤흔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포자 대신 수액이 뿜어져 나왔다.
촤악!
식스팩의 화력이 강력하긴 했지만 플라나타러스의 수액에도 또한 엑조틱 에너지가 섞여 있다보니 서로 상쇄되며 화력이 완전히 줄어들었다.
“끙... 방어에 완전히 특화된 녀석이군. 나무주제에 물을 뿜어서 불을 끄다니.”
현재도 몸에 불을 붙인 대흉근이 사정없이 나무를 태우고 있었지만 워낙 커다란 나무인 탓에 전체를 태우려면 한나절은 걸릴 듯했다. 그리고 아마 그 전에 대흉근의 체력이 다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 이거 점점 움직이기가 힘들어 지는데...’
생각보다 포자의 잠식력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걷는 것마저도 힘들었다.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루나를 생각해서 억지로 괜찮은 척을 하고 있는 것 뿐이었다.
-알 수 없는 생명체가 사용자의 몸을 침식합니다. 침식률 11퍼센트.
-알 수 없는 생명체가 사용자의 몸을 침식합니다. 침식률 12퍼센트.
침식률이 10퍼센트가 넘어가면서부터 계속해서 시스템 메시지가 경고를 울려대고 있었다. 거의 10초 단위로 침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아선 앞으로 2분안에 100퍼센트를 달성할 기세였다.
하지만 딱히 별다른 해답이 보이지 않았다. 몸안으로 불을 쏘아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순식간에 몸을 회복할 만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준은 상당히 초조해 하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거지?
준은 답답한 마음에 시스템메시지 란에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대답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스템은 준에게 대답을 주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정신력을 40까지 올리면 자체적으로 침식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어...?”
준은 자신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흘렸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10시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