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25화 (12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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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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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델타폰으로 루나의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카메라 한대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시미를 깨워서 그녀에게도 델타폰을 하나 쥐어주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에요?”

“그래 그대로 들고 외도를 찍고 있어.”

“크와아앙.”

“너도 똑바로 들어.”

메타모포시스를 시전한 검둥이도 손에 조그만 델타폰을 쥐고 있었다. 그렇게 카메라 세 대로 촬영을 하자 나름 입체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저...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요?”

루나가 입을 열었다. 실제로 그녀는 그다지 하는 일이 없었다. 멀뚱히 서서 니들건을 쏘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준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서도 충분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약간 심심한 것은 사실이었다.

“뭔가 포즈를 취해보는 건 어때?”

“그, 그럼.”

루나는 잠시 고민하더니 총을 들고 엎드려 쏴 자세를 취했다. 군인에게서 배운 것이라 그런지 자세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오. 괜찮은데?”

“그럼 이건 어떤가요?”

루나도 칭찬을 받지 나름 들떴는지 뒤이어 몇 가지 자세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앉아 쏴, 서서 쏴 자세를 보여준 그녀는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가방에서 니들건을 하나 더 꺼내더니 두 손으로 니들건을 쏘기 시작했다.

“그거 무거운데 용케 두 손으로 쏘는 군.”

“반동이 없으니까 드는 것 정도는...”

하지만 결국 그녀는 니들건을 내려놓았다. 아무리 경량화 특성이 붙어 있다고 할지라도 개당 7kg이 넘는 무기를 한손에 하나씩 들고있는 다는 건 사실상 무리였다.

“역시 힘드네요.”

“괜찮아. 어쨌든 영상은 제대로 뽑았으니까.”

촬영은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어차피 외도들에 대한 정보도 올릴 겸, 니들건을 이용한 사냥은 많이 찍어두면 찍어둘 수록 좋은 것이었다.

던전핵을 가진 보스가 아니면 준이 딱히 나설일도 없었다.

우지끈! 뿌드득!

대흉근이 다시금 길을 내면서 전진을 시작했다. 원래는 사람이 움직이는 길이 있었던 것 같긴한데, 대흉근이 사정없이 나무를 뽑아 던져버리니 그런 것은 별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다른 곳으로 뿌려놓은 골렘삼형제도 사정없이 숲을 파괴하고 있었다.

자연보호라는 관점에서 보면 천인공노할 짓이었지만 어차피 던전안의 숲이니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헌데 이 안의 동물들은 대체 다 어디서 온 녀석들이지?”

던전안에는 보통 외도를 제외하면 다른 동물들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던전은 숲이다보니 외도가 아닌 야생동물들도 서식하고 있었다. 문제는 과연 이 녀석들이 어디서 살고 있는 녀석들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다른 곳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녀석들이라면 준이 들어온 이 던전이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뜻이었다.

“던전자체만으로 존재하는 지역이라는 것이 있을리 없으니까... 어쩌면 다른 행성의 일부분이 던전화 되어버린 걸 지도 모르겠군.”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제 생각도 비슷해요. 저도 처음에는 엑조틱 에너지가 이 세계에 틈을 만들면서 생겨난 이상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렇게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엑조틱 에너지’라는 것은 이종의 에너지 형태로서, 현대의 과학력으로는 추산하기 힘든 음수나 허수를 가진 에너지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따지고 보면 상식적으로는 존재하기 힘든 에너지의 형태였다.

“아예 다른 공간이 이 세계와 겹치는 거라는 뜻이지?”

“네. 비슷해요. 원리야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요.”

“흠. 궁금하긴 하지만... 나로선 해석할 방법이 없으니.”

“솔직히 말하면 저도 자신없어요.”

웜홀연구의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루나가 모른다면 다른 어떤 사람도 모르는 것이다. 어차피 준은 던전핵만 챙기면 그걸로 충분했다. 연구는 루나에게 맡겨두고 자신은 힘을 키우면 되었다.

“그런데 그 카메라 좀 이제 치우면 안될까요?”

“안 돼. 좋은 영상은 언제 나올지 모른다고.”

“그렇다고 던전에 있는 내내 찍을거에요?”

“신경쓰지마. 예쁘게 찍어줄테니까.”

“누, 누가 그런 걸 신경쓴대요?”

루나는 준의 말에 당황하며 순간적으로 머리를 만졌다.

“헉. 헉.”

루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계속해서 무거운 니들건을 들고 사냥을 하는 것은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로선 쉬운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몇마리나 잡은거야?”

“한 스무마리 쯤 되는 것 같아요.”

루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탄창을 갈았다. 퀘스트 창을 보니 골렘 삼형제들도 순조롭게 사냥을 이어나가고 있는지 100마리에 근접하고 있었다.

준은 맵을 열어서 던전핵의 위치를 확인했다.

“슬슬 보스를 잡으러 갈 시간이군.”

준과 일행은 대흉근을 앞세워 일직선으로 던전핵이 있는 위치로 향했다. 대략 이백여 미터 쯤 직선으로 움직이자 커다란 나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멀리서 보아도 그 거대함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거의 삼십미터는 되겠군.”

“두께도 상당한데요.”

지름만 해도 10미터는 되어 보였다. 준은 저 나무가 던전핵을 품고 있는 나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나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자, 커다란 나무 주위로 무언가 꿈틀거리면서 움직였다. 자세히 보니 다름아닌 엔트리스 들이었다. 나무형태의 외도인 엔트리스는 그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이어서 녀석들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그 정체를 파악하기가 힘든 편이었다.

대흉근이 움직이며 나무를 쓰러뜨리다 보니 녀석들이 반응하는 모양이었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6연발 가스토치 ‘식스팩’을 꺼내들었다. 원래 이름은 불스원샷이었지만 여섯발들이 탄창을 새롭게 개조하여 여섯 발을 한 번에 넣을 수 있도록 만든 후 새 이름을 붙인 것이다. 거기다가 가스를 압축하여 발사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사거리와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상태였다.

그전에는 방사형으로 쏘아졌다면 지금은 마치 대포알처럼 화염이 쏘아지기 때문에 탄착지점에서의 화력은 불스원샷의 몇 배에 달했다.

거기다 S급으로 강화한 물건으로 폭발확률도 0퍼센트였기 때문에 마음껏 난사해도 걱정이 없었다.

“그건 뭐에요?”

“불좀 붙이려고.”

촤라락!

엔트리스들이 대흉근을 향해 나뭇가지를 뻗었다. 녀석들은 움직임은 굼뜬 편이지만 나무가지를 움직여 공격하는 속도만은 상당히 빨랐다.

꽈아악!

다섯 마리의 엔트리스가 대흉근의 온몸을 꽁꽁 묶었다. 나뭇가지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대흉근의 몸을 꽁꽁 묶었다.

녀석들은 붉은 색 외도에 불과했지만 나뭇가지의 힘 자체는 상당한지, 다섯마리가 붙으니 대흉근도 옴짝달싹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거 해도 돼?

대흉근이 말을 걸어왔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말하는 ‘그거’가 무엇인지는 이미 미래연구소에서 본적이 있었다.

화르륵-

돌연 대흉근의 몸 전체에서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호오.”

준은 약간 놀라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주황색 외도일 때에는 두 손을 비비며 화력을 끌어올려야 했는데 지금은 그냥 선 자리에서 온몸에 불을 붙인 것이다.

석탄 골렘도 아닌상태였지만 속성에 ‘불’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별 무리없이 녀석은 온몸을 태우며 불길을 뿜고 있었다.

게다가 화력 자체도 상당해서 어느새 대흉근을 묶고 있던 엔트리스의 가지들도 불에 타서 사라지고, 오히려 내뻗은 가지를 타고 엔트리스의 몸에 불이 옮겨 붙고 있었다.

“이거 굳이 필요 없는 건가?”

준은 들고 있던 6연발 가스토치, 식스팩을 내려보며 입을 열었다. 적이 나무라는 사실에 꺼내들었는데 대흉근이 뿜어내는 불길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보스는 내손으로 잡아야지.”

경험치 자체가 기여도 순으로 부여되는 만큼, 준이 가능한한 딜을 많이 넣어야 했다. 때문에 준은 식스팩에 마나를 끌어올리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천지가 뒤흔들리는 호쾌한 소리와 함께 대흉근의 맞은 편에 있던 엔트리스 하나에게 화염이 작렬했다.

화르륵!

충격파와 함께 뒤로 밀려난 엔트리스의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원래라면 실드가 날아가기 전에는 불이 붙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식스팩의 화염은 실드를 뚫고 타격을 입힌다. 그렇지 않아도 대흉근의 화염에 놀라 물러서던 엔트리스들의 시선이 준을 향했다. 어느쪽이 더 위협적인지 순간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썩 나쁘진 않군.”

준은 흡족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가지를 뻗어오는 엔트리스들을 보았다. 하지만 녀석들과 자신의 사이에는 대흉근이 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녀석이 아니었다.

휘익!

대흉근이 손을 움직여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엔트리스들의 나뭇가지를 전부 낚아채었다. 여전히 대흉근의 몸에서는 불길이 일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녀석들의 공격은 전부 무력화 되었다.

준이 대흉근의 프로필을 살펴보니 대략 초당 100정도의 체력이 깎이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체력이었지만 대흉근의 전체 체력을 감안해 보면 대략 15분가량은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면 눈 앞의 엔트리스들을 모두 처리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쿵쿵! 우오오!

대흉근이 주먹을 들어 가슴을 번갈아 치고는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러나 숲의 새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하하...”

루나는 약간 질린 듯 한 얼굴로 대흉근을 바라보았다. 녀석을 중심으로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엔트리스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 대흉근이 그런 엔트리스들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힘과 민첩성에서도 이미 넘사벽급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대흉근의 공격을 엔트리스들이 막을 수 있을리 없었다.

순식간에 온몸에서 불길을 내뿜으며 타죽어가는 엔트리스를 보며 준은 아직 꼿꼿이 대지에 뿌리를 박고 서있는 커다란 나무를 보았다.

통합정보센터에서 검색한 결과가 증강현실을 통해 준의 눈앞에 떠올랐다.

플라나타러스(Planataurus)

대형 식물종 외도. 결정도 따라 100미터까지 자라며, 특이점은 강철을 뛰어넘는 강도. 평범한 무기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으며, 본체 자체는 별다른 공격력이 없음. 하지만 녀석의 몸에 기생하는 생물종이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공격을 가해온다. 플라나타러스의 엑조틱에너지를 흡수하여 자란 생물인 만큼 붉은색 특이외도 이상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숫자는 개체마다 다르다.

“보조 캐릭인건가?”

플라나타러스는 직접 공격력이 없는 대신, 녀석의 몸에 기생하고 있는 생물체가 공격을 담당한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결국 싸워보지 않으면 대체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일단 공격해보면 알겠지.”

준은 식스팩을 플라나타러스에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쾅! 쾅! 쾅! 쾅! 쾅!

철컥!

연달아 여섯발을 모두 발사하고는 재빨리 탄창을 갈았다. 거의 사람머리통 만한 탄창이었지만 인벤토리에 넣고 다니다 보니 별로 불편할 것은 없었다.

“으으... 시끄러워요.”

시미가 투덜거리며 준의 앞주머니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전투중이야. 아직 네가 할일은 없으니까 더 자고 있어.”

“필요하면 깨워요. 하암.”

시미는 다시 주머니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그 사이 엔트리스를 모두 처리한 대흉근이 몸에 붙은 불을 꺼뜨리고 플라나타러스를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도착한 골렘 삼형제도 그런 대흉근과 함께 움직였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새벽 5시 쯤 올라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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