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4 ----------------------------------------------
니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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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 쿵!
하지만 루나는 반사적으로 검둥이의 돌격을 피했고, 검둥이의 몸은 소파를 넘기고 벽에 그대로 머리를 박았다.
-아악. 누님! 너무하십니다!
“어? 정말 말하네요? 신기해라.”
루나는 바닥에 쓰러진 검둥이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검둥이는 슬픈 표정으로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 그녀의 발치에 가서 앉았다.
“너 생각보다 훨씬 무서운 녀석이구나.”
준은 그녀가 반사적으로 검둥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녀가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민첩함이었다.
“그, 그게 아니라.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확실히 예전처럼은 할 수 없달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루나는 그렇게 말하며 물끄러미 준을 바라보았다.
하루를 푹 쉬고 다음날 출발한 준 일행은 순조롭게 던전에 진입할 수 있었다. 아직 그곳을 발견한 사람은 없는 듯, 퀘스트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게 퀘스트 군요.”
루나는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고 수락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미니맵에 던전핵의 위치가 표시가 되었다.
이번 던전이 이전과 다른 점은 동굴 형태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렇게 빽빽한 숲이라니. 알카트뢰즈에서 이런 곳을 발견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루나는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온통 나무들로 가득차 있었다. 하늘은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대기중의 습도도 높아 확실히 알카트뢰즈와는 다른 환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러스토가 있던 오아시스에 비해서도 몇 배는 더 크고 밀집한 숲이었다.
“던전이라는 것이 단순히 동굴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군.”
준은 꽤나 여유로운 태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번 던전 퀘스트의 경우도 난이도는 ‘쉬움’이었다. 이미 10레벨을 찍고 강력한 펫들로 무장한 준이었기에 쉬움던전은 더이상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루나를 보호하면서 싸워야 했기에 준은 검둥이에게 단단히 주의를 시켰다.
“루나를 확실하게 지켜. 이번 던전에서 네 임무는 그거니까 절대로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마. 알았지?”
-네. 형님. 절대로 누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겠습니다.
검둥이는 그렇게 말하곤 루나의 허벅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시선을 느낀 루나가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준. 검둥이의 눈빛이 뭔가 이상한 것 같아요.”
“말했잖아. 저 녀석 변태라고.”
“그랬죠. 참.”
루나는 검둥이에게 다가가선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손.”
척.
“착하네.”
“멍! 헥헥.”
루나는 검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품에서 결정체 하나를 꺼내서 멀리 던졌다. 검둥이는 재빨리 결정체를 주워오고는 바닥에 떨어뜨렸다.
“말은 잘 듣네요. 아무리 봐도 보통 개같은데, 정말 얘가 사람이라니...”
-원하신다면 누님만의 개가 되어드리겠습니다.
“...확실히 변태는 맞는 것 같군요.”
루나는 한숨을 쉬고는 검둥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래도 검둥이를 딱히 싫어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가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할지라도 겉으로 보기엔 영락없는 개이다 보니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는 때문이었다.
말이 통하는 애완동물 같은 느낌이라 신기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딱히 위험한 건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천천히 이동하자.”
준은 대흉근과 골렘 삼형제를 모두 불러내어 나무를 부러뜨려 가며 이동했다.
우지끈! 콰드득! 쾅!
십수미터에 달하는 나무와, 거대한 바위들이 부서지고 무너지면서 준 일행이 이동할 거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그러자 사방에서 놀란 야생동물들이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섞여있던 일반외도들은 제대로 된 공격한번도 하지 못하고 골렘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루나는 골렘과 준을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았다.
“겨우 두 달 정도만에 이렇게 강해진 건가요?”
“이제와서 놀라는 건가?”
바로 어제 밴디트를 상대로 엄청난 활약을 보였던 대흉근과 골렘 삼형제였다. 하지만 그녀 입장에선 상대가 인간이다 보니 명확하게 이전에 비해 얼마나 강해진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던전에 들어와보고 나서야 대흉근과 골렘들의 힘이 엄청남을 몸으로 체감한 것이다.
루나의 감탄하는 눈빛을 뒤로하고 준은 골렘들을 앞세워 길을 뚫었다. 퀘스트는 던전핵을 부수면 끝나는 것이었지만, 역시나 보조퀘스트로 던전안의 외도를 100마리 잡아야 하는 임무가 부여되었다. 느긋하게 길을 열어가던 준은 이번에는 대흉근 하나만 남기고 골렘형제들 전체를 뿔뿔히 흩어져서 내보내었다. 저번 던전과 달리 이번에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골렘들이 모두 노란색 외도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준의 기여도가 다소 하락하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기여도의 상당부분은 던전핵을 부수는 것에 있다보니 큰 손해는 아니었다.
“루나. 준비해.”
대흉근의 전면으로 붉은 색 특이외도 세마리가 나타났다. 평소라면 대흉근에게 맡기거나, 준이 니들리스로 몇번 후려치면 죽을 녀석들이었지만 이번에는 루나에게도 경험치를 나누어 줄 생각이었다.
부스럭. 부스럭.
그녀는 가방에서 니들건을 꺼내들었다. 원거리 딜러가 아니다보니 대형 못에 마나를 싣는 법은 알지 못했지만, 그저 발사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기에 기여도에 대한 문제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위잉!
푸슛! 푸슛! 푸슛!
삼점사로 지정해둔 니들건에 재빠르게 못을 쏘아보냈다.
파파팟!
그러자 대흉근의 앞에서 공격을 준비하던 특이외도들이 갑자기 날아드는 못탄환에 맞아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녀석들의 시선은 루나에게 쏠려있었다. 확실히 어그로가 끌렸지만, 그녀의 앞에는 대흉근이 있었다.
키에엑!
세마리의 특이외도는 원숭이와 여우를 섞어 놓은 것 같이 생긴 플레다피스라는 이름의 붉은색 특이외도였다.
평소에는 네 발로 걸어다니다가 공격을 할때만 두 발로 서서 주먹을 이용한 공격을 하는 녀석들로, 공격력 자체는 별볼일 없었지만 유인원 과이다 보니 지능이 높고 민첩한 움직임 때문에 상대하기 쉽지만은 않은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비슷한 실력의 상대를 만났을 때나 그러하다는 이야기.
“더블애로우!”
키에엑!
투웅! 퉁!
플레다피스가 높이 점프를 하며 대흉근의 어깨를 타고 넘어가려는 시도를 하다가, 준의 더블애로우를 맞고 다시금 뒤로 튕겨나갔다. 다른 두 놈은 대흉근의 다리사이로 지나치려다, 재빨리 대흉근이 왼손으로 다리사이를 가리자 다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녀석들의 움직임이 민첩하기는 했지만 대흉근도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몸놀림이 빠른 편이었다.
위이이이!
따라라라라!
그리고 곧 바로 루나가 들고 있던 니들리스에서 못탄환이 연사로 발사되기 시작했다.
키에엑!
단 30초만에 탄창을 모두 비워버린 루나가 숙련된 솜씨로 탄창을 빠르게 갈았다. 준이 없는 동안 연습을 꽤나 한 모양이었다.
“제법인데?”
“이 정도는 기본이죠. 전 총기면허증도 있어요.”
루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니들건을 조준하여 온몸에 못이 박혀 있는 플레다피스를 향해 다시 못탄환을 연사했다.
케에에엑!
세 마리나 되는 붉은색 특이외도들이 대흉근과 준에게 가로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탄창을 세개나 비운 루나는 결국 세마리의 플레다피스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억지로 누르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생각보다 쉬운데요? 붉은 색 특이외도라는 것들이 이렇게 쉽게 잡히는 거였나요?”
그녀는 자신의 프로필을 확인해 보았다. 비록 경험치 공유 시스템 때문에 경험치가 겨우 10밖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혼자 힘으로 잡은 것이 아니기에 그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보다 처음으로 외도를 죽였다는 사실에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
“그러게. 생각보다 쉽게 잡히는데.”
준도 약간 의외였다. 실전에서 니들건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막스가 시연한 글들도 읽어보고 다른 이들의 사용기도 많이 올라왔지만 글로 보는 것과 실제로 그 위력을 눈으로 확인 한 것은 천양지차의 차이가 났다.
“탄창 하나에 붉은 색 특이외도 한마리라...”
1EP면 10개의 탄창을 만들 수 있다. 거의 EP의 손실없이 엄청난 수의 외도를 잡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게 보편화 되면 마나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이들도 본격적으로 사냥을 나설 수 있었다.
물론 지금 같은 경우는 대흉근과 준의 도움이 있었기에 비교적 더 쉽게 잡은 것이긴 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니들건의 화력만은 의심할 바가 없었다.
‘이거 정말 대박인거 같은데...?’
붉은색 특이외도를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이들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능력이었다. 니들건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하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사실상 특이외도 사냥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정도였다.
‘만개만 팔아도 개당 150EP니까 1,500,000EP로군. 하...’
준은 그 어마어마한 액수에 살짝 기가 질렸다. 차마 돈으로 환산하기 무서울 정도의 EP를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알카트뢰즈 전체에서 생산되는 결정체 양을 생각하면 사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 정도의 결정체가 준 한명에게 몰린다면 그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홍보만 잘 되면 순식간에 15레벨을 찍을 수도 있을 것 같군.’
설레발을 떤다는 느낌을 지울수는 없었지만, 지금 루나가 보인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그리 가능성이 없는 미래도 아니었다.
“좋아. 오늘 확실히 홍보영상을 찍어보자.”
“네? 무슨 영상이요?”
“루나가 주인공이 되는 광고를 찍는거지. 생각해봐. 루나 처럼 연약한 여성도 특이외도를 잡을 수 있다면 누가 이 물건을 사고 싶어하지 않겠어?”
“그,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광고영상은 좀...”
루나는 썩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원래가 나서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닌데다가, 광고영상이라면 분명히 델타 폰의 메인으로 올라갈테고 그렇게 되면 수천명이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막스보다는 확실히 홍보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는데. 루나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준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면 무작정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누님.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어필하는 건 어떻습니까?
-무슨 소리니? 검둥아?
-유명해지면 그만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질거고, 그러면 형님도 약간 위기감을 가지지 않겠습니까? 혹시 아나요? 광고영상을 통해서 누님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될지.
-그, 그럴까?
루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검둥이의 대화가 준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메인 시스템인 델타는 펠로우쉽 간의 대화로그도 그대로 준에게 전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끙... 그렇다고 아는 척 하기도 뭐하군.’
준은 애써 모른 척하며 루나가 먼저 입을 열길 기다렸다.
“해볼게요. 광고.”
루나가 크게 결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비장미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 작품 후기 ============================
원래 하루만 쉴 예정이었습니다만...
본가에서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반라로 자다가 몸살감기가 도졌습니다 ㅠㅠ
약속 지키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내일부터 또 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