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19화 (11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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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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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건물을 하나씩 하나씩 무너뜨리면서 나아가자, 결국 준을 포위공격을 하려는 생각은 버릴 수밖에 없었다. 밴디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준과 함께 다가오는 거대한 골렘들의 위용을 보며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 녀석은 뭐냔 말이다!”

“왜 이렇게 조용히 살고 있는 우리들을 괴롭히는 거지?”

“젠장! 이제 어디 가서 살라고 그러는 거야?”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인생들이고, 인간들이다. 비록 그들이 인간을 사냥하는 밴디트 들이라지만 자신들의 터전이 무너져 가는데 분노가 일지 않을리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괴물같은 인간에게 덤벼들 용기는 없었다. 이미 그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건 입구에서의 싸움으로 판명이 난 상황이었다. 우르케만 해도 데드맨시티에서는 꽤 실력이 있는 원딜러였다. 중급 헌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클라우드 조차도 힘을 쓰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이상 그들이 모여서 싸운다 하더라도 별다른 방법이 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좋지...?”

그들의 시선은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이 데드맨시티가 만들어진 이후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헌터. 이 도시의 모래바람을 만들어낸 장본인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곧 그들이 찾는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을 가리는 하얀색 천을 뒤집어 쓰고 있는 사내. 겉으로 드러난 것은 얼굴뿐이었지만, 그 얼굴마저도 회색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슬로암 님이다!”

“슬로암님! 부디 저 녀석을 죽여 주십시오!”

도망치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하던 밴디트들이 갑자기 한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멀리서부터 건물을 부수며 전진하고 있던 준이 갑자기 시끄러워지는 적진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는 이상한 차림을 한 사람 하나가 밴디트들의 가운데에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슬로암? 저 녀석인가?”

준은 맵에서 깜빡거리는 신호를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던전핵의 보유자가 저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정황상, 하얀천을 뒤집어쓰고 회색가면을 쓴 저자가 그 자일 확률이 높았다.

그자와 준의 거리는 대략 오십여미터. 일단 준은 차분히 건물들을 무너뜨려가며 전진했다. 혹시나 모를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300명 정도가 사는 도시인만큼 건물 자체는 많지 않았다. 준이 도시 건물의 1/3정도를 무너뜨리며 전진하자 밴디트들과 준의 거리가 20여미터 간격으로 줄어들었다.

이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한 준이 골렘들을 불러들였다.

“도시가 전부 무너질때까지 구경만 할 셈인가?”

우우우우!

준의 도발에 밴디트들이 분노에 찬 함성을 질렀다.

“네 놈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씹어먹어주마!”

“머리카락 한올도 남기지 못할 줄 알아!”

놈들은 저마다 알아듣기 힘든 욕설을 하며 준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흰천을 뒤집어쓴 자가 손을 들자, 거짓말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자는 마치 유령처럼 천천히 준을 향해 다가왔다.

“네놈이 대장인가?”

준이 입을 열자 회색가면의 사내가 제자리에 멈추더니 입을 열었다.

“너무 빠르다.”

“뭔 소리야?”

“너무 빨라.”

준은 그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말을 이해하려 하는 것이 쓰잘데기 없는 고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니들리스 스패너를 꺼내들었다.

애초에 밴디트들과 대화를 할 필요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흉근아!”

-왜?

“저 녀석 처리해.”

-알았어.

확실히 노란색 외도로 진화한 후, 대흉근에게 어느정도 자아가 생긴 것 같았다. 그저 명령에 반응하기만 했던 녀석이 조금씩 준의 명령에 대꾸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지금은 알 수 없었지만, 준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했다.

‘부려먹을 놈이 똑똑해지면 좋은거지.’

지능이 높으면 높을수록 단순한 명령에서 벗어나 좀더 복잡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검둥이의 경우만 보아도 몇마디 말만으로도 알아서 명령을 수행했다. 여자를 밝히는 것만 빼면 꽤나 쓸만한 부하라고 할 수 있었다.

쿵! 쿵! 쿵!

대흉근이 지축을 울리며 슬로암을 향해 달렸다. 그저 뛰기만 하는 건데도 몸이 들썩일 정도로 대흉근의 쇄도는 무시무시한 힘을 담고 있었다.

휘익!

녀석은 그 어마어마한 힘을 실어 그대로 슬로암의 머리로 주먹을 내리찍었다.

콰앙!

반경 수미터에 달하는 크레이터가 생길 정도로 대흉근의 공격은 매서웠다. 제 아무리 강력한 육체를 지니고 있더라도 저런 공격을 몸으로 받으면 그 누구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준은 대흉근의 공격에 짓이겨진 슬로암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너무 쉬운데...?”

정황상 저 녀석이 던전핵의 보유자임은 틀림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최소한 주황색 외도 이상 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1년간 힘을 키워왔다면 노란색 특이외도 급이 될 수도 있었다.

헌데 대흉근의 일격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다. 준이 아무리 골렘들의 힘을 자신하고 있다고 해도 이것은 납득되지 않는 결과였다.

“흉근이 일단 물러서. 뭔가 이상하다.”

-알았어. 그런데 쟤 안죽었어.

“뭐? 어떠게 알아?”

-몰라.

“모르는 거냐...”

준은 일단 대흉근을 뒤로 물렸다. 확실히 움푹패인 땅의 한가운데 슬로암이 뒤집어 쓰고 있던 하얀천이 이리저리 찢겨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꿈틀.

헌데 그 천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마치 형상기억합금이라도 되는 양 처음의 모습 그대로 돌아갔다. 회색가면은 그대로 쓰고 있는 상태였고, 달라진 것이라고는 대흉근의 공격에 찢어진 하얀 천 뿐이었다.

우와아아!

슬로암이 다시 몸을 일으키자 침묵했던 밴디트들이 다시금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이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의식할 만큼의 이성조차도 남아있지 않는 듯 했다.

“역시... 이렇게 쉬울 리가 없다 했지.”

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찢어진 하얀 천 사이로 회색의 가루들이 날리는 것을 확인 한 것이다.

“네 녀석. 이미 인간이 아닌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 회복력은 좀 너무 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회복력이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슬로암은 쿡쿡 소리가 나게 웃으며 두 팔을 허공으로 뻗었다. 그러자 넓게 펼쳐진 하얀 옷자락에서 회색빛의 모래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그것은 회오리치듯 슬로암의 손끝에서 잠시 머물더니 엄청난 가속을 하며 준이 서 있던 자리를 타격했다.

콰앙!

“큭!”

준은 황급히 자리를 옮겨 모래바람을 피했다. 회오리바람이 녀석의 손에서 떠나자마자 몸을 피했는데도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갈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모래바람에 엑조틱 에너지를 실어서 투사하는 건가? 확실히 효율은 좋겠군.’

실러스토의 경우에도 그러했지만 매질의 밀도가 높을수록 엑조틱 에너지의 사용효율이 높아진다. 때문에 녀석은 극도로 압축된 공기에 모래를 섞어 매질의 밀도를 높인 후 그것을 투사하는 방법으로 파괴력을 높인 것이다.

“흙에다 바람이라. 두 가지 속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건가? 거기다가 노란색 급이라... 꽤나 골치아픈 녀석이군.”

보통의 외도라면 힘을 발휘할 때 몸 밖으로 특유의 스펙트럼을 뿜어낸다. 그것이 강하든 약하든 보는 순간 알수있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녀석이 회오리바람을 쏘아보낼 때 뿜어져 나온 빛은 선명한 노란색을 띄고 있었다.

“하지만 노란색 외도라면 나도 잔뜩 데리고 있거든. 흉근아, 일단 싸워봐.”

같은 노란색 외도이긴 하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상성상 대흉근이 불리한 편이었다. 대흉근은 흙과 불, 슬라암은 흙과 바람으로 속성 자체만으로 보면 어느쪽이 우세라고 딱히 말하긴 힘들었지만, 공격타입이 원거리와 근거리로 차이가 났고, 녀석은 충격자체를 흡수하는 능력이 있는 듯 했다.

대흉근의 최초 공격을 정면으로 맞았음에도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처럼 회복된 것을 보면 물리적인 데미지에 대해서 상당한 내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콰직!

아니나 다를까, 대흉근이 슬로암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녀석의 회오리 공격을 수차레 얻어맞은 대흉근의 어깨에 금이 가며 돌조각이 흩날렸다. 그렇게 얻어맞아가며 접근한 대흉근이 주먹을 휘둘렀다.

부우웅-

우에서 좌로 강력한 힘으로 휘두른 대흉근의 주먹은 엄청난 바람소리를 일으키며 슬로암의 몸 전체를 후려쳤다.

그러자 퍼석, 하는 소리와 함께 슬로암의 몸이 하얀 천조각만 남고 흩어졌다. 그러니까, 마치 모래로 만든 성을 부수듯, 그렇게 슬로암의 육체가 완전히 흩어져 사라진 것이다.

웅성웅성.

그제서야 밴디트 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헌터들이 특이한 능력이 많다지만, 저렇게 온몸이 부서지듯 사라지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 능력은 어쩌다 가끔 외도에게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스르륵-

그리고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녀석은 다시한번 몸을 일으켰다. 역시나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모습으로, 처음보다 좀 더 해진 하얀 천을 걸친 채 대흉근을 향해 두손을 뻗었다.

“조심해!”

순간적으로 엄청난 엑조틱 에너지가 집중됨을 느낀 준이 대흉근을 향해 소리쳤다. 대흉근도 뭔가 위기를 느낀 듯 두 팔을 겹쳐 전신을 가렸다.

다음순간 슬로암은 대흉근을 향해 모래바람을 퍼부었다.

콰콰쾅!

말그대로, 퍼부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모래폭풍이 마치 소방관의 호스에서 뻗어나가는 물줄기처럼 대흉근을 타격했다. 준은 대흉근의 체력바가 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골렘 형제들을 보내어 슬로암을 공격하도록 지시했다.

쿵! 쿠웅! 퍽!

골렘 1,2,3호가 차례로 슬로암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러자 다시한번 녀석의 몸은 허공으로 흩어졌고, 청동골렘들은 그대로 허공에 흩날리는 하얀천과 회색가면을 계속해서 내려쳤다. 거의 엉망진창을 찢어진 그 햐얀 천을 거의 가루가 될 정도로 내려친 골렘 형제들은 대흉근이 몸을 일으키자 그제서야 공격을 멈추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청동골렘들의 공격은 그야말로 무자비한 것이었어서, 그 일대가 완전히 초토화가 된 상태였다. 심지어 그들과 비교적 가까이 있던 밴디트들 중 일부는 골렘 형제들이 내지른 공격의 충격파 만으로 기절을 할 정도였다.

스르르-

하지만 걸레짝이 된 하얀 천과, 여전히 멀쩡한 회색가면 아래로 서서히 모래가 모여들더니 조금씩 인간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완전히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된 슬로암은 거의 옷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 하얀 천과 회색 가면만을 걸친 상태였다. 가슴께부터 드러낸 알몸은 인간의 형상을 닮아있었고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하체가 주변의 모래를 흡수하며 서서히 그 형태를 완성해나가고 있었다.

“속옷이라도 좀 입고 다니지.”

준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슬로암의 하체에는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그냥 밋밋한 형태로 되어있었는데 외도가 되면서 자연히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다섯시쯤 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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