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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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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우.”
하얀점퍼의 일원인 알탄 세티카야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빠른걸음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는 데드맨시티의 일원으로 주로 도시외각의 순찰과 외도의 사냥을 맡아서 하는 수색팀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연쇄살인과 방화 혐의로 이미 종신형을 선고받은 터라, 그는 애당초 이 행성에서 떠날 생각을 할 수조차 없었다. 그나마 실력은 그럭저럭 있는 편이라 초기 5년간은 별 무리없이 적응해서 잘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알카트뢰즈에서의 반복적이고도 미래가 없는 삶에 그는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온간 제약이 걸려있는 수형지에서의 삶은 그를 점점 광기로 몰아갔고, 결국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 대상은 하필이면 보안관이었다.
일을 저지르고 난 그는 더 이상 수형지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주를 감행했다. 처음에는 외도를 사냥해서 먹고, 홀로 떨어져 있는 다른 헌터를 죽이기도 하면서 겨우겨우 하루를 버텨나갔다. 그러다가 흘러들어간 곳이 다름아닌 데드맨시티였다.
사실 그곳에서의 삶은 수형지와 별 다를바가 없었다. 식량을 위해 레이드를 나서야했고, 그래서 얻는 대부분의 결정체는 거의 빼앗기다시피 했다. 그나마 가끔 다른 헌터들을 사냥하여 그들의 짐을 빼앗고 인육을 즐기는 것 정도가 다르다면 다른 점이었다.
하지만 데드맨시티에서는 다른 수형지와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철저하게 힘의 논리로 위계가 정해진다는 점이었다.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서열이 올라가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힘을 과시할 수 있었다.
무언가 목표가 생겼다는 점만으로도 그는 생기를 느꼈다. 헌터를 사냥하고, 레이드를 하면서 점점 실력을 키웠고, 이제 얼마있지 않으면 10명을 통제할 수 있는 팀장급의 직위를 얻을 수도 있었다.
‘이렇게 죽기는 싫어.’
하지만 그런 영광의 길에 오르기 직전에 하필이면 괴물같은 녀석을 만났다. 거대한 골렘을 네마리나 소환하고, 괴물 개를 강아지처럼 다루는 저 녀석은 사람을 죽이는 데에도 조금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잔인한 놈. 어떻게 사람을 그런식으로 죽일 수 있지?’
압착기에 눌린 것처럼 죽은 동료를 떠올리자 그는 다시한번 욕지기가 일었다. 먹기 위해 사람을 죽인 것만 해도 수십 번에 이르는 그가 할 만한 생각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자신이 저지른 일은 미화되는 법이다. 그의 사고방식은 먹기 위해 타인을 죽이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하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알탄. 이대로 가면 우리는 전부 죽을거야.”
“나도 알아.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
알탄의 곁에 있던 동료가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알탄도 알고 있었다. 저자는 자신들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도망쳐야지.”
“지금? 어떻게?”
그들은 현재 준을 따라 데드맨시티로 향하고 있었다. 사망한 한명을 제외한 17명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는데,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다 보니 일행들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고 있었고 그에 맞추어 골렘들의 사이도 멀어지고 있었다.
“저길 봐. 틈을 봤다가 도망치면 될 것 같아.”
알탄이 살펴보자 확실히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하지만 먼저 움직였다가는 제일 먼저 잡힐 것 같은데?”
“걱정마, 이게 있으니까.”
“연막탄?”
동료는 품에서 슬쩍 검은색 구슬을 몇 개 보여주었다. 강한 외도를 만났을때 도망치기 위해서 사용하는 연막탄이었다. 하나만 터뜨려도 반경 십 미터 이내는 완전히 시야를 차단할 수 있었다. 몇 개를 한꺼번에 터뜨리면 순간적으로 자신들의 위치를 놓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알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죽을거라면 확실하지 않은 도박이라도 걸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하얀점퍼들의 한가운데에서 엄청난 양의 연기가 솟구쳐 올랐다.
“헉. 헉.”
알탄은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혹시라도 추격을 당할 것을 염려해서였다. 하지만 한참을 도망쳤음에도 다행히 자신을 쫓아오는 골렘들은 없었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도시쪽으로 도망칠 때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도망친 것이 주효한 것이다.
“후우... 살았나...”
밴디트 들은 누구보다도 삶의 열망이 강하다. 수형지 바깥으로 도망친 이들은 대부분 죽기 마련이었다. 밴디트들은 그런 이들 중에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은 녀석들인 것이다. 오죽하면 사람을 잡아먹어가면서 까지 살아남으려 했을까.
그는 조심스럽게 언덕지형을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곧바로 도시 쪽으로 향해 가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일단 몸을 숨길 수 있는 동굴을 찾아 그곳에서 하루이틀을 보내고 난 이후에 움직이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동하던 그는 멀리서 무언가 시커먼 것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괴물 개였다.
‘헉?’
그는 황급히 녀석의 사각지역으로 몸을 숨기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늑대인지 개인지 모를 저 녀석에게서 자신의 걸음으로 도망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가진 마나를 쏟아부어 사람이 하나 겨우 들어갈 만한 동굴을 파내고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제발이지 얼른 이 지역을 지나가기를 빌면서 눈을 감았다.
터벅. 터벅.
하지만 그의 바램과는 달리 괴물 개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입을 틀어막은 채 숨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괴물 개의 발걸음 소리는 천천히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알탄은 그제서야 녀석이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따라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알탄과 검은 개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 개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자신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히, 히익?”
그리고 다음 순간, 날카로운 이빨이 알탄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준은 험비대신 스쿠터를 꺼내어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밴디트 들은 거의 달리면서 이동했지만, 헌터들의 체력은 일반인에 비하면 상당히 좋은 편이라 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빠르게 이동하다보니 골렘들의 간격이 조금씩 벌어졌다. 골렘의 민첩성은 비교적 떨어지는 편이라, 그틈을 노린 탈주범이 생길 것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펑, 하고 연막탄이 터지자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준은 재빨리 연막탄의 범위 바깥으로 스쿠터를 몰았고, 시미로 하여금 도망치는 이들에게 정신교란을 걸도록 지시했다.
노란색 외도로 성장한 시미의 능력은 상당한 범위에 걸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 기껏 도망치려던 녀석들은 대부분 시미의 정신교란에 걸려 같은 자리를 맴돌았고 준은 어렵지 않게 녀석들을 전부 처리할 수 있었다.
퍼억!
“크아악!”
쾅!
“내, 내 다리가!”
“아악! 살려줘!”
사방에서 골렘에 의해 죽어가는 밴디트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준은 어차피 녀석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은 둘째 치고, 밴디트는 다른 헌터들을 사냥하는 것을 일종의 유흥으로 생각하는 놈들이었다. 그런 자들을 살려두는 것은 그들의 살인행위를 눈감아주는 것이나 마찬가지.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껄끄럽다 하더라도 자신의 눈에 들어온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개 중에 한 녀석이 시미의 정신교란을 피해 반대쪽으로 도망치기는 했지만 녀석을 잡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형님. 이놈 맞죠?
-그래. 잘했다.
검둥이가 이미 죽은 것으로 보이는 시신한구를 물고 나타났다. 한 명이 준의 시야를 벗어나 도망친 것을 알고는 루나와 함께 있던 검둥이에게 메시지를 보내 그를 찾아오라 명령한 것이다. 밴디트의 냄새를 쫓는 것은 녀석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검둥이는 준에게 다가와 시체를 털썩 바닥에 떨어뜨렸다. 녀석을 마지막으로 도망쳤던 녀석들 전원이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이제 남은 이들은 클라우드를 포함해 겨우 네 명 뿐이었다.
-먹어도 되나요?
-안 돼.
-쳇.
검둥이가 입가에 묻은 알탄의 피를 할짝이며 투덜거렸다. 녀석의 본질이 인간임은 틀림없었지만, 이미 육체자체는 완벽히 외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인육에 대한 욕망을 스스로 제어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금처럼 준이 곁에 없다면 정말로 사람을 잡아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준은 다시한번 언질을 했다.
-네가 본래 인간이라는 점을 잊지마. 혹여 나중에라도 인간의 몸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때가서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겠냐?
-그래도 지금처럼 입안에 들어오면 자꾸만 침이 고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쩝.
-참아. 죽기 싫으면.
-네. 형님.
검둥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인육을 피해야 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능은 쉽사리 떨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예 지능이 낮아버리면 괜찮겠지만 어설프게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보니 인간과 외도 양쪽에서 혼란을 겪는 것이다.
검둥이를 다시 루나에게로 돌려보낸 준은 창백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클라우드를 보며 입을 열었다.
“걱정마라. 길만 알려준다면 죽이지 않을테니까.”
준의 말에도 클라우드는 안심이 되지 않는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 역시 도망쳤다가 잡혀온 상황이었다. 단지 길을 알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살아있는 것 뿐이었다.
“그... 그냥 죽여라.”
“그럴 수는 없지.”
이미 남은 밴디트들은 거의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순식간에 열명이 넘는 동료들이 전부 몰살된 것이다. 준이 자신들을 살려줄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은 이미 버린 상태였다.
준은 남은 네 명의 밴디트들을 골렘들에게 한 명씩 들게 하고는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수가 줄어드니 이동속도가 빨라졌다.
“여긴가?”
“정말 살려 줄 건가?”
“당연하지. 나도 무저항인 사람을 죽일 만큼 모진놈은 아니거든.”
클라우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래바람을 뚫기 위해서는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길을 따라야만 움직일 수 있었다. 준은 클라우드와 함께 한 시간을 더 기다려, 모래바람의 길이 열리는 방향을 통해서 걸었다. 그 길은 마치 절벽의 틈처럼 사람 하나가 지나갈 정도로 좁았다.
어쩔 수 없이 골렘들을 전부 인벤토리에 넣은 준은 밴디트들과 클라우드를 앞세우고 그들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십분 쯤 걷자, 이윽고 모래바람이 걷히고 멀리 인간의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겨우 인구 300의 작은 곳이라 도시라 부르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았지만 애초에 알카트뢰즈 도시들의 평균인구가 500을 넘지 않는다.
준이 처음 왔을 당시의 나하라에 비해서도 사람이 많다보니 도시의 규모도 그보다는 컸다.
그리고 그 도시의 앞에, 거의 수십명은 되어보이는 자들이 마치 준을 기다렸다는 듯이 일렬로 대기하고 있었다.
“흐음. 환영 인사 치곤 좀 많군.”
이미 바깥에서 요란을 떨었으니 자신이 오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이 여기까지 혼자 몸으로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퀘스트,‘죽은자들의 도시’가 발동되었습니다.]
알카트뢰즈의 관리를 벗어난 밴디트 들의 도시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잠재적인 위협으로 간주되며 사용자는 그들을 제거함으로서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곳에는 도시를 수호하는 수호자가 있습니다. 그자가 가지고 있는 던전핵을 찾아 파괴하십시오.
추가 퀘스트를 완료할 경우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수호자의 던전핵 파괴(0/1)
*밴디트 척살 (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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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10시에 올립니다. 요새 자꾸 업로드 시간이 늦어지는 건, 그만큼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어서 그럽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