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13화 (11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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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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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외에 특별한 기능은 없는가?”

“아. 있지. 스토어를 이용하면 외도사냥용 무기를 구입할 수 있어.”

“무기?”

그 헌터가 처음으로 흥미를 보였다. 클라크는 걸렸다 싶어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스토어에 들어가면 무기샵과 공구샵이 있는데, 전부 결정체를 충전해서 살 수 있는 물건들이야. 가격이 좀 세긴 하지만 쓸만한 물건들이 많지. 특히 최근에는 니들건이라는 총기까지 올라왔다고.”

“총기를 판단 말인가? 그건 불법 아닌가?”

“진짜 총은 아니고, 공구용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개조한 모양이더라고. 전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사용한 사람들 후기를 보면 꽤나 쓸만하다던데?”

“전력이라... 그럼 사용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혹시 상점에서 전기를 충전해 주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고, 대신 발전기를 판매하고 있지. 그렇지 않아도 오늘 물건이 들어오기로 했는데, 조금 기다리면 볼 수 있을거야. 어때? 관심있어?”

“발전기라... 확실히 쓸만한 거겠지?”

“당연하지. 요즘 나하라산 신상품들이 최고 인기라고. 오죽하면 헌터들이 나하라로 이주를 할 정도니 말 다한 거 아닌가?”

“흠... 발전기라...”

그는 잠시 손에 든 델타폰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준은 사흘 동안 델타폰과 발전기를 충분히 만들어 밥에게 넘겼다. 던전에 원정을 갔다오려면 최소 이틀은 소모되고, 변수가 생긴다면 사나흘은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사이 물건이 떨어지면 그만큼 손해였기 때문에 아예 넉넉하게 물건을 준비해서 넘겼다.

그리고 밥에게서 완전히 개조된 창고를 건네받았다. 준이 간이 숙소로 개조된 창고로 가서 손을 올리고 인벤토리에 넣겠다는 생각을 하자 깔끔하게 그 형태가 사라졌다. 지켜보던 밥이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이런 물건이 들어가다니, 그것 참 부러운 능력이군.”

“밀수라도 하려고?”

“하하. 굳이 그런 짓까지 안해도 잘 먹고 잘사는 데 뭐하러. 하지만 이런 능력이 있으면 정말 손쉽게 상품을 옮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군.”

“그런가. 그쪽으로는 생각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네. 사실 굉장히 비싼 기술이기도 하고.”

1m*1m*1m 크기의 큐브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경험치가 100이다. 천만원짜리 저장공간인셈이다. 정상적인 물건을 이정도 크기의 공간으로 옮긴다고 했을 때 그리 유의미한 수익이 날 것 같지는 않았다. 인벤토리의 장점은 불법적인 일을 벌일때 그 빛을 발한다.

‘마약 100kg 정도는 우습게 옮길 수 있겠지.’

그 정도 무게면 가히 몇 백억 단위다. 때문데 마약카르텔에서는 상급의 마법사를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영입하려고 애쓴다. 그들이 사용하는 아공간에 마약을 담아서 이동하면 절대로 잡힐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은 그런 거래를 거부하지만, 돈에 미친작자들 몇몇이 연루되는 경우가 있었다. 사안이 워낙에 민감한 때문인지 마약과 관련된 문제에 걸려들면 상급 마법사라고 할지라도 가차없이 사형에 처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더더욱 아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의 몸값은 올라갔고, 그에 비례해 그 유혹에 빠져드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다.

준은 상점에서 나와 막스에게 들러 일의 진척상황을 확인했다. 실러스토를 잡을 그물은 거의 완성되어 있는 상태였다. 던전에 갔다오면 일이 끝나있을 것 같았다.

어느덧 델타OS에 등록된 사용자의 수는 3천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런 추세하면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5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아카샤넷에 접속한 준은 그동안 막스가 올린 니들건의 후기를 차례로 읽었다. 그는 그물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니들건의 사용기를 잊지 않고 올리고 있었다. 확실히 맡은 일 하나는 확실하게 하는 타입인 모양이었다.

막스가 올린 글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댓글들이 많이 달려있었다. 처음부터 홍보목적으로 올린 글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바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그동안 쌓은 신뢰가 있기 때문인지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었다.

‘헌터보다는 아예 이쪽으로 나가는게 나을 것 같은데.’

막스가 올린 글은 최대한 사실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 약간의 과장이 섞인 글이었다. 지나치게 광고로 보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그 물건을 사고싶지 않게끔 까내리지도 않았다. 사실과 거짓을 적당히 섞어가며 약을 파는 막스의 기술에 많은 사람들이 낚이는 모습은 가히 신비롭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처음부터 신입을 끌어모아 사냥을 나가는 방식을 선호했다. 사람들을 모으는 재주는 확실히 탁월한 데가 있었다.

준은 계속해서 댓글을 읽어나갔다. 생각보다 물건이 빨리 팔려나간다고 생각했더니 인증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었다.

-나도 발전기랑 니들건이랑 세트로 샀는데 이거 완전 대박임. 탱커한명에 근접 딜러 둘만 데리고도 특이외도 잡을 수 있었음.

-원딜없이 됨?

-솔직히 원딜은 별로 필요없었던 듯. 그냥 일반인 데려다가 니들건 쥐어주면 그거나 이거나 별차이 없을 것 같아.

원거리 딜러의 장점은 공격을 받을 위험이 없는 원거리에서 외도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충분한 정신집중을 할 시간이 있었고, 그들의 공격 하나하나는 상당히 강력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근접딜러들이 혹시나 외도에게 맞아 죽을까봐 전전긍긍하며 숟가락 딜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딜링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근접딜러가 더 딜을 많이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인 것이라 무조건 그렇다고 이야기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대체로는 원거리 딜러의 딜링능력이 뛰어난 편이었다. 게다가 원딜러는 숫자가 많아도 서로에게 얽히지 않고 공격을 할 수 있다. 근접딜러의 숫자가 많아지게 되면 탱커의 움직임이 제한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래저래 원거리 딜러의 효용성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헌터는 어쩔수 없이 근접딜러로 헌터생활을 시작한다. 준이 그랬듯 원거리 딜러를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을 갈고닦아야 할 경우가 많았고,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의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근딜은 대체로 서민헌터가, 원딜은 어느정도 재산이 있는 이들이 선택하는 직업이었다. 서은설과 홍창만은 예외적으로 각자의 스승에게 거두어진 케이스였지만 그런 경우는 그리 흔치않은 일이었다.

-대박. 그럼 원딜들 어떻게 되는 거임?

-어떻게 되긴? 나가리 되는거지.

-잘난 척 하더니 잘 됐군.

-원딜이 무슨 잘난척을 한다고 그러는 거임? 근딜들 자격지심 쩌네.

-네. 다음 원딜러.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일단 니들 건이라도 사고 나서 그러던지. 돈도 없는 놈들이 쓸데없는 부심 개쩌네.

-왜 이제 쫄리냐? 니들 설자리 없어질까봐?

“끙...”

준은 갑자기 원딜과 근딜의 싸움터가 되기 시작한 게시판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어디에서든 편을 가르고 싸우는 놈들은 항상있었다. 근딜이든 원딜이든 어차피 수형자임에는 똑같은데 거기서 조금 더 나아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보다못한 준이 글을 올렸다.

-나 제작잔데, 니들 건 같은 경우는 원딜러가 사용하면 조금 더 세짐. 투사체에 마나를 부여하는 건 근딜보다 원딜이 능숙하기 때문임. 그래봤자 큰 차이는 아니지만 어쨌던 더 센 건 사실. 그러니까 니들건은 근딜이 써도 되고 원딜이 써도 됨. 각자 장단이 있음.

-거봐. 제작자도 원딜이 낫다고 하잖아.

-저건 그냥 원딜러들한테 니들건 팔아먹으려고 하는거잖아. 보면 모름?

-만든 사람이 저렇게 이야기 하는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

-내가 제작자라도 저렇게 이야기 하겠다. 그럼 원딜러 니들 다 병신 됨, 이렇게 말하겠냐?

-개소리 쩔죠.

-논리적으로 대응못하니까 욕부터 하는 클라스.

준은 그냥 게시판을 닫았다. 나름대로 싸움을 중재하려고 쓴 글때문에 더 크게 싸움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이럴때는 그냥 무시하고 알아서 지들끼리 누가 더 병신인지를 입증할때까지 내버려 두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방금 전 부터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어요?”

조수석에 앉아있던 루나가 입을 열었다. 준은 현재 새롭게 발견된 던전을 향해 달리고 있던 중이었다. 어차피 가는 길은 뻥 뚫려있고 걸리적 거리는게 없다보니 주행중 아카샤넷을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아.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싸우기에 말리려고 했다가 도로 싸움만 커졌네.”

“이건가요?”

그녀는 델타폰을 켜 글을 읽다가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아니, 신기하잖아요. 준이 만든 물건을 가지고 이렇게 사람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게. 사실 만든 사람은 별 생각도 없는데. 원딜러가 어떻고 근딜이 어떻고 하는 게 꼭 애들 싸움 보는거 같아서요.”

“원래 남자들이라는 게 그런 쓸데없는 일에 목숨을 걸기도 하고 그러는거야.”

“준도 그런가요?”

“음... 뭐,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

사실 준도 아카샤넷에서는 나름 키보드워리어로 활동하고 있었다. 준의 입장에서는 꽤나 유리한 것이 알카트뢰즈에 있는 헌터들 중 상당수가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자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준의 지능은 30을 넘어가는 상황. 어지간한 이들은 준 앞에서 기도 못펴고 썰려나가기 일쑤였다.

물론 드넓은 인터넷의 바다로 가면 자료를 산처럼 쌓아두고 논리를 새파랗게 갈고닦은 키보드마스터들이 있겠지만, 준의 활동범위는 어디까지나 아카샤넷이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만큼은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무기들은 잘 챙겼지?”

“네. 가방에 넣어뒀어요. 헌데 제가 정말 전투에 참여해도 괜찮을까요?”

그녀는 발밑에 둔 백팩에서 니들건을 들어보였다. 그녀는 직접적인 공격기술이 없는데다가 근접공격을 하기에는 너무 체력이 낮았기 때문에 니들건을 사용하는 것이 제격이었다. 어쨌든 최소한의 기여도는 있어야 경험치를 분배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녀도 전투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경험치를 받으려면 해야 돼. 최대한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공격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그리고 네 옆에 보디가드를 붙여놓을테니까 그리 위험할 일도 없어.”

“보디가드라면... 검둥이 말인가요? 이렇게 작은 녀석인데, 괜찮을까요?”

“왜.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아니, 그게 아니라 혹시라도 저 아이가 다치기라도 할까봐서요.”

준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흘렸다. 검둥이가 그런 그녀의 말에 감동을 받았는지 루나의 가슴에 머리를 비볐다.

-너 임마. 죽을래? 어딜 들이대는 거야?

-이, 이건 그냥 감동의 몸짓입니다. 정말이에요. 형님. 오해하지 마세요.

준이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검둥이가 화들짝 놀라며 머리를 뗐다. 아무래도 감동을 받았다는 말은 진심인 것 같긴 했다. 단지 몸에 밴 변태적인 습관이 무의식중에 드러난 모양이었다.

“걱정하지마. 저 녀석이 다칠 정도의 녀석이라면 아마 던전보스 정도는 되어야 할 테니까.”

“검둥이가 그렇게 강한가요?”

“시미보다는 약하지.”

“음... 뭔가 미묘하네요.”

루나는 검둥이와 시미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 입장에선 시미의 능력을 한번도 경험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한 의문이었다. 심지어 한번은 시미를 꼼짝못하게 만든적도 있었다. 그때 시미가 온갖 기술을 사용했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펠로우쉽끼리는 공격불가가 걸려있어서 그래.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저 녀석에게 꼼짝도 못했을걸?”

“그런가요? 하지만 뭔가 매치가 잘 안되네요. 저렇게 작은 아이들이 그렇게 강하다는게 말이에요.”

“뭐, 어차피 던전에 들어가게 되면 알게 될 테니까 벌써부터 그렇게 고민할 필요없어.”

============================ 작품 후기 ============================

그렇게 그녀는 검둥이의 보호를 받게 되고... 보디가드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합니다.(뻥)

오늘 한편 더 써볼게요. 늦을테니 기다리지는 마시구용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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