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10화 (11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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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미스틸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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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부글.

물속에서 전투가 벌어졌는지 호수면이 거칠게 일렁이며 기포를 뿜어올리기 시작했다. 어제보다 격렬한 반응이었다.

“무기를 하나씩 쥐어주니 좀 할 만한 모양이지?”

준은 골렘시리즈의 체력바를 시야에 띄워놓고 상태를 지켜보았다. 실러스토 같은 경우는 물에 엑조틱 에너지를 실어서 공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매질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대기중에 쏘아보내는 것 보다 그 효율이 좋아서 골렘들이라고 해도 체력이 팍팍 깎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삼십 여분 쯤 그렇게 싸우니 골렘들의 체력이 1/3정도 줄어들었다.

준은 대흉근을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어렵다. 대신 상처는 많이 입혔다.

-적당히 싸우다가 힘들것 같으면 올라와. 동생들도 데리고.

-알았어.

호수위로 약간 붉은 색이 흐르는 것을 보니 놈이 상처를 입은 것은 확실한 모양이었다. 준이 명령을 내린지 얼마되지 않아 수면이 일렁이더니 대흉근과 아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촤아아!

녀석들의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보였다. 아예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녀석도 있었다. 다행히 그리 상태가 심각해 보이진 않았지만, 네 마리나 되는 노란색 외도가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돌아올 정도이니 물속에서 실러스토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하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대흉근의 말에 따르면 어느정도 상처를 입힌 것은 사실인 모양이니 이대로 좀 더 괴롭히면 충분히 힘을 빼놓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수고했다. 내일도 부탁해.”

준은 골렘들에게 결정체를 하나씩 던져주었다. 노란색 외도인 그들에게 붉은색 결정체는 결정도를 키우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처를 회복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적당히 녀석들의 체력이 회복되고 나서도 준은 녀석들을 인벤토리에 바로 집어넣지 않고 대기 시켜두었다.

인벤에 들어가게 되면 그 순간의 정보가 그대로 저장되기 때문에 체력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때문에 어느정도는 체력을 회복시켜놓을 필요가 있었다.

골렘들을 적당히 근처에 세워두고 돌아오자 시미와 검둥이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갈구하는 두 녀석의 시선에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결정체를 하나씩 주었다. 어차피 인벤토리에 넣어둔 결정체의 숫자는 거의 3000개가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몇 개 정도 주는 것은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까득. 까드득.

준은 커다란 결정체를 마치 사탕처럼 씹어먹고 있는 시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거 맛있냐?”

“맛있써여!”

“그러냐...”

준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우물거리는 시미를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마스터가 시미를 보며 딸 같다고 하는 이야기가 뭔지 대강은 알 것 같았다.

‘괜히 내가 배부른 느낌이군.’

자신이 책임져야 할 생명체가 있다는 건 확실히 특별한 기분이었다. 그것도 저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라면 그 느낌은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너도 줄까?”

준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루나를 향해 결정체를 내밀었다. 그녀도 펠로우쉽에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결정체를 흡수하여 경험치로 환산할 수 있었다.

“아? 네? 아니 그게 아니라...”

“자.”

툭.

루나는 준이 던지는 결정체를 얼떨결에 받았다. 준 입장에서는 전부 하나씩 주는데 그녀만 빼놓기도 뭐해서 준 것이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고마워요. 꼭 간직할게요.”

“먹으라고 준건데.”

“아? 네?”

루나는 준의 말에 당황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결정체를 황급히 입에 털어넣었다. 꿀꺽. 하는 소리가 준에게 까지 들릴 정도였다.

“오늘 영 이상한데...? 어디 아픈데라도 있어?”

준이 루나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것이 정상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감기인가?”

일년내내 여름이나 마찬가지인 알카트뢰즈에서 감기라니 어찌보면 말이 안되는 소리였지만, 그래도 꼭 걸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준이 그녀의 이마의 가볍게 손등을 가져다 대었다. 혹시라도 기분 나쁠까봐 슬쩍 가져다 대었는데, 그러자 루나의 얼굴이 더욱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 진짜 열이 있는 모양이군.”

“그... 괜찮아요. 저는.”

“아니. 일단 돌아가자. 어차피 목적은 어느정도 달성했고, 나하라에는 병원도 있으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며 오른 팔로 그녀의 어깨를 두르고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아.”

루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려 준의 팔에서 빠져나왔다. 준은 그녀를 반쯤 끌어안으려 했던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뭔가 실수를 한 것 같군.’

준은 천천히 물러서고는 그녀에게서 약간 떨어진 곳에 앉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자신과 닿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준도 약간 의기소침해진 것이다. 준의 머릿속에 자신이 던전에서 그녀의 입술을 빼앗았던 것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때 이후로 자신에게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그 일을 이제와서 사과할 수도 없고...’

당시에는 준도 머리에 열이 올라 무턱대고 저지른 짓이었다. 미안하다는 감정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기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자신의 생각이 틀린 것 같았다.

“저기...”

그때 루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그, 펠로우쉽에 이상한 기능 같은 게 있는 건가요?”

“기능?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혹시 펠로우쉽에 연결이 되면 준에게 호감을 느낀다던가 하는...”

루나의 말에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 있어. 호감도 시스템이라고. 그런데 그건 왜 묻는 거지?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어?”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시미도 그렇고 검둥이도 그렇고, 분명 외도들인데 이상하게 준에게 호의적인 것 같아서 그래요. 골렘들도 인간에게 적대적인 존재니까요.”

“아아. 확실히 그 영향은 있지. 어쨌든 보통이라면 인간에게 저렇게 순종적인 녀석들은 아니니까.”

“역시 그랬군요. 그래서...”

루나의 뒷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무언가 생각을 하듯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에 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잠시동안 그녀를 혼자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럼 일단 여기서 쉬고 있어. 나는 근처를 한 바퀴 돌아 볼 테니까.”

끄덕.

루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준은 검둥이와 시미를 남겨놓고 천천히 호숫가로 걸어갔다.

‘흠... 딱히 할일도 없고, 그냥 사냥이나 하자.’

사실 호수의 지형은 이미 모두 살펴본 후였다. 니들건의 시험사격이나 할 겸, 그는 근처를 돌아다니며 야생동물을 찾았다. 인벤토리에 식재료는 꽤나 쌓여있었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냉동된 것들이었다.

기왕 요리를 한다면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쪽이 맛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후우.”

준이 사라지자 루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심장이 미칠 듯이 뛰고 있었고, 한번 달아오른 얼굴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눈치챘을까? 아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는데.’

루나는 손등으로 이마를 꾹꾹 누르며 열을 식혔다. 그의 손이 닿은 곳이 데일 뜻이 뜨거워져 있었다.

“으이그, 바보...”

나하라에서 부터 이곳에 올 때까지 루나의 머릿속은 계속해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도저히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그를 의식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걸 왜 간직한다고 말했을까...?’

정말 부끄러워서 미칠지경이었다. 당연히 먹으라고 준 것임을 알고 있었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어 버렸다. 정말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했겠지? 혹시 들킨 건 아닐까?’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이 튀어나왔다. 누가 봐도 그녀의 마음이 준을 향해 있음을 알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준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알면서도 모른 척 할 수도...’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학자로서의 자신이었다.

여자로서 그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면 그다지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그녀에게 준이 연하이듯, 준에게 그녀는 다섯 살이나 차이가 나는 연상이기 때문이었다.

‘하아...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지.’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곳에 오는 세 시간 동안 어떻게든 말을 걸고싶어서 입술을 웅얼거리다가 닫아버린 것도 수백 번이었다.

그 정도면 어느정도 눈치 챌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고 자신의 반응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아니야. 알고서도 저러지는 않을거야.’

알면서 장난을 치는 거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이 비참해질 것 같았다.

루나는 다시한번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왜 이렇게 내가 혼자 괴로워 해야하는 걸까?’

준의 말로 이것이 펠로우쉽의 호감도 시스템 때문이라는 것이 확실해 진 상황이다. 허면 펠로우쉽을 끊어버리면 간단한 문제였다. 그렇게 되면 영문모를 이 감정도 사라질 것이고 그러고 나면 더 이상 괴로워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싫다. 정말.”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감정의 폭풍속에서 루나는 원인모를 자기혐오만이 남아 자신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싫어요?”

시미가 루나의 무릎으로 뛰어오르더니 입을 열었다. 루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싫은건 나야.”

“왜요?”

“해야할 일을 미루고 쓸데없는 걱정이나 하고 있으니까.”

그녀는 나름 인류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웜홀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 때문에 이 먼 알카트뢰즈 까지 지원해서 온 것이다. 헌데 아직 별다른 결과도 내어놓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개인적인 고민이나 하고 있으니,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슥슥.

그런 그녀의 곁으로 검둥이가 다가와 머리를 슥슥 비볐다. 그 위치가 미묘하게 허벅지 아랫부분이라는 것이 걸리지만 그녀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검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시미. 시미는 준이 좋아?”

“응.”

시미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왜?”

“몰라요.”

“만약 그게 네 의지가 아니라면 어떻게 할 거야? 펠로우쉽 때문에 생긴 감정이라면?”

루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비겁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녀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사실 그녀가 이 질문을 전부 이해할거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음...”

하지만 의외로 시미는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관없어요.”

“상관없어? 왜?”

루나는 자신의 손바닥만한 작은 크기의 소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시미는 눈을 반원형으로 그리며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라도 좋으니까요.”

“그렇구나.”

루나는 시미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토록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끙끙앓고 있는 자신이 그녀에 비해 과연 더 똑똑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루나는 시미가 자신보다 더 어른스럽다고 느꼈다.

“너 같은 동생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

“동생 아니에요.”

“후훗.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가 동생이 아니면 뭐겠어?”

루나의 말에 시미가 볼을 부풀리더니 그녀의 무릎에서 뛰어내렸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아이같아 루나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가 사라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미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 어떻게?”

“시미는 커질 수 있어요~”

무럭무럭 자라던 그녀는 거의 루나의 가슴 높이까지 자라더니 성장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앞에서 허리에 손을 올린 채 가슴을 쭉 내밀었다.

“어때요?”

“...그래도 귀여워.”

루나는 시미를 와락 끌어안았다. 커지긴 했지만 모습 자체는 손바닥 만 할때와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귀여움만 열배로 커진 느낌이었다.

============================ 작품 후기 ============================

EU LCS 결승전을 보다보니 시간이... 역시 프나틱이 체고시다.

다음편은 아마 열시전쯤에는 올라갈겁니다.

왜 이렇게 늦냐면, 아직 NA LCS결승전이 남아있거든요...

TSM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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