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06화 (10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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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미스틸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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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곧바로 숙소로 돌아가서 공구세트의 물품들을 전부 스토어에 올렸다. 대부분 낮은 경험치를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등록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일반적인 망치나 스패너, 니퍼 같은 것에서부터 가스토치나, 전동드릴, 에어 타카, 용접기, 전기톱 등까지 그 범위는 매우 넓었다.

가격은 원가의 두 배정도로 책정했다. 바깥에서 보면 비싼편이지만 이곳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댓글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시간이 남는 녀석들은 이걸로 집을 만들어도 되겠군.’

알카트뢰즈에서 집을 짓기 위해서는 상점에서 나무를 사다가 하나하나 손으로 지어야 했다. 하지만 개인발전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 전동공구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적으로 집을 지어서 파는 이들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이번 기회에 집을 하나 만들어 볼까.”

지금까지는 펍의 2층에 있는 숙소에서 지내는데 그리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소 좁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제작품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좁은 방안에 재료들을 쌓아놓고 있다보니 방안도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흠... 어차피 아직 한참은 있어야 할 테니까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아.”

하필 루나가 와있어서 시간을 많이 낼 수는 없었지만 지금부터 준비하면 루나가 나하라를 떠날때쯤엔 완성을 시킬 수 있을 듯 했다.

‘집을 지으려면 먼저 장소부터 봐둬야 할 것 같은데...’

일단 가능하면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싶었다. 현재 나하라는 준이 가는 곳마다 시선을 끌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은 이래저래 피곤한 일이다. 아무래도 남의 시선을 신경쓰게 되는 것이다.

준이 엄청난 결정체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것은 이제와서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물론 준이 실력있는 헌터라는 사실은 모두에게 알려져 있었지만 사람이라는게 한 번 욕심에 눈이 돌아버리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들어 나하라도 인구가 꽤 늘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오는 이들도 있었고, 아예 새로 보내지는 신입들의 숫자도 크게 늘어 그 숫자가 벌써 500명에 이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하라는 수용인원을 넘어 과포화 상태에 있었다.

슬슬 자리를 옮겨야 할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나하라에서 떨어진 곳에 집을 짓는 건 어떨까?’

어차피 델타폰이 있기에 사람들과의 교류는 계속할 수 있었다. 거기다 험비도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나하라로 올 수도 있었다.

‘가장 가까운 오아시스가 어디지?’

일단 집을 짓기 위한 가장 좋은 입지조건은 오아시스의 존재 유무였다. 먹을 것도 먹을 거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준이 알기로 가장 가까운 오아시스는 시미가 살고 있던 곳이었다.

‘거긴 차로 세 시간이나 달려야 되는 거리인데...’

아무리 조용한 곳을 원한다고는 했지만 좀 너무 먼 감은 있었다. 그렇게 되면 기껏 이곳에 만들어 놓은 인맥들을 활용할 방법이 없어진다. 밥도 밥이지만 준은 마스터의 요리에 꽤나 길들여져 있는 상태였다.

‘일단 고민을 좀 해보자.’

처음에는 그저 공구를 팔아보자고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집짓기로 넘어가버렸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자 지금껏 별 불편없이 지내왔던 숙소가 엄청나게 좁아보였다.

“사람이라는 것이 참 간사하군.”

지금까지는 이런 숙소라도 감사해 하며 살아왔지만 조금 형편이 펴자 바로 넓은 집이 갖고 싶어졌다. 어차피 오래 있을 곳도 아니었지만 그 잠깐이라도 편하게 있고 싶었던 것이다.

준은 새 집을 짓는 문제를 가지고 밥과 상의했다. 예상외로 밥은 준이 나하라를 떠나는 것에 대해 그리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현재 밥의 판로는 나하라에서 그치지 않고 인근 스토크와 카랑카까지 이어져 있었다. 밥의 상점은 어느새 알카트뢰즈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준이 너무 멀리 있지만 않으면 별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경쟁자의 차단을 위해서도 차라리 준이 다른 곳에 떨어져 있는 것이 더 나았다. 밥의 성장을 시기한 다른 상점들이 준에게 접촉할 기미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왕 집을 지을거면 아예 새롭게 개척도시를 만드는 건 어때? 상점도 하나 내고, 펍도 만들고.”

밥의 말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괜찮은 생각이었다. 어차피 준이 아쉬운 것은 밥의 상점과 마스터의 펍이었다. 두 사람을 같이 데려갈 수 있다면 굳이 나하라에 있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겸사겸사 막스도 데려갈까...’

아무래도 집을 짓기 위해서는 일꾼이 필요하니 만큼 그를 데려가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하라는 최근 늘어나는 인구로 인해 점점 외도를 사냥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예전에 비해 외도의 숫자가 늘어났음에도, 니들리스의 보급으로 인해 사냥속도가 빨라져 점점 더 먼곳으로 사냥을 나가야 했던 것이다.

거기에 준도 한몫을 한 상태였다. 준이 한번 필드사냥을 나서면 최소 오십 마리씩 때려잡아 버리니 다른 헌터들이 사냥할 것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준의 마음은 거의 완전히 새로운 마을을 개척하는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나하라를 떠나 새로운 곳에 거처를 마련하게 되면 생기는 장점이 단점들을 모두 덮을 정도로 크다고 생각된 것이다.

일단 새롭게 거처를 마련한 곳이 오아시스다보니 나하라보다 물을 풍족하게 쓸 수 있었다. 나하라는 오아시스가 아니라 지하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도시였다. 그러다보니 씻을 물을 충분히 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대로 씻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바깥에서처럼 샤워를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고, 바가지로 물을 떠가며 적당히 씻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시미가 있던 곳의 오아시스는 꽤 큰 규모였기 때문에 물이 부족할 염려는 없었다. 게다가 커다란 숲이 있을 정도였기 때문에 집을 짓기 위한 목재도 충분했다. 잡아먹을 만한 야생동물들도 있었으니 식량을 구하기도 수월했다.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나하라에 비해 시원하다는 것이다.

“일단 저녁에 펍에 모여서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막스는 모르겠지만 마스터는 쉽지 않을 것 같으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고 상점을 나왔다.

차라라-

바퀴가 마른 땅을 긁으면서 지나가며 흙먼지를 뿌렸다. 루나는 창문밖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이런 식으로 사냥을 하면 금방 부자가 되겠는데요?”

“이건 그냥 용돈벌이지.”

어차피 딱히 할일도 없었기에 준은 루나를 데리고 필드사냥을 나선 참이었다. 시미와 검둥이는 루나의 곁에서 구경을 하고 있고, 전투를 하는 것은 전부 골렘 형제들이었다. 이미 노란색 외도로 진화한 골렘 형제들을 상대할 수 있는 특이외도들은 이 근처에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서른 마리를 때려잡은 준은 인근의 모든 특이외도들을 잡았다고 생각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는거에요?”

이미 이동을 시작한지 꽤나 시간이 지났다. 어느새 두시간 가까이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새 집터를 좀 알아보려고.”

“집?”

뒤에서 검둥이와 놀고 있던 시미가 준의 어깨위로 올라왔다. 그녀는 무언가 냄새를 맡은 듯 벌써부터 킁킁거리고 있었다.

“아아. 거의 다 와가는 것 같은데.”

“집이에요? 우리집?”

시미는 약간 들뜬 것 같았다. 수십년간 살아온 땅이니 그럴법도 했다.

“새로운 마을을 개척하려는 건가요?”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야. 어차피 내가 떠나고 나면 금방 사라질지도 모르는 곳이고.”

“일단 집을 지어놓으면 사람들은 모이게 되어 있어요. 관리소에 등록하면 여러 지원물품도 나오는데, 제가 도와드릴까요?”

“글쎄. 일단 조용히 있고 싶긴한데...”

“나중에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오아시스는 어느새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사방이 황무지인 땅에 유독 푸르른 지역이니 만큼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띄었다.

“여긴 꽤 큰 편이네요. 이정도면 개척지 후보군 중에 하나일 거에요.”

“먼저 들어간다고 문제될 건 없겠지?”

“원칙적으로는 안되지만... 보통은 내버려 두는 편이죠. 딱히 큰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위에서도 별말은 없을거에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오아시스에 도착하자 준은 숲의 초입에서 차를 세웠다. 더 이상 험비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나무들이 촘촘하게 자라있었던 것이다.

“안쪽의 호수까지는 길을 좀 만들어 놔야겠군.”

“놀라워요. 알카트뢰즈에 이런 곳이 있을줄이야.”

“위성으로 보면 보이지 않아?”

“위성사진으로는 이정도 규모의 숲은 점 하나 크기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여기서 보니까 커보이는 거죠.”

“하긴 그것도 그렇겠군.”

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정글도를 꺼내어 잔가지와 풀을 헤치고 나아가니 곧 커다란 호수가 보였다. 사방 백 미터는 되어보이는 큰 호수로 지하수가 솟아올라 만들어 진 곳이라 비가 오지 않아도 항상 같은 수량을 유지하고 있었다.

“갑자기 물이 불어나거나 하지는 않겠지?”

“일 년 강우량이 30밀리도 되지 않으니 갑자기 물이 불어날 위험은 없을거에요. 비가 오더라도 대부분 지하수로 유입되니까 오히려 수량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겠죠.”

루나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막지역에 대한 정보는 자신보다는 이곳에 오래 있었던 루나가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었다.

“대충 이 근처에 집을 하나 지을 생각이야. 초식동물들이 문제없이 돌아다니는 걸로 봐선 외도도 없는 것 같고, 물도 깨끗해 보이니까 나하라보다는 훨씬 지내기 좋겠지.”

“그래도 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아무리 나무로 집을 짓는다고 해도.”

“하긴 내가 살 곳만 지을 건 아니긴 한데...”

막스와 부하들을 동원한다고 해도 밥과 마스터가 살 집까지 마련해야 했다. 그리고 마스터를 데리고 오기 위해선 최소한의 인구수가 있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몇가구 정도는 더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확실히 일이 커진 감이 있군.”

처음에는 준이 살집만 구하려고 했던 것이 마을 개척으로 이어졌다. 그냥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막상 이곳에 와보니 반드시 이곳에 집을 지어야 겠다는 생각만 더 확실해진 상태였다.

그만큼 이 곳은 나하라에 비해서 살기 쾌적한 곳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인력을 좀 구해야겠군.”

“그럴만한 사람이 있어요?”

“있긴 있는데... 루나가 좀 힘을 써줘야 겠어.”

“저요?”

루나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준을 바라보았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웃었다.

“나에게 빚을 진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이라면 싫어도 도와줄 수밖에 없을거야.”

“그게 대체 누구에요?”

“볼칸 대위.”

“설마... 대위님을 일꾼으로 쓰겠다는 말이었어요?”

루나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딱히 어렵게 부탁할 것도 없어. 내가 시켰다는 말을 하면 아마 거부하지 못할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두 사람 사이 나쁜거 아니었어요?”

“사이가 좋지는 않지. 그래도 그정도 부탁은 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고나 할까.”

루나는 준의 뜻 모를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연락을 해봐. 미래연구소쪽 일이 끝나는 대로 오라고 하면 와줄거야.”

“알았어요. 연락은 해볼 텐데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걸로 일꾼 수급은 어느정도 걱정을 덜었다고 할 수 있었다. 볼칸이 자신에 대한 미안함이 남아있다면 어떻게든 도우러 올 것이다.

============================ 작품 후기 ============================

일단 한편 올립니다. 다음편은 아침 여덟시쯤 올라갈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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