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02화 (10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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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미스틸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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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게.”

시어도어 대령이 입을 열자 막사의 입구를 젖히고 볼칸이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꽤나 상기되어 있었다. 수색명령을 무시하고 이곳까지 급히 온 것을 보아선 아마 대령이 준에게 발포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그는 대령과 함께 있는 준을 보고는 약간 놀란 표정이었지만 이내 신색을 바로하고는 경례를 올렸다.

“무슨 일이지? 대위? 연구소에 대한 수색명령을 내린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것이... 준 알스버그에 대해 사살명령을 내리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지.”

“헌데...”

그는 준이 멀쩡히 살아있는 모습에 당황하고 있었다. 분명히 총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살아있다는 것이 쉬이 믿겨지지 않은 것이다.

“간단하지. 저쪽에선 총을 쏘았고, 나는 안 죽었지.”

“전혀 간단하지 않지만... 어쨌든 이 친구의 말이 맞네.”

어느새 ‘친구’가 된 것일까. 준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대위님께서 이곳에 온 이유를 대강 알것같긴 한데... 실수를 만회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그건... 미안하다. 설마 그러실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볼칸은 준이 어느정도는 불합리한 행위를 당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잠시의 감금이나 수형기간의 연장같은, 약간의 피해 정도일거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감정도 남아 있다보니 준이 고생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사살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준을 데리고 온 것이 자신이었기 때문에 그가 죽게 된다면 그것은 오롯이 자신의 책임이었다. 그래서 대령을 찾아가 준의 사살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대지 못하면 계급장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에 대해 강력한 추궁을 할 심산이었다.

“대위. 이 일은 이미 해결된 사안이네. 귀관은 돌아가서 명령을 수행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전승.”

“전승.”

볼칸은 약간 아리송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듯 준을 흘깃 보고는 막사를 빠져나갔다. 서로 그리 좋은 감정이 아니었음에도 나름 책임감있게 행동하려는 그 모습이 그리 나쁘게는 보이지 않았다.

‘마냥 나쁜놈은 아니라는 건가.’

세상에 나쁜 짓만 하는 인간은 없다지만, 그래도 지금의 행동으로 조금은 그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

자신과 상관없는 남의 일로 상관에게 따지러 온다는 것은 어지간한 결단 없이는 행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받을 빚 하나가 늘었군.’

볼칸은 알카트뢰즈 유일의 헌터특전대를 이끄는 장교였다. 계급도 낮지 않고, 준에게 많은 편의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루나와도 친분이 있는 편이니 그녀를 통해 볼칸에게 부탁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럼 이걸로 서로 볼일은 끝난 건가?”

준의 말에 시어도어 대령이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셈이지.”

“그럼 난 이만 돌아가보지. 참. 그리고 이건 선물.”

준은 그렇게 말하며 시어도어 대령에게 델타폰을 하나 넘겼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던 차였기 때문에 시어도어 대령은 별 말없이 그것을 건네받았다.

“지문 인식하면 곧바로 사용자 등록되니까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어. 물론 사용료가 좀 필요하긴 하지만 처음이니까 무료충전을 좀 해주도록 하지.”

“사용료?”

“일단 지문 등록부터 해봐.”

시어도어 대령이 지문등록을 마치자 곧바로 델타OS에 그의 계정이 생성되었다. 화면이 열리자 그동안 꽤나 개편이 이루어진 델타OS의 메인화면이 떴다. 준은 그 중에서 아카샤 넷과 스토어를 보여주며 간단히 설명했다.

“기능은 그렇게 많지 않아. 통화도 델타폰 끼리만 가능하고. 대신에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을 얻을 수 있지.”

준은 그렇게 말하며 ‘통신판매’를 활성화 시켰다. 통신판매 스킬은 소비자가 물건을 주문하는 것만으로 그 자리에서 직접 받아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었다. 준은 현재 통신판매가 가능한 물품들을 살펴보았다.

아직까지는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엑조틱 에너지가 10이상인 것은 등록할 수 없었다. 일단 준은 니들리스 시리즈와 불스원샷을 올려 가격을 100EP로 설정했다.

스토어를 확인하자 통신판매 목록에 니들리스 시리즈 2개와 불스원샷이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불스원샷의 경우에는 부탄가스통이 따로 필요했기 때문에 당장 만들더라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준은 대신 니들리스 해머를 하나 선택해 주문버튼을 클릭했다. 이미 계정이 생성되었을때 EP를 충전해두었기에 구입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그러자 델타폰의 화면에 필요한 재료의 목록이 떠올랐다.

-철 20kg이 필요합니다.

“흠... 재료비가 추가로 드는 게 조금 문제로군.”

하지만 현재 밥도 취급하고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꼭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준은 이제 남은 니들리스의 재고를 모두 처분하면 더 이상 생산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 자잘한 물건은 스토어에서 팔고 델타폰만을 제작해서 넘길 생각이었다.

“철이라면 조금 남아 있긴 하지.”

시어도어 대령은 그렇게 말하며 부관을 불러 바깥의 헬기 파편조각을 몇개 가지고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잠시후 부관이 막사 안에 금속덩어리들을 던져놓자, 준은 그 앞에 델타폰을 가져다 놓고서는 제작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헬기의 잔해였던 금속덩어리들이 빠르게 재조합되기 시작하더니 니들리스 해머로 변환을 마쳤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시어도어 대령이 흥미롭다는 듯 입을 열었다.

“확실히 그런 기술은 처음 보는 군. 귀관이 왜 이 물건의 판매에 그리 목을 매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겨우 그런 해머를 하나 만들기 위해서 그런 수고를 들여야 할 필요가 있을까?”

“가치가 있지. 이 해머는 실드를 뚫어 버릴 수 있거든.”

“뭐라?”

준은 니들리스 해머의 기능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가만히 그 이야기를 듣던 시어도어 대령이 선글라스를 고쳐쓰고는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혹시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도 외도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흠... 해보지는 않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겠지. 니들리스 해머의 파괴효과는 굳이 마나를 사용하는 기술은 아니니까. 실드에 들어가는 고정데미지도 있고.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반인이라고 할지라도 잘 만하면 일반외도 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군. 이 물건이 그렇게 비싼 이유를 알겠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일반인에게 외도 사냥을 시키는 것은 그다지 권고할 만한 사항이 아니야. 일반인이 이런 무기를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리도 없어.”

준의 경고에 시어도어 대령은 뜨끔한 표정이었다. 준은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꼭 군인을 통해서 사냥을 해야겠다면 니들리스 시리즈보다는 불스원샷쪽이 나을거다. 어쨌건 이건 원거리 딜링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일반외도 이상인 적에게는 그다지 좋은 물건은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보조화력으로나 사용해야할 거야.”

“그렇군. 어쨌든 그에 대해서는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지.”

시어도어 대령은 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방금전까지 준을 죽이기 위한 명령을 내렸던 사람이 하는 악수요청이라 그리 내키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협력관계가 될 사람이었다. 준은 가볍게 손을 맞잡았다.

커다란 험비를 인벤토리에서 꺼내는 준을 보며 입을 쩍 벌리는 시어도어 대령의 표정을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연구소를 떠났다. 어차피 뒷마무리는 시어도어 대령이 할 것이고, 더이상 준이 그곳에 남아 할일은 없었다.

준은 백미러에 비치는 미래연구소를 보며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헌터를 외도로 만드는 실험은 어느정도 성공을 한 상태였다. 비록 그 연구성과는 모두 폐기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과연 이런 연구가 알카트뢰즈에서만 행해지고 있었을까. 어쩌면 그런 유사한 실험이 여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일단 준은 그런 생각들을 머리속에서 지웠다.

준이 그 모든 문제들을 감당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에 아직 준은 일개 수형자의 신분일 뿐이었다.

“일 년이라...”

가석방 심사는 최소 1년이 지나야 가능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모든 일이 잘 풀려서 준의 생각대로 흘러 간다해도 최소 이곳에서 일 년은 더 있어야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1년이 어디야...’

일단은 시어도어 대령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 넘긴 델타폰이기도 했다.

‘감청 정도야. 딱히 나만 하는 것도 아니잖아?’

델타폰은 당연하게도 준이 거의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도청은 물론 사진과 영상까지 얻을 수 있었다. 때문에 만약 시어도어 대령이 델타폰을 가지고 다니기만 한다면 준은 손쉽게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뭔가 더 그럴듯한 떡밥을 던져줘야겠어.”

사실 아직까지는 시어도어 대령이 혹할만한 물건은 그다지 없었다. 불스원샷 정도면 다수의 군인을 이용해 외도를 상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특이외도까지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새로운 무기가 필요해.’

별다른 훈련없이, 더 강력한 힘을 내는 새로운 무기를 제작하여 군인들에게 보급하게 되면 시어도어 대령은 더더욱 준을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투투투-

나하라로 돌아온 준은 검둥이와 시미를 깨웠다. 녀석들은 차안에서 길게 기지개를 펴더니 이내 눈을 비비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벌써 도착했어여?”

“니들이 오래 잔거야.”

미래연구소에서 나하라까지 거의 세 시간을 달렸다. 놀랍게도 녀석들은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하는 위엄을 보였다.

“헌데 저 사람들은 뭐하는 거야?”

펍 앞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보아하니 펍안에 자리가 없는 모양인데, 그렇다고 해도 굳이 펍안을 기웃거리며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준은 차에서 내려 험비를 인벤토리에 넣고 그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대체 다들 뭐하는 거야?”

“여자가 있어.”

“뭐?”

준은 깜짝 놀랐다. 나하라에 여자가 있다니. 물론 시미도 일종의 여자였고, 나름 인기스타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진짜 여자라고는 할 수 없었다.

‘여자라... 설마 아니겠지.’

준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사람들을 밀치고 펍안으로 들어갔다. 뭔가 비정상 적으로 활기차게 느껴지는 펍안의 분위기가 준이 들어오면서 갑자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준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에 앉아 마스터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여성이 준을 향해 고 고개를 돌리고는 손을 흔드는 것이다.

“아. 준. 무사했군요.”

“루나?”

준은 크게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오오오----

그러자 갑자기 펍안의 사람들이 환호성 비슷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진짜일 줄 알았다느니, 여자친구라느니, 손은 잡고 잤냐느니, 별의별 이야기들이 사방에서 터져나왔다.

준은 한숨을 쉬며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정신없이 시끄러운 와중에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준과 루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정말 이런 시선 불편하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하라로 오라고 말하긴 했지만, 설마 말하자마자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준은 그녀의 옆에 앉아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오라고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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