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01화 (10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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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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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체...”

시어도어 대령은 선글라스를 벗고는 준을 쳐다보았다. 그의 푸른색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고 있었다.

그런 반응은 준을 향해 총격을 가한 군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유령이라도 본 듯 창백한 얼굴이었고, 일부는 들고 있던 총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시어도어 대령.”

준이 입을 열자, 대령이 정신을 번득 차린 듯 다시 선글라스를 썼다. 당황하는 표정을 숨기기 위함이었지만 이미 그러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뭐지?”

“조용히 이야기 하지. 보는 눈도 많을 텐데.”

“흠...”

준의 말에 시어도어 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준에게는 총이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이곳에 준을 상대할 자는 볼칸이 이끄는 헌터부대 외에는 없었다. 결국 준이 뭘 하려고 하든 그가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저 녀석 혹시 외도화 된건가?’

외도라면 화기에 면역이니 이해할 법하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던전핵에 대한 것은 그 역시 약간이나마 지식이 있었다. 외도화 된 인간이 힘을 사용하면 적으나마 몸에서 그 결정체의 빛이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방금의 준에게는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외도가 보이는 인간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의 애송이는 외도라고 하기 힘들었다.

‘허면 대체 어떻게 해야...’

그는 잠시 그의 옆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개와 그 위의 작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비겁하더라도 저들을 인질로 삼아 어떻게든 일을 처리할 수 없을 까 생각해 보았지만, 뒤이은 준의 말에 그는 그마저도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군. 저 녀석들에게 총을 쐈다간 일단 그쪽의 목은 확실히 날아갈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준은 약간 화가 난 상태였다. 어차피 시미나 검둥이도 화기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뭐가 어찌되었든 간에 자신을 죽이려는 자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군.’

헌터를 상대로 하는 실험은 어디까지나 기밀로 존재해야했다. 그런 정부의 치부를 누군가 알게 되었다면 군인으로서 시어도어 대령이 할 일은 그 자를 제거하는 것이리라. 준은 최대한 그 부분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대령을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준이 생각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대령을 죽이면 다른 군인이 가만히 있을리 없고, 그렇게 되면 준은 연합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일단 어떻게든 알카트뢰즈를 탈출 할 수 있게 된다해도, 계속해서 연합의 추적을 받게 될 것이다. 연방은 연합과 동맹국 수준이기 때문에 결국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아주 먼 외딴 행성이나, 파티마 제국 정도. 그도 아니면 중화민국 정도 일 텐데, 어느쪽도 그리 마음에 드는 선택지는 아니었다.

준은 미래연구소 앞에 급히 만들어진 간이막사에 들어섰다. 전술지도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그곳은 일종의 회의실로 사용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젊은 장교 두명이 안에 있다가 대령을 보고 경례를 했다.

“전승.”

“전승.”

시어도어 대령은 맞경례를 하고 장교들을 바깥으로 보냈다. 일단 준을 자리에 앉힌 그는 머리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대체 어디서 이런 녀석이...’

현재 그는 알카트뢰즈 1연대를 이끌고 있는 입장이었다. 알카트뢰즈 전체를 통틀어 군인이 약 1만명 가량 있었는데, 시어도어 대령은 사단장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병력을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도 헌터 하나를 어쩌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대체 어떻게 날 죽여야 할지 생각이 많겠지?”

“네 놈...”

시어도어 대령은 준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어차피 그를 죽이려 한 이상 쓸데없이 에둘러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도대체 뭘 어쩔 생각이지? 협박이라도 할 생각인건가?”

“어쩔 생각이라니... 난 그저 연구소를 저렇게 초토화 시킨 범인을 죽이고 나왔을 뿐이야. 사정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총질을 한건 그쪽이 먼저라고.”

준은 나름 억울하다는 제스춰를 취했다. 시어도어 대령은 순간적으로 정말 저 녀석이 아무것도 모를지도,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만약 저 연구소 안에 들어간 것이 확실하고 외도화 된 칼 레이건을 만났다면 미래연구소의 목적에 대해서 모를리가 없었다.

“서로 피곤하게 돌려 말할필요는 없겠지. 제군이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일단 그 ‘제군’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그만두지 않겠어? 나는 그쪽 부하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그거 복수형이라고. 여기는 나 혼자 뿐이고. 물론 이 녀석들도 있긴 하지만.”

준은 막사 한쪽 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검둥이와 시미를 보았다. 녀석들은 총소리게 겁을 먹은 것이 언제냐는 듯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연구소 안에서 연이은 전투를 벌였으니 피로할 법도 했다.

“싫다면 귀관으로 하지.”

“나는 장교도 아니지만. 뭐 알아서 해. 그런것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허면, 귀관은 어쩌려는 생각이지?”

“그걸 나에게 물어보면 어떻게 해? 총질을 한건 그쪽이 먼저인데. 그쪽이 먼저 사과를 하든 뭘 하든 해야 할 거 아니야.”

“귀관이 알고 있는 것이 큰 문제가 될 거라는 건 알고 있겠지? 그것은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제다.”

“그리고 이제 곧 공공연한 비밀이 되겠지.”

“설마 그 이야기를 퍼뜨리겠다는 건가?”

“나 하나 죽이려는 걸로 입을 막으려던 분이 하실 말씀이 아닐텐데. 그럴바에야 아예 공론화 시켜버리게 낫지.”

준은 슬쩍 운을 띄웠다. 사실 이 시점에서 미래연구소의 기밀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퍼져나갈 수밖에 없다. 일단 볼칸을 위시한 헌터부대가 연구소 안에 들어가 있다. 그곳에서 무슨 연구를 했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겠지만 그 안의 광경만으로도 어느정도는 추측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군인들은 상명하복에 철저하다지만 PMC는 돈으로 계약된 용병과도 같다. 과연 헌터부대원들이 그 비밀을 철저하게 지킬 것인가는 두고봐야 할 문제였다.

시어도어 대령은 그깟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귀관의 말을 누가 믿겠나. 어차피 알카트뢰즈 바깥으로는 이야기가 퍼질 수도 없고, 이안에서 혼자 떠든다고 해도 한계가 있겠지.”

“정말 그럴까?”

준은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델타폰을 꺼내들었다. 준이 허공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렇게 꺼낸 물건이 전자기기다 보니 시어도어 대령은 꽤나 놀란 눈치였다.

“그렇게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지 말라고. 이 물건들 이미 이 알카트뢰즈에 엄청나게 깔려있으니까.”

“스마트패널은 아니군... 대체 그게 어디서 난거지?”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준은 그렇게 말하며 화면을 열어 델타포럼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지금도 꽤 많은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여기에 글을 올리면 적어도 이천 명 이상이 볼 수 있어. 사진도 몇 장 찍어놨는데 보겠어?”

준은 이미 연구소에서 전투를 거치며 틈날때마다 사진을 찍어두었다. 거기에는 쌍두괴물과 시체처럼 보이는 이들이 준을 향해 다가오는 장면들도 있었다. 그리고 배양액 속에 헌터로 보이는 인간들이 들어있는 사진들도 몇 장 건질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신빙성은 갖추고 있었다.

“...원하는 것이 뭔가?”

시어도어 대령은 눈앞의 애송이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골치아픈 녀석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헌터들이란 그저 냉병기를 든 표적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였지만, 화기가 통하지 않는 녀석이 나타나버리니 자신이 너무 무력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알카트뢰즈의 수형자가 원하는 게 달리 뭐가 있겠어?”

“석방을 원하는 건가?”

“기왕이면 빠른 편이 좋겠군.”

“가석방 심사는 최소 1년이 넘지 않은 이를 상대로는 시행할 수 없다. 그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문제야.”

“그쪽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겠지.”

“아무리 나라고 해도 법을 어길 수는 없다. 사사로이 수형자를 풀어주는 것은 너무 위험도가 높아.”

“노력해보라고. 그정도는 감안해 줄테니.”

“...알겠다. 허나 만약 내가 들어주지 않는 다면 어쩔 생각이지? 내가 약속을 지킬 거라는 보장이 있나?”

그의 말대로 시어도어 대령이 약속을 지킬 이유는 없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이 녀석을 달래는 것이 최선이었고, 일단 돌려보낸 다음에 나중에 상급헌터라도 수배해서 이 녀석을 처리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럴리가 없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대령님께서는 여기서 경력을 끝내고 싶지 않을테니까.”

“하...”

시어도어 대령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대령은 사실 미래연구소에 별다른 이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곳의 비밀을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었던 것뿐이다. 때문에 준을 죽이려고 한 것이고, 적어도 그 시점에서 대령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패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만약 시어도어 대령이 끝까지 준의 입을 막기 위해서 윗선에 보고하는 순간, 그는 자신의 실패를 상급자에게 알리게 되는 셈이다.

아무리 PMC라지만 군조직이라는 것은 경직되어있기 마련이다. 공보다는 과가 없는 것이 승진에 유리하다.

그런 상황에서 임무실패를 보고한다?

승차는 커녕 예편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애초에 거기까지 생각한 건가?”

“총질만 하지 않았다면, 더 좋게 끝낼수도 있었겠지.”

“더 좋게?”

시어도어 대령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준의 말에서 이대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던 것이다.

“설마 내가 그 정도로 만족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건 어디까지나 기본조건일 뿐이라고. 아직 내 말은 끝나지도 않았다고.”

준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자신의 사업을 인정받고 싶었다. 물론 시어도어 대령이 관리공단의 행정에 전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도움을 준다면 그만큼 자신이 움직이기 편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준이 요구한 것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델타폰 사업의 합법화였다. 현재 델타폰 사업은 알카트뢰즈의 규정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윗선에서 조금만 눈치를 주면 그대로 무너질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거주의 자유였다. 지금도 알카트뢰즈에서는 수형자들이 자기 멋대로 배치받은 지역을 벗어나 움직이고 있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불법적인 행위였다. 기본적으로 수형자들은 반드시 관리소의 허가를 받아야 움직일 수 있었다. 던전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나하라를 벗어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경우 쓸데없이 트집을 잡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자신에 대한 철저한 비밀보장이었다. 자신에게 앙심을 품은 시어도어 대령이 자신의 신상을 마구 뿌리고 다니면서 곤란하게 만들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이 제대로 지켜질 리는 만무했지만 구두로라도 확실히 확답을 받아 두면 고의로 소문을 퍼뜨리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욕심이 과하군. 어차피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이래봐야 이 행성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도 없을 것인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들어줘도 상관없는 것 아닌가?”

“후. 알았다. 그 조건을 받아들이지. 하지만 만약 그쪽에서 약속을 어긴다면 나도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귀관을 곤란하게 만들어 주겠다.”

시어도어 입장에서는 준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1연대 특전대장 볼칸 대위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두 사람이 얼추 말을 맞추고 있을때, 막사 바깥에서 볼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작품 후기 ============================

세편을 올려보겠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두 편이 한계일 듯 합니다.

벌써 졸려옵니다...

백편 축하해주신분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더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

ps. '제군'의 용법 지적해주신 댓글러분 감사합니다. 개인에게도 썼던 것 같은 기분이라 그냥 넣어봤는데 복수형이더군요. 그래서 그냥 시어도어 대령만의 독특한 말투다, 라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미 쓴걸 바꾸는 것 보다는 그쪽이 나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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