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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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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준은 갓 9레벨을 찍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레벨업을 한 이후 필드 사냥 몇 번으로 얻은 경험치와 델타폰에서 들어온 경험치를 모두 합해도 겨우 2000이나 넘을까 말까한 정도였다.
최소한 10만의 경험치는 있어야 레벨업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다소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레벨업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축하합니다. 사용자가 10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충분한 경험을 쌓아 두 번째 직업을 선택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택가능한 직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사 : 근접기술에 대한 숙련도 상승폭이 증가합니다. 근접기술을 손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상인 : 상품에 대한 이익률이 증가합니다. 다양한 루트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상인?”
최근에 장사에 전념했더니 상인 직업이 나타난 모양이었다. 준은 원래 다음번에 또 직업선택 란이 나오면 반드시 전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상인을 보자 또 마음이 흔들렸다.
‘전투기술이 부족하긴 하지만 어쨌든 하나 있고... 빠른 레벨업을 위해서는 확실히 상인이 좋긴 할 것 같은데...’
최근 제작품 판매가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EP가 상당히 쌓이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무언가 하나 계기가 될 것이 있다면 더욱 그 속도가 빨라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투기술은 지금으로서도 던전을 깨는데는 큰 지장이 없었고, 던전 깨기와 함께 준의 경험치 중 가장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제작품 판매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오히려 이쪽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상인으로 해야겠군.”
준은 고민 끝에 상인을 선택했다. 그러자 또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직업, 상인을 선택하셨습니다. 상인직업을 통해서 사용자는 물품의 좀 더 정확한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게 되고, 상품을 구매하거나 판매할때 좀 더 나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됩니다.
직업, 상인으로 인해 새로운 기술 ‘통신판매’가 생성됩니다.
“통신판매?”
준은 튜토리얼 창을 열어 새롭게 생긴 목록인 통신판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었다. 한참이나 그 설명을 읽어 내려가던 준의 얼굴이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거.”
통신판매란 다름아닌 델타OS와 연동되는 시스템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스토어에 올린 상품을 그 자리에서 직접 받아볼 수 있는, 원거리 제작시스템이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일일이 제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건가?”
그렇지 않아도 대량생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헌데 대량생산이 아니라, 아예 소비자가 직접 주문해서 그 자리에서 받아볼 수 있는 방식이라니. 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것이다.
준은 그 자리에서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뭘 그렇게 좋아하는 거에요?”
“아... 별거 아니...?”
준은 아무 생각없이 시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입을 쩍 벌렸다. 시미가 대략 1미터 정도의 크기로 자라있었던 것이다. 방금 통신판매라는 어마어마한 스킬을 얻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엄청난 충격이었다.
준이 말문을 잊고 자신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자, 이상하다는 듯 준을 쳐다보던 시미가 갑자기 뭔가 알겠다는 듯 두 손을 가볍게 펼치며 입을 열었다.
“아. 이거 말에요. 짜잔! 저 커졌답니다?”
“자, 잠깐. 그럼 설마?”
준은 검둥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여전히 개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미가 커진 것으로 모자라 검둥이까지 커지면 도저히 숙소에 그 녀석들을 재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휴. 그래도 넌 안 커졌군.”
-네. 그런데 커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얼마나?”
-이 정도?
말을 마치자 마자 검둥이의 모습이 개 형태 그대로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거의 2미터 가까이 자라고 나서야 성장을 멈추었다.
-여기까집니다. 형님. 이제 형님을 태울 수 있게 되었군요.
“아니... 난 괜찮아. 쟤나 태우고 다녀.”
이제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초딩이 된 시미가 팔짝팔짝 뛰더니 다 자란 검둥이의 등에 달라붙었다. 검둥이도 싫지는 않은지 그런 시미가 쉽게 올라탈 수 있도록 몸을 숙였다.
“그럼 골렘들은 어떻게 됐지?”
준은 대흉근과 골렘시리즈들을 보았다. 시미가 진화할 정도라면, 녀석들도 또 진화를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 확실히...”
준은 녀석들을 보며 낮은 감탄사를 흘렸다. 대흉근은 여전히 검은 색이었다. 하지만 원래의 석탄가루를 풀풀 날리던 녀석에서 겉면이 매끈한 형태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구리골렘 삼형제는 주석이 섞인 청동 골렘이 되어 있었다.
“다들 노란색 외도가 되어버린 건가. 이제는 솔직히 좀 무서워지는데.”
자신이 10레벨이 되면서 검둥이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노란색 외도로 진화를 해버렸다. 검둥이는 붉은색 정예외도에서 주황색 정예외도가 된 상태였다.
“헌데 이렇게 되면 좀 제대로 된 옷을 입혀야 할 거 같은데...”
준은 커다란 검둥이의 위에서 신나하는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풀때기로 몸을 가리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아. 나 다시 작아질 수 있어요.”
“응? 그래?”
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미와 검둥이가 다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연구소에 처음 들어올 때처럼 작아진 두 사람이 준을 올려다 보았다.
“그럼 앞으로도 그렇게 다녀.”
“하지만 작으면 힘도 약해져요.”
“그럼 싸울때만 커지면 되겠네.”
준의 말에 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덩치가 커지면 좋은 점 보다는 나쁜 점이 많았다. 일단 가장 불편한 것은 컵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하루라도 물을 흡수하지 않으면 금방 말라버리는 탓에 물속에서 몸을 쉬게 하는 것은 그녀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게다가 변태들의 타겟이 될 확률도 높고.’
아무리 초딩 수준이라지만, 오히려 그런 면에 더 발정하는 녀석들이 있을 수 있었다. 물론 시미가 녀석들에게 힘으로 당하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저 녀석이 인간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변태들이 이상한 짓을 해도 뭔지 모르고 당할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럼. 저 안을 한 번 확인해 봐야겠지...”
던전핵을 깨뜨리자 위상변화가 풀리면서 준 일행은 처음 준이 플라즈마 폭탄을 집어던졌던 그 위치로 돌아와 있었다. 복도가 좁다보니 골렘들이 약간 서로 뒤엉켜 있어 준은 녀석들을 전부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던전핵을 지니고 있던 칼 레이건이 죽었기 때문에 더이상 좀비들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준은 조심스럽게 통제구역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은 꽤나 어두워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손전등을 꺼내 안쪽을 비추었다.
그러자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무언가 비밀스러운 실험을 자행했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그 안쪽은 오로지 컴퓨터와 외부와 독립된 데이터 베이스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스위치가... 여기있군.”
준은 점등 스위치를 올렸다. 사람들은 여전히 손으로 직접 누르는 스위치 방식을 선호했다. 한때는 목소리로 명령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아날로그 적인 방식이 대세가 되었다.
내부는 상당히 어지럽혀져 있었다. 물론 준이 수류탄을 던진 때문이었다. 원래는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했을 테이블과 랩탑 등도 사방으로 부서진 채 나뒹굴고 있었고, 곳곳에 열기로 인해 녹아내린 흔적이 있었다.
맵을 켜보니 준의 목적지가 이곳임은 확실했다.
“결국 핵심시설이라는게 이곳에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파괴하면 되는 거였나?”
인체개조를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기계라던가 하는 것을 상상했던 준은 약간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정말 중요한 것은 기계 자체보다 그것을 기록한 데이터라는 생각에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칼은 이걸 남겨달라고 했지만...”
그래도 좋지 않은 방향을 사용될 수 있는 정보였다. 이걸 파괴해야 다시는 검둥이 같은 경우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준은 거의 대형 냉장고 만한 데이터베이스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준이 니들리스 해머로 한방 내리치기만 하면 모든일이 끝날 수 있었다.
“끄응...”
하지만 확실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백명의 연구진들이 10여년에 걸쳐 모아온 자료들이다. 이것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료들까지 모두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이 사실이었다.
“후... 일단 살펴나 보자.”
준은 데이터베이스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델타가 자동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여 그 자료들을 읽어들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자료의 더미였지만, 델타는 순식간이 읽어들이며 그것을 그대로 통합정보시스템에 기록했다.
그렇게 약 10여분간을 기다리자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자료 전부가 델타 안으로 백업되었다. 자료자체가 너무 방대해 차마 훑어볼 엄두조차도 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버리는 것은 아까웠기에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다.
“그럼 이제 부수도록 할까?”
모든 자료를 백업했고, 이 자료는 준을 제외한 누구도 읽을 수 없다. 루나마저도 읽을 수 없도록 숨김설정을 걸어놓았기에 그녀는 그 파일의 존재조차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준이 막 해머를 들어 데이터베이스를 내려치려고 하려는 순간이었다.
두두두-
“응?”
그때 복도 끝에서 거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적어도 일개 중대 이상의 군인들이 이곳으로 몰려오는 소리였다.
“늦기 전에 처리해야겠군.”
쾅!
준은 재빨리 해머를 들어 데이터베이스를 내리쳤다.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전원이 들어와 있던 저장소가 산산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현대의 데이터복구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아예 물리적으로 복구를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완전히 박살을 내야 했다.
“야. 니네들 다 나와.”
준은 시미와 검둥이를 밖으로 불러내고, 통제구역의 문 안쪽으로 가지고 있던 플라즈마 수류탄 다섯개를 모두 까넣었다.
“뛰어!”
아무리 문을 닫았다고 해도 그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콰아아아!
“크윽!”
연구소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폭발이 터졌다. 통제구역의 문이 날아가고 안쪽에서 터진 화염이 복도 바깥으로 흘러나와 준의 바로 등뒤까지 달라붙을 정도였다.
“허억. 헉. 또 옷 태워먹었네.”
그렇지 않아도 좀비의 피를 뒤집어 쓴데다가 몇 번 태워먹은 탓에 꼴이 정상이 아니었다. 이 상태로 군인을 만났다간 당장 체포당해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준은 일단 입고 있던 옷을 전부 갈아입었다.
시미가 눈을 가리고 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봐버렸어요오... 준은 나와 다른 게 있었어요.”
“신경 꺼...”
급한 김에 갈아입은 것이긴 하지만 못 볼꼴을 보였다는 자각은 있었다. 그렇게 완전히 옷을 갈아입고 천천히 계단을 향해 올라갔다. 하지만 지하 3층을 벗어나기도 전에 준은 한 무리의 군인들과 마주쳤다.
그 중에서 준은 낯익은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볼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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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전 이만 자러갑니다.
아니.. 롤 한판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