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7 ----------------------------------------------
레벨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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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전부 외도화 된 인간인가?”
“시간만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군.”
외도의 결정도는 보통 몸속에 있는 결정체를 통해 판단한다.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 있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은은하게 몸 바깥까지 빛을 뿜으며 외도의 강함을 알 수 있게 만든다. 물론 겉모습만으로는 추정할 수 없는 녀석들도 꽤 있긴 했지만 상당수는 그러했다.
그리고 준 일행을 둘러싼 헌터들은 모두 붉은 색 기운을 은은하게 뿌리고 있었다. 다만 그 색이 약간 주황색에 가까운 것이 일반적인 놈들이 아니라 검둥이와 같은 정예외도 급인 듯 했다.
다만 눈빛이 흐린 것이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는 듯 했다.
“사고능력을 없앤 건가?”
“외도화가 진행되다보면 인간의 정신과 충돌이 생기게 마련이지. 지금까지 실험에 실패한 이유는 인성을 너무나도 중요시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으니 편하더군. 오히려 통제가 쉽고 명령에도 충실한 녀석들이 만들어졌지.”
칼 레이건은 느긋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이 연구소는 외도 칼 레이건의 뱃속이나 마찬가지.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의 통제하에 놓여진다.
연이은 전투로 인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준의 체력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녀석의 엑조틱 에너지가 준의 육체를 조금씩 침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위속에 들어온 음식물을 녹이 듯, 이 공간안에 있는 존재들은 그에게 조금씩 그 힘을 빼앗기며 결국 목숨을 잃게 된다. 다만 그것이 준의 ‘건강’기술과 맞물려 상쇄되고 있기 때문에 준이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다.
“흠.”
준은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손이 떨려서 도무지 진정할 수가 없었다. 냉철함 스킬로도 감출 수 없는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그는 딱히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소시민에 불과한 사람이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잘 살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며 살 수 있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자신과 관계없는 불의에 슬쩍 고개를 돌리는 비겁함도 있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정의감의 발로가 아니었다. 그저 저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뿐이다. 수백명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고, 인간을 도구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났을 뿐이다. 그것을 과학적 업적으로 포장하는 것에 분노하고 있을 것일 뿐이었다.
“나도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겠군.”
쿵! 쿵쿵쿵!
골렘시리즈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꺼번에 네 마리가 나타나자 그 위용에 놀란 헌터들이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당연한 일이다. 녀석들 중에서 주황색의 결정도를 지닌 헌터가 있다고는 하지만 녀석들과 골렘시리즈는 그 궤를 달리했다. 녀석들은 준과 함께 던전퀘스트를 지속적으로 해결해왔다. 이미 그들의 결정도는 200에 가까워져 있었다.
준의 예상대로라면 곧 노란색 외도로 진화를 앞두고 있는 녀석들인 것이다.
그는 니들리스 스패너를 인벤토리에서 꺼내들었다. 검둥이는 이미 변이하여 늑대인간으로 변해있었고, 시미는 준의 앞주머니에서 고개를 내밀고 목을 가다듬고 있었다.
어차피 서로에게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죽느냐 죽이느냐의 싸움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으아아아아앙!
시미의 음파공격이 부채꼴로 퍼져나가며 권역안에 있는 헌터들을 일순간 무력화 시켰다. 그것을 신호로 골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휘익!
쾅!
대흉근과 골렘 1,2,3호는 가장 가까이 있는 헌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시미의 음파공격에서 벗어나 있던 헌터들도 곧바로 준과 검둥이를 향해 검을 휘둘러 오기 시작했다. 준은 니들리스 스패너를 들어 크게 좌에서 우로 그었다. 검술로만 따지면 최하급 헌터보다도 못한 준이지만, 최초의 것에서 개량된 현재의 니들리스 스패너는 거의 20kg에 달했다. 그 어떤 기술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무력화되기 마련이다.
까가강!
준이 단 하나의 궤적으로 세 개의 검을 막아내자, 준을 향해 접근하던 헌터들이 동시에 튕겨져 나갔다. 칼 레이건을 제외하면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적은 모두 22명. 그중에서 주황색 급은 2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붉은색 정예 급이었다.
보통의 중급헌터가 붉은색 정예외도와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최소 중급헌터로만 오십 명은 있어야 피해 없이 처리 가능한 숫자였다.
하지만 전황은 시작하자마자 준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시미의 음파공격이 제대로 먹히며 초반에 적 헌터들 중 상당수의 실드를 절반 가까이 날린데다가, 순간적으로 정신착란에 빠진 녀석들이 방어조차도 하지 못한 채 골렘들에게 얻어맞았으니 아무리 정예외도 급이라고 할지라도 순식간에 쓸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형님! 살려주세요!
“알아서 해. 죽지만 않으면 살려줄테니까.”
검둥이는 엄살을 부리면서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녀석에게 두 명의 헌터가 붙었다. 결정도로만 치면 비슷한 상대끼리 만난 것이기 때문에 밀려야 정상인 상태였지만 아무래도 덩치가 큰 쪽이 싸움에 유리하게 마련인지라, 긴 리치를 최대한 이용하며 적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준에게는 세 명이 붙었다.
“더블애로우! 파동권!”
준은 두 손을 내뻗으며 각각의 손에 서로 다른 기술을 구현했다. 동시에 두 가지 연산을 해야하는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어차피 복잡한 것은 모두 델타가 대신 해준다. 준은 그저 기술을 발동하며 마나를 끌어올리기만 하면 되었다.
파앙!
두 개의 마법화살과 파동권이 공격을 실패하고 물러나 있던 세 명의 헌터들에게로 향했다. 날아가는 속도 차 때문에 파동권이 먼저 터지며 범위 공격을 입히고, 뒤이어 더블애로우가 가장 왼쪽에 물러서 있던 헌터의 손목을 때렸다.
따당!
“큭!”
이성은 없어도 본능은 살아 있는 것인지, 그 헌터는 실드가 뜯겨나가는 것을 느끼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씁. 어쨌든 외도라는 건가.”
외도를 상대할 때 까다로운 점은 실드를 완전히 벗겨내기 전까지는 신체에 타격을 입히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준의 니들리스 시리즈가 존재 가치를 가지는 것이기도 했다.
쿵!
준이 30에 가까운 힘으로 땅을 박차자, 그의 몸이 탄환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대로 달려 뒤로 물러서고 있던 헌터를 향해 니들리스를 휘둘렀다.
쩌엉!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와 함께, 녀석의 검날이 부러지며 허공을 날았다.
‘막았나?’
검이 부러지긴 했지만 어떻게든 준의 공격을 막아낸 녀석은 놀랍게도 도망치지 않고 그대로 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읏?”
예상외인 적의 행동에 준은 황급히 니들리스를 다시 휘두르려 했지만 상대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녀석은 재빨리 준에게 달라붙으며 움직이지 못하도록 힘을 주어 꽉 안았다.
슈슉!
그리고 그런 녀석의 등을 향해 두 개의 검이 날아들었다. 동료의 등을 뚫고 공격을 명중시키려 한 것이다.
“어림없지!”
뿌득!
하지만 그 사이 준은 니들리스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자유로운 두 손을 이용해 자신을 붙잡고 있는 헌터의 목을 꺾었다.
퍼퍽!
녀석의 등에 검이 꽂히는 순간, 준은 이미 뒤로 물러서 있었다. 무기를 놓친 것은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준이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타탓! 슈칵!
동료의 등에서 검을 뽑아낸 녀석들이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다시 준을 향해 검을 내질러 왔다. 준은 어느새 니들리스 해머를 들고 녀석들을 맞아 나갔다.
‘그냥 맞아주자.’
준의 실력으로 두 개의 검을 모두 피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럴바에 그냥 자신의 체력을 믿고, 공격을 감행하는 쪽이 나은 선택이었다.
촤악! 퍽!
콰앙!
동시에 세 개의 공격이 명중했다.
“큭!”
준의 어깨를 사선으로 베어오는 검과, 복부를 찔러오는 검은 조금의 방해없이 정타로 준에게 명중했다. 하지만 준이 휘두른 니들리스 해머 역시 오른쪽에서 검을 찌르던 녀석의 머리를 정확하게 후려쳤다.
준은 두 걸음 정도 물러나며 베인 곳을 보았다. 약간의 상처가 있기는 했지만 출혈은 거의 없었다. 대신 준의 해머를 정통으로 맞은 녀석은 머리가 반쯤 함몰되어 비틀거리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정도면 손해는 아니군.”
체력이 약 1000가량 날아간 것을 확인했다. 꽤나 치명적인 일격이었지만, 준에게는 아직 2500이 넘는 체력이 남아 있었다.
준은 나머지 한 놈을 향해 양손으로 더블애로우와, 파동권을 날렸다. 동료의 죽음조차 신경쓰지 않던 녀석은 갑자기 날아오는 공격에 황급히 물러섰고, 그틈을 이용해 준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니들리스 스패너를 주워들고 그대로 공격을 가했다.
왼손에 스패너, 오른손에 해머. 양손에 20kg짜리 무기를 하나씩 든 준은 약간 힘이 부친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적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으아아아!”
쿠웅!
쩌저적!
니들리스 해머를 바닥에 내리찍자 충격파와 함께 바닥이 갈라졌다.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은 적 헌터를 향해 준은 그대로 한바퀴 회전하며 왼손에 든 스패너를 휘둘렀다.
쩡!
중심을 잃은 상태에서 어떻게든 방어를 해보려고 했지만 녀석은 결국 검을 놓치며 바닥으로 쓰러졌고, 스턴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녀석에게 준은 해머를 내리찍었다.
준이 세 명, 검둥이가 두 명을 상대하고 있을 때 골렘시리즈들은 나머지 헌터들을 상대로 엄청난 선전을 하고 있었다.
대흉근이 주먹에 불을 붙인 채 홀로 두 명의 주황색 헌터들을 상대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나머지 골렘 1,2,3호는 양손을 칼날로 바꾼 채 나머지 헌터들을 사정없이 유린했다. 본능만을 가지고 싸우는 헌터들이 거의 한몸처럼 움직이며 싸움을 하는 골렘 형제들 앞에서 제대로 버틸 리가 없었다.
“이... 이런.”
칼 레이건의 여유롭던 표정이 점점 굳었다. 나름 자신작인 헌터들이 죄다 죽게 생긴 것이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 그는 다시 한 번 두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사방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엄청난 수의 좀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키아아-
자신이 맡고 있던 헌터들을 모두 정리한 준도 그 모습을 확인했다. 사방 이십여미터의 금속성 공간안에 백 마리가 넘는 좀비들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오자 일순간 실내가 악취와 피비린내로 가득찼다.
“쓸데없는 짓을!”
어차피 저 놈들은 시간을 끄는 것밖에 못한다. 전투의 흐름이 완전하게 자신쪽으로 넘어온 이상 칼 레이건의 행동은 최후의 발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콰앙!
준이 바닥을 내리치자 충격파와 함께 좀비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준이 시미의 머리를 툭 치자, 그녀가 다시한번 소리를 질렀다.
그 와중에도 눈을 꼭 감고 있는 것을 보니, 좀비의 모습이 어지간히 싫은 모양이었다.
“으아아아앙!”
반쯤은 울음이 섞여있는 그 비명소리가 터지자 이미 뇌가 곤죽이 되어있는 좀비들마저도 픽픽쓰러지기 시작했다. 음파 자체에 실린 엑조틱에너지가 좀비를 움직이는 에너지 자체를 무력화 시켜버리는 모양이었다.
‘다수를 상대로 할때는 정말 편리한 기술이군.’
정작 본인은 그 기술을 쓸때마다 늙는 것 같다며 싫어했지만, 준이보기엔 별 차이도 없었다. 실제로 늙는다기 보다는 비명을 지를 때 보이는 흉한 모습 때문에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전력으로 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아무리 좋게 봐줘도 귀엽다고 보기엔 힘들었던 것이다.
“파동권!”
파앙!
비교적 공격력이 약한 파동권 마저도 한방에 좀비들을 우수수 쓰러뜨렸다. 그러자 백여마리의 좀비들이 나타날 때 만큼이나 빠르게 누웠다. 사방 20미터의 넓은 공간안이 좀비들의 시신으로 가득찼다. 혈흔과 함께 사방을 뒹굴고 있는 시신들은 지나치게 끔찍한 모습이었다.
============================ 작품 후기 ============================
많이 늦었죠....?
템포가 좀 늘어져서 한꺼번에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한꺼번에 올리는거에요.
절대 늦장 부린게 아니라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