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96화 (9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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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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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간 준은 점점 더 자신의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좀비들의 공격이 더욱 거세지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거야?”

준이 지금까지 처리한 녀석들만해도 거의 이백명에 달했다. 아무리 연구소 규모가 크다고는 해도 이 정도쯤 되면 준도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백명이나 되는 인간들의 죽음을 맨정신으로 목격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그정도의 인간이 내장을 줄줄 흘리면서 다가오는 모습은 아무리 위협적이지 않다고 해도 신경을 깎아먹는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가.’

자신을 약간 사이코패스처럼 만든다고 느꼈던 냉철함 스킬이 이럴 때는 꽤나 도움이 되었다. 중급 정도에 이르니 생살을 뚫는 감각을 반복해서 느끼면서도 크게 멘탈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좀비라고는 하지만 시체가 아직 썩어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몇몇 녀석들은 정말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다.

만약 그 기술이 아니었다면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전장은 참혹했다. 그야말로 피와 살점이 난자하는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형님. 저 좀 이상한 거 같아요.

“뭐가?”

-저게 맛있어보여요.

검둥이는 그렇게 말하며 반토막난 인간의 시신을 가리켰다.

“외도화의 부작용인 모양이군. 참아.”

-참아야죠. 사람이 사람을 먹을 수는 없으니.

어쩐지 검둥이의 말투에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준은 가볍게 혀를 찼다.

“헉. 헉.”

준은 어느 순간부터 좀비들을 죽인 숫자를 세는 것을 그만 두었다. 삼백명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별 의미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연구소는 깊은 곳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 마굴의 냄새가 짙게 풍겼다. 처음 멀쩡한 상태였던 시체도, 이제는 반반 씩 잘린 채 나타나거나 거미처럼 기이하게 뼈가 꺾인 채 천장에 붙어서 내려오는 등 기발한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대체 이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이건 단순한 실험체들이 아니었다. 좀비 하나하나가 전부 연구원들의 죽은 시신이었고, 그것들이 특정형태로 가공되어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준이 가려고 하는 연구소의 핵심시설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지하 3층에 도달했을때, 준은 드디어 붉은 색의 등으로 비추어진 좁은 통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좁은 통로의 양쪽에는 배양액으로 가득 찬 커다란 수조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는데, 그 안에는 인간으로 보이는 것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노란색과 검은색의 조합으로 통제구역이라고 쓰여 있는 문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겨우 사람하나가 지나갈법한 그 좁은 문은 이미 반쯤 열려있었고, 그 속은 칠흑같은 어둠으로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맵을 보니 저곳이 맞긴 한데...”

하지만 선뜻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다. 만약 누군가 이곳에서 좀비를 움직여서 준을 막으려는 자가 있었다면 저렇게 쉽게 준이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활짝 열린 문은 마치 준을 초대하는 것 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자신 있으면 들어와 보라는 건가?’

하지만 준은 별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딱 봐도 함정으로 보이는 곳에 제발로 들어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준은 대신에 인벤토리에서 물건을 하나 꺼내었다.

“준? 그게 뭐에요?”

“이거? 수류탄.”

준은 소형플라즈마폭탄의 안전핀을 제거하고는 활짝 열린 통제구역의 문안으로 던져 넣었다. 준은 검둥이와 시미를 데리고 복도 옆면으로 피했다.

“셋. 둘. 하나. 펑!”

콰앙!

준의 카운트 타운이 끝나자 마자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통제구역 안쪽에서 엄청난 화염의 폭풍이 일었다. 좁은 구역에서 터진 것이라 준이 있는 곳까지 열기가 전해올 정도였다.

‘으으. 다음에는 좀 더 멀리가서 숨어야 겠다.’

준은 불이 붙은 겉옷을 대충 털어내고는 통제구역 안쪽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실내가 타오르는 불길로 인해 어느정도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그 안에는 한 사람이 이쪽을 향해 서있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낭패감이 서린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 확신한 준이 입을 열었다.

“계속 그곳에 있을 거면 하나 더 던진다?”

“잠깐. 내가 나가지.”

통제구역에서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전혀 불길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당연하지만, 녀석은 외도였다. 그런 녀석에게 플라즈마수류탄이 제대로 데미지를 줄 수 있을리 없었다.

‘그래도 그 안쪽에 있을 기계들은 타격을 입겠지.’

준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핵심시설의 타격이었다. 그것을 폭파시키는데 굳이 안까지 뛰어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대체 그런 물건은 어디서 구한거지?”

흰색 가운을 걸친 녀석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거의 칠십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로 나이가 들어보였다. 헌터라기보다는 이 연구소의 연구원 같았다.

“바깥에 많이 널려있던데? 네 녀석이 죽인 군인들에게서 몇 개 가져왔지.”

“쯧. 영악한 놈이로군.”

“혹시나 해서 가지고 왔던 것 뿐이야. 헌데 네가 이 시설의 책임자인가? 대체 여기서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던거지?”

“일단 그보다, 이곳은 좁으니 좀 넓은 곳으로 가지.”

사내의 말에 준은 코웃음을 쳤다.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지?”

“그야. 그럴 수밖에 없을테니까.”

“무슨...?”

준은 갑자기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자신이 전혀 다른 공간에 와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없이 차가운 금속성의 공간. 준과 일행은 처음 보는 사내와 함께 돌연 처음 보는 장소로 이동한 것이다.

“...위상변이인가?”

“의외로 머리가 좋군.”

준은 가볍게 혀를 찼다. 얼핏 보면 공간이동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완전히 다른 현상이었다. 즉, 준과 일행은 처음과 같은 장소 그대로 있되 공간만 다른 형태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애초에 이 연구소 자체가 네 녀석의 뱃속이었다는 거군. 우리는 네 녀석의 아가리 속에 들어간 셈이고.”

“겨우 그 정도로 거기까지 추측한 것인가?”

“위상변이를 본 순간 당연한 수순이지.”

애초에 위상변이 자체가 쉽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철저하게 통제된 실험실 하에서나, 그것도 아주 작은 단위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정도 규모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완벽히 통제가능한 변수만을 가지고 있어야 했고, 외도입장에서 그것은 외도 자체의 몸속이 아니면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 이 연구소 전체가 저 늙은이의 육체인 것이다.

“그러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겠군.”

“그건 그쪽 생각이고.”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녀석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최소 노란색.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느낌상으로는 자신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되었다.

“왜 웃지?”

“알필요 없고. 그보다 왜 이런 짓을 벌인거지?”

준은 오면서 본 수많은 시체들을 떠올렸다. 그들이 물론 죄를 저지르긴 하였으니, 그렇다고 해도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게다가 그 쌍두머리의 괴물 같은 녀석들은 차마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그보다 일단 정식으로 소개를 하지. 나는 이곳, 미래연구소의 소장인 칼 레이먼이라고 하네.”

“소장이라... 그럼 책임자로군. 그런 녀석이 이곳을 이런 마굴로 바꾸었다는 건가?”

“마굴이라니. 산란장이라고 해주지.”

“산란장이라... 대체 뭘... 아. 그 이상한 녀석들 말인가?”

준은 오면서 만났던 쌍두괴를 떠올렸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나타날 수 없는 괴이한 형태의 외도. 그것을 저 녀석이 만들었다는 뜻일 것이다.

“하급 헌터들을 모아서 강력한 외도를 생산한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업적인지 자네는 이해하지 못할거야.”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뭐,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네.”

“그래도 뭔가 대단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로군.”

“이보다 더 대단한 이유가 있나? 거의 쓰레기에 불과한 것들을 모아 하나의 쓸만한 존재로 다시 만들어 주는 것이네.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대부분 스스로 자원해서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그렇다고 이 많은 사람들을 죽인 이유가 정당화 된다고 생각해?”

“뭐, 솔직히 말해 그건 예상 밖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 갑자기 한 녀석이 날뛰기 시작하는 바람에 나도 살아남기 위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네. 결국 연구소를 장악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그 여파로 사람들이 전부 죽어버렸지 뭔가.”

“일반인이 외도의 위장에서 버틸 수 있을리가 없지.”

“크크. 그렇더군. 헌데 이런 곳에 개를 데리고 오다니 참 한가한 녀석이로군.”

“못 알아 보는건가?”

준의 말에 칼 레이먼이 그제서야 검둥이를 바라보고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아. 그렇군. 저 녀석이 이 연구소 출신인거였나? 모습을 보아하니 실험은 성공한 것 같군.”

“크르르!”

검둥이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다. 어떻게 보면 저 녀석때문에 자신이 그 개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녀석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아. 네가 상대할 녀석은 아니야.”

-네. 하지만 형님이 꼭 처리해주세요.

“그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호오? 설마 저상태의 외도와 말이 통하는 건가?”

“알아서 뭐하게? 내 머리라도 열어보려는 건가?”

“가능하다면, 하지만 헌터의 머리를 열어봐야 딱히 별게 안 나온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애초에 뇌를 뒤집어 본다고 능력을 캐낼 수 있었다면 인류는 벌써 수십년전에 대단한 변혁을 이루었겠지.”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지.”

“마지막이라... 뭐 좋네.”

“외도화 된 인간을 원래대로 돌리는 방법은 있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방법을 찾는 건가?”

“모른다는 이야기군.”

준은 그렇게 말하며 허공에서 니들리스 해머를 꺼내들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칼 레이건이 흥미롭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걸로 뭐 어쩌려는 거지?”

“어쩌긴. 이러려는 거지.”

준은 해머를 들어 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쿠웅! 쩌저적!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바닥이 쩍, 하고 갈라졌다. 그러자 칼의 표정이 고통스러운 듯 일그러졌다.

“네 녀석. 대체 뭐하는 거지?”

“건물 부수는 데는 최고인 무기의 힘이지.”

준은 해머를 다시한번 내리찍었다. 파괴효과는 터지지 않았지만, 준의 해머가 내려친 곳에서 쩍, 하고 실금이 갔다. 애당초 이곳은 적의 뱃속이다. 외도의 육체 안에 들어온 셈이니 실드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준은 바닥 뿐 아니라 벽도 부수기 시작했다. 그러자 완벽하게 준 일행을 가두었다고 생각한 칼 레이건의 표정이 점점 흙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대, 대체 네 놈은...?”

“사실 너에게 묻고 싶은게 아직 많거든. 그러니까 일단 좀 기다려. 서로 대화를 할만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테니까.”

쿠웅! 쩌적!

준은 그렇게 말하며 사정없이 니들리스 해머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만둬라!”

칼 레이건이 보다못해 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금속의 방안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났다.

“오? 뭐지? 친위대인가?”

준은 칼 레이건의 양옆에 서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인간일 정도로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칼이 소환시킨 자들 인 만큼 방심해서는 안되었다. ‘

“내 역작인 이들이지. 후후. 이들은 자그마치 주황색 외도의 결정체를 이식한 이들이다. 과연 둘이나 되는 주황색 외도를 이길 수 있을까?”

“시간 끌면서 이런 녀석이나 만들고 있었던 건가?”

“흥. 아직 더 남았다.”

칼 레이건이 크게 손을 휘두르자, 준 일행의 사방에서 외도로 보이는 인간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그 수가 거의 이십에 달했다.

============================ 작품 후기 ============================

어우 졸려. 저는 자러 갑니다.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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