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93화 (9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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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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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릿-

준은 뒤통수가 따가운 것을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검둥이를 쓰다듬고 있는 시미가 준을 째려보고 있었다.

“왜?”

“왜 검둥이를 괴롭혀요? 같은 사람이라면서.”

어차피 펠로우쉽끼리도 통신이 가능한 만큼 시미도 곧 진상을 알게 되었다. 눈앞에서 준에게 얻어맞고 시무룩해 있는 검둥이가 사실은 인간인 것도, 그리고 그가 그 커다란 늑대인간이었던 것도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 그건.”

준은 순간 할말이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자신 때문에 개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약간 미안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저 모습이 익숙해지자 자신도 모르게 정말로 개취급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저 녀석도 희생자일 뿐이었다.

물론 펍에서 사고 친 것은 큰 잘못이다. 자칫 잘못하면 대머리 사내가 죽을 수도 있었고, 구곤 살인미수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그게 자신이 녀석을 개취급 하는 것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준은 풀죽어 있는 검둥이를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이번일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다.

“야. 미안하다. 내가 너무 심했지?”

-좀... 그런 편이죠.

“끙... 거짓말이라도 좀 아니라고 하면...”

찌릿-

시미가 준을 더욱 강하게 째려보았다. 준은 다시한번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어쨌든 미안하다. 이름은 사람들 앞에서도 불러야 하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가능한 한 개 취급은 안해보려고 노력할게. 그리고 이건 사과의 선물.”

준은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육포를 하나 꺼내 던져주었다.

그러자 검둥이가 육포를 슬쩍 물고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 모습이 주인을 잘 따르는 애완견 같아서 준은 녀석의 털을 쓰다듬어 주었다.

-아흥. 좀 더... 더 해주세요.

그러자 검둥이가 몸을 발랑 뒤집더니 배를 까뒤집었다. 준의 이마에 빠직하고, 힘줄이 튀어나왔다.

“하하하. 너 이 자식.”

준은 털을 쓰다듬는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시미가 여전히 자신을 째려보고 있어 하는 수 없이 녀석의 배까지 쓰다듬어 주었다.

-아핫. 거, 거기! 앗흥!

“적당히 해 이 자식아!”

준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녀석을 허공으로 던져 버렸다.

“까우울~”

그렇게 검둥이는 하늘의 별이 되어 사라졌다.

루나 미스틸테인은 최근들어 스릴이 넘치는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 같이 각종 영상과 음악을 모아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 하고,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혹시나 모를 연구성과들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철저히 점검했다. 거기다가 정부의 비밀 연구소라는 것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기밀문서 까지 손을 대고 있었다.

그런 일을 벌이면 두렵거나 할 법도 한 데, 어쩐지 그다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펠로우쉽의 영향으로 헌터가 된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그녀는 3레벨이 오른 상태였다. 실험목적으로 제공되는 결정체를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아껴서 전부 먹어치우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지금의 그녀는 어지간한 최하급 헌터를 상대로 박빙으로 싸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것도 전투기술이 없기 때문이지, 제대로 된 기술을 배운다면 하급헌터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오늘 새로 업로드 된 게 있나 볼까?”

그녀는 비싼 초광속 인터넷에 접속하여 즐겨찾기 해둔 성인사이트에 접속했다. 최근의 19금 영상들은 대부분 홀로그램이나 혹은 HMD를 이용한 360도 영상을 주로 취급했기 때문에 준이 원하는 2D영상을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녀가 접속하는 사이트는 꽤나 오래된 예전 영상들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었다.

“아. 들어왔다. 이건 좀 잘팔릴까?”

준이 야동을 모으는 이유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가 만든 델타폰에 올려서 결정체를 받고 팔기 위함이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저작권법 위반이었지만 이런 곳까지 쫓아와서 자신의 저작권을 주장할 사람은 없을테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처음으로 행하는 일종의 범법행위에 약간은 흥분하고 있었다.

‘아, 아니야.’

멍한 눈동자로 살색이 가득 찬 영상을 쳐다보던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젓고는 영상을 내렸다. 원래라면 절대로 이런 동영상을 볼 이유가 없는 그녀였다. 오히려 군인들이 몰래 그런 영상을 본다는 사실을 알고난 이후로는 그들을 멀리하기까지 했었다.

그만큼 연구에만 치중하면서 살아왔던 삶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업무의 일환이야.’

솔직히 말해 그녀가 이렇게 까지 열심히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어쩐일인지 그녀는 적극적으로 준을 돕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것은 펠로우쉽에 적용되어 있는 호감도 상승 시스템 때문이었다. 델타와 펠로우쉽 사이에는 어느정도 종속관계가 설정되어 있다. 시스템적으로는 ‘동료’로서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들의 상위 시스템인 델타에 무조건 적인 호감을 느끼게끔 프로그램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지능이 높을수록 어느정도 자기자신을 통제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완전히 그 영향권 아래에서 벗어나기란 힘든 일이었다.

삐익- 삐익-

그때 어디선가 긴급호출음이 들려왔다. 평소에는 전혀 울릴일 없는 그 소리에 그녀는 의아해 하면서 통신채널을 열었다.

“무슨 일이죠...?”

-HDPR-1543! SOS! SOS!

"무, 무슨?“

루나는 순간적으로 그것이 구조를 요청하는 신호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HDPR-1543은 처음듣는 콜네임이었다.

-사, 살려! 괴물들이! 으아아아!

뚝.

그녀는 방금 자신이 들은 것이 무엇인지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의 심각성만은 확실하게 인지한 듯 그녀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관리소 인트라넷에 접속하여 콜네임을 검색했다. 그러자 기밀사항이라고 뜨며, 루나의 접근을 거부했다.

“설마...?”

그녀는 연구소 바깥으로 군인들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준은 특이외도들을 모두 자동분류 하고 검둥이를 위로하고 있는 시미를 향해 입을 열었다. 검둥이는 당연하지만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 어쨌든 녀석도 체력이 1000이 넘는 외도였으니까 그 정도 충격은 거의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다.

준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미리 말하지만 이건 저 녀석 잘못도 있다고.”

“네.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미는 한손으로는 검둥이를 쓰다듬으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는 검둥이의 혓바닥을 손으로 막고 있었다. 시미의 온몸이 녀석의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준이 본 이래, 아마 처음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아. 저 좀 깨끗이 씻겨주세요.”

“...컵 줄게.”

그렇게 차량에 탑승한 일행은 다시 자리를 이동해 가면서 나하라 남쪽 황무지를 돌았다.

“아직 모르겠어?”

-잠깐만요. 좀 천천히 가면 안될까요?

“왜? 뭔가 냄새를 맡은거야?

-아니요. 멀미가...

우우욱!

준은 재빨리 차문을 열고 검둥이를 차밖으로 내던졌다. 다행히 차량은 구할 수 있었다. 급히 차를 돌려서 바닥에다가 먹은 것을 게워내고 있는 검둥이를 보며 준은 한숨을 쉬었다.

“가지가지 한다. 널 대체 어디다가 써먹어야 되냐.”

-집 지키는 정도는 할 수 있...

웨에엑!

녀석은 결국 위장을 모두 비우고서야 다시 차량에 탈 수 있었다. 준은 한숨을 푹푹 쉬며 검둥이를 쳐다보았다. 녀석이 불쌍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쩐지 녀석을 데리고 다녀야 하는 자신도 불쌍하게 여겨졌다.

“손.”

척.

“꺄하하. 똑똑하다.”

그 사이 다시 몸을 씻은 시미는 방금전의 일을 까맣게 잊고 검둥이와 잘 놀고 있었다. 이쯤되면 녀석이 개가 된 걸 즐기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야. 솔직히 말해봐. 너 지금이 더 좋지?

-그, 그럴리가요.

-그래? 다행이군. 그렇지 않아도 내가 널 사람으로 돌리는 방법을 찾은 것 같은데. 집에 돌아가면 바로 풀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이제 전처럼 자유롭게 살면 되는 거야. 어때? 좋지?

-하하하. 그렇게 꼭 서두르시지 않아도. 바쁜일도 많으실텐데요.

-아니. 나 하나도 안바쁜데?

-그런가요... 그, 그래도 일단 하루 정도는 더 시간을 주시면. 마음의 준비도 해야되고.

-그럴까?

-이왕 시간을 주시는 거면 한 일주일 정도...

-그걸로 되겠어? 아예 넉넉하게 한 한 달정도 줄까?

-그래주신다면 고맙죠.

준이 그렇게 말하자 검둥이는 눈에 띄게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속내가 너무 빤히 보여 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차라리 지금이 낫겠지. 조금 불편하다 뿐이지 굶어죽을 걱정은 없으니까. 게다가...’

인간상태에서는 주기적으로 결정체를 먹지 않으면 갈증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녀석이 개 상태로 고정되면서 그런 현상은 사라졌다. 그러니 오히려 녀석에게는 인간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언제까지 개로 살수는 없는 노릇이다. 준은 어쨌든 시간이 나는대로 녀석을 인간으로 돌릴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시작할까?”

준은 멀리서 카라취 한 마리가 준의 험비를 향해 이동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차를 세웠다.

쿵! 쿵쿵쿵!

그리고 골렘 네 마리를 동시 소환하자 녀석들이 주먹과 가슴을 탕탕 치면서 카라취를 맞이했다. 이윽고 사방에서 다른 특이외도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준은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검둥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너도 싸워봐.”

-네? 저요?

“그래. 보니까 기술 하나 있던데.”

-그... 그게... 좀.

“왜?”

-솔직히 말해 변신하면 저도 제 자신을 컨트롤 할 자신이 없습니다. 형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제 안에는 악마가 살고 있거든요. 만약 그 악마가 깨어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지... 큭큭. 아무리 형님이라 해도 위험할 겁니다?

“개소리 말고 가서 싸워.”

-넵.

준은 한숨을 쉬며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생긴 건 날렵한 사냥개처럼 생겨가지고 저렇게 겁이 많아서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우오오오오!”

갑자기 검둥이가 하늘을 보며 호성을 내뱉었다. 마치 늑대의 울음소리 같은 그 소리를 낸 검둥이는 서서히 덩치가 커지더니 처음 펍에서 보았던 때와 같은 거대한 모습으로 변했다.

크아아아!

처음에 보았던 거대한 날개는 없어졌지만, 어차피 거추장스럽기만 해 보였기 때문에 차라리 지금이 훨씬 더 싸우기에는 나았다. 검둥이는 처음의 주저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골렘과 외도들 사이에 끼어서 적극적으로 전투를 벌였다.

“오오. 괜찮은데?”

비록 다른 골렘들에 비해 데미지는 낮았지만 전투 기술 자체가 뛰어나다 보니 결코 다른 골렘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실력을 보이고 있었다.

준은 지금까지 검둥이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어느정도 씻어낼 수 있었다. 그래도 할때는 하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면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먹여줘야겠군. 아니, 뼈다귀에 붙은 음식을 더 좋아하려나?’

그렇게 검둥이에 대한 보상을 생각하며 한창 전투를 관람하고 있는데 루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준. 지금 통신 가능해요?

-어. 무슨 일이야? 뭔가 알아낸 거라도 있어?

-네. 헌데 문제가 좀 생겼어요.

-문제? 그게 무슨 소리야.

-나하라 인근에서 사고가 터졌어요. 헌데 그곳이 아무래도 준 씨가 찾던 곳 같습니다.

-뭐라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일단 저도 자세한 것 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콜네임을 검색하니 기밀이라 정확히는 알 수 없었어요. 일단은 그곳에서 구조신호를 보내왔다는 것 정도가 알고 있는 전부에요.

-구조신호? 그걸 왜 그쪽으로 보낸거야?

-직통라인이 두절되어서 그런 모양이에요. 일단 되는 대로 전파를 쏜 것 같은데 마침 그게 연구소 통신회선에 잡혔어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갑자기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걸로 봐선... 보통일은 아닌 것 같아요.

-군대라니...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겠어?

-네. 맵에 링크시켜 놓을게요. 전파의 송신지를 역산 한 거라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어요.

-알았어. 일단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해 볼게.

-몸 조심 하세요.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요.

-걱정해주는 건가?

-당연한 일이잖아요. 우리는 한배를 탄 동료니까요.

-뭐, 그렇지. 어쨌든 고맙다. 자세한 일은 나중에 이야기 해주지.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통신을 끊었다. 전투는 이미 막바지에 들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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