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0 ----------------------------------------------
레벨 10
*
*
*
“으아아아!”
변이하던 사내는 점점 덩치가 커지더니 이윽고 거의 삼미터에 육박하는 크기로 점점 자라기 시작했다.
온몸을 뻣뻣한 검은 털이 뒤덮었고, 노랗게 희번득이는 눈과 툭 튀어나온 주둥이는 마치 늑대의 그것을 연상시켰다.
“젠장할.”
마스터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럴만한 것이 이곳은 마스터의 펍이었고, 저정도 덩치의 크기가 날뛰기 시작하면 가게 안이 엉망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준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마스터. 내가 처리할게.”
“가능한 한 조용히 해줄 수 있겠나?”
“그건... 힘들 것 같은데.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지.”
크아아아!
완전히 검게 물든 그 녀석의 모습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근육질의 ‘늑대인간’ 같았다. 단지 등에 검은 날개 같은 것이 달려 있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터억!
“허헉?”
그리고 녀석은 눈부신 속도로 움직여 자신이 상대하던 대머리 사내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 엄청난 악력은 하급 헌터중에서도 수위권을 실력을 지니고 있는 그 조차도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저정도 크기에 저런 민첩성이라... 붉은색 정예외도 쯤 되려나.’
일반적으로 외도는 크기가 클수록, 그리고 빠를수록 강하다. 굳이 F=ma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것은 일반 상식에 가까웠다. 그러니 우로보로스 같은 녀석이 풀파워를 냈을 때의 힘이 얼마가 나올지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였다.
물론 때로는 시미 같은 예외의 경우도 있었다.
“시미. 부탁할게.”
“에? 그거 또 해야돼요? 싫은데.”
준은 투덜거리는 시미를 집어들고는 가볍게 털었다. 이런 곳에서 대흉근을 꺼냈다가는 식당이 그야말로 초토화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근접전투를 벌이기에도 장소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준은 일단 시미의 충격파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대충 그녀의 몸에 남아있던 음료를 털고 나자 조금 남아있던 붉은색 음료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그녀의 피부가 다시 보송보송하게 말랐다. 어쨌든 근본은 식물의 뿌리인지라 몸에 묻어있는 물기를 단숨에 흡수해버린 것이다.
“저 사람은 왜 저런대요?”
“글쎄. 그걸 지금부터 알아봐야겠지.”
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고는 천천히 늑대인간에게로 다가갔다.
“컥! 허억!”
“크르르... 죽인다.”
이미 중년사내는 허공으로 이 미터 이상 떠오른 채로 숨이 넘어가기 일보직전의 상태였다. 준은 시미의 머리를 툭 쳤다.
그러자 그녀가 알아들은 듯 목을 가다듬더니 두 손을 양볼에 붙이고는 눈을 까뒤집으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
지이잉-
그러자 펍안이 기묘한 음파로 가득찼다.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남아있던 헌터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여자의 비명소리에 귀를 틀어먹았다. 직접적으로 공격당한 게 아님에도 순간적으로 몸이 굳을 정도의 강렬한 음파공격이었다.
“크허억?”
쿠당탕!
그리고 지향성 음파공격에 정면으로 노출된 늑대인간은 쥐고있던 대머리 사내를 놓치고는 자신의 귀를 틀어막았다.
만드라고라의 음파공격은 육체와 정신을 동시 공격한다. 아무리 붉은색 정예외도라 할지라도 주황색 외도에 달하는 시미의 음파공격을 버틸 재간은 없는 것이다.
“꺄아아아하하하읍!”
“됐어. 이제 그만해.”
준은 엄청난 페활량을 보이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시미의 입을 틀어막고는 그대로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다행히 펍의 천장은 꽤 높은 편이라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준은 허공에서 그대로 니들리스 스패너를 꺼내곤 늑대인간의 머리를 내리쳤다.
“내려치기!”
쿵!
“쿠헉!”
준의 일격은 주황색 외도조차도 두려워 할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시미의 비명소리에 몸을 가누지 못하던 녀석은 준의 공격에 그대로 스턴상태로 빠져들며 서서히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 쓰러지시면 안됩니다. 손님.”
턱.
준은 쓰러지려는 녀석을 등뒤에서 붙잡고는 문을 향해 질질 끌고 갔다. 녀석은 이미 입가에 거품을 질질흘리며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아직 실드가 남아있긴 했지만 니들리스의 스턴효과가 실드를 뚫고 적중하는 바람에 한방에 맛이 가버린 것이다.
펍안에 남아있던 이들은 너무나도 빨리 정리된 실내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채로 준과 늑대인간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이정도면 사실상 대형사고였다. 그럼에도 아무도 다친사람 없이 상황이 끝난 것이다.
쿵.
“아. 이런...”
준은 곤란하다는 듯 마스터를 보았다. 녀석의 덩치가 워낙 큰 탓에 문 양쪽에 늑대인간의 어깨가 통과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스터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잠시 문을 부술까 생각하던 준은 생각을 바꿔먹고는 대머리 사내의 일행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봐. 거기 멍청하게 있지말고 이쪽으로 와서 좀 도와. 일을 저지른 놈들이 책임을 져야지.”
“우, 우리?”
대머리 사내를 제외한 나머지 들이 준의 부름에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촉하자 그들은 쭈뼛거리며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읏차!”
준과 대머리 사내의 일행들이 힘을 합쳐 늑대인간을 옆으로 비스듬히 세웠다. 거추장스러운 날개는 대충 부러뜨려서 접어버리자 가까스로 몸이 빠져나갈만큼의 공간이 나왔다.
쿠당탕!
준은 그놈을 펍의 바깥, 길바닥에 내던져 버리고는 손을 탁탁 털었다.
“휴. 더럽게 무겁구만. 그리고 니네들.”
“네, 네?”
“착하게 살아. 남 등쳐먹지 말고.”
“죄, 죄송합니다.”
그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했다. 사실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여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늑대인간이었지만 어쨌든 이 녀석도 잘한 건 없었다.
준은 꾸벅 인사를 하고 다시 펍안으로 돌아가는 녀석들을 보며 혀를 찼다. 대머리 사내를 챙기러 가는 듯 했다.
‘그래봐야 반성같은 건 죽어도 안하겠지.’
준이 백날 떠들어봐야 어차피 그들이 달라질리는 없다. 그래서 준도 그냥 잔소리 한마디로 그친 것이다. 애초에 남의 말을 그렇게 잘 들을 녀석들이면 이런 곳 까지 올일도 없었다.
“자... 그럼 이 녀석을 좀 취조해볼까.”
준은 바닥에 흉한 몰골로 쓰러져 있는 늑대인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미 주변에는 많은 헌터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펍안에 있던 이들도 모두 바깥으로 나와 지금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
모두들 사람이 외도로 변하는 과정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보는 눈이 너무 많은데...’
최악의 경우 이 녀석을 죽여야 할 수도 있는 데, 사람들의 눈이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았다. 물론 이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헌터들이고, 준이 그 녀석을 죽인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구경거리가 되는 것은 어쨌든 사양이었다.
“후우. 이거 대단하군. 마을안에 외도가 나타난건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준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상점주인 밥이었다.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러워지자 나와본 모양이었다.
“밥. 이 녀석을 좀 창고로 옮겨도 될까?”
“음... 빈 창고가 하나 있긴 한데.”
“그럼 좀 사용할게. 아무래도 여기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지. 일단 데리고 와. 문 열어 줄테니까.”
준은 늑대인간을 질질 끌고 상점의 뒤쪽에 있는 창고로 향했다. 사람들은 약간 아쉬운 눈빛이었지만 준에게 길을 틔워 주었다. 어쨌든 지금 나하라에서 준이 하는 일을 막아설 사람은 없었다.
크아아아!
덜컹! 덜컹!
온몸이 쇠사슬로 묶인 늑대인간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난리를 피워댔다. 그러나 준이 니들리스 스패너를 꺼내들자, 움찔 하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밥이 기가차다는 듯 입을 열었다.
“외도가 겁을 먹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아무것도. 그냥 맞기 싫은 거겠지.”
“내참. 어쨌든 무슨 짓을 해도 좋으니까 창고만 무너뜨리지 마. 난 장사하러 가야돼서 이만.”
밥은 그렇게 말하며 창고문을 열고 나갔다. 준은 가만히 늑대인간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준이 쳐다볼때마다 움찔 거리는 것이 제대로 겁을 먹은 듯 했다.
“자.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나.”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대체 그 결정체의 정체가 뭔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입수한 것인지.
“너 이름이 뭐냐?”
“크아아아!”
준의 물음에 대답대신 크게 포효를 내지른 녀석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준을 물어뜯을 듯 위협했다.
“한명이 없어지니까 갑자기 자신감이 돌아온거냐? 지금 상황을 파악해야지.”
퍽퍽퍽!
캥!
준은 니들리스 스패너로 사정없이 녀석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녀석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준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뻐억!
그리고 그 이빨마저 우수수 떨어져 나가자 그녀석은 그제서야 고개를 푹 떨구고는 잠잠해졌다. 가만히 보니 녀석의 얼굴에서 눈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만약 인간이었다면 양심에 가책을 느꼈겠지만, 상대는 외도였다. 사람처럼 생긴것도 아니고 그냥 딱 봐도 괴물이다 보니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뭐야. 너 우냐? 요즘 들어 감수성이 풍부한 외도들이 왜 이렇게 많아?”
“크르르르.”
“아직도 힘이 남은건가?”
준은 그렇게 말하며 니들리스 스패너를 다시 들었다. 그러자 시미가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라 살려달라는 데요?”
“응? 너 저 녀석 말을 알아듣는거야?”
“아뇨. 그냥 느낌으로.”
“흠... 그래?”
준은 가만히 늑대인간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녀석의 불타는 눈빛이 점점 생을 갈구하는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거참. 인상이 워낙 험악하니까 불쌍한 얼굴을 해도 불쌍해 보이지가 않는 구만.”
준은 한숨을 쉬고 녀석을 향해 펠로우쉽을 걸었다. 딱히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함이었다. 어차피 펠로우쉽은 언제든지 거두어 들일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도 없었다.
그러자 놈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곧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다.
준은 녀석의 이름을 일단 검둥이로 지어놓고서는 말을 걸었다.
-이제 말해봐.
-아... 이게 뭐지?
-쓸데없는 소리말고 묻는말에나 똑바로 대답해.
준이 으르렁거리며 위협하자 녀석은 황급히 메시지를 보냈다.
-네. 네.
-그런데 왜 대답을 제대로 안한거야? 아까는 잘만 말하더니.
-그게... 몇 대 맞고나니 뭔가 이상이 생겼는지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일단 펠로우쉽을 걸어놓은 상태니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이런 방식으로 대화를 하는수밖에 없었다.
-끙. 그랬나. 하여튼 지금부터 물어볼게 많다. 똑바로 말안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을게.
준은 그렇게 말하고 녀석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