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89화 (8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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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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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는 워낙 작다보니 혹시라도 크게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그녀의 체력은 준보다 높은 편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꽤나 터프하게 굴려도 크게 상처를 입거나 하지는 않았다. 처음에 대흉근이 그녀를 수차례 패대기쳤음에도 상처하나 없이 멀쩡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녀는 이래저래 꽤나 쓸만한 펫이었다. 하지만 실제 준은 그녀의 전투능력보다도 정말로 펫으로서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준에게 필요했던 것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였고, 그녀는 그것을 충분히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믿지 못하는 이 알카트뢰즈라는 동네에서 인간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친밀한 상대가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행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대상이 외도라는 게 참 아이러니 하지.’

준은 그렇게 생각하며 컵 속에서 떠다니며 잠들어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남들이 보면 다큰 어른이 인형놀이나 하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이쪽은 정말로 살아 있을 뿐.

준은 눈을 감고 습관처럼 아카샤 넷을 켰다. 이미 지난 한달간 팔려나간 델타폰은 이미 천개를 돌파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기세였다. 이런 식이라면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알카트뢰즈에서 델타폰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없게 될 것이다.

델타폰이 잘 팔리기 시작하자 덩달아 니들리스 시리즈도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델타폰 정도로 엄청난 속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추 이백 개는 넘겨 팔려나간 상태였다. 그 덕에 결정체도 엄청나게 쌓이고 있었다.

현재 9레벨을 찍고 나서 쌓인 경험치만 해도 벌써 5만이 넘어갔다. 물론 결정체는 2천개 가량 쌓여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레벨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그래도 이런 상태라면 조만간 10레벨에도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10레벨이 되면 뭔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그 어떤 근거가 있는 말은 아니었다. 그저 막연한 희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무래도 10레벨이라는 수치는 상징성이 있으니까.

준은 너무 기대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럴수록 자꾸만 새로운 무엇이 나타날 거라는 생각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뭐가 나올까. 이왕이면 대량생산 같은 거 나오면 좋을 텐데.”

지금 준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이었다. 최근 하루에 델타폰을 생산하는데 쓰는 시간만 해도 상당했다. 거기다가 니들리스도 생산해야했고, 그 와중에 짬짬이 던전도 돌아야했다.

게다가 간간이 A급이나 S급 물건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보니 강화를 위해 또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럴때마다 한꺼번에 물건을 생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매번 들었다.

“사람이 많아지니 북적해서 좋구만.”

델타포럼은 확실히 인기 사이트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처음 백명 단위일때도 나름 글리젠이 빨랐던 것을 생각해 보면 현재는 거의 열배 가까이 많은 사람들이 글을 써대고 있었다. 준은 그것들을 일일이 관리하기가 힘에 부치다는 생각이 들어 아예 추천순으로 게시판을 정리 해두었다.

예를 들어 추천이 10개가 넘으면 베스트, 100개가 넘으면 베스트오브베스트로 만들어 인기있는 글을 골라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무래도 운영을 혼자서 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과도한 욕설이나 분탕질을 막기 위해서 신고기능도 활성화 해두었다. 신고가 많이 쌓인 글은 일단 삭제 게시판으로 간다음 준이 선별해서 다시 살리거나 아니면 그대로 두거나 했다.

솔직히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긴 했지만 그 정도 노력은 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구인구직 글이 많이 는 것을 확인한 준은 관련 글을 카테고리화 해서 새 게시판을 만들었다. 레이드 팀이 없거나, 혹은 빈 자리를 채워넣기 위한 헌터들이 델타포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다보니 생기는 일이었다.

‘던전 레이드 팀을 모집하는 글이 많군.’

처음 준이 던전에 대한 글을 올린 것은 헌터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였다. 헌데 최근 던전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준이 모르는 사이 던전에 뛰어드는 레이드 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결정체를 많이 얻어봐야 크게 쓸 곳도 없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결국 그 돈으로 준의 상품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무턱대고 던전에 들어갈 경우 그랑튀르와 같이 던전의 핵에 의해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심사숙고 끝에 준은 차라리 던전에 대한 정보를 개방하고 그들이 문제없이 클리어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준이 꼭 그 레이드 팀에 참가했다.

다행히 던전의 핵에 대해서 확실히 경고를 해두었기 때문에 섣불리 그것을 먹거나 하는 헌터는 없었다. 다들 준이 설명한 대로 그것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지 않고 그냥 바닥에 놓고 깨뜨리는 것으로 던전을 처리했다.

다음날. 오랜만에 필드 사냥을 다녀온 준은 습관처럼 바에 앉아 맥주를 한 잔 시켰다.

탕.

바텐더가 바에 맥주잔을 올려놓았다. 시원한 맥주거품이 유리잔 위에서 살짝 넘치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퐁당.

그러자 준의 앞주머니에 있던 시미가 냉큼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라 준은 당황하지 않고 녀석의 머리채를 잡고 맥주잔에서 끄집어냈다.

“캬아. 역시 이 맛이에요.”

“이제 나와. 다 마실 셈이냐?”

“그럼 제걸 시켜주세요.”

“싫은데.”

“으으...”

시미는 뾰로통한 얼굴로 볼을 잔뜩 부풀렸다. 준은 그런 녀석을 다시 상의 앞주머니에 넣고 맥주잔을 들어 방금 시미가 들어갔다 나온 맥주를 꿀꺽꿀꺽 들이마셨다.

“크아!”

준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한 맛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육체가 아니라 마음이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단순한 맥주가 아니라, 만드라고라를 씻어낸 맥주인 것이다. 원래의 것에 비해 훨씬 더 부드럽고 청량감과 함께 기분을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었다.

처음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준은 틈날때마다 녀석을 데리고 맥주를 마시러 찾아왔다. 솔직히 말해 찝찝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일단 한번 녀석을 담근 맥주를 마시고 나자 도저히 그 맛을 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탕.

이번에는 마스터가 직접 준에게 맥주를 가져다 주었다. 준은 입을 열었다.

“안 바쁜가?”

“오늘은 특별 주문도 없고, 알바생들에게 전부 시켰으니 괜찮아.”

마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시미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그녀가 폴짝 뛰어오르더니 마스터의 손바닥 위로 올라갔다.

“이 녀석 주인을 버리다니.”

“메롱. 그러니까 평소에 잘해요.”

그녀는 마스터가 만들어준 차가운 마티니 안으로 들어가더니 곧 황홀한 표정으로 바동거리기 시작했다.

“저렇게 먹고도 술이 안취하는게 신기하다니까.”

“그래도 외도 아닌가. 그것도 주황색 급인데 마티니 한잔에 헤롱거리면 그게 이상하지.”

“쩝. 그것도 그렇군.”

준은 마티니 잔 속에서 한가롭게 반신욕을 즐기는 그녀를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건 그렇고 요즘 이상한 소문이 퍼지는 것 같던데.”

“소문?”

“그 왜, 인간이 외도가 된다는 소문 있잖은가.”

“아아. 그거 말이지. 던전 핵만 조심하면 돼. 일단 피부에만 닿지 않으면 별 문제는 없는 것 같더라구.”

“아니. 그거 말고 또 다른 이야기 인 듯 하더군.”

“다른 이야기?”

콰당탕.

준이 막 마스터의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하는 순간, 돌연 뒤쪽에서 시비가 붙었는지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분명히 머리숫자대로 나누기로 했잖아!”

“난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상황을 보아하니 레이드 팀에 낀 신입 한명이 제대로 분배를 받지 못한 모양이었다. 붉은머리에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 기껏해야 이십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사내였다. 낯이 익은 것으로 봐선 자신과 함께 착륙선에 탔던 인물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막스팀이 최근 신입을 데리고 다니지 않으니까 다른 팀을 찾아서 간 모양인데, 거기서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이 자식들이! 날 가지고 장난을 쳐?”

칭!

붉은머리 사내가 허리춤에서 단검을 빼어들었다. 하지만 저쪽은 4명이었고, 그는 혼자였다. 어지간해서는 억울하더라도 몸을 사렸을 텐데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어... 이거 봐라?”

시비가 붙은 자들 중에 머리가 절반쯤 벗겨진 중년 사내가 피식거리면서 웃었다. 같잖다는 듯한 그 웃음에 붉은머리는 참지 못하고 칼을 휘둘렀다.

휙!

“어어?”

쿠당탕!

하지만 흥분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는지, 칼을 휘두르다가 그만 중심을 잃고 바닥을 굴렀다.

하하하!

갑자기 일어난 이벤트에 흥미진진하게 쳐다보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그가 황급히 일어나려고 했다.

“어딜!”

퍽!

대머리 사내가 붉은 머리를 걷어차자 그는 다시한번 바닥을 뒹굴었다.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준은 속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서서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분위기로 봐서는 적당히 하다가 끝날 것 같았고, 아무리 칼을 빼들었다고는 해도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죽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될 일을 괜히 끼어들어서 오지랖 떨고 싶진 않았다.

“이 개자식들아!”

바닥을 뒹굴던 붉은머리 사내가 벌떡 일어나며 대머리 사내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그도 바깥에서는 나름 한가닥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은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레이드를 하는 자들이 모인 곳이다. 젊은 나이에 혈기만 믿고 덤벼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단 하나라도 있을지 의문이었다.

쿵!

다시한번 사내가 바닥을 뒹굴었고, 사방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제 적당히 좀 하라는 사람도 간간이 끼어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 이벤트가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다... 다 죽여버릴거야. 여기있는 놈들 전부 죽여버릴거야!”

악에 받쳤는지 사내가 소리를 지르며 사방으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먼칼을 맞아 줄정도로 엉성한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결국 다른 손님들에게 몇 대 얻어맞고서는 홀 한가운데로 밀려난 그는 시뻘개진 얼굴과 엉망이 된 옷차림을 하고는 멍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 죽여 버릴거야...”

그러더니 품에서 결정체 하나를 꺼내든 그는 그것을 그대로 입에 넣었다.

꿀꺽!

“어?”

갑작스런 붉은머리의 행동에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결정체를 먹는다는 행위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얼른 와닿지 않은 것이다.

준도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저 것은 자신이 결정체를 경험치로 흡수할 때 쓰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델타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헌터가 결정체를 먹어버리면 그냥 소화가 안되어 배설물과 함께 나올 뿐이다.

“으으...”

헌데 뭔가 이상했다. 결정체를 집어삼킨 사내가 돌연 가슴을 쥐어뜯더니 기이한 형태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쫘아악!

그의 등이 쩍 갈라지더니 뼈가 튀어나왔다. 이윽고 그것은 마치 날개처럼 길게 펼쳐지더니 그 색을 점점 검은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건...?”

“악마인가?”

준도 당황하며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결정체를 먹었다고 해서 사람이 저렇게 변이할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저 녀석에게 문제가 있거나 그 결정체에 문제가 있거나 둘중 하나였다.

그리고 준은 후자가 문제일 것이라고 거의 확신했다.

============================ 작품 후기 ============================

전 이만 자러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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