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7 ----------------------------------------------
미슐랭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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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남성체가 있으면 요리를 할 수는 있다는 이야기군.”
“그렇긴 하지. 그래도 내가 약속한 환상의 요리는 될 수 없겠지. 그걸로 괜찮겠나?”
마스터는 다소 씁쓸한 표정이었다. 자신이 바라던 최상의 재료를 발견했지만, 정작 그 녀석을 요리할 수 없다는 사실에 꽤나 실망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상관없지. 그 이상한 요리만 아니면 되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남성체 만드라고라를 하나 꺼냈다. 그것을 이리저리 만져보던 마스터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건... 보존상태가 꽤나 좋은 걸? 마치 지금 갓 잡은 것 같은 느낌이군. 대체 언제 구한건가?”
“글세. 아무렇게나 막 넣어놔서 사흘 전 것인지 오늘 잡은 건지 까지는 모르겠군.”
“혹시 다른 녀석들도 있는가?”
“딱 백마리를 가져왔지.”
“오오. 그렇게나 많이?”
어지간해서는 감정을 잘 표시 하지 않는 마스터도 이번에는 제법 놀랐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준은 희미하게 웃으면서 인벤에 있는 모든 만드라고라를 꺼내서 바의 테이블에 올렸다.
와르르!
“이럴수가... 하나같이 상태가 좋군. 어떻게 이런식으로 보관할 수 있는건가?”
“보시다시피 그냥 넣어둔 것 뿐이야.”
“그 이상한 허수공간을 말하는 건가?”
준이 허공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을 보았으니, 그 공간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허수공간이라... 정확히 말하면 다차원 공간이지만 어쨌든 둘 다 의미불명인건 마찬가지니까 상관없겠지.”
“그렇다면 일단 나머지는 그곳에 좀 보관해주게. 사실 만드라고라 요리는 재료의 신선도가 생명이라 냉장고에 넣어서는 한계가 있으니까.”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개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 광경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던 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거참 부러운 능력이로군. 요리재료를 항상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니. 혹시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줄 수 있겠나?”
헌터에게 자신의 기술을 알려달라는 것은 금기에 가까운 행위였다. 당연하지만 요청을 받더라도 그런 것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는 쉬운 기술이거나, 평생을 먹고 살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제외하지 않는 이상에는.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런 무례를 범할 만큼, 마스터는 준의 인벤토리 기술이 부러웠다.
“당연히 안되지.”
“하긴... 어쨌든 내 이 녀석으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주겠네.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왔으니 나역시 그에 걸맞는 실력을 발휘해야겠지.”
“돈은 얼마나 주면 될까?”
“아니. 돈은 필요없다네. 자네가 목숨을 걸고 구해온 재료를 내 손으로 완성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니까. 비록 여성체를 이용할 수는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내 생애 최고의 요리를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
“나야 고맙지. 참.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준은 마스터를 향해 손짓을 했다. 그러자 마스터가 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준은 혹시 다른 사람이 듣지 않을까 저이 걱정하는 눈치를 보이며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이야기 했다.
“이 녀석이 몸을 담고 있는 이 물을 사용해봐.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몸이 굉장히 개운해지는 것 같더라고.”
“그래?”
마스터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시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마스터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이유모를 박력에 몸을 움츠렸다.
“여성체 만드라고라의 정수가 녹아있는 물이라... 생각보다 쓸만한게 나올지도 모르겠군.”
그의 표정에는 더 이상 실망스러운 기색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그 어느때보다도 활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마치 마스터쉐프 챌린지의 최종화에서 마지막 남은 도전자를 신랄하게 난도질 할때만큼이나.
‘마스터 쉐프의 부탁’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메인 퀘스트 - 만드라고라 여성체 (1/1)
추가 퀘스트 - 만드라고라 남성체 (100/100)
보상 - 기술 ‘요리’
추가보상 - 경험치 304
“어?”
준은 눈앞에 떠오르는 퀘스트 완료창을 보면서 얼빠진 소리를 흘렸다. 마스터는 시미의 물컵을 들고 주방으로 사라졌고, 시미는 새 물컵속에서 둥둥떠다니가 준이 이상한 소리를 내자 그를 쳐다보았다.
“왜 그래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시미를 다시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꼬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물속에서 바둥거리던 시미가 준의 손가락을 밀어내고는 다시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푸확! 누굴 물에 빠뜨려 죽일 셈이에요?”
“뭔 소리야. 숨 쉴수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 경우가 다르잖아요!”
“아니. 전혀 안 다른 것 같지만. 어쨌든 가만 있어봐 지금 할 일이 있으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고 기술탭을 열었다. 시미는 약간 뚱한 표정이었지만 다시 물위를 동동 떠다니며 좁은 컵 안에서의 유영을 즐겼다.
‘일단 시미를 넘겨주지 않아도 조건은 충족되었기 때문에 퀘스트가 완료된 건가? 아니면 조건이 충족되지는 않았어도 마스터가 만족했기 때문일까?’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있었다. 어쨌든 준의 입장에서는 시미를 넘겨주지 않고도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게 되었으니 최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기술
요리(초급) : 마스터쉐프의 기술을 전수받아 간단한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숙련도 0%)
아직 실험해보지는 않아서 어느정도까지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술이 하나가 느는 것은 경험치를 얻는 것과는 비교하기 힘든 보상이었다. 심지어 일반적인 공격스킬 같은 것이 아니라 범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생활스킬이었다. 특히 요리는 제작스킬만큼이나 사용할 수 있는 범주가 넓었다.
상세정보 탭을 열어보니, 종류별로 다양한 요리가 있었다. 마스터쉐프의 기술때문인지 프랑스식 요리가 베이스가 된 듯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요리를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간단한 중식이나 일식도 얼마든지 가능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술을 발동해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이득이지.’
스킬로 발동하는 것이니 만큼, 굳이 조리도구 같은 것이 필요없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적당한 재료를 가지고 기술을 발동시키면 마치 제작을 할 때처럼 자동으로 요리가 완성된다. 인스턴트요리보다 빨리 나오면서 그보다 훨씬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먹지 않아도 되겠는데?’
준은 잠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어쨌든 실력자체는 마스터가 훨씬 뛰어났고, 외도를 이용한 요리는 초급의 요리기술로는 불가능했다.
당분간 건강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펍을 이용하는 편이 나았다. 요리기술은 당장 전투력에 영향을 주는 기술은 아니었으니 천천히 올려도 상관없었다.
기술을 확인한 준은 컵안에서 놀고 있는 시미를 쿡쿡 찔러가며 시간을 보냈다. 녀석은 준이 건드릴때마다 인상을 썼지만 그리 싫지는 않은지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며칠동안 안보이더니 오늘은 일찍부터 왔구만.”
그렇게 한창 시간을 죽이고 있다보니 막스가 준의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늘 같이 다니던 똘마니들은 어쩐일인지 보이지 않았다.
“애들은?”
“아. 마흐무드가 좀 다쳐서, 병원에 보냈어. 조금 있으면 올거야.”
“많이 다친건가?”
그리 많은 시간을 보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는 얼굴이다 보니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막스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한 달 정도는 요양해야 할 것 같긴 하지만... 목숨에는 지장 없으니 됐지.”
“그나마 다행이군.”
나하라에도 병원이라고 불릴만한 곳이 있었다. 바깥에서처럼 최첨단의 의료기구들을 놓고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투중에 일어날 수 있는 부상들을 치료할 수 있는 시설정도는 갖추고 있었다.
비록 200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지만, 헌터들은 늘 부상을 달고 살기에 의료시설은 개척마을에서 최우선으로 설치해야 하는 곳중 하나였다.
준의 입장에서야 체력만 다하지 않으면 부상을 입을 일이 없었기 때문에 굳이 찾지 않았을 뿐, 다른 헌터들에게는 거의 제집처럼 드나들기도 하는 곳이었다.
“헌데 이건 뭐야?”
막스는 맥주를 한잔 들이키고 나서야 준의 앞에 있는 시미의 존재를 깨달았다. 컵이 있으니 그 안에 물이나 음료가 들어있을거라고 생각하고는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인사해. 이쪽은 시미. 시미, 이쪽은 막스.”
“안녕하세요. 시미라고 합니다.”
시미는 컵속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는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적이 없기 때문인지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태도가 조심스러운 편이었다.
“허. 거참 이제는 요정까지 데리고 다니는 건가?”
“어쩌다보니.”
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굳이 만드라고라 임을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이왕이면 요정이라고 여겨지는 편이 준도 그렇고 그녀도 그렇고 받는 시선이 좋을테니까. 만약에 만드라고라라고 하면 아무리 사람처럼 생겼다고 해도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일테니까.
“헌데 옷은 입히고 다니는 편이 좋지 않을까?”
막스의 말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동안 같이 다녔더니 준 자신은 어느정도 적응이 됐지만 이곳의 다른 헌터들에게는 아직 자극이 좀 심할 것 같았다.
“헌데 의외로군. 그쪽은 오히려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내가 저런 작은 꼬마를 상대로 발정할 정도로 막장처럼 보이는 건가?”
“아니라면 다행이고.”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시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준과 시선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란 듯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준은 녀석의 머리채를 잡고 물밖으로 끌어냈다.
“들었지? 옷이라도 입고 다녀.”
“으응... 하지만 물속에서는 거추장스러운데.”
“안입으면 집에 두고 다닌다?”
“알았어요. 입으면 되잖아.”
시미는 그렇게 말하더니 혼자서 뭔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가-만드라고라의 잎이- 쑥쑥자라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딱 중요한 부분만 가린 그녀는 이만하면 되지 않았냐며 허리에 손을 올리며 가슴을 쭉 폈다.
“음... 뭔가...”
준이 약간 불편한 얼굴로 입을 열자 막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받았다.
“더 야해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렇군.”
준은 위풍당당한 기세로 콧대를 세우며 자신을 바라보는 시미의 머리를 눌러 물속으로 밀어넣았다. 녀석은 물속에서 바둥거리더니 겨우 준의 손가락을 피해서 물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푸하! 대체 뭐가 불만인거에요?”
“아니... 됐다. 어차피 너에게 발정할 놈들이라면 네가 뭘 입어도 그럴테니까. 신경쓰지 않도록 하지.”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대체 어쩌다 부상을 당한거야? 이제 어지간한 놈들은 손쉽게 상대할 수 있지 않아?”
최근 막스는 더 이상 신입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가지 않고 있었다. 니들리스 해머를 얻게 되고, 어느정도 그 사냥법이 손에 익고 나서부터였는데 제대로 된 딜링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데려가느니 그쪽이 훨씬 나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