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86화 (8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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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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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황당한 얼굴로 되물었다. 화장실이라니. 화장실에 가는 식물도 있단 말인가? 아무리 사람처럼 생겼다고 해도 그렇지 저녀석의 본질은 만드라고라, 그러니까 그냥 풀뿌리였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살다살다 만드라고라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아니 그보다, 너 계속 땅속에만 있었던거 아니냐? 화장실이라는 건 또 어떻게 아는거야?”

“엄마가 가르쳐 줬어요.”

“그놈의 엄마. 엄마가 대체 누구야?”

“엄마는 엄마죠.”

“아. 됐다. 화장실이든 뭐든 여기서 해결해. 정 뭐하면 그 컵에다가 해결하라고.”

“그런 더러운 짓을 어떻게 해요! 진짜 섬세함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 같으니!”

“몰라. 난 잘테니까 알아서 해.”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누웠다. 한창 재미있는 부분이었는데 녀석때문에 끊겨서 약간 심기가 불편했다.

“끄응... 목마르네.”

준은 해가 뜨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밤새 건조한 곳에 있다보니 타는 듯한 갈증이 느껴졌다. 준의 희미한 시야에 물이 담겨 있는 컵이 들어왔다. 그는 그 컵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입안에 들어온다고 느낀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재빨리 뱉어냈다.

“푸홧!”

“으아아... 잘 잤어요?”

시미는 방금전에 준의 뱃속으로 들어갈 뻔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인지 눈을 비비면서 기지개를 켰다. 영락없는 꼬마아이라 준은 다시한번 심각한 내적갈등을 겪어야 했다.

“너 밤새도록 그 컵안에 있었던 거냐?”

“으응. 네. 물이 미지근해서 잠자기 딱 좋던데요.”

“너 물속에서도 숨쉴 수 있는거야?”

“네.”

“하긴 땅속에서도 숨을 쉬니까... 그런 건 문제가 안되겠군.”

준은 딱딱한 시트에서 몸을 일으켜 차에서 내렸다. 밤새 굳은 몸을 이리저리 풀던 준은 어쩐지 유난히 개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컨디션이 유난히 좋은 것 같은데...?’

평소보다 활력이 넘쳤다. 물론 헌터로 각성한 이후 준의 체력이 몰라보게 좋아지기는 했다. 전체적으로 육체적인 능력이 증가하여 같은 힘으로도 훨씬 수월하게 몸이 움직였고, 지구력 자체도 엄청나게 증가했다.

하지만 오늘처럼 유난히 몸이 가벼워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진 적은 없었다.

“설마...”

준은 혹시나 하는 심정에 정보창을 열어 프로필을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준은 그곳에서 혹시나 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난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강수치가 올랐어??”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아 어제 밤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러니까 절대로 건강수치가 오를일은 없었다. 헌데 지금 준의 건강숙련도는 21퍼센트. 즉, 1퍼센트가 오른 상태였다.

“끄응...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준은 고개를 돌려 준이 새로 물을 채워놓은 컵속에서 둥둥떠다니는 시미를 보았다.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는데 건강숙련도가 올랐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리고 준이 어제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먹은 것은 단 하나였다.

준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녀석이 밤새 몸을 담근 물을 마시고 건강숙련도가 오르나디... 뭔가 이건 아닌거 같다.”

중세시대의 변태성주가 젊은 처녀들의 목욕물을 마셔서 젊음을 유지했다는 괴담 같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준은 지금 마치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준은 자신의 얼굴을 찰싹 때렸다.

“저 녀석은 풀이다. 시금치나 도라지 같은거라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렇게 몇번을 되뇌자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물장난을 치던 시미가 준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그는 애써 고개를 돌려 무시했다.

결국 사흘간의 긴 원정 끝에 준은 만드라고라 남성체 백마리를 사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사이 다른 여성체는 끝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준은 그때까지도 시미를 어떻게 해야할지 명확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준. 나 물 갈아줘.”

“그래. 반말하지 말고.”

준은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진 느낌으로 가볍게 컵의 물을 비우고서는 새로 물을 따라주었다. 그녀는 깨끗한 물에 몸을 담그고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흥흥 거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준이 운전할때 흥얼거리던 노래였다.

“아주 별걸 다하시는 구만...”

준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부르릉-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시미가 컵에서 빠져나오더니 준의 어깨위로 쪼르르 올라갔다. 지난 사흘간 몇 번이고 녀석이 올라오는 것을 막았지만 어차피 잡아먹을 거면 바깥이라도 많이 보게 해달라고 조르는 통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런 데가 있었구나...”

그녀가 바라보는 것은 거대한 협곡이었다. 차량의 옆으로는 깎아지를 듯한 절벽이 있었고, 그 밑으로는 수억 년의 세월동안 만들어졌을 거대한 단층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준도 알카트뢰즈에 와서 처음 보는 곳이라 일부러 좀 더 협곡쪽에 가까이 붙어서 운전을 하는 중이었다.

“잠깐 내려서 구경하고 가면 안돼요?”

“아아.”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량을 세웠다. 굳이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다. 지도를 살펴보자 마그나밸리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의미만 보면 그냥 ‘대협곡’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 이름이 잘 어울리는 장소였다. 끝없이 이어진 거대한 단층이 준의 시야를 넘어 수백킬로미터는 뻗어 있었고, 그 아래 펼쳐진 메마른 땅은 황량함보다는 자연의 위대함과 함께 광활한 기세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후우.”

준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아주 작게 보이는 알카트뢰즈의 플랫폼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저위의 사람들은 이 땅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그저 범죄자들을 이용하기 위한 버려진 황무지라고만 생각하고 있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광경이었다. 물론 그들도 이런 지역이 있을거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만, 위성지도로 보는 것과 실제 바로 코앞에서 보는 것과의 느낌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이다.

“세상이란 이렇게 넓은 거군요.”

“아아. 그렇지.”

“준.”

“응?”

준은 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는 작은 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거대한 협곡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나 이제 죽어도 좋아요.”

준은 입을 열지 못했다. 시미는 슬퍼하지도, 분노하거나 고통스러워 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눈빛은 그저 담담하게 눈앞의 거대한 자연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40년 동안 한자리에만 있었어요. 그 따뜻하고 안락한 곳이 제게는 세상의 전부였었죠. 그런데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누님이네. 난 스물 하난데.”

기껏 생각해낸 말이 그 정도였다. 준은 자신의 말주변이 정말로 형편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나 지금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그러니까 이왕 죽어야 한다면 지금이 좋겠어요.”

준은 자신의 어깨에 올라탄 작은 소녀가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이 이렇게 그의 어깨를 짓누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준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아니, 어쩌면 이 녀석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 결론은 내려져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대상자 시미에게 펠로우쉽을 신청합니다.

“뭐에요. 이게?”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이상한 글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애초에 그녀가 글자를 알리없었지만 델타는 기본적으로 모든 지능이 있는 존재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극단적으로 골렘과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니 시미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존재에게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준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약간의 장난기가 담긴 말투였다.

“너. 내 펫이 되라.”

사용자 : 시미

결정도 : 153

클래스 : 만드라고라

속성 : 흙, 물

체력 : 4117/4117

기술

꼭꼭 숨어라! : 적의 정신을 교란하여 시야를 어지럽힙니다. 적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으아아앙! : 적에게 강력한 음파공격을 가합니다. 데미지와 함께 적을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으아아. 기술 이름이 뭐 이러냐...”

“딱이구만.”

준은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프로필을 읽고 있는 시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로서 남은 펠로우쉽 자리는 하나가 되었다. 뭔가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이었지만 어차피 나중에 레벨업이 되면 또 늘어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한다.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뒤진다고 해서 여성체 만드라고라를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설령 찾는다고 해도 이런 녀석이라면 어차피 결과는 똑같을텐데...’

준은 쓸데없는 고민은 접어두기로 했다. 어차피 결론은 내려진 것.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예정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정도일 뿐,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그럼 이제 가자.”

“어디로 가는데?”

“씁. 반말하지말랬지.”

“내가 나이가 더 많은데...요?”

그녀는 준이 노려보자 황급히 말을 높였다. 준은 괜히 그녀에게 나이를 알려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높은 사람에게는 말을 올려야 되는거야. 내가 네 주인이니 당연히 말을 높여야지.”

“주인님?”

시미가 눈을 반짝이며 그렇게 말하자, 준은 굉장히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알몸의 소녀에게 주인님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기분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해서는 안될 짓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냥 부르던 대로 준이라고 불러.”

“주인님? 주인님?”

“콱. 씨. 삶아버린다?”

“으앗. 나 맛없어요.”

“맛있다고 한 건 언제고.”

“헤헤.”

시미는 배시시 웃으면서 컵 안으로 몸을 숨겼다. 준은 피식 웃으며 악셀을 밟았다. 하는 짓이 꽤나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나는 외도에게 인기 있는 타입인가...?’

골렘도 그렇고 시미도 그렇고 어쩐지 자신과 친해지는 존재들이 점점 외도로 채워져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사람보다 믿을 만 할지도...’

적어도 녀석들은 배신은 하지 않는다. 준은 약간 서글퍼졌지만 창을 통해 밀려오는 시원한 바람에 곧 그 기분을 떨쳐 낼 수 있었다.

“흠...”

마스터는 심각한 얼굴로 수염을 만지작 거렸다. 준과 마스터의 사이, 플라스틱 컵안의 물속에서 둥둥떠다니는 시미가 약간 긴장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시미에요.”

“그러니까. 이게... 그...”

“그 환상의 재료지.”

“허. 참...”

마스터는 여간 곤란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 역시 한 번도 여성체 만드라고라를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설마하니 이런 녀석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어때 요리할 수 있겠어?”

“흠...”

마스터는 다시 침묵에 잠겼다. 그가 환상의 재료에 가지는 집착은 상당했다. 가진재산을 모두 털어가며 구하려고 했던 것이니 만큼 지금 눈앞의 존재 때문에 생긴 혼란은 상당할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흠흠 거리며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난 꽤나 합리적인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해 왔네.”

“그래 보여. 특히 마쉐챌 1시즌 마지막회를 보니 잘 알겠더군.”

“...그 이야기는 접어두고. 어쨌든 난 거의 모든 요리를 마스터 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지. 그것이 외도를 이용한 요리였네.”

준은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어지간해선 자기 이야기를 잘 안하는 사람이 이렇게 나올때는 조용히 있는 게 예의였다.

“수많은 외도를 재료로 삼아 이것저것 만들었지. 개중에는 인간에 필적하는 지능을 지닌 놈들도 있었어. 물론 어차피 요리 일 뿐이니 거기에는 어떤 죄책감도 없었지. 게다가 녀석들은 인간의 적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 녀석은 어렵지.”

“후. 그래. 이 녀석도 본질은 외도라는 것은 알고 있네. 하지만 도저히 이 녀석을 토막내어서 재료로 쓸 엄두가 나질 않는 군. 그 이유가 오로지 저 생김새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까지 하고 있었는지 자괴감이 들 정도야.”

“전에 먹어본 적이 있다면서?”

“그때는 남성체였지. 게다가 그것은 거의 인간의 형태로 보이지 않았어.”

“뭐?”

“남성체로 만들어도 그렇게 대단한 맛이 날 정도라면 귀하다는 여성체를 재료로 쓴다면 훨씬 더 환상적인 맛이 날거라고 생각한 것뿐이라네. 내 생각이 잘못된 건가?”

“아, 아니.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준은 그제서야 퀘스트창에서 남성체 만드라고라를 수집하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그것을 이용해서 요리를 만들 수도 있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아이고 급 피곤... 오류나 이런 건 내일 수정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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