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5 ----------------------------------------------
미슐랭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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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아!
“윽!”
준은 반사적으로 귀를 막았다. 거의 오십미터가 넘게 떨어져 있음에도 만드라고라의 비명소리는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숲의 모든 새들이 날아오를 만큼 엄청난 음파공격이었다.
“후. 그래도 이정도면 버틸만하군.”
어째서 만드라고라를 뽑다가 죽었는지 알 것 같았다. 거의 오십여미터를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당한 공격임에도 준의 체력이 약 100가량 떨어진 것이다. 반경 오십미터에 권총탄 정도의 데미지를 주는 공격이라니. 근거리에서 맞았으면 준의 체력이 2000을 넘는다 해도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의 강력한 공격이었다.
“어쨌든 나머지는 대흉근이 알아서 하겠지.”
준은 만드라고라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대흉근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까지 벌써 스무마리의 만드라고라를 잡았고, 그 모두가 남성체였다. 처음에는 기겁했던 준도 대흉근의 저 방법이 꽤나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
만드라고라의 비명은 자신이 가진 모든 엑조틱 에너지를 단숨에 뿜어내는 강렬한 공격이었다. 마치 꿀벌의 독침처럼 일생에 단 한번만 할 수 있는 공격인 것이다. 그리고 나면 녀석은 거의 모든 힘을 잃고 반가사 상태로 들어간다. 그러면 대흉근이 몇 번 후려치는 것만으로도 죽어버렸다.
준은 그 상태의 만드라고라를 인벤토리에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약간 잔인 한 것 같긴 하지만 뭐...”
준은 자신의 앞주머니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는 시미를 의식하며 입을 열었다. 말하고나니 마치 이것이 너의 미래다, 라고 이야기 하는 듯한 모양새였지만 사실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기에 거기다 대고 변명을 할 생각은 없었다.
“아아. 저렇게 잡는 거구나.”
“...무섭지 않아? 잔인하다거나.”
“어째서?”
“그야... 같은 종이니까. 나라면 인간이 저렇게 잡히면 분노가 일어난다던가 그럴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그래. 네가 식물이라는 걸 깜빡했다. 아무래도 인간과 같지는 않겠지.”
“하지만 쟤들은 나랑 다른 걸.”
“내가 보기엔 같은데.”
“쟤네는 말도 못하잖아.”
“뭐, 그렇긴 하지만...”
만드라고라를 사냥하던 준은 시미가 상당히 특이한 개체임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남성체 만드라고라들은 그저 뽑으면 비명을 지르고는 픽 쓰러질 뿐이다. 시미처럼 말을 하거나, 이성을 지닌 놈은 단 하나도 없었다. 물론 그걸 알아보기도 전에 대흉근의 손에서 죽은 녀석이 태반이었지만 아마 그놈들도 별 다르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여성체라서 그런 것일지도.”
“그런가...”
시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의 의견에 동의해서 라기보다 딱히 자기 의견이랄게 없어서 나오는 상투적인 동작이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묘하게 인간다워서 준의 머리는 점점 더 복잡해졌다.
일단 대흉근이 내민 만드라고라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준은 해가지는 것을 보며 차량으로 향했다. 어차피 잠들거라면 외부의 공격에 어느정도 대비할 수 있는 험비안이 안전했다. 거기다가 대흉근을 세워놓으면 어지간한 외도의 습격은 버틸 수 있었다.
준은 험비를 세워놓은 곳까지 와서 골렘 1,2,3호를 불러내었다.
쿵쿵쿵!
“앗!”
갑자기 나타난 골렘들에 시미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골렘들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이 근처에 돌아다니는 놈들이 있으면 알아서 처리하고, 가능하면 차량 쪽으로는 못오게 해.”
준은 그렇게 말하고 험비 안으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이는 크기와는 달리 험비의 내부는 그리 넓은 편은 아니었다. 준은 좌석을 뒤로 눕히곤 다리를 적당히 폈다.
“오늘은 이곳에서 잘거야. 뭐 필요한 거 있어?”
“음... 물이 먹고 싶은데.”
“물이라면 여기.”
준은 인벤토리에서 물병을 꺼내어 컵에 따르곤 조수석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녀가 쪼르르 달려가더니 물컵 안으로 쏙 들어갔다.
찰랑-
“아아. 시원하다.”
“온천욕하는 아저씨같은 소리나 하고...”
꿀꺽꿀꺽.
시미는 준의 말을 무시한 채 고개를 물속에 파묻더니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마치 목욕물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라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너는 몸 자체가 뿌리니까 피부로 흡수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응. 그래도 돼.”
“그러면 그렇게 하지 왜... 아니 됐다. 괜한 소리를 했군.”
준은 더 이상 시미의 이상행동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지가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데 굳이 일일이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충분히 물을 마셨는지 찰랑거리며 물장난을 치던 시미가 입을 열었다.
“뭔데?”
“아이는 어떻게 낳는거야?”
푸흡!
마침 물을 마시고 있던 준이 그대로 입안의 물을 뿜었다. 그는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억지로 붙잡고는 수건을 꺼내 황급히 입가에 흐르는 물을 닦았다.
“내가 어떻게 알아. 니들이 어떤 식으로 아이를 가지는지.”
준은 입을 닦은 수건으로 다시 차량에 튄 물을 슥슥 닦았다. 아무래도 시미의 지능은 한창 사춘기 무렵의 소녀 정도에 이르러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뜬금없이 아이를 어떻게 낳느냐니... 준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엄마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걸.”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그건 본능 같은 거니까.”
“그럴까. 그럼 준도 알고 있는거야?”
“나야... 뭐... 이런 저런 경로로 알고 있긴 하지만... 애초에 내가 왜 너랑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쓸데없는 소리하지말고 잠이나 자둬. 내일도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돌아다녀야 하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눕히곤 눈을 감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바로 잠든 것은 아니었다. 준은 눈을 감은채로 아카샤 넷에 접속해서 게시판의 글들을 둘러보았다.
준의 사이트인 델타포럼에는 준이 직접 업로드를 하는 게시판을 제외하고도 다른 헌터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리는 자유게시판 같은 것들도 있었다.
그곳에는 준이 글을 올린 것처럼 자기들만의 노하우를 직접 올리는 경우도 있었고, 그냥 시시껄렁한 잡담만 늘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잡담과 정보글이 뒤섞이다 보니 좋은 글들이 파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사이트를 개선해달라는 이야기들도 더러 섞여 있었다.
준은 사이트에 많은 추천을 받은 글은 따로 추천게시판에 올라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자 조건에 부합하는 몇 개의 글들이 자동으로 딸려 올라왔다. 그중에서는 준이 놀랄 정도로 상세하게 외도의 특징이나 약점에 대해서 서술한 글들도 있었다.
“이렇게 까지 노하우를 막 풀어도 되는 건가...? 나야 니들리스를 팔아먹을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헌터들은 대체로 폐쇄적이다. 외도를 잡는 방법 같은 것은 직접적으로 수입에 연관되기 때문에 더욱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외도와 마주친 시간이 오래 되다보니 어느정도는 관련 아카데미도 있었고 유명한 외도의 경우에는 그 상대법이 메뉴얼화 되어있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방대한 외도의 종에 비하면 그 수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헌터들의 수입이 비교적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반인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 있지만, 매번 전투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한없이 적은 돈이었다. 때문에 이런 식으로 수입에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노하우를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헌데 어지간히 할일이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준의 글을 보고 따라하려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카샤넷에서는 의외로 그런 정보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외도를 상대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가 제대로 활성화 된다면 다른 헌터들에게도 꽤나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흠... 이걸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시킬 방법이 없을까...?’
만약 헌터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이런 정보를 올릴 수 있다면, 아카샤넷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단순히 야동이나 보고 음악이나 듣는 차원을 넘어서 헌터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할 필수적인 정보창고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알카트뢰즈 한정해서만 쓸만한 델타폰도, 다른 곳에서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게시판의 글을 유료화 시킬수는 없는 노릇이고...’
델타포럼은 어디까지나 커뮤니티였다. 커뮤니티는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거나 읽을 수 있어야 그 생명력이 유지된다. 거기다가 돈을 받기 시작하면, 아무리 할 일이 없는 헌터들이라고 해도 델타포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쌓이게 될 것이고 다른 사이트를 찾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준에게 큰 손해가 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현재까지는 독점적 위치에 있는 델타포럼의 사이트를 굳이 그런 식으로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공략법 자체를 스토어에 올릴 수 있게 하는 건 어떨까?’
물론 거기에도 해결해야할 많은 문제가 있었다. 무분별한 정보글은 오히려 없느니만 못하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목숨을 잃는 자가 나타나면 스토어의 공략법 자체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되기 때문이었다.
‘공략게시판을 따로 만들어서 일정이상 추천을 받은 글은 스토어에 올릴 수 있도록 조치하면... 흠... 역시 뭔가 아닌 것 같아.’
그렇게 하려면 준의 공략법도 돈을 받고 팔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누구는 돈을 받고, 누구는 안받으면 돈을 받고 팔려고 하는 이들이 쉽사리 매도당할 위험도 있었다.
게다가 문제가 하나 더 있었는데, 델타폰의 EP는 환급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스토어에 올려서 아무리 돈을 많이 받아봤자 그걸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었다. 기껏 영상 몇가지를 더보거나 야동 몇편 더 받는 정도로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없었다.
‘일단은 한동안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봐야겠군.’
하지만 일단 헌터들의 정보창고라는 개념은 꽤나 매력적인 것이었다. 준은 그것을 어떤 식으로 이용할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하고 마스터쉐프 챌린지를 재생시켰다. 전에 다 못 본 부분을 이어서 보기 위해서였다.
‘역시 재미있어.’
뒤늦게 빠져든 예능프로그램은 준의 생각이상으로 중독성이 있었다. 그렇게 한창 눈을 감고 영상을 재생하고 있는데 문득 오른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준이 영상을 끄고 눈을 뜨자, 창문을 열고 도망치려고 하는 시미의 모습이 보였다.
“그거 안열린다.”
“힉?”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준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녀의 이마에서 땀인지 물인지 모를 것들이 주륵, 흘러내렸다.
“하하. 더, 더워서...”
“방금까지 물 속에 들어가 있던 주제에 그게 말이 되는 변명이라고 생각하냐?”
준은 아직도 창문에 매달려 있던 그녀의 머리채를 집어들었다.
“아, 아파!”
“시끄러. 여기말고는 잡을데가 없단 말이다.”
준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컵안에 던져 넣었다.
퐁당!
“푸핫! 살살 좀 해줘요.”
“남이 들으면 오해할 만한 소리는 하지마.”
준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보았다. 어쨌든 나름 허세를 부리긴 했지만 그녀도 죽기는 싫은 모양이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식물형 외도라고 할지라도 저 정도로 이성을 지니고 있다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가지고 있을테니까.
준은 약해지려는 자신을 다잡았다.
“넌 어차피 도망 못가. 그냥 포기해.”
“그, 그럴수가!”
“이제와서 몰랐다는 듯이 말하지마. 어차피 알고 있었잖아.”
“그렇긴 하지만...”
시미는 우물쭈물하며 맞붙인 검지손가락을 이리저리 꼼지락 거리더니 얼굴이 빨개지면서 입을 열었다.
“화, 화장실이 가고 싶어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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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부터 기침이 계속나더니 뜬금없이 몸살감기가 찾아오더군요. 환절기도 아닌데 이게 무슨...
다들 몸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밤 되세요. 낼 아침 8시에 한편 더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