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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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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온 준은 일단 델타폰을 만들기 시작했다. 밥이 요구했던 것은 100개였지만 준은 그 두 배를 미리 만들어 둘 생각이었다. 닐슨에게 줄 것도 필요했지만, 어쩌면 스토크에서 사람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시간당 60개 정도 만든다 치고... 한 세 시간 넘게 걸리겠군.”
눈앞에 쌓인 재료들은 200개가량의 델타폰을 만들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엔지니어링 기술을 이용해 델타폰을 제작하는 동은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어차피 재료를 두고 제작스킬을 활성화 해두면 델타가 알아서 만든다. 그 사이 준이 하는 일이라고는 정상적으로 제작이 되는 물건들을 한쪽으로 차곡차곡 쌓아두는 일 뿐이다.
그렇다고 잠들거나 하게 되면 델타가 제대로 동작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사이 준은 웹사이트 업로드를 하기 시작했다.
‘스토크 쪽 동네 사진도 올려두고.’
준은 직접 상대했던 외도들에 대한 정보를 아카샤 넷에 업로드 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로보로스의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실제로는 한없이 약해져 있던 상태지만 사진으로는 그런 부분을 확인할 수 없다. 파란색 외도가 나타난다는 것만으로도 던전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되면 무턱대고 파티를 짜서 던전을 들어가려는 무모한 시도도 많이 줄어들 것이고, 결과적으로 준과 부딪힐 확률도 낮아진다.
굳이 던전이 발견 될 때마다 서둘러서 움직일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사진을 찍어둔 게... 몇 마리 없군.”
하지만 막상 사진을 업로드 하려고 보니 사진이 몇 장 없었다. 전투를 하다보면 미처 사진을 찍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는 수없이 사진을 찍어둔 녀석들은 사진과 함께 정보를 올렸고, 그러지 못한 녀석들은 그냥 텍스트로만 공략법을 적어두었다.
“이걸로 홍보도 되겠지.”
준의 공략 대부분은 니들리스 시리즈를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둔 것이다. 물론 준이 사용하는 니들리스는 S급이고 일반적으로 파는 물건들은 B급에 불과했기에 똑같은 방법으로 사냥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준은 그것에 대한 설명도 달아놓았다. 일반적으로 파는 물품은 B급이고 S급으로 사냥을 할 경우에는 두 배 이상으로 사냥속도가 빨라진다는 이야기였다.
이번 던전 탐사에 대한 이야기를 죽 풀어 놓고 글을 업로드 하자 그 밑으로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S급 니들리스라고? 그건 250크리스탈이나 하는 물건이잖아? 재벌 인증하는 건가?
-바보야. 이 사이트 운영자가 니들리스 제작자잖아. 그 녀석이 들고다니는 건 전부 S급이라고.
-헐. 님 할인 좀 해주면 안될까요?
준은 댓글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틈틈이 생산이 완료된 델타폰을 나무상자로 옮겨 담았다. 그 와중에 던전에 대한 이야기들도 하나 둘 씩 달리고 있었다.
-헌데 우로보로스라고? 그런 놈도 있는 건가?
-나도 한 번 들어본적이 있어. 엄청 크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설마 던전에서 그런 놈이 나올줄이야.
-그럼 엄청 위험한 거 아니야? 굳이 자살하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던전 탐험은 안하는 게 좋을 듯.
-그래도 보상이 꿀임. 저번에 바스라 팀과 같이 갔던 데서는 결정체가 200개 가까이 나왔음. 파란색 외도라면 결정체는 훨씬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죽으면 결정체가 무슨 소용임. 솔직히 여기서 결정체 욕심내봐야 우리한테 좋은 것도 없잖아.
-그건 그럼. 하루에 하나 정도만 벌어도 먹고사는데는 지장없음.
-운영자야. 이번 던전에서는 결정체가 얼마나 나왔음?
준은 굳이 댓글을 달지는 않았다. 이곳의 결정체가 바깥에 비해서 그 가치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해도 결정체가 1000개 가까이 나왔다는 말을 하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달려들 인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준은 대신에 던전이 얼마나 위험하고, 특히 던전의 핵이라는 물건이 헌터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추가로 설명했다.
적당히 사이트 내의 분위기가 던전탐험에 대해서 부정적인 여론으로 흘러가는 것을 확인 한 준은 그쯤에서 업데이트를 끝내고는 데이터베이스를 열었다.
틈날 때 마다 루나가 꾸준히 업데이트 하는 영상과 음악들은 자동으로 델타폰에 적용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몇 개를 살펴보던 준은 문득 마스터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영화뿐 만 아니라 TV방송들도 업로드 되고 있었기 때문에 준은 그 중에서 요리관련 프로를 검색했다. 하나하나 일일이 돌려보던 준은 결국 마스터로 보이는 사람이 진행하는 요리프로를 찾을 수 있었다.
“이건가...?”
마스터쉐프 챌린지 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유명 요리사가 아마추어 요리사들을 데리고 오디션을 하는 그런 흔한 예능 방송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영상속의 마스터는 지금보다는 젊었고, 패기가 넘쳐흘렀다. 심지어는 참가자들에게 가차없이 독설을 날리기도 했는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거의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로 혹독하게 다그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성질 더럽구만... 저런 사람인 줄 몰랐네.”
준은 마스터의 독설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참가자를 보며 감정이입을 했다. 마스터에 대한 이미지가 또다시 하락했다. 사람을 울리거나 곤란해 하는 것을 즐기는 변태적인 성향의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델타폰을 제작하면서 마스터쉐프 챌린지를 정주행 하다보니 어느새 제작이 모두 끝나 있었다.
밤은 이미 깊어 있었고, 지금이라도 자둬야 다음날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준은 자신도 모르게 마스터쉐프 챌린지의 다음편을 틀고 있었다.
“재미는 있네.”
준은 어린시절 몇 년을 제외하고는 TV를 본적이 거의 없었다. 이미 초등학교때부터 수재로 유명했던 탓에 월반을 거듭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거의 한시도 쉴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마쉐챌을 보던 준은 보면 볼수록 점점 마스터에 대한 감정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한 회마다 꼭 한명씩은 울려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마스터의 독설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었다.
-으웩. 이건 똥보다 더 맛이 없군. 대체 뭘 넣은 거지?
-몸에 좋은 치커리 즙과 레몬을 좀 섞어서 만든 소스를...
-오마이갓. 알베르토. 여기는 식당이지 병원이 아니야. 요리사는 무엇보다도 맛을 중요시해야 하지. 이런 음식은 우리 집 개에게도 줄 수 없다고! 당신에게는 요리사의 자격이 없어! 당장 앞치마를 벗고 이 주방을 떠나주게!
“당신이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준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바로 그날 저녁에 준에게 먹인 정체불명의 요리가 떠올랐다. 준은 부글부글 끓는 심정을 달래기 위해서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후후. 이렇게 하면 모든 사람들이 마스터의 본 모습을 알게 되겠지?”
준은 스토어에 접속해서 마스터쉐프 챌린지 전편을 메인에 올려놓고서는 전부 무료로 풀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너무 영상물이 비싸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던 참이라 고객서비스도 할겸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하아암~”
준은 졸린 눈을 비비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같은 퀭한 눈을 하고 있는 막스와 그의 똘마니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뭐야... 나야 좀 일이 있어서 그렇다지만 니들은 왜 그 모양인건데? 설마 밤새 야동이라도 본가야?”
준의 질문에 막스를 비롯한 이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아닌건 아닌 모양이었다.
막스는 킬킬거리며 웃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 그것도 있지만 니가 어제 풀어놓은 방송 때문에 잠을 좀 설쳤다.”
“어? 그거 봤어? 꽤나 중독성 있지?”
“그래. 이야 그거 재미있더만. 오밤중에 무료 영상이 떴기에 보기 시작했는데 1시즌 다보고 나니까 이시간이더라고. 아예 잠을 하나도 못 잤어. 물어보니까 이녀석들도 그렇다길래 오늘 하루는 아예 좀 쉬려고.”
“그렇군. 그래서 다들 상태가 안좋은 모양이구나.”
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막스나 자신 같은 이들이 많았는지 다들 피곤한 얼굴들이었다.오늘 하루의 결정체 생산량은 바닥을 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이 곳에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건 오늘이 처음 인 것 같다. 크크크. 그동안 쌓아둔 결정체도 있으니 하루쯤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막스는 유쾌하다는 듯 웃었다. 거의 매일 같이 사냥만 반복하던 재미없는 일상이 준의 등장으로 크게 변했다. 니들리스 덕에 사냥도 수월해졌고, 밤이 되면 외로움에 몸을 떨지 않아도 되었다. 심심할때면 아카샤넷이 접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었으니 처음으로 이 알카트뢰즈에서 사는 맛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었다.
“그래서, 소감은 어때? 마스터 쉐프 챌린지 말이야.”
“아. 정말 놀랐지. 예전에 가끔 씩 보던 방송이었는데 이렇게 전편으로 본적은 없거든. 그리고 그 쉐프가 저 마스터일 줄이야. 어쩐지 실력이 꽤 좋다고 생각했지.”
막스는 그렇게 말하며 스테이크를 입안에 밀어넣었다. 몇 번 고기를 씹고는 꿀꺽 삼킨 그는 준을 향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그걸 올려놓은 거야? 덕분에 마스터 꽤나 곤란해 하는 것 같은데?”
막스가 준의 등 뒤를 슬쩍 가리켰다. 준이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마스터를 보았다. 그전에는 평범한 식당주인에 불과했던 마스터가 단숨에 나하라 최고의 인기스타로 급부상한 것이다.
비록 범죄자들이 모인 나하라였지만, TV스타에게 가지는 호감은 그들이라고 별로 다르지 않았다.
“뭐, 내가 예상한 반응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귀찮게 하는데는 성공했으니까.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준은 약간 통쾌한 기분을 느끼며 식사를 마쳤다. 그쯤 되자 사인을 부탁하던 사람들도 얼추 사라졌다.
준은 바에 앉아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 마스터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모습을 보아하니 아침부터 엄청나게 시달린 모양이었다.
“마스터. 왜 그러고 있어?”
“누구 덕분에 신상이 털렸거든.”
마스터는 평소의 침착한 분위기와 달리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확실히 마스터의 말이 맞아.”
“무슨 소린가?”
“사람이 괴로워하는 걸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거든.”
준은 마스터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통쾌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 내가 완전히 당했군. 그래, 이제 시원한가?”
“그럭저럭.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뭐히지만, 그 의뢰 받아들여도 될까?”
“응? 하기 싫은 것이 아니었나?”
“뭐, 곱게 해주고 싶지 않았던 것 뿐이야. 그 정도로 괴로워하는 걸 보니 소원정도는 들어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가. 솔직히 괘씸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급한 건 내쪽이니까.”
마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의 뒤쪽에 있는 마티니를 한 병 꺼내더니 얼음과 함께 준의 앞에 내려놓았다.
“마셔. 착수금이다.”
“설마 이걸로 퉁칠 생각인 건 아니겠지?”
“대신 재료를 구해오면 요리를 공짜로 해주지. 마스터쉐프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요리다. 이정도면 서로 윈윈하는 셈 아닌가?”
마스터는 굳이 ‘마스터쉐프’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했다. 아직 준이 저지른 일에 앙금이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글쎄. 이래봬도 나 꽤나 비싼 몸인데.”
“내가 해준 요리를 먹고나서 부족하다고 느끼면 그때 다시 이야기 하지.”
“오. 대단한 자신감인데?”
“네가 재료만 확실히 구해온다면 문제될 건 없다.”
마스터는 어깨를 추켜올렸다. 그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를 도와줄 생각이었고, 그로 인해 건강수치를 올릴 수 있으니 굳이 무리해서 결정체를 뜯어낼 생각까지는 없었다.
단지 무턱대고 공짜로 남을 도와주게 되면 다른 이들도 자신을 우습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굳이 조건을 단 것 뿐이다. 정 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때가서 결정체를 더 뜯어낼지 고민하면 될 문제였다.
사실 그에게서 결정체를 받아봐야 준에게는 얼마 되지도 않는 액수였다.
“나중에 딴 말하기 없기.”
“걱정말지. 이곳에 하루이틀 있을 것도 아니고, 그쪽에게 밉보였다가 무슨 복수를 당할지 두렵기도 하니까.”
마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