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8 ----------------------------------------------
던전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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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치고, 골렘들이 정리하면 되겠군.”
아직 알에서 깨어나지 않은 녀석들이기 때문에 일단 바깥으로 끌고 나오면 죽지는 않더라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준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알을 툭툭 쳤다. 역시 우로보로스의 알인 만큼 그 단단함이 바위같았다. 하지만 오히려 준에게는 그쪽이 더 편했다. 조금이라도 탄력이 있다면 파괴효과가 잘 터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좋아. 이 정도면 문제없겠어.”
마나를 거의 다 소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잠시 기다렸다가, 어느정도 마나가 채워지자 준은 니들리스 해머를 들어 알을 내리쳤다.
“정면 내려치기!”
쿵!
쩌적!
파괴효과를 터뜨리자 한방에 알의 껍질이 갈라졌다.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 준은 다시한번 해머를 내리쳤다. 다시한번 쿵, 하는 소리가 났지만 이번에는 별 다른 타격을 주지 못한 듯 했다.
“무슨 알에 실드가 있어?”
알에는 거의 주황색 외도 정도의 항력이 작용되고 있었다. 파괴효과가 없었다면 그 실드를 전부 깎아 내는데 또 한세월이 걸렸을 것이다.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한번 알을 내리치자, 이번에는 확실하게 알이 쩍, 하고 갈라졌다.
“으으.”
알이 깨지자 누런 체액과 함께 그안에서 사람크기만한 뱀 한마리가 툭 튀어나왔다. 아직 완전히 성숙된 개체가 아니라 그런지 꿈틀거리기만 할뿐 전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나름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파충류 따위를 펫으로 삼아봐야 쓸데도 없었다.
‘게다가 언제 다 클지도 모르고.’
준은 미련없이 등을 돌렸다.
쿵! 쿠웅! 쾅!
뒤에서 골렘들이 무자비하게 눈도 뜨지 못한 새끼뱀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네개의 알을 깨고, 마지막으로 남은 빛나는 알이 있었다.
“이게 마지막이로군. 일단 남겨두자.”
핵을 깨버리면 던전도 같이 깨지기 때문에 그전에 해야할 일이 있었다. 남은 결정체를 모두 수거하는 일이었다.
우로보로스가 깔고 앉아 있던 자리에도 엄청난 수의 결정체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걸 모두 긁어모아보니 모두 합해 1200개나 되는 붉은 색 결정체를 얻을 수 있었다.
모두 경험치로 돌리면 못해도 15000은 될 것이다.
“잘하면 레벨업을 할 수도 있겠군.”
거기다가 던전을 깨뜨리면 얻게 되는 퀘스트 경험치 까지 하면 최소 이만은 넘게 경험치를 모으는 셈이다.
7레벨로 오를때 든 경험치가 약 4000이었으니 다음 레벨로 올리는데 이 만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5레벨때까지 보였던 규칙성을 찾을 만큼 많은 레벨업을 한 것은 아니니 정확히 어느시점에 레벨업이 될 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휴.”
준은 반짝이는 알을 니들리스 해머로 내리쳤다. 쾅,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알에 조금씩 금이 갔다. 역시 보통의 알은 아닌지 다른 알들에 비해서 내구도가 강한 편이었다. 파괴효과의 쿨이 돌아오기를 기다려 내려치기를 십여번, 준은 빛나는 알이 위에서부터 천천히 갈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쩌저적!
화아!
알이 갈라지며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알이 빛나고 있던 것은 그 안에서 핵이 뿜어내고 있던 빛의 일부가 빠져나온 것에 불과했다.
약간 어두웠던 공동 전체가 밝아질 정도로 강렬한 빛. 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 빛의 진원지인 던전의 핵을 바라보았다.
‘엄청나군. 저번에는 회색이더니 이번에는 태양같은 빛을 뿜어내는 핵이라... 어차피 부숴야 되는 건 마찬가지지만 핵마다 조금씩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군.’
그것이 특정한 성질을 가진 때문인지, 아니면 사람의 생김새처럼 그저 개성일 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준은 조심스럽게 핵을 집어 들었다. 깨진 알의 안쪽에는 핵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애초에 핵의 에너지 때문에 뱀의 새끼가 자랄 환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외부의 에너지가 사용자의 육체에 접속을 시도합니다. 분석결과 위험의 요소가 있어 신호를 차단합니다.
역시 저번과 같은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이것이 과연 그랑튀르 때처럼 사람을 외도로 만드는 성질이 있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생긴 것 뿐만이 아니라 핵에서 느껴지는 기운도 판이하게 달랐다. 당시에는 기분나쁜 느낌이 들었다면 이것은 신성하기까지 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문제가 많을 것 같다.”
문득 볼칸은 어떻게 핵을 가지고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분명히 무언가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을 것인데, 루나는 그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만약 그녀가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면 볼칸이 감추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니지. 녀석도 그랑튀르의 경우를 보았으니 직접적으로 접촉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군.”
준은 자신의 생각을 수정했다. 오히려 그쪽이 더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바보가 아닌이상, 한 번 당한 것을 똑같이 당하지는 않을테니까.
생각은 거기까지, 준은 손에 들고 있던 핵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니들리스 해머를 들어 그대로 강하게 내리쳤다.
쩌엉!
세계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눈앞의 광경들이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졌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 분석중... 71퍼센트의 기여도를 획득하셨습니다. 경험치가 5399가 주어집니다.
“응? 71퍼센트?”
준은 약간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71퍼센트라면 외려 저번 던전보다도 낮은 기여도였다. 그때는 73퍼센트였으니까.
혼자잡았으니 당연히 100퍼센트라고 생각했던 준으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곧 그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 애들이 있었지.”
준과 함께 처음부터 싸워왔떤 골렘시리즈 역시 기여도의 범위 안에 들어가버린 것이다. 마치 펫처럼 데리고 다니던 이들이라 당연히 자신에게 귀속된다고 여겼지만, 사실 골렘시리즈는 펠로우쉽으로 연결된 대등한 관계였다. 주인과 펫의 관계가 아닌, ‘동료’로서 함께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실제로 주인과 펫의 관계라고 할지라도 시스템이 그렇게 판단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추가 퀘스트를 완료 하셨습니다. 경험치가 1000 주어집니다.
“이쪽도 꽤 짭짤하네.”
추가퀘스트는 어디까지나 짜투리 같은 느낌이라 경험치를 많이 줄 것 같지 않았는데 그래도 1000이나 주었다. 녀석들을 모두 정리하느라 얻은 경험치까지 생각하면 실제로 받는 경험치는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렇게 퀘스트를 완전히 완료하고 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장소는 준이 처음 던전에 들어갔던 바로 그 장소에서 약 50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준은 무언가 낯선 실루엣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총 네마리나 되는 외도였는데, 모두 골렘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준이 데리고 있었던 골렘시리즈라고 생각할지모르겠지만,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뭐, 뭐야? 이녀석들?”
준은 당황하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골렘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녀석들은 가만히 준을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떤 적대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준도 녀석들을 살필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에... 그러니까 검은 놈 한 마리에, 붉은 놈 세 마리네. 확실히 골렘시리즈 같긴 한데...”
검은 놈은 몸이 더욱 비대해져 상체만 잔뜩 키운 근육맨처럼 되어버렸고, 나머지 세 놈은 약간 호리호리해진 대신에 키가 더욱 커져서 거의 4미터에 달하고 있었다.
대충 봐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것 같았다.
“니들... 레벨업한거냐?”
준의 물음에 골렘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 녀석들은 대흉근과 골렘 1,2,3호임에는 틀림없었다.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함께 경험치를 받았고, 그 때문에 단숨에 주황색 외도로 승급이 되어버린 것이다.
준은 펠로우쉽 창을 열어 대흉근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사용자 : 대흉근
결정도 : 111
클래스 : 골렘
속성 : 흙, 불
체력 : 24117/24117
기술
크게 휘둘러 치기 : 두 팔을 회전하며 휘둘러 강력한 데미지를 줍니다.
내려찍기 : 두 손을 내리쳐 강력한 일격을 합니다.
짓밟기 : 발을 들어 내리 찍습니다.
불붙이기 : 마찰열을 이용해 신체 일부에 불을 붙입니다. 지속시간 동안 꾸준히 체력이 감소합니다.
경화 : 신체 일부을 압축하여 단단하게 만듭니다.
“하하. 이 귀여운 녀석들.”
대흉근에 이어 골렘 1,2,3호의 능력치도 확인해 보았다. 녀석들의 결정도는 모두 100을 넘어 확실히 주황색 외도로 성장해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번에도 꺼내놓을 걸 그랬나.”
그랑튀르를 상대할때는 대흉근을 인벤토리에 넣어둔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던전 경험치를 받지 못했고, 그 때문에 펠로우쉽에 속한 이들도 함께 경험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수 없었다. 이를 이용하면 좀 더 손쉽게 골렘시리즈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굳이 일일이 결정체를 줄 필요는 없겠군.”
그래도 결정체는 골렘들의 훌륭한 간식이었다. 가끔씩 기분 좋으라고 던져주는 것은 필요했다. 준은 일단 달라진 골렘들을 살폈다.
“흠... 이 녀석이 대흉근 같은데... 왜 이렇게 새카만거야?”
대흉근의 다리를 만지던 준은 손에 뭔가 묻어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잠깐 만졌을 뿐인데 손바닥이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이거... 석탄인가? 이 녀석 석탄골렘이 된거야?”
그렇지 않아도 속성에 불이 추가된 것이 의아했다. 골렘주제에 불이라니, 게다가 기술에는 ‘불붙이기’라는 것 까지 존재했다.
“함부로 만지면 안되겠군...”
준은 인벤토리에서 수건을 한장 꺼내어 손을 닦았다. 그리고선 골렘 1호에게 다가가 자세히 살폈다. 녀석과 나머지 둘은 같은 형태로, 만져보니 붉은 색이 감도는 금속재질이었다.
“이거 구리로군. 구리 골렘이라... 어디다 쓰지?”
어쨌든 돌골렘 보다야 나을 것이다. 질량도 확실히 늘고, 실드량도 늘었다. 그래도 일단 여러가지 기술이 추가된 대흉근이 이들에 비해서 나은 것은 사실이었다.
이름까지 다르게 지을 정도로 차별을 했던 것이 성장에 영향을 미친것은 아닐까 생각하니 괜히 1,2,3호에게 미안해졌다.
단지 귀찮아서 그렇게 지은 것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성장의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물론 같은 주황색 외도였기 때문에 큰 차이라고 보기엔 힘들었지만 아무래도 기능성 면에서 대흉근 쪽이 우월한 것은 사실이었다.
“시커먼 먼지를 풀풀 날리는 것만 빼면 괜찮군.”
어쨌든 준은 상당히 흡족했다. 경험치도 얻을 만큼 얻었고, 생각지도 못한 골렘시리즈들의 성장이 있었다. 그 정도면 이번 던전 탐험은 매우 성공적이었던 것이다.
“슬슬 돌아가 볼까.”
일단 녀석들을 전부 인벤토리에 넣은 준은 천천히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볼일은 다 봤다. 굳이 스토크에 들릴 필요없이 곧바로 나하라로 돌아가면 될 것이었다.
“응?”
차가 다닐 수 있는 길까지 가기 위해서 한참 내려가고 있는데, 그제서야 저기 멀리서 준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는 일련의 무리들이 있었다. 거의 백여명 가량이었는데, 딱 봐도 스토크에서 오는 헌터들이었다.
그때 광장에서 소리치던 사람이 가장 앞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있었다. 그도 내려오던 준을 보았는지, 잠시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어차피 그쪽은 백명이고 준은 하나였다.
곧 경계심을 푼 그가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디서 오는 길이지?”
“저 위. 그쪽은?”
“스토크. 이런 곳에서 혼자다니면 위험하니 조심해. 그렇지 않아도 근처에 던전이 생성되어 처리하러 가는 길이니까.”
“그러지. 알려줘서 고맙다.”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그들을 스쳐지나갔다. 내려가면서 보니 낯익은 헌터가 무리에 끼어 있었다. 처음 던전앞을 지키고 있던 헌터였다.
“그쪽은...?”
오리쉬는 두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나 하고 중간에 내려오긴 했지만, 설마 정말로 준이 살아서 돌아올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아는 척 해야하는 건가?”
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준도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정도의 지능은 가지고 있었다. 아는 척을 하면 곤란한 것은 오히려 그쪽이었다. 오리쉬는 철저하게 준을 몰라봐야 하는 것이다.
“아, 아닙니다. 가던길 가시지요. 제가 사람을 잘 못 본것 같네요.”
“그럼 고생해.”
준은 그를 스쳐지나가며 어깨를 툭 쳤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동료는 소중히 하고.”
“네, 넷?”
화들짝 놀라며 자신을 바라보는 오리쉬를 지나친 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손을 흔들었다. 어차피 세상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자신이다. 그의 선택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이 없는 것은 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동료를 배신하는 녀석에게 한마디 해주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던 것뿐이다.
딱히 그런 녀석에게 처벌을 주거나 할 이유도 없었다. 오늘의 일로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평생 그렇게 살면서 주변과 자기자신에게 피해를 입히며 살 것이다.
어느 쪽이든 준 자신이 관계할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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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