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77화 (7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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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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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질량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그 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차이가 나버린다. 소형차가 버스에 부딪히면 버스는 흠집만 가고 소형자는 반파되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상성이 좋지 않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열심히 투닥거리고 있는 골렘과 우로보르스를 지켜보던 준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여전히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녀석의 움직임이 정상이 아니고, 자신에게는 녀석에게 충분히 타격을 입힐만한 무기가 있었다. 방법이 있는데 무섭다고 도망갈 거라면 애초에 헌터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후우. 정말 징그럽게 크군.”

크기만 따지면 놀이공원의 어트랙션을 보는 듯 했다. 연이은 공격에 화가났는지 고개를 빳빳이 쳐든 녀석은 혀를 날름거리며 이쪽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언제든지 공격을 할 수 있는 자세였다. 하지만 준은 어쩐지 그 모습이 허세처럼 느껴졌다.

“공격을 할 거라면 진작에 했겠지.”

아무리 골렘의 공격이 간지럽다고 해도 내버려 두면 피해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애초에 자다가 누가 건드리면 엄청나게 짜증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 실제로 녀석은 매우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녀석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이것도 견딜 수 있는 지 볼까?”

준은 인벤토리에서 니들리스 해머를 꺼내들었다.

쾅!

쩌저적!

캬야악!

지금까지는 그저 불편한 심기만을 드러내고 있던 우로보로스가 처음으로 비명다운 비명을 질렀다.

준은 나름 흡족해 하며 자신이 일으킨 파괴효과를 보았다. 준이 내려친 우로보로스의 몸체에 쩍, 하고 금이 가있었다. 그 틈 안쪽으로 연녹색의 피부와 체액이 보일 정도였으니 제대로 공격이 들어간 셈이었다.

카아아아!

녀석은 준을 향해 고개를 숙이곤 입을 쩍 벌리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녀석이 똬리를 튼 방향을 계산하고 잡은 위치이니 만큼, 준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몸 전체를 움직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억울하면 움직여 보시던가.”

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한번 해머를 내리찍었다. 쿨타임 때문에 곧바로 파괴효과를 터뜨릴 수는 없었지만, 자체공격력 자체가 강력하다 보니 골렘들이 때릴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데미지가 들어갔다.

“무슨 딜이 이렇게 잘들어가?”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뭔가 이상했다. 아무리 ‘정면 내려치기’ 기술을 사용하면서 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저 커다란 뱀의 실드에 들어가는 데미지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었지만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으로는 파괴효과를 터뜨릴 때마다 거의 10퍼센트 가량의 실드가 날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녀석은 확실히 약했다. 단순히 겨울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인해 주황색 외도만도 못한 능력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씁. 괜히 겁먹었네. 대흉근!”

쿵!준은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대흉근도 마저 꺼냈다. 그렇게 네 마리의 골렘과 준이 녀석을 두드려패기 시작했다.

캬하아! 쉬익!

그러자 결국 버티다 못한 녀석이 고개를 치켜세우더니 몸을 살짝 풀고는 준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이미 그에 대해서도 대비를 하고 있었다. 준은 냉큼 곁에 있던 대흉근의 뒤로 숨었다. 그러자 녀석은 어쩔 수 없이 타겟을 바꾸어 대흉근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 수밖에 없었다.

콰직!

우로보로스의 쩍 벌린 입을 대흉근이 두 팔을 들어 막았다.

캬아아!

두 외도간의 기묘한 대치가 시작되었다. 준을 포기한 우로보로스가 머리를 90도로 꺾어 대흉근을 집어 삼키려 하자 대흉근이 양팔을 벌려 녀석의 입을 막고 있는 것이다.

치이익-

우로보로스의 송곳니에서 시커먼 독액이 흘러내리며 바닥을 태웠다. 하지만 대흉근에게는 독은 아무런 데미지를 입힐 수 없었다. 좋지 않던 상성이 오히려 이런식으로 역전이 되어버렸다.

타탁!

“하앗!”

그렇게 서로 대치하는 와중에 준이 대흉근의 어깨를 밟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대흉근을 물어뜯기 위해서 입을 쩍 벌리고 있던 녀석은 준의 등장에도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고맙게도 뻔한 약점을 이렇게 드러내주다니...”

준은 니들리스 해머를 머리위로 치켜세웠다. 허공으로 뛰어오른 준의 움직임을 쫓던 우로보로스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파워덩크!”

준이 녀석의 커다란 눈을 향해 착지하며 니들리스 해머를 강하게 휘둘렀다. 파괴효과와 더불어 정면내려치기 기술까지 더해진, 준이 현재 가장 강력한 파워를 낼 수 있는 공격이었다.

쾅!

쩌저적!

녀석이 황급히 눈꺼풀을 닫았지만, 그게 오히려 패착이었다.

차라리 눈을 뜨고 있었다면 파괴효과는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드에만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피해가 끝났을 테지만, 오히려 눈꺼풀의 단단함 때문에 파괴효과가 터져버렸고, 그 힘은 실드를 뚫고 녀석의 안구에까지 타격을 입혔다.

캬아아아!

쿠웅! 쿵!

“윽!”

준은 황급히 우로보로스에게서 멀어졌다. 눈에 타격을 입은 녀석이 고통을 호소하며 온몸을 뒤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머리를 제외하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 녀석이 완전히 몸을 풀고는 엄청난 기세로 바닥을 뒹굴었다.

준은 녀석의 움직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골렘들과 함께 멀찌감치 떨어졌다. 거의 백여미터를 물러서고 나서야 준은 녀석의 권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급격하게 달린 탓에 거칠어진 숨을 가라앉히며 준은 우로보로스를 살폈다. 그리고 준은 그 녀석이 왜 그렇게 몸을 움직이려 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알?”

놈이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발광을 하는 와중에 그 뒤쪽으로 우르르 쏟아져버린 알들이 굴러다니고 있는 것을 확인 한 것이다.

준은 그제서야 저 녀석이 왜 저렇게 약해져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본래 파란색 외도였을 녀석의 힘은 준이 느끼기에 거의 주황색 급 정도로 낮아져 있는 상태였다.

아마도 알을 낳으며 그 알들에게 자신의 엑조틱 에너지를 어느정도 나누어 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되겠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 녀석의 힘이 약한 것은 사실이었다.

만약 녀석의 본래의 힘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대흉근이 녀석의 입을 연 채로 버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단숨에 대흉근을 이빨로 부수고는 준을 공격했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슬슬 알겠군. 그러니까 남은 몬스터의 수가 여섯마리니까...”

알의 갯수는 총 다섯 개. 그러니까 우로보로스와 함께 저 알들을 모두 깨버리면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준은 그 알들 가운데 하나가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던전의 핵이, 우로보로스가 아니라 저 알에 들어가 있는 거군.”

견적이 나왔다. 준은 바닥을 뒹굴며 온갖 먼지를 흩뿌려 대고 있는 우로보로스를 느긋하게 지켜보며 녀석의 힘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어느정도 발광이 잦아들자, 준은 다시한번 골렘들과 함께 녀석에게 접근했다. 녀석은 자신이 알들을 내팽개쳤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다시 그것들을 챙기기 위해서 움직이려 했지만, 그것을 두고볼 준이 아니었다.

그러자 우로보로스도 이내 포기한 듯, 준과 골렘들을 향해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느렸다. 본래의 힘을 거의 잃어버린 상태의 우로보로스는 자신의 머리정도를 제외하면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하긴 저 정도 무게의 몸을 움직이려면 지금 상태로는 무리겠지.”

애초에 녀석이 똬리를 튼 채, 머리만 움직였던 것도 단순히 알때문이 아니라 머리 외에는 움직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어느정도 눈치 챈 준은 녀석의 머리를 피해 뒤쪽으로 움직였다.

캬악! 캭!

녀석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몸을 움직였지만 워낙에 큰 몸뚱아리라 그런 지 준의 움직임을 방해하기는 힘들었다. 머리와 꼬리까지의 길이가 자그마치 50미터나 되는데, 머리만 움직여서는 꼬리까지 닿으려면 한참이나 움직여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준은 녀석의 꼬리를 따라다니며 니들리스 해머를 내리찍었다.

콰앙!

쩌적!

캬악!

“여기도 맞으면 아픈 건 똑같지.”

꼬리도 엄연히 녀석의 육체다. 준이 니들리스 해머를 내리칠 때마다 실드는 착실히 깎여나갔고, 녀석의 머리는 대흉근과 아이들에게 막혀서 준에게 제대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콰앙!

쩌억!

그리고 드디어 실드가 모두 벗겨졌다. 하지만 덩치가 워낙에 크다보니 실드가 벗겨지고 난 이후에도 쉽사리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로보로스의 최고 장점이었던 질량자체가 녀석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결국 녀석을 죽이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쿵!

쩌억.

“허억. 허억. 아. 이 자식 진짜 안죽네.”

준은 거의 한시간 동안 녀석의 몸통위를 돌아다니며 망치질을 했다. 그러고도 머리는 끝까지 살아서 준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은 지나친 출혈때문인지 천천히 머리도 그 힘을 잃어가더니 이내 혀를 빼물고 바닥에 쓰러졌다.

준은 그제서야 인벤토리에 해머를 집어놓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끔찍하리만큼 질긴 녀석이었다. 실드를 다 벗겨놓은 상태로 한 시간동안이나 싸운 적은 처음이었다. 녀석은 몸통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와중에도 골렘 들을 뚫고 준을 향해 공격을 수차례 감행했다.

가까스로 녀석의 공격을 피했지만, 그 와중에 독액이 튀어서 체력의 3분의 1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는 식겁하며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점점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 대 때리고 반응 보고, 한 대 때리고 도망가고를 반복하다 보니 결국 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수고했다. 잘했어. 정말.”

준은 골렘들을 보며 일일이 쓰다듬어 주었다. 녀석들은 그나마 팔팔하게 움직이던 머리를 상대하면서 자신에게 오는 공격을 막아주었다. 대흉근을 비롯한 모두의 체력이 거의 1000 정도로 바닥을 밑돌고 있는 상태였다.

그만큼 치열한 전투였다. 준은 죽어 나자빠져 있는 우로보로스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가지 감정이 담긴 한숨이었다. 저런 괴물을 잡았다는 뿌듯함과, 만약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하는 아찔함. 그리고 이런 녀석을 잡겠다며 백인 파티를 짜고 있던 스토크의 헌터들까지 머리를 스쳤다.

“그 녀석들에게 돈이라도 받아야 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아무리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이정도의 녀석이라면 백인파티라고 해도 생존을 장담할수는 없었다. 물론 준 자신처럼 결정체만 챙겨서 튈 수도 있었으니 만큼 그런 가정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짝!

준은 생각을 정리하고 가볍게 얼굴을 찰싹 때렸다. 이제 남은 것은 마무리 작업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는 알들을 향해 다가갔다.

크기가 거의 사람만 해서 한방에 이녀석들을 처리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이거 깨면 뭐 이상한게 튀어나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외도의 알이다. 보통 외도는 생식활동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보통의 공간이 아닌 던전이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깥과 같은 기준으로 생각할 수는 없었다.

============================ 작품 후기 ============================

양이 적죠?

그래서 지금부터 하나 더쓸거에요. 아마 내일 아침에 올라갈겁니다. ㅠㅠ

이로서 오늘도 밤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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