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76화 (7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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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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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거의 10여 미터에 이르는 크기의 거대한 뱀이었다.

‘세상에... 저게 지금 살아있는 건가?’

녀석은 반쯤 눈을 떴다가 다시 감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짙은 악취가 섞여 있는 그 바람에 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너무 크잖아. 어떻게 잡으라는 거야?’

처음에 준이 녀석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얼핏 보기에 평범한 돌 제단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외피가 돌처럼 회색빛에 딱딱한 재질이었고, 녀석이 있었던 곳이 비교적 어두운 구석이라는 점도 하나의 이유였다. 게다가 공동의 주변에는 그와 비슷한 구조물들이 꽤나 많았다.

애초에 그 크기를 보고 외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이걸 잡아야 한다는 건가...?’

던전의 핵은 저 녀석이 품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제아무리 준이라도, 저런 녀석을 상대로 이길 자신은 없었다. 크기만 해도 어지간한 건물보다 컸다. 길이가 10미터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똬리를 틀고 잠들어 있는 지금 상태의 높이가 10미터라는 이야기였다.

두께만 해도 자신의 키를 훌쩍 뛰어넘었다. 저 긴 몸을 모두 펼치면 50미터는 가뿐하게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준은 재빨리 대흉근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게도 녀석이 잠에서 깨지 않았다. 덩치가 크다보니 소리나 진동에 덜 민감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잠들어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준을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천만 다행인 상황이었다.

“하하...”

일단 녀석에게서 멀리 떨어진 준은 찬찬히 녀석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통합정보시스템에서 녀석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무한의 뱀, 우로보로스. 결정도에 따라 30미터에서 100미터 까지 자라는 녀석으로 기본적으로는 파란색 결정체를 지니고 있는 외도였다. 체중은 수백 톤을 가뿐하게 넘어서고, 그 덩치에도 순간적으로 100킬로미터를 넘는 속도를 낼 수 있다.

일단은 뱀이니 만큼 독니를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저런 대형외도는 그냥 몸 자체가 흉기다. 슬쩍 스치기만해도, 아니 그냥 스쳐서 날아간 파편에만 맞아도 목숨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나름 위크포인트랍시고 눈 쪽에 화살표를 띄워주는데서는 아예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눈이 약점이라는 건, 그냥 약점이 없다는 소리잖아.’

대부분의 외도는 당연하지만 눈이 약점이다. 하지만 생명체인 이상 당연히 가장 조심하는 것이 눈이다. 사람만 해도 먼지하나만 날아와도 반사적으로 눈을 감는다. 그러니 어지간한 공격은 거의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봐야했다.

“쉬움 던전이라면서...”

뒤통수가 간지간질했다. 지금까지 델타가 자신을 농락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헌데 쉬움던전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들어온 곳에서 주황색도, 노란색도 아니고, 자그마치 파란색 외도를 만난 것이다. 상급헌터들이 최소 열 명은 있어야 처리할 수 있다는 괴물이었다.

지금까지 준은 자신이 어느정도 상급 헌터에 이르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파란색 외도를 보니 그런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도, 어처구니없는 것인가를 깨달았다.

‘대체 저런 녀석을 어떻게 잡는다는 거야?’

꿀꺽.

준은 침을 삼켰다. 일단 저녀석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혹시나 해서 준 자신의 능력치와 통합정보시스템에 있는 우로보로스의 대략적인 스탯을 넣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결과는 0퍼센트.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준이지만 이런 확률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혹시나 몰라서 몇 번 더 돌려보았지만, 계속해서 같은 결과만 나올 뿐이었다.

‘포기하자.’

아무리 던전의 경험치가 많다고 해도 저런 녀석을 건드렸다가는 뼈도 추리지 못한다. 나중에, 정말 나중에 자신이 상급헌터가 된다면 그때나 한번 싸울 각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정체 까지 포기해야할 필요는 없었다. 당장 눈에 띄는 것만 주워가도 던전에서 얻을만한 경험치는 충분히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귀가 어두운 것 같으니까 조심하면 될거야.”

솔직히 말해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반짝이는 결정체를 두고 그냥 간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다.

준은 시선은 계속해서 우로보로스에게 두고 천천히 결정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달그락.

준의 손에서 결정체 하나가 또 사라졌다. 인벤토리에 넣는 과정은 간단했다. 그냥 물건을 주워들고 머릿속으로 인벤토리에 넣겠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아무렇게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정제된 의식을 가지고 강하게 떠올려야 했다.

그래야 잔류 뇌파를 델타가 인식하고 명령을 수행한다. 그도 그럴것이 평소에도 아무렇게나 떠올리는 수많은 잡상들이 전부 명령어로 변환되기라도 하면 보통 곤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델타는 뇌파로 인한 명령에 대한 역치를 기본적으로 굉장히 높게 설정한 상태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명령를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가끔 오작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명령어를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하나하나 익숙해지다 보니 지금에 와서는 마치 손발을 놀리듯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후. 거의 한 500개는 쓸어담은 것 같은데...”

일단 우로보로스와는 최대거리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결정체를 수집했다. 지금까지 건진것만으로도 여기까지 오는데 소모한 경험치를 모두 충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제 남은 건...”

준은 여전히 잠들어 있는 우로보로스를 쳐다보았다. 남아있는 결정체들은 모두 우로보로스의 근처에 몰려있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그것을 주워올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물러날 것인가를 결정해야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준이 결정체를 수집하는 동안에도 꿈쩍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가끔 긴 숨을 내쉴때만 조금씩 움찔거릴 뿐이었다.

처음에는 잔뜩 긴장하고 있던 준도 거의 삼십분 동안 녀석이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어느정도 여유가 생겼다. 그러자 조금씩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델타가 틀린 판단을 한 적이 있었나?’

델타는 발달된 과학의 산물이다. 녀석의 판단은 임의로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수집된 데이터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다.

헌데 그런 녀석이 파란색 특이외도가 있는 던전을 ‘쉬움’이라고 판단했을 리가 없다. 델타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준이 보기에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로 델타가 실수를 한 것일까?

멀리 돌아갈 것도 없었다. 준은 간단하게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지금까지 만난 외도들의 능력과 총합, 그리고 눈앞에서 잠들어 있는 파란색 특이외도인 우로보로스의 능력까지 모두 넣자, 델타는 간단하게 해답을 내어놓았다.

-데이터 합산 결과 그 던전은 ‘어려움’으로 측정됩니다.

한 줄짜리 간단한 시스템메시지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다. 하지만 시뮬레이션과 현실은 달랐다. 퀘스트는 분명히 쉬움 던전이라 단정하고 있다. 그것은 시뮬레이션의 결과와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무언가 시뮬레이션과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이점은 단 하나. 눈앞의 적이 잠들어 있다는 것이다.

“혹시... 겨울잠이라도 자는건가?”

어쨌든 뱀은 뱀이니 만큼 그 습성은 유사할 것이다. 만약 정말로 겨울잠을 자는 것이라면 녀석의 몸이 평상시와는 달리 굉장히 둔할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커다란 덩치가 몇 개월동안이나 잠을 잤다면 잠들었던 몸을 깨우는 데만도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저 녀석 혹시 못움직이는 거 아닐까?”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덩치가 크다고 해도 자신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준은 대흉근이 내는 소리만 생각했지만, 뱀은 원래 청각기능이 없다. 대신 바닥의 진동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준의 움직임까지는 모르겠지만 대흉근의 움직임은 분명히 감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로보로스는 그가 이 공동에 들어 와 있음을 감지하고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되었다.

“어디...”

혹시나 몰라 준은 공동의 입구까지 물러서고는 대흉근을 불러내었다. 이런 통로에서는 저런 커다란 덩치가 오히려 움직이기에 방해가 될 것이다. 만약 잘못된다고 해도 최소한 도망은 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쿵!

대흉근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땅을 흔들었다.

그러자 미세했지만 분명히 우로보르스가 움찔거리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준은 저 뱀이 자신의 존재를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먼저 공격을 해오지 않는 것 뿐이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한다?”

어쨌든 저 녀석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겁먹을 것은 없었다. 어쩌면 운좋게 파란색 외도를 사냥할 수도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내가 먼저 공격을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런 기회를 그냥 버려둘 수도 없으니... 미안하지만 녀석들을 좀 써야겠군.’

쿵! 쿵! 쿵!

준은 골렘 시리즈를 한꺼번에 불러내었다. 그래도 이름까지 붙여주며 항상 데리고 다녔던 대흉근을 실험용으로 쓰기에는 썩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위험하면 무조건 도망쳐. 일단 죽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살아날테니까.”

-알았다.

-알았다.

-알았다.

골렘 1,2,3호가 동시에 대답했다. 이름이 저모양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녀석들은 정말로 세쌍둥이처럼 똑같이 행동했다.

“출발!”

가볍게 녀석들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자 골렘들이 쿵쾅거리며 우로보로스를 향해 달렸다. 이쯤되면 도저히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꿈틀!

그러자 드디어 우로보로스가 그 거대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준의 예상대로 고개만 살짝 쳐들 뿐, 똬리를 튼 몸을 풀거나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위압감은 두배가 되었다. 이제는 20여미터가 넘는 높이에서 고개를 쳐들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준은 골렘들이 녀석에게 다가갈때까지 초조한 심정으로 기다렸다. 이윽고 골렘 1호가 가장먼저 녀석에게 주먹을 날렸다.

쿵!

바위와 바위가 부딪히는 것 같은 엄청난 소리가 울려퍼졌다. 확실히 우로보로스의 몸체는 거의 바위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저 정도의 경도를 지니고 있다면 니들리스 해머의 파괴효과도 틀림없이 적용될 것이다.

이윽고 골렘 2호와 3호가 차례로 놈의 앞에 붙어서는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로보로스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는 않는 듯, 그저 고개를 쳐들고는 캬악거리머 골렘들을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멀리서 보니 크기의 차이 때문에 골렘들이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그만큼 우로보로스는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어쨌든 놈도 전혀 공격을 못하는 군. 이쪽의 공격도 안먹히는 건 좀 아쉽지만.’

단순히 결정도의 차이때문은 아니었다. 골렘의 공격은 거의 대부분 질량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훨씬 더, 압도적인 질량을 가진 외도를 상대로 하니 그 공격이 씨알도 먹히지 않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그것은 뱀... 긔엽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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