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75화 (7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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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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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인가.”

어둠속에서 붉은 빛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준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활을 시전중인 모양이었지만, 이런 던전속에서 빛이 생기는 기술을 사용하는 이상 완벽하게 몸을 숨길 수는 없었다.

키에엑!

준을 향해 되살아난 세 마리의 임프가 달려들었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니들리스 스패너를 꺼내어 녀석들을 향해 휘둘렀다. 압도적인 리치의 차이 때문인지, 한놈은 접근하기도 전에 머리가 깨져서 죽고, 나머지 두 마리가 준의 턱밑까지 달려들었다.

하지만 준은 그다지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푹! 찍! 푹! 찍!

임프들이 사정없이 준을 찔러댔다. 준은 잠시 니들리스를 내려치려는 것을 멈추고 왼쪽 상단에 있는 자신의 체력바를 확인했다.

‘아. 따가워.’

체력은 아주 더디게 감소하고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치명적일 수 있는 공격이겠지만, 현재 준의 체력은 1000이 넘는 상황이었다. 한번 공격을 받을 때마다 약 10에서 20정도 데미지가 들어오는 상황이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고통이 경감되는 델타 시스템 하에서 임프들의 공격은 바늘로 찌르는 정도의 고통만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도 멍하니 맞고 있다보니 어느새 체력의 20퍼센트가 깎였다. 일종의 내구도 실험이었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방어구를 전혀 착용하고 있지 않다보니 일반외도의 공격에도 꽤나 피해가 누적되는 것 같았다.

“읏차!”

준은 니들리스 스패너를 좌우로 크게 휘둘러 임프들을 처리했다. 특별한 기술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민첩성이 증가한 때문인지 준의 공격력도 월등히 상승한 상태였다. 다만 여전히 마나소모량은 그대로 라는 점이 아쉬웠다.

사실상 헌터의 공격력 상당부분은 마나를 얼마나 부여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데, 준은 마나에 대한 재능이 전혀 없는 채로 강제로 헌터가 된 터라 운용능력이 여전히 제자리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다.

타탓!

일격에 임프들을 처리한 준은 재빠르게 어둠속에 숨어있는 주술사를 향해 뛰었다. 녀석은 자신이 들켰다는 사실을 깨닫자 오히려 모습을 드러내고는 준을 향해 들고 있던 해골지팡이를 겨누었다.

화르륵!

그 해골지팡이 끝에서 주먹만한 화염구가 날아들었다. 그 보잘 것 없는 크기에 준은 코웃음을 치며 니들리스를 휘둘렀다.

펑!

화염구가 공중에서 폭발하며 준의 머리칼을 그을렸다. 하지만 준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빠르게 접근했다. 멀리서 볼 때는 꽤 크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와서 보니 머리위에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마치 나폴레옹이 쓰고 다녔던 이각모자와 유사하게 생겼는데, 그 위로 금속의 원형 장식들이 현기증 날정도로 어지럽게 박혀 있었다.

“씁. 징그럽게.”

환공포증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만드는 그 모습에 준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니들리스를 치켜세웠다. 준이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하는 차지 공격이었다. 공격하기 전, 마나를 끌어올리기 위한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어차피 원거리 딜러로 보이는 주술사였기 때문에 그정도의 빈틈은 보여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녀석은 그 사이 준을 향해 다시한번 지팡이를 겨누었다. 화륵, 하고 화염구가 생성되었지만 준은 무시하고 마나를 끌어올렸다.

펑!

“크!”

단숨에 체력이 50이나 빠져나갔지만 사실 특이외도의 공격치고는 꽤나 약한 편이었다. 추측컨대 녀석의 능력이 아군의 부활에 치중되어있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죽어!”

준은 큰 소리로 외치며 녀석의 머리를 내리쳤다. 뻐억! 하고 주술사의 키가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든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녀석의 목이 몸 안으로 말려들어갔다.

하지만 역시나 그 한방에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특이외도는 특이외도라는 건가. 원딜주제에 잘 버티는 군.’

주술사는 비틀거리며 자꾸만 고개를 휘저었다. 니들리스 스패너의 기절효과를 터뜨린 때문이었다. 데미지가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기절효과의 지속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이미 이 시점에서 싸움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앗!”

뻐억!

준은 다시한번 녀석의 머리를 내리쳤다. 내려치기는 준이 셀럼에게 배운 동작중에서 가장 많이 연습한 것이고, 그동안 실전에서 가장 많이 써먹은 것 중에 하나였다.

기술이라고 하기엔 단순한 기본기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연습해왔던 것이고 가장 자신있는 공격방식이었다.

준은 다시한번 머리위로 니들리스를 치켜세웠다. 그리고는 적당히 어깨에 힘을 빼고 온몸의 체중을 실어 강하게 내리쳤다.

우웅!

‘응?’

그 순간 준은 니들리스가 가볍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도 깨닫기 전에 주술사의 머리가 두부처럼 박살나며 사방으로 체액을 튀겼다.

“윽.”

준은 얼굴에 묻은 녀석의 체액을 닦아내며 뒷걸음 질 쳤다. 녀석은 공격력은 낮았지만 마법사 계통 외도인지라 실드량이 상당히 많았다. 아직 두어 번은 더 때려야 죽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처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준은 죽어서 쓰러진 주술사와 자신이 들고 있던 니들리스 스패너를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았다. 방금의 그 이상한 느낌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다시 한번 해볼까?’

딱히 별다른 기술도 아닌, 평범한 내려치기 였다. 왼발을 반보 앞으로 내 민 상태에서 니들리스를 치켜세운 다음, 어깨에 힘을 빼고 그대로 온몸의 체중을 실어서 내리치...

쾅!

“크윽!”

준은 순간적으로 힘조절을 하지 못하고 니들리스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놀랍게도 바닥은 원형으로 움푹 패여있었다.

“으... 뭐야? 마치 해머로 내려친 것 같은데...?”

준은 혹시라도 자신이 착각한 건 아닌가 싶어 다시 한번 자신이 들고 있는 무기를 확인했다. 그것은 틀림없는 니들리스 스패너였다. 어디까지나 그 무기는 대인전 전용으로, 이런 엄청난 파괴력을 낼 수는 없었다.

“설마...?”

준은 온몸을 스치는 기분좋은 감각에 다시한번 같은 식으로 니들리스 스패너를 내리쳤다.

후웅!

이번에는 땅을 내리치지 않았지만 분명히 이전과 다른 묵직한 힘이 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시스템메시지가 준의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사용자의 경험이 쌓여 새로운 기술을 몸에 익혔습니다. 기술 ‘정면 내려치기’가 생성됩니다.

“좋아.”

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드디어 준이 그토록 바라던 근접기술이 생긴 것이다. 열심히 연습했던 파워덩크는 전혀 기술로 인식하지 않다가 셀럼에게 제대로 배운 내려치기만을 기술로 인식하는 걸로 봐선 근본없이 아무렇게나 만든 것들은 안되는 모양이었다.

기술

정면 내려치기(초급) : 정면으로 강력한 일격을 내려칩니다. 보유마나의 10퍼센트를 사용합니다. (숙련도 1%)

‘10퍼센트면 60인데... 위력에 비해선 괜찮은 것 같은데? 게다가 마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기술의 위력도 강해지는 거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마법을 난사하고 골렘시리즈를 애완동물처럼 부리는 준이었지만 그의 기본 정체성은 어디까지나 근접딜러였다. 실제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발휘하는 것도 니들리스를 통한 직접공격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레벨과 스탯에 비해 공격력이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었다. 근본적으로는 준의 근접전 실력이 형편없기 때문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계속 흘러갔다면 준은 거의 원거리 딜러처럼 활동하게 되었을 것이다.

“주황색 외도라도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군.”

준은 흡족한 얼굴로 머리가 터진 채 쓰러져 있는 주술사 임프를 보았다. 언젠가는 얻을 수 있었겠지만 어쨌든 녀석을 잡다가 얻은 것이니 어쩐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녀석의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주술사 임프의 핵심기술은 다름아닌 ‘부활’. 만약 녀석을 펠로우쉽을 받아들여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면 준은 정말 말도 안되는 능력을 손에 쥘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준은 외도에게선 스킬을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미 대흉근과 아이들을 통해 실험을 해 본 것이다.

혹시나 해서 그들의 기술을 배우려고 하니, 유전정보가 상이한 종은 기술을 배울 수 없다며 불가메시지를 띄운 것이다.

“쩝.”

준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임프 구역을 떠났다. 그의 등 뒤로 남겨진 임프들의 시체가 서서히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얼추 다 잡아가는 건가?”

준은 퀘스트 창을 열어 남아 있는 외도의 숫자를 확인했다. 지금까지 잡은 녀석은 총 94마리. 즉 여섯 마리 정도만 남겨 놓고 있었다.

오다가 정예 외도 한 마리를 잡았으니, 얼추 힘든 놈들은 거의 정리가 된 듯 했다. 준이나 골렘 1,2,3호가 가지 않은 길은 미니맵에 어둡게 표시가 되어있으니 혹시 못보고 지나칠 우려는 없었다.

이제 남은 곳은 보스방으로 추정되는 공간뿐이었다. 준은 골렘들을 불러들였다. 아마 그 안에 나머지가 같이 있거나, 아니면 가는 길목에 녀석들이 숨어있을 수도 있었다.

대흉근을 제외하고 나머지 녀석들을 모두 인벤토리에 넣은 준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같은 던전이라고 해도 그 내부는 사뭇 달랐다. 기둥과 거대한 문이 있었던 저번의 던전과 달리 이번에는 그저 크고 넓은 동굴이 죽 이어지고 있었다.

휘이잉-

그리고 미니맵을 따라 던전의 핵이 있는 곳에 거의 도달하자, 준은 갑자기 앞쪽의 동굴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바람에는 희미한 악취가 섞여 있었다.

“바람이라... 바깥과 연결되는 통로라도 있는 건가?”

준은 자신이 말해놓고서도 어처구니가 없어 낮은 소리로 코웃음을 쳤다. 던전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만약 바람이 분다면 공동의 안이 무척이나 넓고, 공기를 움직일 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준은 대흉근과 함께 동굴의 끝으로 나아갔다. 곧 그의 눈앞에 엄청나게 넓은 공동이 나타났다. 거의 축구장 하나 정도 크기의 너비였다.

공동의 내부는 동굴보다 밝은 편이었다. 천장에서 은은하게 빛이 내리쬐고 있었고, 공동의 구석구석에서 붉은색 결정체들이 반짝이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저게 전부 몇 개나 될까?”

얼추 1000여개는 되어보였다. 저번 던전에서 나온 결정체가 대략 200여개 였음을 생각해보면 이 곳은 그야말로 대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준은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보상이 크면 그만큼 위험도 크다는 이야기였다. 준은 주변을 둘러보며 어딘가에 있을 적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근처에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뭐지...?”

준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맵에서는 확실히 이 공동에 던전의 핵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그 핵을 품은 무언가가 이곳에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보이는 놈이 없으니 더 불안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멍청하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공동의 구석구석에 잔뜩 쌓여있는 결정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냥 집는 대로 바로 인벤토리에 넣기만 하면 되니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 결정체들은 소중한 레벨업 재료였다. 천개가 아니라 몇 만개라고 할지라도 힘들지 않을 것이다.

“이 자그마한 결정체 하나하나가 백 만원짜리라니...”

준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 모습에 준은 약간 긴장이 풀리면서 벽에 등을 기대었다.

후우-

“어엇?”

준은 갑자기 자신의 머리 위에서 엄청난 기세로 바람이 이는 것을 느끼며 화들짝 놀랐다. 보통의 바람이 아니라, 엄청난 악취가 느껴지는 바람이었다.

“...어디 쓰레기통이라도 있나?”

준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눈을 반쯤 뜨고 있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헉?’

준은 입을 틀어막았다. 자칫잘못하면 비명을 지를 뻔 한 것이다.

‘저게 대체 뭐야?’

그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천천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몰라 그게 뭐야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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