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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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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르-
마치 말의 투레질 소리 같은 차량의 배기음과 함께 준의 험비가 스토크로 접어들었다. 준은 도시에 도착하기 전에 차에서 내려 험비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도시의 첫인상은 꽤나 번잡하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사람이 좀 사는 동네다 보니 나하라에 비해서는 집들이 훨씬 많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숫자도 많았다.
그래도 목조건물인 것과 황량하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겨우 이정도에 번잡함을 느끼다니. 나하라에 익숙해지긴 했나보다.’
바깥의 기준으로 이정도 도시라면 시골중에서도 시골이었다. 하지만 좁은 마을에 천명이 모여살다보니 의외로 사람들이 꽤나 북적이고 있었다.
준은 델타폰을 꺼내 스토크의 사진을 찍었다. 사이트에 업로드 할 목적이었다. 굳이 이곳에서 시선을 끌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몇 장을 찍고나서 도로 인벤토리에 넣었다.
웅성웅성.
대로를 걸어가다보니 나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커다란 광장이 있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준은 조용히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광장의 분수대 턱에 올라선 사람이 광장에 모여있는 이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내용은 스토크 인근에서 던전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준이 가고자 하는 그 던전임에 틀림없었다.
“내일 던전 탐사대에 지망할 팀들은 내일 아침까지 모두 이곳으로 모여주십시오. 선발대에 의하면 주황색 외도가 있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니 개인행동은 엄금하겠습니다.”
그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은 자신들의 팀끼리 모여서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소식이 꽤나 빠르군.’
설마하니 이렇게 빨리 던전이 발견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레이드 팀이 운좋게 사냥을 나가다가 발견했다는 모양이었다.
다음날 아침, 준은 해가 뜨자마자 간단히 씻고 아침을 먹기 위해서 식당으로 향했다. 벌써부터 레이드 팀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걸어서 움직여야 하는 그들과 달리 준은 험비를 타고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으며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기왕 이렇게 된거 던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헌데 들려오는 이야기는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
“그 얘기 혹시 들었어?”
“뭔데?”
“여기서 남쪽으로 한 150킬로미터쯤 내려가면 나하라가 있잖아. 거기서 재미있는 물건이 있다고 하더라고.”
“재미있는 물건? 무슨 소리야?”
“그게, 내 친구 하나가 얼마 전에 이상한 걸 하나 받아왔는데 말이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래오 가까스로 그 내용은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게 조그만 스마트패널이더라고. 이름이 델타폰이던가?”
준은 헉 하고 먹던 음식을 뱉을 뻔했다. 어떻게 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델타폰 하나가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모양이었다.
“설마. 그건 상점에서도 안파는 물건이잖아. 외부와 연락을 할 수도 있다고.”
“그게 좀 다른데. 완전 구형 스마트패널이라서 인터넷도 안되고 외부와도 통화는 안된대. 그러면 큰 문제는 안된다고 하더라고. 생각해보면 무전기 같은 것도 쓰고 있잖아. 안될이유는 없지.”
“나참. 그럼 대체 그걸 어디다가 쓰는 건데?”
“자체적인 인트라넷이 있는 모양이더라고. 그것들끼리는 통화도 가능하다더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
“뭔데?”
“야동을 볼 수 있어.”
탕!
“뭐? 정말이야?”
건성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그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그는 민망한 듯 조용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이 다시 시선을 돌리자, 맞은 편의 사내는 그제서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직은 나하라하고 카랑카 정도에만 풀린 것 같아. 조만간 이쪽에도 들어올거라고는 하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
“그거 확실한 거겠지?”
“자식이 속고만 살았나. 내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거라고. 정 의심스러우면 내 친구에게 가볼래?”
“으음...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야... 그럼 그 물건 나하라까지 가면 구할 수 있는 건가?”
그는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입을 열었다. 가깝다고는 하지만 나하라와 스토크의 거리는 150킬로미터.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직선거리였고,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을 찾아 우회를 하다보면 200킬로미터는 가뿐히 넘는 거리였다. 하급헌터의 체력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닷새는 꼬박 걸어야 했다. 거기다가 만약 가는 길에 외도라도 만나게 되면 시간은 더 지체될 것이다.
준도 험비를 타고 다섯시간이나 걸려서 도착했다. 물론 길도 잘 모르고 중간에 이상한 곳으로 빠져서 헤매는 바람에 살짝 늦은 것이지만, 평균시속 40킬로미터는 이 동네에서는 아주 빠른 편이었다.
“그보다는 벤슨에게 차량이 있으니까 좀 구해달라고 하는게 어떨까?”
“뭐? 그 재수없는 보안관 자식? 돈을 엄청나게 달라고 할 것 같은데?”
“공동구매를 해야지. 한 백 명 정도 돈을 모아서 가면 되지 않을까?”
“내 생각에는 그 자식이 그 돈을 들고 튈 것 같은데.”
“설마. 그래도 명색이 보안관인데 그런 짓은 안하겠지. 어쨌든 할거야 말거야?”
“다른 사람도 있어?”
“한 열 명정도.”
“좋아. 만약 이거 사기라면 넌 나한테 죽는 거야. 알지?”
“씁. 당장 가서 물건부터 보여줘야겠네. 따라와 그 친구에게 데려다 줄게.”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더니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도 약간은 서둘려야 할 필요를 느꼈다. 던전도 던전이지만, 당장 나하라에 델타폰의 물량이 그렇게 많이 남아있을지가 의문이었던 것이다.
이런 반응이라면 이곳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동안 밥에게 넘겨준 게 200개 정도긴 한데... 나하라에 퍼진 것만 백개가 넘고 닐슨이 나머지를 대부분 가져갔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재고가 거의 없을 것 같았다. 일단 빨리 던전을 정리하고 나하라로 돌아가 재고를 채워야 할 것 같았다.
생각보다 다른 도시에서도 반응이 좋다는 사실에 흡족해 하며 준은 스토크를 떠났다. 그 외에도 다른 레이드 팀들이 움직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준은 그들의 시선을 피해 움직이다가 아무도 눈에 띄지 않을 무렵 험비를 꺼내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던전까지는 순조롭게 도착할 수 있었다. 루나가 알카트뢰즈의 지형정보를 델타에 업로드 한 덕분에 깊은 계곡이나 언덕을 피해서 갈 수 있었고, 준도 차량을 모는게 익숙해지자 첫날처럼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
던전을 10킬로미터 남겨두고 길이 점점 험해지자 준은 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완만했던 언덕이 점점 경사가 심해지더니 차량이 다니지 못하는 길이 앞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가는 길에 특이외도 한 마리를 만나 간단하게 처리한 준은, 두 시간여를 걸어 던전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전투를 벌이고 있는 한 무리의 레이드 팀을 만날 수 있었다.
“잡아!”
“이쪽이야!”
“젠장! 또 숨었어! 빌어먹을 자식!”
모두 여섯명으로 선발대의 일부가 남아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근처에는 캠프를 위한 모닥불과 텐트등이 쳐져 있었다.
‘이거 곤란하게 됐네.’
전투는 꽤나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두 마리의 붉은색 외도와, 여섯명의 헌터. 외도와의 싸움이 숫자로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하급 이하의 실력으로 보였다.
게다가 적은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샌드피쉬였다. 모래로 만들어진 젤리형태의 외도로, 땅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돌연 튀어 오르면서 공격을 해대니 나름 실력있는 파티라고 하더라도 사상자를 종종 만들어 내는 녀석이었다.
“크악!”
헌터하나가 샌드피쉬의 이빨에 물려 허벅지의 살이 한웅큼이나 뜯겨 나갔다. 저 정도 상처라면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더 이상 전투를 진행 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렵게 상대하던 상황에서 한 명이 아웃되버리니 헌터들은 더욱 수세로 몰렸다.
위태위태한 것이 준이 도와주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몰살당할 것처럼 보였다.
‘저자들이 여기서 죽으면 별 트러블 없이 샌드피쉬를 정리하고 던전을 혼자 돌 수 있을 것 같긴한데... 그냥 내버려 둘까.’
그리고 준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또 한명의 헌터가 샌드피쉬의 몸통박치기에 튕겨나갔다.
바닥을 구르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은 걸로 봐서 적어도 뼈 몇 군데는 부러진 모양이었다. 준은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또 사람의 목숨과 자신의 이득을 가지고 저울질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대흉근!”
쿵!
준은 대흉근을 샌드피쉬 한 마리에게 붙이고는 바닥에 쓰러진 헌터를 향해 움직이는 나머지 한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큭!”
오리쉬는 날아오는 샌드피쉬를 향해 창대를 휘둘렀다. 땅속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마치 수면 위로 뛰어오르듯 땅을 박차고 몸통박치기를 해오는 샌드피쉬는 창을 사용하는 그에게 끔찍하리만큼 상성이 좋지 않은 상대였다.
철퍽!
가까스로 창대로 밀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놈은 전혀 타격을 받은 모양새가 아니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각으로는 보아 실드조차도 거의 제거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대로는 오래 버틸 수 없어.’
벌써 두 명이 전투불능에 빠졌다. 그나마 거의 30여 분간 버틴 것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런 곳에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젠장! 이제 한 달도 안남았는데!’
그는 한 달 후에 출소할 예정이었다. 이번 던전탐사도 원해서 맡은 일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사냥을 나섰다가 우연히 던전을 발견했고, 그저 이곳에서 지키고 있다가 일이 끝나면 조용히 마을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어차피 외도를 찾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던전을 지키기만 하는 것이라면 큰 위험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던전의 안이 위험하다는 사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웜홀이 외도를 뱉어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해버린 것이다. 다른 팀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던 그들의 앞에 두 마리의 샌드피쉬가 던전의 입구에서 툭 튀어나온 것이다. 그나마 미리 발견해서 기습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였다.
원군은 없는 상황. 스토크에 있을 다른 레이드 팀들이 도착하려면 아직 몇 시간은 더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오리쉬는 더 이상 버틸힘이 없었다.
‘젠장! 어째서 그런 간단한 것 하나를 생각하지 못한거야?’
그는 이번 일이 끝나면 절대로 레이드를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냥도 가지않고 숙소에 처박혀서 남은 결정체로 한 달동안 꼼짝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그는 주변의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전투가 가능한 사람은 자신을 포함한 네 명. 하지만 그들도 위태로워 보였다.
‘나라도 살아야 해.’
도망치려면 지금 뿐이었다. 적어도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 때. 그들의 시선을 다른 동료들에게로 분산시킬 수 있을 때 도망치지 않으면 절대로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미안하다. 미안하지만 나는 살아야겠어.’
벌써 두 명이 쓰러진 상태에서 자신까지 도망쳐버리면 남은 이들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모두 죽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사는 것이 이득이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몸통을 부딪쳐 오는 샌드피쉬를 향해 거칠게 창대를 밀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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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밋게 봐주세영.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