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71화 (7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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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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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다-

차량을 만들까 하다가 당장은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스쿠터로 이동하기로 했다. 물론 길이 험해지면 차량이 필요할지도 몰라 강철 바를 넉넉하게 3톤가량 챙겼다. 정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제작을 하기 위해서였다.

‘차량제작에 경험치 1000이 들어갈거고 그걸 다시 보관하는데 들어가는 큐브를 만드는데 1000이 들어갈테니 세긴 세군.’

사실 2000정도면 큰맘 먹고 써도 상관없는 양이었다. 어차피 니들리스 시리즈는 꾸준히 나가고 있었고, 델타폰을 통해서 들어오는 경험치도 나름 쏠쏠했다.

틈날때마다 큐브를 확장하느라 경험치를 천씩 때려 박은 기억이 있는 준에게 이제 천 단위의 경험치를 쓰는 것에는 내성이 생긴 상황이었다.

‘따지고 보면 2000의 경험치면 2억인 셈인데. 참 나도 금전감각이 무뎌졌구나.’

1억 때문에 몇 년을 고생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꽤나 출세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준은 여기서 그칠 생각이 없었다. 델타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최소한 자신을 엿먹인 마리엘 함장에게 복수하기 전까지는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어떻게든 녀석에게 복수를 하고야 말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준은 녀석에 대한 생각을 잊기 위해서 데이터베이스를 열어 음악을 재생시켰다. 준은 굳이 델타폰을 켜지 않아도 음악과 영상이 재생가능했다. 게다가 델타OS와 연동을 한 이후부터는 아카샤넷의 홈페이지에도 델타폰 없이 접속을 할 수 있었다.

‘흠. 사용자가 순조롭게 늘어나고 있구나.’

델타OS에는 등록된 사용자의 숫자가 120명을 돌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정도면 나하라에서 쓸만한 사람들은 다 쓰고 있다고 봐야했다. 이제부터는 다른 도시에 팔아야 하는데 그쪽에서도 조금씩 반응이 오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볼만 했다.

아카샤넷은 준이 만든 사이트를 제외하면 딱히 쓸만한 것이 없었다. 심심풀이로 만든 개인 홈페이지도 보였지만 준처럼 많은 정보를 올린 곳은 아직 없었다. 게다가 이미 준의 홈페이지는 델타폰 사용자들의 포럼처럼 활용되고 있었으니 다른 사이트들이 많아진다고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준의 홈페이지를 기점으로 움직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델타OS의 관리자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니 만큼 델타폰의 운영에 대한 불만이나 개선방향 등을 이야기 하기에 좋았다. 개중 쓸만한 의견들은 준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반영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델타폰은 아이디 인증방식에서 지문인증방식으로 바뀐 상태였다. 델타폰이 기존 스마트패널에 비해서 스펙이나 성능이 한참이나 뒤떨어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델타폰에는 그만의 혁신적인 기술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하드웨어 업데이트였다. 준이 델타OS를 통해 설계를 변경하면 그 부분이 즉각적으로 모든 델타폰에 적용된다.

이는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가능한 타 스마트패널과는 차원이 다른 장점이었다. 델타폰 자체가 델타시스템에 종속되어 엑조틱 에너지를 주고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쉽게말해 제작스킬을 원거리로 사용한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다만 델타폰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벗어난 설계변경은 어려웠다. 저번처럼 델타폰을 태엽시계로 바꾼다던가 해버리면 모든 델타폰이 파괴될 수도 있었다.

“나중에 엔지니어링 스킬이 오르게 되면 더 나은 기종으로 업그레이드 할수도 있겠군.”

준의 입장에서는 당장 기기를 팔아서 얻는 이득보다는 장기적으로 스토어를 이용해 EP를 얻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굳이 새 기계를 팔아야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기존 사용자들의 기기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쪽으로 가는 것이 더 나은 판매전략 일 수 있었다.

“그래도 너무 대놓고 하지는 말자. 그렇지 않아도 눈에 띄는데.”

아직 사람들은 지문인식이 원래 기기가 기지고 있던 기능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정도 내부모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변환시킬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갑자기 화면이 커진다던가 하는 눈에 띄는 짓은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뭐, 이미 선을 넘어서도 한참 넘어선 것 같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건 없겠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준은 게시판을 읽어갔다. 여흥이라곤 델타폰을 만지작 거리는 일밖에 없는 헌터들이라 그런지 사용자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게시판은 상당히 활성화 되어 있었다. 낮에는 대부분 사냥을 나가느라 글 리젠이 느렸지만 밤새 쌓인 글들을 읽는 것만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후우웅-

“윽.”

단단한 대지를 스치는 강한 바람에 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모래사막이 아니라고 해도 바람에 실려오는 흙먼지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냥 차를 만드는게 낫겠군.”

막상 먼길을 가려고 하다보니, 나하라 인근을 돌아다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피로감이 느껴졌다. 수시로 모래바람이 불고, 땅은 점점 거칠어졌다.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것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로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확실히 이런 경우 스쿠터보다는 차량이 속도가 빠르다. 단순히 최대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오프로드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는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스쿠터보다는 4륜 차량이 훨씬 이동이 수월하기 때문이었다.

끼익.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던 준은 스쿠터를 세웠다. 이미 한시간여를 달린 상황. 지금까지 달려온 길이 거의 40킬로미터는 되었지만 언덕이라던가, 길이 험 한 곳은 피해서 왔기 때문에 아직 가야할 길은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쿵.

스쿠터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강철바를 전부 꺼내었다. 넉넉하게 챙겨온 덕에 재료가 부족할 일은 없었다.

준은 제작스킬을 열어 가지고 있는 차량의 설계도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흠... 이왕이면 오프로드용 차량이면 좋겠는데. 덩치도 크고, 힘도 좋아야겠지.”

막상 차량을 제작하려고 마음을 먹으니 자꾸만 욕심이 생겼다. 알카트뢰즈는 제대로 된 도로가 없다. 거의 모든 길이 오프로드였고, 그나마도 상태가 좋지 않았기 떄문에 평범한 세단차량은 제대로 운용할 수가 없었다.

준이 처음에 예산으로 잡은 경험치 2000으로는 일반 세단이나, 오프로드 차량의 모양만 흉내 낸 SUV정도밖에는 만들 수 없었다.

“흠. 저건 확실히 힘이 좋을 것 같긴 한데.”

차량들의 목록을 살펴보던 준의 시선을 사로잡는 물건이 있었다. 다름아닌 보안관 닐슨이 타고다니던 험비였다.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준이 보기에도 크고 튼튼한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실제로도 험비는 오프로드에 강하고, 힘도 좋아서 알카트뢰즈에 딱 맞는 차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연비야 기름을 잔뜩 가지고 왔으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경험치가 3000이라니.”

경험치도 경험치지만 험비는 다른 차량에 비해서 훨씬 크다. 무게만 해도 2.5톤에 크기도 전장 4.5M에 높이는 2M에 달했다. 전폭도 2.2M이기 때문에 단순계산해서 필요한 큐브의 숫자도 20개가 넘어갔다. 즉, 험비 하나를 만드는데 경험치 5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이왕 만드는 건데 쓸모있는 물건을 만드는게 낫겠지.”

어차피 다른 차량들을 만들어봐야 이런 동네에서는 제대로 쓰지도 못할 것이다. 비록 처음에는 경험치가 많이 들어도 그 유용성을 생각해보면 험비를 제작하는 것이 제격이었다.

‘군용험비까지는 필요없고 민수용으로 하자.’

그래봤자 막장인 연비는 마찬가지지만 조금이나마 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수용 험비, 허머-1의 제작을 시작합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들어가는 경험치가 많다보니 델타에서도 다시한번 확인을 요구했다. 준은 떨리는 심정으로 ‘네’를 선택했다.

그러자 눈앞에 쌓아둔 강철바들이 가루로 화하며 서서히 형태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준은 최근 델타의 제작시스템이 나노페이스트를 사용한 3D프린트 기술이라는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다만 현세대의 기술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범용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기존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원료를 그대로 나노입자화해서 제작 재료로 사용하는데다가, 없는 재료는 스스로 합성하기 까지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난해할수록 들어가는 경험치가 많은 것 같았다. 때문에 커다란 니들리스 해머를 제작하는 것보다 희토류가 포함된 델타폰의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저렇게 덩치가 크면 클수록 제작비가 많이 들긴 했다.

험비를 제작하는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도 한 십여분 정도 기다리니 얼추 형태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오. 멋있는데.”

험비는 태생부터 오프로드에서의 운용성에만 올인 한 물건이다. 그러다보니 무식하게 큰데다가 섬세함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투박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준에게는 오히려 실용성만을 강조한 그 모습이 쓸데없이 멋을 부린 다른 차량보다도 더 괜찮아 보였다.

고질적인 연비 문제 때문에 험비는 부침을 거듭하며 한때는 단종 되기도 했지만, 개척행성에서의 운용성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물론 최근에 생산되는 차량은 많은 부분에서 예전의 오리지널 험비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연비에 있어서 상당히 개선되었고, 차량내부의 전자장비를 위한 메탈하이드라이드 배터리를 장착하기도 하는 등 나름 최신의 기술을 입히려고 많이 노력하는 중이었다.

물론 준이 만드는 것에는 그런 것 따윈 없었다. 200년전의 험비 모델 그대로인 것이다. 하지만 운용성 면에는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완성인가.”

96년식 허머-1 (B급)

군용 험비의 민수용 버전으로, 극도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보유한 강력한 차량입니다. 그 신뢰성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현역으로 사용될 정도로 높습니다. 기관총이나, 로켓을 싣고 다닐 수도 있습니다.

B급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차량의 연비가 30퍼센트 개선됩니다.

“오. 연비.”

기대했던 것 중에서 가장 좋은 특수효과가 붙었다. 험비의 고질적인 문제가 연비인 만큼, 그부분을 개선시킬 수 있다면 확실히 좋은 물건이었다.

“강화하자. 강화.”

준은 험비의 위용에 감탄하며 홀린 듯이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결국 S급으로 강화시켜 연비를 75퍼센트까지 끌어올렸다. 그래봤자 리터당 14킬로미터라는 극악한 연비지만 이전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것이다.

“후. 이제 마음놓고 타고 다닐 수 있겠군.”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1만에 달하던 경험치가 4000까지 떨어져 있었다. 험비를 저장하기 위한 큐브의 가격에다가 S급 까지 강화하는데 들어간 경험치가 1000이 넘게 들어간 것이다. 기본 제작비가 비싼 물건의 경우 강화비용까지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뭐... 다시 벌면 되지.”

약간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준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던전을 깨면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5000을 넘어가니 이번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사용한 경험치만큼은 다시 벌 수 있을 것이다,

부르릉-

차량에 탑승하고 시동을 걸자, 기분 좋은 엔진음이 울려퍼졌다. 준은 가볍게 기어를 넣고 차량을 출발시켰다. 험비는 기본적으로 오토매틱이다. 운전을 제대로 해본적이 없는 준이라고 해도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를 달리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확실히 험비는 돈값을 하는 물건이었다. 거의 경험치 6000을 사용한 물건답게 어지간한 길은 무리없이 뚫고 가는데다가 20도가 넘는 경사나 울퉁불퉁한 바위언덕마저도 뚫고 지나가는 위용을 보였다.

“스쿠터로 갔으면 훨씬 더 걸렸겠네.”

길이 험하다 보니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 만약 스쿠터로 갔다면 내려서 걸어 가야했을 곳도 상당히 많았다. 그만큼 길이 엉망이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이 근처에 도시 하나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도를 펼쳐보자 인근 10KM근처에 스토크라는 이름의 도시가 있었다. 나하라보다는 사람이 많은 동네로 거의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였다.

알카트뢰즈에서 1000명이라면 중소규모급 도시다. 알카트뢰즈의 수도인 오스트로스에도 겨우 1만명 정도만이 살고 있을 뿐이었다.

일단 준은 스토크로 방향을 틀었다. 아직은 해가 중천에 떠 있었지만, 곧 해가 질 것이고 어차피 던전을 향하는 길목에 있는 도시였기 때문에 하룻밤 정도는 그곳에서 묵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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