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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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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너에겐 좋은 기술이긴 하겠군.
-네. 덕분에. 헌데 단순히 실험실에서만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확실히 예지 능력 비슷하게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긴한데...
-아니요. 예지랑은 달라서 초기조건이 완벽히 통제되는 경우에만 사용가능한 것 같아요. 어지간한 건 변수가 너무 많아서 쓰기 힘들어요.
-하긴 그렇겠군. 알겠어. 그 기술에 대해서는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하지. 그리고 이번 던전탐험은 나 혼자 진행하도록 할게. 그렇게 알고 있어.
-네. 그럼 또 연락드릴게요.
루나와의 통신을 마친 준은 일단 ‘시뮬레이션’을 익혔다. 빠져나가는 경험치가 거의 200가까이 되었다.
“엄청나군. 공격용 기술보다 훨씬 비싸잖아? 이게 그렇게 유용한 건가?”
기술마다 그 편차는 존재했다. 더블애로우와 파동권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그것들과 엔지니어링 사이의 차이는 크다. 그만큼 엔지니어링의 적용범위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아마 시뮬레이션도 이런 맥락에서 경험치를 많이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가진 경험치가 워낙 많다보니 200정도는 그리 부담이 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 나가서 몇 시간 안에 벌어올 수 있는 양이기도 했다.
때문에 이제 가능한한 배울 수 있는 기술은 모두 배울 생각이었다.
“자... 이걸 어디다가 쓴다...”
준은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문득 강화에 생각이 미쳤다. 초기조건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는 제작시스템에 시뮬레이션을 적용하면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거 잘 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제작은 충분한 준비를 갖추었다는 조건하에 어지간해서는 잘 실패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지점은 강화였다. 강화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았고, 실패할때마다 상당히 많은 양의 경험치를 허공으로 날리게 된다. 시뮬레이션의 결과예측을 통하면 그렇게 낭비되는 경험치를 아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준은 당장 확인해 보기로 하고 델타폰을 꺼내들었다.
현재 B급인 그것은 특수효과로 전력의 30퍼센트를 아낄 수 있는 상태였다. 오로지 태양전지로 충전하는 형식이다보니 밤 중에 몇 시간만 사용하면 금세 방전되기 일쑤였다. 만약 등급이 더올라가면 전력을 거의 소모하지 않는 형태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델타폰의 강화에 필요한 경험치는 10. 준은 강화를 준비하고 시뮬레이션 기술을 열었다. 그러자 현재 상태의 조건을 기술하는 창이 떠올랐다.
준은 거기에 델타폰의 제원을 넣고 엔지니어링 스킬을 이용해 강화를 시도한다고 써넣었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대충대충이라 이런 것으로 결과예측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조건을 모두 넣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시뮬레이션에 의한 결과예측을 시작합니다. 초기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연산을 시작합니다.... 30퍼센트...70퍼센트...90퍼센트...99퍼센트. 연산이 종료되었습니다. 결과를 출력합니다.
준은 약간 긴장하며 결과창을 확인해 보았다.
-현재 강화는 약 18퍼센트의 확률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10초간 이 상태는 지속됩니다.
“이런 식인가?”
즉, 지금부터 10초간 강화를 시도했을 경우 성공확률이 약 18퍼센트라는 뜻이다. 준은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한번 시뮬레이션을 시도했다.
그러자 비슷한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현재 강화는 약 56퍼헨트의 확률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10초간 이 상태는 지속됩니다.
“좋아.”
짝.
준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대박을 건진 것이다. 이 방법대로 하면 강화확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준은 계속해서 강화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10퍼센트 아래로 떨어질때도 있었지만 70퍼센트가 넘게 올라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 대략 스무번 정도 시뮬레이션을 돌리다보니 가장 높은 확률이 79퍼센트였다. 더 돌려보면 80퍼센트를 넘을수도 있지 않을까 했지만 준은 그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74퍼센트에서 강화를 시도했고, 성공할 수 있었다.
감성이 넘치는 델타폰(A급)
이 다목적 휴대전화기는 기본적인 통신뿐 아니라 영상, 음악, 도서, 게임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델타OS를 기본탑재 하고 있으며, 스토어를 이용하여 각종 컨텐츠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특수효과 : 전력사용량이 50퍼센트로 줄어듭니다.
“좋아. 한 번 더 해볼까?”
이미 50퍼센트라는 놀라운 효율을 보이고 있었지만 준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일단 S급까지올리기 위해서 준은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현재 강화는 약 29퍼센트의 확률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10초간 이 상태가 지속됩니다.
-현재 강화는 약 18퍼센트의 확률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10초간 이 상태가 지속됩니다.
-현재 강화는 약 11퍼센트...
하지만 이번에는 좀처럼 확률이 올라가지 않았다. S급의 경우에는 확률이 확실히 낮게 나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강화를 실패하게 되면 방금 올렸던 강화효과도 취소되기 때문에 준은 높은 확률이 나올때까지 계속해서 시도했다.
그리고 거의 십여분 동안 시뮬레이션을 돌린 끝에 준은 겨우 61퍼센트 성공률을 띄울 수 있었다.
“아... 징그럽네 진짜 이거...”
생각보다 높은 확률이 잘 나오지 않았다. 준은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강화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모든 강화효과가 취소됩니다.
“윽.”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었다. 준은 한숨을 푹 쉬었다. 델타폰을 S급으로 강화하는데 들어가는 경험치는 30이나 되었다. 경험치도 경험치지만 지금까지 소모한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냥 차라리 델타폰을 다른 것으로 변환한 후에 강화하는게 낫지 않을까?’
니들리스 스패너와 해머를 스왑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델타를 다시 A급으로 강화하고 다른 물품으로 변환시켜보았다. 비슷한 크기와 무게를 가진 물건이 없었기에 일단 태엽시계로 바꾸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게 항상 생각대로 되는 법이란 없는 모양이었다.
-물품제작에 실패했습니다. 재료는 모두 사라집니다.
“으악!”
준은 허공으로 날아간 델타폰 0번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델타폰에 들어가는 재료와 태엽시계에 들어가는 재료가 서로 다르다보니 호환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으으... 하긴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지.”
지금까지 날린 경험치만 해도 엄청났다. 변환시키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돌려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저지른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준은 울컥하는 마음을 달래며 델타폰을 다시 하나 만들었다. 다행히도 날아가버린 0번을 다시 부여할 수 있었다. 이것저것 만져보니 사이트 관리자 권한은 유지되고 있었다. 비록 최초에 만든 기계는 사라졌지만 번호가 같으니 같은 사용자로 인식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휴대폰이라는 것이 영원히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보니 언젠가는 잃어버리거나 고장나기도 할것이다. 그럴때마다 새 폰을 사게 되면 사용자 번호가 바뀌어서 기존에 다운받았던 컨텐츠를 죄다 잃어버리게 될 위험이 있었다.
준은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고민했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 개인의 정보를 델타OS에 저장해서 인증하는 방법으로 번호를 인계받을 수 있다면 해결할 수 있겠지만 수형자들에게는 신분증도 뭣도 없다. 죄수번호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인증을 하게되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아이디 인증시스템을 만들어야 겠군.”
개개인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어 그것을 델타OS에서 인증할 수 있게 만들면 새 휴대폰을 사더라도 그 번호를 승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거기까지 생각한 준은 인증시스템은 나중에 만들기로 하고 다시 강화쪽으로 생각을 돌렸다.
그쪽은 아무리 생각해도 별다른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델타폰같은 경우에는 시뮬레이션을 이용해서 등급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준은 한숨을 쉬며 시뮬레이션을 돌리기 시작했다.
감성이 넘쳐흐르는 델타폰(S급)
이 다목적 휴대전화기는 기본적인 통신뿐 아니라 영상, 음악, 도서, 게임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델타OS를 기본탑재 하고 있으며, 스토어를 이용하여 각종 컨텐츠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델타폰에 비해 비싸 보입니다.
특수효과 : 전력사용이 75퍼센트 감소합니다. 은은하게 반짝입니다.
“으아아. 드디어 성공했다.”
거의 한시간여에 걸친 대 장정이었다. 준은 감개무량한 눈빛으로 눈앞의 델타폰을 쳐다보았다. 니들리스 시리즈와는 달리 은은한 금색빛이 흘러나오는 것이 다른 델타폰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스러움이 흘러넘쳤다.
“이야. 이거 제국 놈들에게 보여주면 엄청 좋아하겠구만.”
이슬람 국가인 파티마 제국은 여전히 석유산업을 바탕으로 떼돈을 긁어모고 있었다. 다른 국가와 기업들이 모두 새로운 에너지원인 결정체 관련기술에 매달려 있는 동안 오로지 한우물만 판 대가로 그들은 전 세계의 석유시장을 완전히 틀어쥐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체 에너지와 핵융합발전으로 인한 무한정한 전기의 공급으로 인해 석유관련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거라 예측한 수많은 기업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석유는 값싸게 생산가능했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핵융합발전소는 짓는 시간도 오래 걸리는 데다가 충분한 기반시설의 존재를 필요로 했다. 거기다 차세대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결정체 산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했다. 아직도 워프엔진과 초광속통신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석유는 여전히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고, 파티마 제국은 떼돈을 벌었다. 땅만 파면 나오는 것이 석유였고, 팔만한 땅은 우리은하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엑조틱 에너지원을 찾기 위해 탐사대를 보내는 동안 석유가 나오는 행성을 찾아 탐사대를 보낸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준이 처음에 델타를 발견했던 우주선을 보고 파티마 제국 놈들 것인가 잠시 의심했던 것도, 그들이 사용하는 원유수송함의 크기가 대체로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이었다.
새로만든 S급 델타폰은 한 번 충전으로 사흘 내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전효율이 높았다. 일단 충전자체는 햇빛에 두 시간 정도 내어놓으면 되니 아침에 창가에 잠시 꺼내놓으면 될 일이었다.
잠들기 전에 델타의 보조를 받아 새 인증시스템을 완성한 준은 여느때보다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꿈속에서 그는 새로운 초광속통신회사의 사장이 되어 수십만명의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꿈을 꿨다.
그가 판매하는 델타폰은 전세계 수백억명이 전부 사용했고 그들이 지불하는 결정체로 준은 매일 같이 수억의 EP를 벌어들였다. 레벨은 점점 상승해서 1000을 넘었고 그는 이 시대의 신이 되었다.
‘뭔 개꿈이야...’
준은 자다말고 한숨을 쉬었다.
다음날. 준은 던전탐사를 위해 이것저것 물건을 챙겼다. 넉넉잡고 열시간이면 가는데 충분하다고 했지만 길이 좋지 않으면 중간에 걸어가야 할 수도 있었다. 경험치를 1000투자해서 큐브를 10개정도 더 늘리고, 각종 생존도구와 일주일치 식량을 넉넉하게 담았다.
출발하기 전에 골렘협곡에 들러 골렘 1,2,3호를 모두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녀석들은 어느새 대흉근보다 결정도가 높아져 세 마리다 17을 찍고 있었다. 골렘협곡에서 꾸준히 미니골렘들을 잡다보니 생긴일이었다.
틈틈이 결정체를 먹여 대흉근도 16의 결정도를 보이고 있었지만 형이 동생들보다 못한 상황이다보니 약간은 양심에 찔렸다. 자신의 곁에서 가장 많이 사냥을 도와준 게 대흉근이기 때문이다.
큰맘먹고 녀석에게 결정체를 약 10개 정도 먹이니 겨우 결정도가 1올라 17을 찍었다. 18까지는 만들어서 동생들보다는 강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남은 결정체는 그게 전부였다. 지금까지 벌어들은 것은 전부 경험치 화 해 버렸기 때문에 남은 물건이 없었다.
‘앞으로는 사냥해서 버는 결정체는 좀 챙겨둬야겠군.’
어쨌든 이곳에서 결정체는 현금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경험치가 많다고 한들 그걸로 밥을 사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식사나 숙소 문제가 아니더라도 트러블이 생기면 결정체로 해결을 봐야할 경우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약간의 결정체는 가지고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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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속 3편 갑니다.
꾸벅(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