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66화 (66/540)

0066 ----------------------------------------------

엔터테인먼트

*

*

*

“허허허.”

밥은 델타폰을 손에 들고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눈앞에서 결정체가 사라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서도 믿겨지지가 않는 것이다.

“네가 특이한 녀석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로 ‘특별할’ 거라고는 생각못했는데.”

“어때? 팔 수 있겠어?”

준의 물음에 밥이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뭐, 돈이 될 것 같은데 팔아야지. 그나저나 이거 결정체를 흡수하면 그 에너지는 어디로 가는거야?”

“글쎄.”

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대놓고 자기혼자 먹는다고 말하기엔 좀 민망했다. 밥은 대충 눈치채고는 씨익 웃었다.

“돈 많이 벌겠네.”

“엄밀히 말해 돈은 아니지.”

“헌데 이렇게 흡수된 결정체를 다시 결정체로 만들 수 있는 건가?”

밥의 질문에 준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 한번 흡수된 엑조틱 에너지는 델타로 바로 송신되어 경험치로 환산된다. 경험치를 결정체로 변환할 수 없는 이상 그건 불가능하다고 봐야했다.

“그럼 결정체를 흡수해서 대체 어디다가 쓰는거야?”

“제작품 만드는데 들어가는거야. 그래서 내가 만드는 물건들이 비싼거지. 이런 이야기 전에도 한적 있는 것 같은데.”

준의 말에 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군. 그나저나 이 물건 관리소장이 싫어할만 한 물건이긴 하네. 결정체를 흡수해버리니 일단 알카트뢰즈의 결정체가 전부 자기 꺼라고 생각하는 그쪽에서 보기엔 손해보는 기분일 것 같은데.”

“보자마자 기겁을 하겠지?”

“글쎄. 네 생각보다 윗대가리들은 이런 일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그래? 솔직히 난 이거 걸리면 당장 잡아갈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보는 건 오로지 숫자야. 얼마나 많은 결정체가 자기 손에 들어오느냐 하는 것뿐이지. 네 덕분에 결정체 생산량이 늘어난 건 알고 있어?”

“그래?”

“단 며칠 만에 나하라에서만 두 배 가까이 늘었어. 니들리스 해머가 생각보다 사냥에 도움이 많이 되는 모양이더군. 그러니까 적당히 버는것과 소모하는 것의 균형을 맞추면 설령 이 델타폰이 들키더라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거란 말이지.”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걸 보면 꽤나 신기해 할텐데.”

“그거야 과학자들이고. 그자들은 대부분 연구소에 처박혀 있느라 이런 게 있는지도 모를걸? 정말 재수가 없어서 이런 물건에 관심이 있는 상관을 만나면 그제서야 연구를 해보겠지.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없어.”

“왜지? 난 솔직히 좀 걱정이 되는데.”

눈치보지말고 마구 팔아먹자는 생각을 하고 여기까지 왔지만 걱정이 아주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정의는 단 하나야. 이 물건이 돈이 되는가, 안되는가. 네 생각엔 이 물건이 돈이 된다고 보냐?”

“음... 안되겠지?”

당연하다. 델타 폰은 어디까지나 제대로 된 전자기기를 유통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팔아먹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델타OS도 마찬가지였다. 바깥에서는 돈 몇푼만으로 훨씬 싸게 컨텐츠들을 즐길 수 있는데 비싼 돈을 주고 이용할 필요도 없었다.

“결국 돈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별로 신경쓰지 않을거야. 최악의 경우 유통금지 정도에서 그치겠지.”

“하지만 결정체 충전 시스템은 좀 탐이 나지 않을까?”

EP충전시스템은 결정체를 양자화 해서 에너지 형태로 델타에 송신하는 것이다. 결정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보면 기겁을 하고 달려들 방식인 것이다.

“음... 그건 일리가 있군. 하지만 그래도 신변의 위협은 없을거라고 생각해.”

“자신할 만한 근거라도? 이쪽은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참나. 이런 물건을 만들어 내는 인간을 왜 죽이겠어?”

“아. 그렇군.”

준은 간단히 납득했다. 밥이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너 너무 겁먹는 것 같은데? 이 나라가 무슨 살인마에 매드사이언티스트들만 모인 집단이라고 생각하는거냐? 무슨 잡히면 뇌라도 열어서 조사해볼거라고 생각한거야?”

“아니었어?”

“물론 헌터들이 난립하던 초창기에는 그런 일들도 있었다고는 하더라. 그래도 그게 벌써 80년도 더 지난 일이야. 헌터들 머리를 쪼개봐야 아무것도 안나온다는 건 이미 그때 입증되었어.”

“하긴 했다는 이야기네.”

“어쨌든, 만약 네 기술이 쓸모가 있다고 생각되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려 들지 널 납치하거나 하지는 않을테니 너무 걱정할 필요없어. 처음부터 이야기 했잖아. 재수없으면 벌금, 더 재수없으면 판금 정도라고.”

“그런 이야기 안했는데.”

“했어. 기억을 더듬어봐.”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들어본적이 없는 말이다. 사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에 준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적당히 위에다 기름칠 하면 큰 문제는 안될거야. 이거 내 위로 어디까지 줄이 닿을지 모르겠네.”

“혹시라도 문제생기면 나중에 내 탓하기 없기.”

“나도 폼으로 여기에 있는 거 아니다. 중급헌터가 레이드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이런데서 장사나 하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꽤 돈이 되나보지?”

“정답. 그리고 돈이라면 귀신도 부릴 수 있지.”

“그래도 가능하면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리지마. 이 일이 정부쪽에 늦게 들어갈수록 좋으니까.”

밥은 자신하고 있었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다. 재수없게 마리엘 쿤 같은 인간을 또 만나게 되면 어떤 식으로 뒤통수를 맞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그래서 가격은 어느정도로 생각하고 있어?”

“5크리스탈.”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데? 그러면 내 쪽에서 마진을 얼마나 붙이면 될까?”

“아니. 소비자가격이 5크리스탈이라고. 너무 비싸면 팔리지 않을 것 같아. 솔직히 생존에 필수적인 물건도 아니고.”

“하지만 이거 통화도 무료로 되는 거 아닌가? 그거라면 10크리스탈을 받아도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누가 무료래? 통화시간에 따라서 EP가 차감되는 시스템이야. 물론 1EP면 한달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긴 하지. 하지만 통화는 델타폰끼리만 가능할 뿐이잖아. 범용성이 엄청나게 떨어진다고.  그리고 나는 기계 자체만으로는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이 없어. 어디까지나 EP로 벌 생각이지.”

“흠. 알았어. 그러면 원가는 얼마?”

“3크리스탈. 개당 마진이 2크리스탈이면 꽤 남는장사라고 생각하는데. 니들리스 보다 훨씬 더 잘팔릴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럴거면 물량이 받쳐줘야 할거야. 윗사람들 입막음 하려면 돈이 꽤 필요한데, 열개 스무 개 팔아서는 남는 것도 없거든.”

“재료만 충분히 보급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준은 품에서 재료 리스트를 꺼내서 밥에게 넘겨주었다. 어차피 외도의 부산물 같은 것은 상점에 얼마든지 쌓여있기 때문에 오히려 강철바 같은 특이한 물건보다는 구하기 쉬운 편이었다.

“오. 그러면 재료값은 안받는 걸로 하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갑자기 웬 친절이야?”

“네가 날 믿고 이런 걸 팔아주는데 나도 보답정도는 해야지. 대신 다른 사람에게 팔지말라고 주는 뇌물이야.”

“콜.”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델타폰은 널리 퍼지면 퍼질수록 쓸모가 있어진다. 반대로 말하면 처음에는 별로 메리트가 없다는 뜻이다. 특히 전화기능자체가 델타폰끼리만 된다는 것은 약간 치명적인 문제였다. 그래서 가능한 한 싸게 팔아서 보급하려는 것이다.

처음에는 공짜로 줄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래도 공짜로 뿌리게 되면 물건 귀한 줄 모르고 아무렇게나 쓰다가 쉽게 고장을 낼 것 같았다. 그래도 5크리스탈이면 어느정도 먹고사는 헌터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돈은 아니었다.

준이 만들었던 니들리스가 순식간에 팔리는 것을 보면 어느정도 경력이 있는 이들은 나름 쟁여놓은 결정체들이 있는 듯 했다.

“물량은 얼마나 있어?”

“일단 내거 빼고 아홉개.”

“그거 다 넘겨주고 열개만 더 만들어줘. 재료는 넉넉하게 챙겨줄게.”

밥에게 한 상자나 되는 재료를 받은 준은 그걸 그대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신기하게 보던 밥이 입을 열었다.

“상급마법사들이나 하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구나.”

“나 같은 녀석이 또 있어?”

“실력있는 마법사들은 아공간 같은 걸 만들어서 짐을 보관하거나 해. 상급이라고 다 그런건 아니지만.”

“이것도 그렇게 특이한 능력은 아니었군.”

준은 어쩌면 자신이 델타라는 기물의 신비함에 지레 겁을 먹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냥 남들이 보기엔 조금 특이한 헌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제작품 같은 경우도 전문적으로 ‘아이템’이라는 것을 만드는 헌터들도 있다고 하니, 특이함으로 따지면 그쪽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일종의 장인이어서 준처럼 빠른 시간에, 한꺼번에 다수를 만들지는 못했다.

“아참. 니들리스도 열 개 정도 더 만들어줘. 가지고 있던 건 재고가 전부 떨어졌으니까. 이제 슬슬 다른 동네에도 팔아봐야지.”

“알았어. 재료는 알아서 숙소로 배달해줘.”

숙소로 돌아온 준은 일단 델타폰을 열개 더 만들어 밥에게 넘겼다. 개당 경험치 30이 소요되는 물건이기에 크게 남지는 않았다. 하지만 니들리스는 겨우 경험치 4밖에 들지 않음에도 10크리스탈에 팔아대고 있었으니 전부 순이익이나 마찬가지였다.

델타폰과 니들리스를 넘기고 나서 얻은 결정체를 전부 경험치로 환산하고 나니 현재 경험치가 2000을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레벨업에는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양이었다.

7레벨로 오르는데 약 4000가량의 경험치가 들었으니 다음에는 10000은 넘겨야 할지도 몰랐다.

저녁 식사 전에 준은 루나를 호출했다.

-루나.

-아. 네. 이거 참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네요.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부탁할 것도 있고, 겸사겸사.

-말씀하세요.

-일반 디스플레이로 감상할 수 있는 영상물하고 음악을 좀 업로드 해주지 않겠어? 홀로그램이나 360도 영상같은 건 어차피 안되니까 제외하고.

-요즘 심심하신가봐요?

-내가 볼게 아니야.

-네? 그럼 어쩌시려고요?

루나는 의아하다는 투였다. 델타폰의 존재를 모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번에 휴대폰을 하나 만들었는데 거기에 넣어서 팔거야.

-뭔진 모르겠지만 뭔가 말도 안되는 걸 만드신 모양이네요.

-그렇게 이상한 물건은 아니야. 이곳을 빠져나가면 쓸모없는 물건이고. 알카트뢰즈 한정해서 만능엔터테인먼트 도구지.

-스마트패널은 안되는거 알죠?

-거의 200년 전 물건인걸. 이런거까지 태클걸면 정부가 쪼잔한거지.

-어쨌든 나중에 한번 보여주세요. 궁금하네요. 어떤 물건인지.

-그렇지 않아도 네 것도 하나 주려고 생각중이긴 한데... 하긴 너한테는 쓸모없으려나?

루나는 수형자가 아니기 때문에 스마트패널을 가지고 다닐 수 있었다. 굳이 그녀에게 델타폰이 필요할 일은 없었다.

-연구하기 좋잖아요. 혹시 알아요? 덕분에 노벨상이라도 받게 될지.

-흠... 그건 나도 살짝 욕심나는데.

-정 그러면 공동연구자에 이름 올려드릴게요.

루나의 말에 준은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서로 농담인 것을 알고 하는 말이었지만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헌데 던전 정보는 아직 나온 게 없어?

-있긴 있어요. 아니 사실 엄청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해야겠죠. 하루에도 수십 개씩 나타나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왜 연락을 안했지?

-행성 전체를 통틀어서 수십 개에요. 나하라에서 가장 가까운 곳 만해도 걸어서 가려면 몇 개월은 걸린다고요. 거기까지 가고 싶은거에요?

-차량 같은 게 있으면 좀 빠르지 않을까?

-스쿠터로도 일주일은 넘게 걸릴 텐데요? 길이 안 좋으면 더 걸릴수도 있어요.

-헬기나 비행기 같은 거 없어?

-있긴한데 한 번 띄울때마다 돈이 너무 들어요. 저번에도 차량으로 이동했잖아요.

엄청나게 벌어들이고 있는 결정체에 비해서 준이 가진 재산은 별로 없었다. 실제로 현재 가지고 있는 결정체는 13개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경험치로 환산한 것이다. 그렇다고 루나에게 모든 부담을 지울 수는 없었다.

‘엔지니어링 스킬을 상급으로 올리면 비행기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비행기는 차량과 달리 여러 가지 제어장치가 필요했다. 완전 수동으로 움직이는 비행기라면 모를까, 요즘나오는 물건들은 만들기 어려웠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주신분들,

그저 감사할 뿐이라능...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