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65화 (6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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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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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역시 안되는 건가.”

준은 날아간 재료와 경험치를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제작창을 열어 저장해둔 설계도를 펼치자, 설계도에서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그런 표시가 없었다. 일단 한번 실패해야,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지 알려주는 모양이었다.

“결국 메모리칩이군.”

아니나다를까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준이 설계도에 추가한 최신형 메모리칩이었다. 결국 그것때문에 제작에 실패한 것이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만들어봐야 소용이 없다는 이야긴데...”

일반 휴대폰은 현세대에 쓸모가 없다. 위성을 사용하지 못하는데 휴대폰을 만들어야 쓸데도 없고 용량도 작으니 텍스트 파일이나 넣을 수 있지 음악같은 것은 몇 곡 넣지도 못한다. 압축해서 MP3같은 옛날옛적 포맷으로 만들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하려면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아오. 그냥 포기할까.”

하려면 못할 것도 없다. 과거에 사용하던 압축프로그램도 여기저기 뒤지다보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정 구하기 힘들면 루나를 통해서 얻을 수도 있다.

결국 하드웨어가 받쳐주지 않으면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쯤되자 준은 자신의 생각에 무언가 엄청난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펌웨어는 어떻게 되는거지...?”

하드웨어는 그 자체만으로는 동작하지 않는다. 휴대폰 같은 것들을 설계도대로 백날 만들어봐야 소용없다는 뜻이다. 그 하드웨어를 이용할 수 있는 펌웨어가 칩에 저장되어 있어야 그제서야 목적에 맞는 기계로서 동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헌데 설계도에는 그런 펌웨어에 대한 정보가 나타나 있지 않다. 어디까지나 엔지니어링은 기계적인 부분만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설계도대로 만들면 동작이 안되는 거 아닌가?”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멀쩡한 설계도대로 만들어봐야 동작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의 제작기술에는 공구, 엔진, 통신의 세 가지가 있다. 공구나 엔진쪽은 문제가 안된다. 애초에 기계적인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히 동작하니까.

헌데 문제는 통신쪽 제작품이었다. 이쪽은 엔진이나 공구와는 달리 그 통신모듈을 제어할 수 있는 펌웨어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헌데 펌웨어자체는 소프트웨어에 속한다. 그것을 따로 제작할 방법은 준에게 없었다. 준이 기술자이긴 하지만 코딩까지 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코딩된 펌웨어가 인터넷에 돌아다닐리도 없다. 그런 것은 기업비밀이기 때문에 루나조차도 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아니지... 이건 뭔가 이상해. 굳이 카테고리까지 나뉘어져 있는 물건인데 사용하지도 못할 것을 제작하라고 할리 없잖아.”

준이 의문을 가지는 것은 바로 그점이었다.

“어쩌면... 자체 펌웨어를 가지고 있을지도.”

지금까지 계속 궁금해 왔던 것이 있었다. 어째서 위성조차 사용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통신칩을 제작목록에 넣어두었던 것일까. 준은 통신쪽은 처음부터 제작할 생각이 없었다. 만들어봐야 소용이 없을거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위성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델타는 현세대의 오파츠다. 만약 누군가 델타가 행하는 여러가지 일 들을 본다면 열에 아홉은 모두 신을 찾거나 조상님을 부르짖을 것이다.

신비의 영역에 이를 정도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는 델타.

그것이라면 위성 없이 이 통신모듈이 동작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면 알겠지.”

준은 그렇게 생각하고 루나에게 넘겨받은 옛 휴대폰의 모델을 띄웠다. 준이 따로 손대지 않은 원형 그대로인 상태. 그것 자체만으로 보면 현 시대에는 장난감으로조차도 쓸 수 없는 물건일 뿐이다.

그는 거기다가 태양광 패널만을 추가한 채 다른 것은 일체 손대지 않았다.

그리고 곧 바로 떨리는 마음으로 제작을 시도했다.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세부정보를 확인해주십시오.

시스템메시지와 함께 준의 손바닥 위에 5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가진 스마트폰이 생성되었다.

“됐다.”

30의 경험치와 남아있던 재료모두를 쏟아 부은 프로토타입이었다.

감성이 넘치는 델타 폰(B급)

이 다목적 휴대전화기는 기본적인 통신뿐 아니라 영상, 음악, 도서, 게임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델타OS를 기본탑재 하고 있으며, 스토어를 이용하여 각종 컨텐츠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전력사용이 30퍼센트 감소합니다.

“델타OS?"

단순 펌웨어가 아니라 아예 자체 OS를 탑재해버렸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 일단은 침착하게 ‘델타 폰’을 켰다. 전원을 켜자 심플한 삼각형의 하얀색 기호가 떠올랐다.

그리고 약 10여초가 지나자 천천히 푸른색 바탕의 배경위로 몇 가지 아이콘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화면이 떠올랐다.

화면 아래쪽에는 전화와 문자, 그리고 주소록 등을 볼 수 있는 아이콘이 있었고 메인화면에는 음악, 영상, 설정과 함께 스토어와, 아카샤넷이라는 이름의 아이콘이 있었다.

이런 아이콘 형태의 UI는 익숙한 것이니 만큼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이 물건이 정말로 제대로 동작하는 가에 있었다.

‘음악과 영상 폴더는 비어있는 것 같고... 그럼 역시 그런 컨텐츠들을 스토어에서 사야하는 건가?’

스토어를 열어보니 여러가지 카테고리가 있었다. 음악, 영상, 게임, 도서, 기타등등. 하지만 모든 카테고리는 현재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준은 혹시나 해서 통합정보시스템을 열었다. 그러자 준의 머릿속에 시스템메시지가 울렸다.

-델타OS의 구동을 확인했습니다. 시스템과 연동하시겠습니까?

‘네’를 선택하자, 통합정보시스템에 델타OS라는 창이 생성되었다. 그것을 열어보자 OS의 여러부분을 직접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었다. 직접 스토어에 파일을 업로드 할 수도 있었다.

준은 일단 시험삼아 가지고 있던 음악을 업로드 했다.

-총 2034개의 음악파일을 업로드 했습니다. 가격설정을 해주십시오.

“가격설정이라... 음악 한곡에 결정체 하나씩 받으면 사기꾼 소리를 듣겠지?”

준은 고심 끝에 음악 10개에 결정체 하나를 받기로 했다. 물론 이것조차도 엄청난 바가지였지만, 독점이라는 것은 언제나 공급자 마음대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 아니겠는가.

헌데 가격설정 창에는 결정체 단위가 아닌 EP, 즉 엑조틱 포인트(Exotic Point)라는 단위로 설정하게 되어 있었다.

“EP라면 경험치와 비슷한 건가?”

혹시나 해서 한 곡당 1EP로 설정했다. 모든 설정이 끝나자 델타폰의 스토어에 음악이 업로드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휴대폰 자체에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델타에 저장되어 있는 것을 스트리밍형식으로 듣게 되는 것이다.

준은 시간을 들여 가지고 있던 영화파일도 모두 올렸다. 총 100여개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루나가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양의 영상파일들을 업로드 할 수 있을것이었다.

“그럼 어디한번 다운을 받아볼까...”

준은 스토어에서 음악을 클릭했다.

[EP가 부족합니다. 충전을 하시겠습니까?]

그러자 델타폰에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컨텐츠를 다운받기 위해서는 EP가 있어야 했다.

“어떻게 충전을 하겠다는 거지?”

보통 이런 웹화폐 같은 경우는 카드회사와 연동해 통장에서 돈을 빼가는 식으로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헌데 결정체는 따로 통장을 만들수도 없고, 연동된 카드사도 없었다. 준은 일단 해보면 알겠지라는 심정으로 충천버튼을 눌렀다.

-결정체를 휴대폰 위에 올려두십시오.

“설마.”

준은 반신반의하며 인벤토리에서 결정체를 꺼내어 델타폰 위에 올렸다. 그러자 결정체가 아이스크림 녹듯이 델타폰 안으로 사라졌다.

“허...”

준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헛웃음을 흘렸다. 결정체 자체를 흡수하는 것은 그리 신기한 현상이 아니었다. 자신도 먹거나 하는 식으로 결정체를 흡수하는데다가 자동분류를 하면 아예 엑조틱 에너지 형태로 흡수를 해버리곤 하니까.

하지만 델타폰에서 까지 그런 식으로 결정체를 흡수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이건 꽤나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상한 짓을 많이 하고 다녔는데 이것까지 풀리면 꽤나 문제가 될 것 같은데...”

결정체를 흡수하는 기기. 니들리스까지는 어떻게든 이해해볼 수 있지만 이건 솔직히 너무 신기한 물건이었다.

정말 이런 물건을 팔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충전된 금액을 확인했다.

11EP가 충전된 것을 확인한 준은 음원 하나와 영화 하나를 받았다. 영화는 시간당 1EP로 설정해 두었다. 2시간짜리는 2EP. 2시간이 넘으면 3EP를 사용해야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영화가 2시간 10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약간 장삿속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음원파일과 영상은 아무런 문제없이 재생되었다. 둘 다 용량이 크기 때문에 제대로 스트리밍할 수 있을지 궁금하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원리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아마 델타에서 자동으로 인코딩해서 배포하는 것은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었다.

“후. 이정도면 당장 팔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전화기능은 어떠려나.”

델타폰의 설정창에 들어가보니 자신의 전화번호도 찍혀 있었다. 준의 번호는 0번이었다.

하루종일 카라취와 타우러스를 잡아 열개의 델타폰을 만들었다.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앞으로 델타폰이 누적되어서 팔리다 보면 자신에게 들어오는 EP도 점점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굉장히 고전적인 링톤과 함께 준이 들고 있던 0번 휴대폰이 반짝거렸다. 준은 왼손에 든 0번을 켜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왼손에는 0번, 오른손에는 1번 전화기를 들고 시험을 해보니 확실히 문제없이 통화가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준은 뭔가 뿌듯한 기분을 느끼며 손에 들고 있는 두개의 델타폰을 내려다보았다. 시험구동까지 마쳤으니 이걸로 모든 준비는 마친 셈이었다.

남은 문제는 단 하나.

과연 이 물건을 팔아도 되는 것일까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걸리기 전에 많이 팔면 되겠지.”

지나친 고민은 하지 않음만 못하다. 이미 이런 고민은 그랑튀르를 잡을 때 끝난 문제였다. 어차피 정체는 드러날대로 드러났고, 정부에서 고용한 군인에게까지 자신의 수상한 모습을 보인 상태였다.

물론 델타폰의 파급력이 대흉근이나 니들리스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사실정도는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준은 델타폰이 줄 경험치의 유혹을 이길 수가 없었다. 만약 준이 이 델타폰을 판매함으로서 경험치를 다량 얻고, 그를 통해 10레벨을 넘을 수 있다면 상급헌터가 나타나도 이길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정부에서 자신을 납치하거나 잡으려 들면 그들보다 더 강해지면 되는 문제였다. 제작품을 팔고, 경험치를 얻어서 그들이 자신을 어쩌지 못할 정도로 강해져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언제까지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수는 없는 노릇이지.’

어차피 델타폰이 알려지고 정부의 눈에 띌 때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준은 그때까지 최대한 성장할 생각이었다.

============================ 작품 후기 ============================

새로운 혁신. 델타 폰.

전 기본적으로 가벼운 소설을 추구합니다. 가끔 이상한 짓을 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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