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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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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애송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 생각보다 훨씬 큰 애송이였어.”
“그거 말의 앞뒤가 안맞는다는 생각은 안들어? 무엇보다도 본인앞에서 애송이 운운하지 말라고. 기분이 썩 좋진 않으니까.”
“하하. 농담이야. 헌데 무슨 일?”
“물어볼게 있어서. 여기서 전자제품 같은 걸 혹시 팔 수 있어? 예를 들면 휴대폰이라던가.”
“스마트 패널 말하는 거지? 그런 건 안 돼. 혹시 외부와 접속할 수 있는 물건은 전부 차단하게 되어있어.”
“음... 스마트패널 말고 휴대폰 말하는 거야. 알지? 내가 뭘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밥은 대체 무슨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현대의 통신사업은 대부분 스마트패널에 의존한다. 그거 하나면 통신을 비롯한 거의 모든 엔터테인먼트가 해결되는 상황이니까 휴대폰이라는 물건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준도 그저 존재를 알고만 있는 것이지 실물을 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손바닥보다 작은 LCD패널을 이용한 휴대폰의 존재는 이미 백년도 더 전에 사라졌다. 이후에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이용해서 손목에 감거나 접어서 다니는 스마트패널로 완전히 대체가 된 것이다. 기본적인 개념은 동일하지만 무겁고 작은 휴대폰과 펼치면 어지간한 책보다 훨씬 큰 스마트패널의 차이는 꽤나 컸다.
어쨌든 준이 만들려는 것은 그 휴대폰이었다. 최소한 5인치 크기의 화면을 넣을 수 있으면 어지간한 영화같은 것을 다운받아서 감상하는 용도로 팔 수 있었다. 사실 통화기능은 위성을 사용할 수 없는 이상 불가능하겠지만 어차피 엔터테인먼트 용으로 팔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스마트패널 좀 빌려줘봐.”
“가격알지? 10분당 결정체 하나.”
“지금은 그냥 뭔지 보여주려는 거잖아. 어차피 조금있다 쓸거니까 이번엔 공짜로 해줘.”
“흠. 알았어. 뭔데.”
준은 밥의 스마트패널을 조작해 휴대폰이라는 물건을 검색했다. 개념자체는 지금의 스마트패널과 같았기 때문에 그 단어만으로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스마트패널 자체가 사실 휴대폰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검색을 해도 스마트패널만 잔뜩 걸려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준은 장시간의 검색끝에 겨우겨우 앤틱 물품 관련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와... 이거 엄청나게 골동품이네. 이런 건 지금 구할 수도 없어.”
“그러니까. 만약 내가 만들면 이런 걸 팔아도 문제가 안될까 하는거라고.”
“이걸 만든다고? 대체 어떻게?”
“새삼스럽게 그게 궁금한거야? 어차피 중요한건 그게 아니잖아.”
“그, 그렇지. 헌데 이걸 판다면... 아무래도 문제가 좀 되지 않을까? 이런 전자기기쪽은 알카트뢰즈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물건인데.”
밥도 마음에 걸리는 지 약간 꺼려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무전기 종류는 파는 걸로 알고 있어. 그리고 배정현이라는 이름의 헌터는 증강현실 고글도 가지고 다니던데. 결국 전자기기의 문제가 아니라 스마트패널만 금지하는 거 아니야? 외부와 통신이 가능한 물건 밀아지. 내가 만드는 건 간단한 영상과 음악만 재생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돼.”
“뭐 그렇긴 한데... 중심도시로 들어가면 영화관이나 티비를 틀어주는 곳도 있고.”
밥은 한동안 고민했다. 준이 가지고 온 아이디어는 확실히 괜찮았다. 이곳의 헌터들은 하루종일 별다른 유흥거리가 없었다. 그런 이들에게 영상이나 음악을 휴대폰에 담아서 판다면 꽤나 돈이 될 수 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일단 몇가지 문제가 있는데.”
“말해봐.”
“전기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태양광을 사용할 생각이야.”
“출력이 나올까?”
“약간 휴대폰이 무거워지긴 하겠지만 큰 문제는 없어.”
엔지니어링이 중급으로 상승하면서 태양전지판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엔진관련 카테고리에 같이 엮여 있었는데 아무래도 에너지의 형태를 변환한다는 기본 개념이 ‘엔진’과 유사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준이 만들 수 있는 태양전지판은 다소 무거운 편이지만, 어차피 휴대성을 위해서 만드는 물건은 아니었으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러면 좋아. 수리는 어떻게 할 셈이야?”
“그건 포기. 고장나면 새로 사라고 해.”
“불량이라도 있으면?”
“내 사전에 불량이란 없어. 만약 누가 불량이라면서 들고오면 그 자식에게 다시는 물건 팔지마. 틀림없이 거짓말 하는 걸 테니까.”
“대단한 자신감이네. 뭐 그럼 그렇다 치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어.”
“뭔데?”
준은 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쨌든 물건을 파는 데는 밥의 의견을 듣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동영상이랑 음악을 어떻게 넣을건데?”
“음?”
“이 물건 아무리봐도 인터넷이라던가 연결할 수 없는 모델이라고. 규격도 안맞고 무엇보다도 용량이 문제야. 이런 구닥다리 물건에는 음악 한곡도 안들어 갈걸?”
“아차. 그런 문제가!”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너무 들떠 있었던 바람에 그런 기본적인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엔지니어링의 현재 제작레벨로 과연 대용량의 메모리를 만들 수 있을까? 준은 고개를 저었다. 현재 단계에서는 기가바이트 단위의 메모리 칩 이상은 제작할 능력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현재단계에서는 아직 추측일 뿐이었다.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선 최신의 메모리칩셋의 설계도가 있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현재 시장에서 시판되는 물건들의 설계도는 구하기 어려웠다. 그런 물건은 대학의 실험실이나 기업의 연구소 같은 곳에서나 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아. 그렇군.’
준은 루나를 떠올렸다. 이런식으로 스마트패널을 이용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녀라면 자신을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루나 미스틸테인. 바쁜가?
준은 일단 메시지를 넣어두었다. 기다리는 동안 밥과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고 있다보니 답장이 날아왔다.
-지금은 괜찮아요. 무슨 일이죠?
-혹시 메모리칩셋의 설계도 좀 구할 수 있겠어? 가능하면 10년 이내로 나온 물건이었으면 좋겠는데.
-구하기는 어렵지 않아요. 그런 정보는 논문으로도 많이 나와있고. 헌데 그걸로 뭐 어쩌시게요?
-그냥 쓸데가 있어. 그리고 그전에 통합정보시스템을 확인해봐. 그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통합정보시스템이라... 아. 여기있네요. 여기에 정보를 업로드 할 수 있는 건가요?
-그래. 뭐라도 좋으니까 일단 시험삼아 올려봐.
-잠시만 기다리세요.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준 같은 경우에는 기기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접속을 할 수 있었다. 근거리 무선통신이 열려있는 모델의 경우에는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관리자로 접속해 정보를 빼내올 수 있었다.
하지만 펠로우쉽은 아무래도 델타보다는 성능이 떨어진다. 때문에 업로드나 다운로드가 가능한지 확실하지가 않았다.
-아. 되네요. 확인해보세요.
하지만 그런 걱정이 기우라는 듯 루나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니 그녀가 올린 논문하나가 검색되었다.
-[맥주업계 브랜드자산(Brand Equity)의 가치변화 측정에 관한 연구]? 뭐야 이건.
-그냥 아무거나 올린 거에요. 다운로드 가능한가요?
-문제없어. 그러면 아까 이야기 한 것 좀 부탁해.
-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거에요.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준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낀 밥이 입을 열었다.
“뭐하는 거야? 말도없이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아. 잠시 생각할게 좀 있어서. 혹시 이쪽에서 메모리칩을 구할 방법은 없는 건가?”
“돈만 주면 뭐든지 구할 수 있지. 주문만 넣으면 며칠내로 도착할 걸? 주문해 둘까?”
밥의 말에 준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일단 먼저 시험해 볼게 있어. 그게 실패하면 그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겠군. 그럼 일단 물건만 나오면 파는 건 상관없다는 거지?”
“나중에 걸리면 뇌물 좀 먹이지 뭐.”
밥은 아무렇지도 않게 위험한 소리를 하면서 피식 웃었다. 준도 웃음을 흘렸다. 준 덕에 상당한 이득을 올린 밥이었다. 준의 말대로 전자제품 전체가 불법은 아니니 만큼, 규정의 애매한 부분을 파고들면 얼마든지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문제가 되면 적당히 기름칠을 해주면 될일이었다.
막말로 이곳은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는 동네니까. 수익금의 상당부분은 윗선으로 들어가겠지만 그래도 돈을 벌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루나를 통해서 최신 메모리칩의 설계도와 21세기 초반에 유행했던 휴대폰들의 설계도를 구했다. 이런 오래 된 전자제품은 나름 마니악 한 인기가 있어서 설계도라든가 제작방법 같은 것들이 인터넷에 꽤나 퍼져있었다. 심지어는 개인이 집에서 뚝딱뚝딱해서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론 정밀공정 같은 경우는 사람의 손만으로 할 수는 없었다. 그런 경우 특수한 가공기계가 필요하긴 하지만 성능좋은 3D프린터 한 대만 있으면 어느정도 해결이 되니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흠. 대충 알겠네.”
준은 설계도를 슥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공분야는 아니었지만 관련지식은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물건 자체가 워낙 오래된 물건들이다 보니 구조가 꽤나 간단한 편이었다.
“재료는 철 말고도 더 필요하다 그건가.”
대부분은 외도에게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외골격이라던지, 눈알이라던지, 내장의 일부 같은 부산물이었다. 대부분의 전자제품에는 희토류가 들어가는 데 그런 것들을 대체하는 재료인 모양이었다.
가볍게 사냥을 나간 준은 대흉근과 함께 카라취와 타우러스 등 생명체형 외도를 몇 마리 잡았다. 타우러스는 뿔달린 소처럼 생긴 외도로 어마어마한 돌격력을 지닌 녀석이었다. 역시 1톤을 가볍게 뛰어넘는 체중때문인지 돌격중에는 방향전환을 하지 못해 공략방법만 안다면 어렵지 않게 사냥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
탁. 탁.
준은 니들리스 시리즈를 인벤토리에 넣고 손을 털었다. 바닥에는 카라취와 타우러스가 사이좋게 쓰러져 있었다. 외골격과 함께 외도의 뿔도 재료중 하나였기 때문에 일부러 녀석이 있는 곳으로 향한 것이다.
자동분류를 하고 남은 물건들, 즉, 휴대폰의 재료가 될 물건들을 끌어모은 준은 인벤에서 강철바 하나를 꺼내들었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재료 자체는 많을 필요가 없었다. 대신 경험치는 꽤 많이 드는 편이었다.
‘하나 당 경험치가 30이라... 니들리스 시리즈 S급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40인데. 더럽게 비싸긴 하군.’
그 정도의 경험치를 단지 실험용으로 써야 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일단 통합정보시스템을 열어 눈앞에 휴대폰의 설계도를 펼쳤다. 모델은 2000년대 초반에 나온 것으로 약 5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는 휴대용 전화기였다. 그 중에서 통신기능을 제거하고 대신 저장용량을 키우기 위해서 비교적 최신의 메모리칩을 올렸다.
문제는 두 개가 서로 호환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준이라고 할지라도 몇세대는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서로다른 기술을 하나의 기기에서 돌아가게 만든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준은 제작을 시도했다.
-제작에 필요한 등급이 낮습니다. 휴대폰의 제작에 실패합니다.
“내 경험치!”
짧은 메시지와 함께 경험치 30이 그냥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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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지나기 전에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