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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58화 (5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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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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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왜?”

준이 의아하다는 듯 묻자 루나가 손에 들고 있던 엑조틱 검출기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결정체, 이상반응이 검출되고 있어요. 보통의 결정체가 아닙니다.”

“그럼?”

“패턴에 규칙성이 있어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루나의 말에 준이 천천히 그 결정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냉큼 집어들었다.

“아?!”

“흠. 이게 인공물이라고...?”

확실히 그의 머릿속에서 시스템메시지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외부신호가 사용자의 육체에 접속을 시도합니다... 판독중... 사용자의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칠 확률 99.99퍼센트. 이상신호로 판명되어 차단합니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의 경고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 준이 보기에도 그 회색의 결정체는 수상했고, 그랑튀르의 변화가 이것으로 인해 생긴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이 그랑튀르를 이긴 시점부터 별 영향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물건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델타에 비해 그 힘이 강력하지는 않다는 사실만은 확실한 것이다.

“그렇네.”

“아... 괜찮은가요?”

루나가 묻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무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준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지고 있었으니까.

-지속적인 접속시도가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상신호에 대한 무력화를 시도합니다... 수정불가. 소스데이터를 파괴하기를 권장합니다.

“쩝.”

델타와 핵은 준이 느끼지 못하는 곳에서 계속되는 공방을 하고 있는 듯했다. 준은 잠시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델타가 전해오는 소식에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델타가 녀석을 컨트롤 하지 못한다면 현 시대의 기술력으로는 녀석을 제대로 분석하기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어째 꼭 바이러스와 백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네.’

컴퓨터가 개발 된 이후 바이러스와 백신과의 싸움은 끝이 없이 이어져오고 있었다. 양자컴퓨터의 보급 이후 조금 나아지나 했더니, 결국 그쪽도 오래지 않아 뚫리고 말았다. 양자컴퓨터의 코딩은 이전세대에 비해 더욱 괴랄해진면이 있었기에 만드는 쪽도, 풀어내는 쪽도 최고의 석학들을 동원해야 할 정도가 되었으니 오히려 이전세대에 비해 더 치열해졌다고 보는 편이 맞았다.

‘뭐, 이 놈은 델타의 시스템에 침입하는게 아니라 인간자체를 노리는 것 같지만.’

드러난 상황만으로 보자면, 이 회색 결정체는 생명체에 대해 침입을 시도해서 그것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보였다. 델타와 유사한 나노테크놀러지의 일종인 듯 하나, 지금으로선 딱히 그 원리를 규명할 방법은 없었다.

‘어쩌면 델타를 만든 이들과 같은 녀석들일 수도 있겠군.’

현시대의 과학력으로 분석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그 형태와 방식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심을 가질만한 상황이었다.

허면 그들은 대체 왜 이 핵을 만들었고, 또 델타를 만든 것일까? 사실 단순히 바이러스와 백신이라고 보기엔 두 개체의 연관성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이 수상쩍은 결정체를 통제할 목적으로 델타가 만들었다고 보기에도 힘들었다.

델타 자체는 어디까지나 생명체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니까. 허면 이 핵은 단순히 파괴적인 욕망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 일수도 있었다. 혹은 다른 의도, 그러니까 일종의 생체병기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일 수도 있었다.

실제 그랑튀르의 힘 자체는 이전에 비해 더욱 강해진 상태였다. 인간이 항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신체개조를 한다면 보통의 병기로는 그자를 죽일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이곳에서 그랑튀르가 빠져나갔다면 알카트뢰즈는 그랑튀르에 의해 장악당할 위험도 있었다. 녀석은 틀림없이 이 행성을 빠져나가려 했을 것이고, 그를 막기 위해서는 다수의 중급헌터나, 혹은 압도적으로 강력한 상급헌터가 필요할테니까.

그리고 이 곳에는 그런 수준의 방어병력이 없었다. 헌터는 총기로 컨트롤 가능하다는 것이 현대의 상식이고, 방어병력의 대부분은 총기를 든 일반군인이었다.

‘그냥 내버려뒀으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군.’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그랑튀르와 손을 잡고 알카트뢰즈에서 폭동을 일으키면 손쉽게 이곳을 장악하고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야 결국 죄목이 늘어날 뿐이다. 무엇보다도 그랑튀르같은 녀석과 손을 잡을 이유도 없었다.

“저기...”

루나가 결정체를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준을 보며 입술을 떼었다. 준은 상념에서 깨어나 자신을 바라보는 루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를 포함한 일행 전부가 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준은 어쩐지 머쓱해져서 뺨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아. 미안. 뭔가 좀 생각을 하느라. 아직 여기서 건진 게 없으니까, 일단 좀 더 돌아다녀 봐야겠지?”

던전에서는 결정체 자체를 채취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다고 했다. 아직 눈으로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이 방의 안쪽, 그러니까 저쪽에 있는 그랑튀르 형제단의 시체더미들 뒤쪽, 아직은 어두컴컴한 공간을 탐색할 필요가 있었다.

“그전에 잠시 그 물건 제가 좀 확인해 봐도 될까요?”

루나의 말에 준은 표정을 굳혔다. 그녀의 말이 무례해서도, 과도한 요구에 기분이 나빠서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의 목적은 이곳에 있는 엑조틱 에너지의 조사였고, 그녀에게는 이 회색결정체를 조사할 자격이 있었다. 비록 그녀가 외도와의 싸움에서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엄연히 그녀역시 목숨을 걸고 이곳까지 들어온 것이니까.

게다가 군인을 이끌고 온 것도 그녀고, 하여튼 이러저러 하게 생각해봐도 그녀의 요구는 부당한 것이 아니었다.

준의 태도는 단지 이 회색결정체가 일반인인 그녀에게 어떻게 반응할지가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몸을 장악해 그를 외도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 결정체를 함부로 타인에게 넘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준은 고민 끝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힘들겠군.”

“어째서요? 저에게도 그걸 볼 자격은 있어요.”

“그걸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야. 다만 그쪽말대로 이건 인공물이고, 꽤나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준도 그걸 만지고 있잖아요.”

“나는 괜찮아.”

“그런 말로 납득할 거라고 생각해요?”

루나의 말에는 약간 가시가 돋혀 있었다. 애초에 이곳에 올 때까지만 해도 양쪽은 협력관계였다. 그녀 입장에서는 준이 결정체에 욕심을 부리고 혼자 독차지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가 그랑튀르를 혼자 잡았다는 것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잠시 조사만 하려는 것인데 그것마저 하지 못하게 하는 준에게 야속함을 느끼고 있는 것 뿐이었다.

‘나는 괜찮아, 라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녀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제가 가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잠시 조사를 해보겠다는 거에요. 조사가 끝나면 바로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괜한 의심은 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쪽의 공을 가로챌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럼 이쪽으로 와. 이 회색 결정체는 내가 가지고 있도록 하지. 어차피 그 기계로 검출하는 것이 굳이 그쪽에서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잖아.”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확실히 말해두지만, 이 물건은 위험해. 다 그쪽을 위해서 하는 말이야.”

하지만 꽤나 소중하다는 듯 회색결정체를 양손으로 꼭 쥐고 있는 준의 모습 때문인지, 그의 말이 그렇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물론 준은 이 물건이 혹시라도 스스로 움직이거나 할 가능성을 생각해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꼭 쥐고 있는 것뿐이었다.

‘저런 사람일 줄이야.’

루나는 애써 실망감을 감추지 않으며 그를 향해 접근했다.

“잠깐.”

그때 볼칸이 걸어가려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루나는 약간 의아한 얼굴로 볼칸을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죠?”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째서 저 물건을 주지 않는 것이며, 왜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하는지.”

“아...”

볼칸의 말에 담긴 뜻에 루나는 낮은 신음을 흘리며 준을 돌아보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 아니에요. 그럴 리가.”

솔직히 볼칸의 말에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온 사람을 그렇게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볼칸은 고개를 저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저자의 행동들이. 어쩌면 저자는 처음부터 이럴 목적으로 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저자는 이곳의 존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저 물건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랑튀르와 마주치고 나서야 자신의 힘을 드러낸 것이 그 증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저자는 그랑튀르와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볼칸의 말에 다른 헌터들의 표정이 급격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네 녀석. 설마 정말로 그런 것이냐!”

바스라가 준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나름대로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했던 행동이 적의로 돌아오니 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지금 상황은 그들의 사고범위를 뛰어넘버린 상태. 정상적인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자신이 외도가 아니라는 사실도, 그리고 이렇게까지 조심하려고 하는 자신의 의도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일방적인 매도를 당하는 상황에서 기분이 좋기를 바란다면 그건 성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리고 준은 그런 이들에 대해서 무척이나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하아. 지랄들 하네.”

“뭐라고?”

철컹!

바스라가 검집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것은 볼칸과 나머지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준의 적대적인 반응에 자신들의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 바보같은 작자들이 진짜.’

처음에는 한심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슬슬 진짜로 화가나기 시작했다. 정말 제대로 푸닥거리를 한번 해야 정신을 차릴 인간들이었다.

“저 녀석 처음부터 수상했어.”

“그러고보니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도 이상했지. 막스팀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저 녀석과 한 팀이었잖아?”

“설마 저 놈이 다 죽인 거 아냐?”

“정말 그럴지도... 혼자서 이곳에 온 다음에 저 결정체를 차지하려는 속셈일 수도 있어.”

“어쩌면 처음부터 그랑튀르처럼 외도였던 거 아닐까?”

“하긴 인간이 외도를 부릴 수 있을리 없지. 생각해 보면 저 녀석이 쓰는 힘도 그랑튀르와 비슷하잖아. 골렘을 부르고, 땅을 터뜨리고.”

“그런! 그렇다면 녀석의 진짜 목적은 그랑튀르가 가진 힘을 빼앗으려는 것이었을 수도 있겠군!”

한번 의심을 하기 시작하자 상상력이 제어를 잃고 폭주하기 시작했다. 준이 이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의 행동이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약간의 진실에, 거대한 상상력이 보태지자 그럴듯한 추리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어느순간 준은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 제2의 그랑튀르가 되어버렸다.

‘이 뭐...’

실시간으로 말도 안되는 루머가 생성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찰 따름이었다. 준은 오만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뭐, 어쩔건데?”

쿠르릉-

준은 그렇게 말하며 대흉근을 움직였다.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천천히 움직이며 준의 앞으로 이동하자, 그들은 그제서야 정신을 번득 차렸다.

준이 그들이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존재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한 편 더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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