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7 ----------------------------------------------
퀘스트
“크크크.”
갑자가 그랑튀르가 웃음을 터뜨렸다.
“드디어 미친건가? 아니, 미치기는 진작에 미쳐있었겠군.”
준이 빈정거리며 말하자 그랑튀르가 그를 향해 한 손을 뻗었다.
“뭐지? 악수라도 하자는 건가?”
“아직 이 힘이 익숙하지 않아. 조절이 잘 안될거야.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군. 크크.”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민 손을 한바퀴 뒤집더니 그대로 들어올렸다. 마치 무언가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듯한 모양새였다.
“읏?”
준은 황급히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물러났다.
콰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준이 있던 자리의 바닥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염동력?”
“마음대로 생각해라. 흣.”
그랑튀르가 다시 손을 움직이자 이번에는 두군데에서 바닥이 솟구쳤다. 던전자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폭음과 함께였다.
“꺄악!”
루나가 비명을 지르며 풀썩 쓰러졌다. 일반인이 버틸만한 충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준과 그랑튀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오. 저 계집은 일반인이로군. 재미있게 됐는데?”
“쓸데없는 짓말지. 너는 나와 싸우면 그만이다. 그래도 한때는 헌터였던 자가 비겁하게 민간인을 공격하겠다는 건가?”
준의 말에 그랑튀르가 하얀 이를 드러내었다.
“웃기고있네.”
“씁.”
쾅! 쾅콰앙!
바닥만 터져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바닥, 벽, 천장 할 것없이 던전의 벽이란 벽은 죄다 터져나가고 있는 모양새였다.
문제는 폭발뿐만 아니라 폭발로 인해서 사방으로 비산되는 파편 같은 것들이었다. 어지간한 헌터들은 그 정도로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일반인이 섞여 있는 것이 문제였다.
“볼칸! 루나를!”
“저 녀석이나 잡아!”
볼칸은 그렇지 않아도 알아서 한다는 듯 루나를 거의 감싸는 듯 한 자세로 그녀를 향해 떨어지는 바위와 돌 등을 쳐내고 있었다.
준은 약간 충혈된 눈으로 그랑튀르를 바라보았다.
“미니골렘도 그렇고, 벽도 그렇고... 네놈 흙속성이군? 땅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거겠지?”
“확실히 네놈은 이상하군.”
그랑튀르의 눈가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아무래도 정답인 모양이었다.
“이런 저런 정보가 있을 뿐.”
“알아채봐야 소용없다. 그래봤자 네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글쎄. 지금부터라도 생각해 보려고 하는데.”
“그 전에 네놈들을 모두 죽이면 되겠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한번 준이 있던 자리에 폭발을 일으켰다. 처음에 골렘을 일으켰던 것도, 지금의 폭발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힘에 기반했다.
우르르르-
더이상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던 준이 그랑튀르를 향해 가려고 하자 다시한번 바닥에서 미니골렘들이 솟아 올랐다. 한 번에 수십 마리, 아니 백여 마리가 동시에 솟아올랐다.
“이 괴물자식.”
물론 저 힘의 근원은 이 던전의 핵이다. 그랑튀르는 그 힘을 바탕삼아 계속해서 놈들을 소환해 대는 것이다. 아무리 주황색 외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본인의 힘만으로는 일반외도를 한꺼번에 백 마리나 부릴 수는 없었다.
콰앙!
“칫.”
준은 다시 한번 재빨리 이동했다. 발밑에선 폭발이 일고 눈앞엔 미니골렘들이 산더미처럼 몰려들었다.
“대흉근!”
콰앙!
내려찍기 한 번에 미니골렘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어차피 준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녀석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숫자 자체가 많고,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소환되고 있었다. 죽이는 놈들보다 새로 나타나는 놈들이 많을 정도였다.
게다가 폭발 공격은 준 뿐만 아니라 대흉근에게도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랑튀르는 거의 미친놈처럼 기술을 난사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되겠군.”
준은 그렇게 말하며 니들리스 스패너를 높게 치켜 들었다. 준과 그랑튀르의 거리는 현재 거의 이십여 미터 이상 벌어져 있었다. 준의 속도를 감안해 그랑튀르가 거리를 벌린 것이다.
“풋. 그걸로 대체 뭘하려는 거지?”
“이거?”
준이 들고 있던 니들리스 스패너가 이번에는 다시 니들리스 해머로 천천히 변했다.
‘어우... 경험치 빠지는 것 봐.’
S급 무기라서 그런지 해머에서 스패너로 변환시키는데 자그마치 경험치가 40가까이 들어갔다. 그냥 B급 해머를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경험치가 4인 것을 생각해보면 그 열배에 가까운 양이다. S급 니들리스 해머 역시 파괴효과의 쿨다운이 20초로 감소하고, 공격력이 대폭 상승한 상태였다.
“그 무기는 대체... 무슨 형상기억합금이라도 되는 건가?”
“알아서 뭐하게.”
준은 그렇게 말하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가능하다면 단번에 그랑튀르의 머리위로 뛰어 오르고 싶었지만 허공에 있는 준을 향해 미니골렘들이 달라붙었다. 바위로 몸이 이루어진 주제에 점프까지 해가면서 준에게 달라붙은 것이다.
결국 그랑튀르를 향해 절반도 가지 못한 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애초에 그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미니골렘들이 얼마나 집요하게 달라붙는지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은 낙하하면서 그대로 바닥으로 해머를 내리꽂았다.
“파워덩크!”
콰앙!
쩌저저저적!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이 바닥이 쩍, 하고 갈라지며 그랑튀르가 있는 곳까지 이어졌다. 준의 곁에 붙어 있던 미니골렘들은 이미 경험치로 화해서 사라지고 난 이후였다.
‘뭐, 사용한 경험치 만큼은 벌었군.’
단 일격에 수십마리의 미니골렘을 날려버린 준이 그대로 그랑튀르를 향해 달렸다. 그가 황급히 다시 두 손을 펼쳤다. 그러자 다시금 준의 주위로 미니골렘들이 솟아올랐다.
준은 심드렁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뭐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그것 밖에 없는 건가? 골렘소환하고 바닥터뜨리기?”
“으득. 닥쳐라!”
“외도가 되어서 얻은 기술이 겨우 그런 거라니. 차라리 검으로 싸울때가 더 나았던 것 같군.”
준은 그렇게 말하며 니들리스 해머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직 파괴효과를 터뜨리기 위해서는 십여초가 남았기에 한 마리 한 마리씩 머리를 내리찍으며 두더지 잡기를 시전했다. 그 와중에 불쑥불쑥 튀어오르는 바닥을 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 준의 반사신경과 민첩성은 초인수준. 그리 피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20초 쿨다운이 지나자 준은 다시한번 바닥을 내리 찍었다.
콰앙!
쩌저저적!
엄청난 충격파가 퍼지며 준의 주위에 있던 미니골렘들이 다시한번 우수수 나가떨어졌다. 그랑튀르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준을 쳐다보았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미니골렘을...”
“말했잖아. 넌 그냥 검으로 싸울때가 더 강했다고.”
골렘을 소환할 생각도, 바닥을 터뜨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는 그랑튀르를 향해 준이 천천히 다가갔다. 그제서야 정신을 번득 차린 그랑튀르가 서둘러 미니골렘을 불러보았지만 더 이상 고개를 드는 녀석들은 없었다.
“안 된다고?”
그랑튀르는 당황하며 손을 들어 놀렸다.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미니골렘 뿐만은 아닌지, 더 이상 바닥이 폭발하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이런. 에너지가 부족한 모양?”
“크윽. 이, 이럴수는 없어!”
창!
그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뽑아들었다. 준은 그 앞에 대흉근을 세웠다. 대흉근의 체력은 이미 절반이하로 떨어져 있었지만 여전히 방패막으로는 좋은 녀석이었다.
“대체 얼마나 에너지를 써대면 던전에너지가 고갈되냐고...”
“그런 게 아니다. 단지 과부하가...”
“뭐, 좋은 정보 고마워.”
준은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었다. 원인이 어떻든, 결과적으로 당분간 녀석이 기술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는 없었다.
“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것 뿐이다! 달라지는 것은 없어! 난 검으로도 너를 이길 수 있다!”
“그래보시던지.”
준의 손에는 다시 스패너로 변한 니들리스가 쥐어져 있었다.
‘경험치가 많이 들어서 그렇지 이거 은근 편하네...’
하지만 효율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다음부터는 S급 무기를 하나 더 만들어서 인벤에 넣어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인벤에 넣고 다닐 것이기 때문에 매번 싸울때마다 형태를 바꾸는 것 보다는 그쪽이 훨씬 이득이었다.
“커억!”
지나친 기술의 난사로 엑조틱 에너지를 뽑아쓰지 못하는 그랑튀르를 준은 적당히 요리했다. 중급헌터로서의 능력은 남아 있었지만, 이미 스피드에서 압도하는 상황에서 대흉근을 방패로 하는 준의 공격을 견디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니들리스 스패너에 기절효과를 터뜨린 준은 녀석의 머리통을 깨부술 기세로 스패너를 휘둘렀다.
뻐억!
일격에 죽지는 않았지만, 그랑튀르는 거의 죽음 직전의 상태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얼마전까지 신인류의 시작이라고 거창하게 선언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크흐흐.”
“이걸로 끝을 내도록 하지.”
준은 머리위로 니들리스를 치켜세웠다. 수없이 많은 범죄를 저지르며, 셀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인 범죄자, 그랑튀르 뒤부어.
"자, 잠깐만!"
그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준은 그의 말을 더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외도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그대로 니들리스를 내리쳤다.
퍼석!
준은 순간적으로 눈을 찔끔했지만 그래도 그자의 죽음에서 눈을 돌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자가 어떤 자이든 관계없었다. 죽어도 싼 자였기 때문에 죽였다며 자기합리화를 할 필요도 없었다. 이유가 있어 사람을 죽였다면, 언제든지 그 이유만으로 또 다른 사람을 죄책감 없이 죽일 수 있기에 준은 그런 알량한 자기 위안은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피를 훔치며 조용히 죽음의 무게를 느꼈다.
사아아--
그랑튀르의 시신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쨌든 외도는 외도, 정보창을 확인하니 경험치가 130이 올라 있었다. 역시 주황색 외도라 그런지 한방에 주는 경험치도 많았다.
‘영 기분이 이상하네.’
외도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한때는 인간이었던 자다보니 사람을 죽이고 경험치를 받은 기분이었다. 준은 고개를 흔들어 잡생각을 털어내고는 녀석의 시신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회색의 결정체가 있었다.
준이 델타를 얻었을때 보았던 하얀 결정체와 비슷한, 색깔만 다른 물건이었다.
준은 천천히 그 회색 결정체를 향해 손을 가져갔다.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루나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자,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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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편 올리고 자러 갑니다~
저녁에 한 편 더 올릴수 있을까...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