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6 ----------------------------------------------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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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더 큰 스패너(S급)
각종 기계를 만들고 수리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 스패너는 무게중심이 잘 잡혀있어 휘두르기에 좋습니다. 또한 크고 무거워 충분히 공격무기로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인간형 적들에게 기절효과를 부여합니다. 기절효과를 선택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쿨다운 20초. 공격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기절효과의 쿨다운이 감소하고 공격력이 증가했다. S급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 치고는 획기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상태로도 이전에 비해 1.5배 이상의 전력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다.
쾅!
“더블애로우! 파동권!”
대흉근의 휘둘러치기와 마법이 동시에 타격하고, 그 틈으로 준이 다시한번 니들리스 스패너를 휘둘러 오자 그랑튀르는 정신이 없었다. 어느하나 무시할 수 있는 공격은 없었다. 그나마 몸으로 때울만한 것은 파동권이었다. 그랑튀르는 그것을 무시하며 더블애로우를 쳐내고 대흉근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날아드는 니들리스 스패너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니들리스를 살짝 빗겨서 준의 손목을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랑튀르의 검술은 충분히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충격에 그는 검을 떨어뜨릴 뻔했다.
쩌엉!
“윽!”
손아귀가 찌르르 울리면서 온몸이 전기를 맞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스턴상태에 걸려든 것이다. 아주 짧은 경직이었지만 그 정도면 준에게 완벽한 일격을 허용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이게 무슨?”
“꽤 아플거다.”
뻐어억!
준은 그랑튀르의 옆구리를 온힘을 다해 후려쳤다. 도끼로 나무를 팬다는 느낌으로 최대한 일격에 힘을 싣자, 쩍! 하고 그랑튀르의 몸이 거의 절반으로 접혔다가 펴지면서 총알처럼 튕겨나갔다.
쿵!
“쯧.”
거의 십여미터를 튕겨나간 그랑튀르가 바닥에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고 굴렀다. 일격에 허리를 끊어버릴 작정이었던 준은, 녀석이 여전히 멀쩡하다는 사실에 혀를 찼다.
“체력하나는 대단하군. 인간이었다면 못 버텼을텐데.”
“크아악!”
그랑튀르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벌떡 일어났다. 외도화 되며 쉽사리 육체가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고통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실드가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일격에 남아있던 실드의 절반가량이 날아가버렸다. 저 무기에 정타로 한번만 더 맞으면 남은 실드는 물론이고 자신의 육체마저도 만신창이가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크윽. 저 무기... 저 기묘한 무기가 문제 인 것 같아.’
그랑튀르는 다소 혼미한 상태에서도 정확히 상황을 판단했다. 준에게서 피어오르는 기운은 절대 자신의 위가 아니었다. 그에게서 보통의 인간이 보일 수 없는 엑조틱 에너지의 힘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양이 자신을 압도할 만큼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결국 결론은 그가 가진 무기와 자신을 지속해서 괴롭히는 저 골렘이 문제인 것이다.
‘저 녀석과는 직접 검을 맞부딪히는 일을 피해야하겠군.’
자존심이 상했지만 지금처럼 정면대결을 고집하다가는 정말로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계속해서 움직이며 대흉근을 주로 공격하고, 녀석의 공격권에서 벗어나는 식으로 아웃파이팅을 한다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섰다.
그랑튀르는 본래 검을 주로 사용하는 근접딜러. 그만큼 몸놀림에는 자신이 있었다. 저 되먹지 않은 이상한 무기를 휘두르는 녀석에 비하면 압도적인 스피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잔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군. 어디 해법은 찾았어?”
준의 말에 그랑튀르가 뺨을 실룩였다.
“어린놈의 새끼가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구나!”
“난 그 말이 정말 싫어. 그럼 나이 먹은 놈들은 건방져도 된다는 건가?”
“큭.”
그랑튀르는 순간적으로 울컥하며 준에게 달려들뻔한 자신을 가까스로 추스렸다. 의도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할 뻔할 정도로 강력한 도발이었다.
스스슥-
그랑튀르가 슬쩍 뒤로 물러나며 좌우로 움직이는 것을 본 준이 가볍게 인상을 썼다. 그렇지 않아도 도발까지 하면서 정면대결을 유도했던 준이다. 저렇게 뒤쪽으로 빠져 시야를 넓히면 여유를 가지고 공격의 범위와 가짓수도 많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불리한 것은 준이었다.
그는 그랑튀르의 본 실력 자체는 자신보다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정면승부를 걸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몰아칠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하기 까다로워지는데. 외도가 되었다고 해서 판단력 자체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 모양이군. 아니, 오히려 더 나아진 건가?’
인간이 자신보다 훨씬 더 강력한 외도를 상대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녀석들의 머리가 나쁘기 때문이다. 탱커가 어그로를 먹는다는 행위 자체도 지능이 낮은 외도를 상대로 모든 시선을 자신에게 쏠리게 만드는 행위였다. 조금이라도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이라면 더 상대하기 쉬운 녀석을 놓고 굳이 온몸에 갑옷을 둘러싼 탱커를 상대로 공격을 집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외도가 저렇게 인간의 지능을 가지게 되면 기존의 레이드시스템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그랑튀르는 자신을 신인류의 시작이라고 말했지만, 엄밀히 말해 그것은 외도의 진화라고 보아도 무방한 종류의 것이었다.
준은 부디 이런 녀석이 많지 않기를 기도하며 니들리스 스패너를 꽉 쥐었다.
타탓!
준이 재빨리 뛰며 녀석을 향해 마법을 날리고, 마찬가지로 대흉근이 동시에 공격을 시작했다.
서걱!
하지만 녀석은 재빨리 횡이동을 하며 대흉근의 허벅지를 길게 베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단 일격만 성공시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의외로 효과적이었다.
대흉근의 체력이 무한한 것이 아닌 이상, 저렇게 당하다 보면 언젠가는 힘을 잃고 쓰러진다. 골렘이니 핵만 존재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펠로우쉽에 소속된 외도를 지탱하는 힘은 바로 델타의 보조시스템이다. 그것이 핵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체력이 모두 떨어지면 핵이고 뭐고 대흉근은 힘을 잃고 그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말해 체력이 0이 되는 순간 죽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랑튀르도 그것을 알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저렇게 공격을 해나가면서 몸안의 핵을 찾으려는 시도이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준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되고 있었다.
“쯧.”
준은 가볍게 혀를 차고는 거침없이 그랑튀르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쪽에서 몸을 사려서는 오히려 궁지에 몰릴 뿐이다. 대흉근도 전력으로 놈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그랑튀르의 가벼운 몸놀림은 검의 달인이라도 된 것 마냥 준을 농락했다. 자신이 접근하면 대흉근의 뒤쪽으로 움직이며 공격한다. 대흉근의 반응이 느린 것을 이용한 것이다. 준이 다시 그런 그를 향해 달려들면 그는 냉큼 반대편으로 움직이며 검을 내질렀다.
마치 대흉근을 가운데 두고 술래잡기를 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대흉근의 체력만 착실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저, 저거 위험한 거 아닌가요?”
처음에는 경악, 그 다음에는 안도, 하지만 다시 초조함을 느끼며 루나가 입을 열었다. 준이 중급헌터라 알려져 있는 그랑튀르 뒤부어와 저렇게 호각으로 싸울 거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거기다 그는 외도처럼 결정체를 몸안에 지니고 있는 상태. 일반 중급헌터보다 더 강력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준은 호각지세 이상으로 싸워주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 보였던 우세는 천천히 저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준도 버티기 힘들어 질 것처럼 보였다.
“일단 지켜보지요. 우리가 끼어들 자리는 없어보이니까.”
볼칸은 반쯤은 자괴감이 느껴지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볼칸의 나이 35세. 온갖 사선을 넘고 헌터로서 각성하며 실력을 키워왔다. 물론 헌터로 각성한 시기가 다소 늦긴 했지만 실력을 쌓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헌데 겨우 십대후반, 혹은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저 청년의 실력이 이미 자신의 실력을 아득하게 뛰어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자신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범죄를 저질러 이런 곳까지 왔다는 사실에 더욱더 화가 났다.
하지만 그가 있기에 지금 자신이 이렇게 살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질투나 분노 같은 기분도 곧 먼지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런 기분도 어느정도 넘볼 수 있는 수준이어야 있어야 드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의 준은 차마 자신이 질투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정 위험해지면 그때 도와주도록 하지.”
그 기분은 바스라도 그리 다르지 않은지 무거운 말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열등감에 사고를 칠만큼 어리석은 나이도 아니었다. 어느덧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인 만큼, 그는 최대한 자신의 기분을 감추고 자신들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청년의 선전을 바라며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저 골렘도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걸요. 그 전에 이쪽에서 도움을 주어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전투를 잘 모르는 민간인이라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볼칸은 그런 루나를 향해 부드럽게 설명을 해주었다. 하루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아저씨 동생하며 오랜시간을 함께 보내었기에 사적인 공간에서 루나와의 사이는 꽤나 좋은 편이었다. 물론 노총각인 그가 남몰래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그만의 비밀이었다.
“지금 당장은 끼어들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두 사람 다 전투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어설프게 끼어들게 되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모르니까요. 준 군이 위험해지는 순간이 온다면 모를까 아직은 아닙니다.”
볼칸의 말에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두 손에 엑조틱 검출기를 꼭 쥔 채 계속해서 정보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리 위험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네? 그건 무슨 말이죠?”
루나의 반문에 볼칸이 준을 가리켰다.
“저 친구... 조금씩이지만 분명히 빨라지고 있어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제 눈에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군요.”
볼칸의 말에 루나도 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아무생각없이 볼때는 몰랐는데 그 점을 집중해서 보자 정말 처음보다 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 거긴 한데... 저게 원래 가능한 건가요?”
“그럴리가요. 전투에 몰입하게 되면서 기술이 능숙해지는 경우는 있어도 육체 자체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오랜 단련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이니까요.”
비록 자기 입으로 말하긴 했지만 볼칸도 사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가 없었다. 그가 보기에 준은 사실 별로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물론 대흉근과 그가 들고 휘두르고 있는 저 커다란 스패너는 대단해 보였다. 그것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준의 힘도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 뿐, 실제 준의 공격은 엉성하기 그지 없었다. 어디서 검술 비슷한 것을 배우긴 했는지 기본적인 자세는 잡혀 있었지만, 그것이 능숙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들에게 목검을 쥐어주면 휘두르듯 그렇게 엉망진창인 투로와 궤적을 가지고 공격을 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준다는 것은 물론 대단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랑튀르와 같은 경험많은 헌터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가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준이 손도대지 못하고 말리는 상황이 연출 되었다.
헌데, 그렇게 되자마자 마치 힘을 아껴두었다는 듯 그의 속도가 점점 빨리지고 있었다. 대흉근을 사이에 두고 술래잡기를 하던 그랑튀르도 약간은 당혹스러운 듯 제대로 된 공격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그랑튀르는 내심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스피드만은 자신이 압도적이라고 여겼다. 헌데 준이 점점 자신을 따라잡는 듯 하더니 이제는 자신을 뛰어넘는 속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도망한 번 잘치는 군.”
“큭.”
준이 어느새 자신의 턱밑까지 쫓아와서 스패너를 휘둘렀다. 저 우습지도 않은 무기에 맞아본 경험으로 말하자면, 정말 어떻게든 스치는 것조차도 피해야 했다.
후웅!
스패너가 그랑튀르의 머리위를 지나갔다.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는 그대로 몸을 측면으로 젖히며 검을 휘둘렀다. 저 스패너는 크기가 크기인 만큼, 공격을 한 이후의 딜레이가 상당히 컸다.
“어림없지.”
후웅!
“큭.”
하지만 준은 그랑튀르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니들리스를 그대로 수직으로 내리쳤다. 관성을 무시하는 것 처럼 보이는 그 힘에 질린 그랑튀르는 바닥을 구르며 그 공격을 피했다.
콰앙!
바닥이 움푹 패이며 굉음을 터뜨렸다. 니들리스 해머였다면 파괴효과까지 덧붙여 충격파가 일었을테니, 어찌보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후우. 후우.”
“하아. 하아.”
준도 그랑튀르도 서로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극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은 전력을 다해서 공수를 주고받았다. 그만큼 체력의 소모도 큰 것이었다.
스윽.
준은 다시금 니들리스를 들었다. 현재 그의 민첩은 28에 이르고 있었다. 그랑튀르의 움직임을 따라잡기 위해서 민첩에 스탯을 하나하나 투자하다 보니 어느세 10개나 찍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스탯만으로 보면 준의 민첩성이 훨씬 높았지만, 그랑튀르는 그것을 뛰어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준은 조금 고민하다가 결국 남은 스탯을 모두 민첩성에 밀어넣었다. 그렇지 않아도 민첩에 투자할 생각이었으니 아까워 할 필요는 없었다.
‘이로서 민첩이 33인가.’
이전까지 가장 높은 수지는 지능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놓았던 잔여스탯 15를 모두 민첩에 쏟아 부은 결과 민첩 캐릭터로 거듭나게 된 셈이었다. 회피탱커로서 활약해도 될 정도의 능력이었다.
============================ 작품 후기 ============================
아슬아슬하게 세이브.
담편은 내일 아침에 올라갑니다.